"미국 국채금리 갑자기 급등할 수도."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지난 18일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지난 18개월 동안 5조 5000천억 달러에서 8조 6000억 달러로 크게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현재 유럽의 경제위기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향후 급등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미FRB가 출구정책을 시행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출구하게 되겠군요.
 쉽게 말하면 미FRB가 의도적으로 출구정책을 시행하지 않아도 금리가 급등하여 자동적으로 출구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지요.

 최근들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이 팽배하고 있지만, 그린스펀의 이 말 한마디는 낙관론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미정부가 출구정책을 늦추든 말든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미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해서 재정적자를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출구정책을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린스펀은 미정부에게 재정축소를 주문했습니다.
 재정축소를 하라는 말은 출구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지요.
 현재 주식시장은 출구정책 연기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정부도 그린스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출구정책이 빨리 시행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정부가 그린스펀의 충고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미정부가 긴축정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린스펀의 경고처럼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거나 상승한다면, 기업들의 이자비용이나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여 미경기침체를 앞당길지도 모릅니다.
 금리가 급등하면, 경기는 둔화되고 기업들의 순익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전세계증시는 십중팔구 깊은 조정을 받을 것입니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의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그린스펀의 경고는 여전히 주식시장은 살얼음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고 있습니다.
 살얼음판임에도 불구하고 얼음이 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여 얼음위를 지나가다가 얼음이 깨어지면 물에 빠지듯이 전세계경제가 살얼음판일 줄 모르고 낙관론을 편다면, 언젠가는 퐁당하고 빠질 것입니다.

 2008년 미금융위기 전에 그린스펀이 미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투자자들이 경고를 무시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그린스펀의 경고대로 미국채금리가 급등하면, 주식시장이 큰 조정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주식투자자라면 그린스펀의 경고에 귀기울여 들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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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제가 다음뷰에서 소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를 연재중입니다.
 이 글을 쓴 계기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역사적인 해석이 충분하지 않아 당시 고구려와 낙랑에 대한 역사적인 재해석과 피지도 못한 채 져버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아름다운 사랑을 소설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100회이상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창작소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역사적인 배경


 대무신왕 15년 (서기 32년)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와 운명적인 만남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정략 결혼으로 생각합니다.

 당시 중국은 신나라가 망한 후에 광무제가 후한을 세웠지만, 아직은 힘을 발휘라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낙랑은 한4군이었지만, 한나라가 신나라에 망한 후에 신나라까지 망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독립적인 나라가 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무제가 한나라를 다시 재건하자 낭락은 다시 한나라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원래 낙랑태수의 지위는 세습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결국 낙랑 태수 최리는 고구려의 왕자와 혼인을 통해서 정치적인 안정을 꾀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저의 소설은 위와 같은 가정을 하여 쓰여진 소설입니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은 크게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리가 호동에게 제안했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태무신왕이 결혼을 제안했다는 설이지요.
 만약 낙랑이 결혼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를 강화시키려고 했다면 전자의 설이 맞겠지만, 태무신왕이 낙랑을 공격할 목적으로 맺은 결혼이라면 후자가 맞은 것이겠지요.

 저의 생각은 둘 다 맞는 것 같습니다.

 태무신왕은 낙랑을 공격할 뜻이 처음부터 있었고, 최리는 고구려와의 화친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겠지요.
 제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구려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수십권이나 읽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추측을 하게 된 것이지요.



                                              소설을 쓰게 된 계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제가 아는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평강공주가 아버지 평원왕과 남편인 온달의 사랑을 받은 것에 비해서 낙랑공주는 호동왕자의 사랑도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역사는 호동왕자가 어째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기에 빠뜨렸는지나 낙랑공주가 어째서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하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지 않지만,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는 죽음을 초월할 정도로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랑공주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명고를 찢었고, 호동왕자는 낙랑공주가 죽은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 아닐지요.

 비록 자명고를 찢은 낙랑공주도 효녀였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사랑이 죽음을 초월할 정도로 진실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글제목이 '호동왕자와 낙랑공주'가 아니라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인 이유는 호동왕자와 아버지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낙랑공주의 번뇌를 더 비중있게 묘사하기 위해서 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호동왕자는 왜 자결로 인생을 마쳤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가장 유력한 설은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의 죽음으로 슬픈 나머지 자결로 인생을 마쳤을 것이라는 설인데, 제가 생각해도 가장 유력한 설명인 것 같습니다.
 호동왕자가 왜 인생을 자결로 마쳤는지는 본인 자신과 왕후만이 알겠지만, 다른 이유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호동왕자가 왕후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설이나 호동왕자가 대무신왕을 원망하여 문안인사를 올리지 않아 대무신왕의 노여움을 샀다는 설도 있지만, 별로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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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현재 연재 중인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와 스토리가 다릅니다.
 현재 54회째 연재중인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와 스토리가 다른데, 이 점을 양해하여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무신왕 15년(서기 32년) 어느 날 봄...
 호동왕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로 부하들과 함께 옥저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호동왕자가 주막에서 부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상인들이 술을 마시면서 낙랑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호동왕자의 귀까지 들리게 되었지요.

 "낙랑공주가 지금 옥저에 있어."
 "낙랑공주는 대단한 미녀라면서?"
 "두 말하면 잔소리지. '흉노에는 왕소군이 있고, 조선에는 낙랑이 있다.'는 말 못들었나?
 "왕소군은 죽었쟎아. 그럼 낙랑이 천하 제일의 미녀라는 소리네."
 "낙랑태수 최리는 예쁜 딸 둔 덕분에 태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 하하..."
 
 
 낙랑의 태수 최리의 딸인 낙랑공주는 절세의 미녀로 낙랑공주의 아름다움은 이웃나라 옥저까지 알려졌습니다.
 공주는 절세의 미녀였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아름다웠고 효성도 남달리 지극했지요.
 지금 최리는 낙랑공주와 함께 옥저에 있는데, 그 이유는 낙랑공주를 옥저에 온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맺어줄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요.
 최리는 낙랑공주를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혼인시켜 낙랑을 강대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던 것이지요.

 어느 날 최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가마를 타고 가다가 고구려의 왕자 호동의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최리는 호동왕자를 보자마자 첫눈에 그가 호동왕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부하들을 시켜 호동왕자 일행들을 자신의 숙소로 초대했지요.
 
 "주인님께서 공자님을 숙소로 모시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고구려의 왕자 호동이요. 그대들의 주인은 누구시오?"
 "저희들의 주인님은 낙랑태수이십니다."

 호동왕자는 최리의 정중한 초대를 받아들여 최리를 따라 그의 숙소에 갔습니다.
 진작부터 호동왕자를 자신의 사위로 삼고 싶어했던 최리는 호동왕자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딸 낙랑공주를 소개시켜 주었지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보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구나.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본 적이 없다. '흉노에는 왕소군, 조선에는 낙랑'이라는 말은 사실이구나.'

 낙랑공주도 호동왕자를 보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눈빛만 봐도 두근거리는 내 마음은 나에게 짝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최리는 호동왕자가 자신의 딸에게 반했다는 것을 눈치내자, 낙랑으로 가서 당장 결혼식을 올릴 것을 제안했지요.
 호동왕자는 아름다운 낙랑공주에게 완전히 반하여 최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호동은 아버지인 대무신왕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최리의 제안대로 낙랑에 가서 낙랑공주와 결혼식을 올렸지요.
 
 최리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결혼을 서두른 것은 한나라의 광무제 유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대무신왕의 총애를 받고 있어 호동을 사위 삼아 고구려에 영향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호동이 왕이 되면 자신의 딸이 왕후가 될 것이고 자신의 딸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되면, 고구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최리의 계산이였습니다.

 반면에 호동왕자의 아버지 대무신왕은 낙랑공주를 이용하여 낙랑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지요.
 낙랑에는 자명고가 있는데, 군대가 이동하면 저절로 울려 낙랑을 공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낙랑공주에게 자명고를 찢게 만든 후에 공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오나 아바마마, 낙랑공주는..."
 "설마 아버지가 딸을 죽일리 있겠느냐? 걱정마라. 내 낙랑을 정복하면 최리를 낙랑태수로 재임명할 것이니 모녀간의 정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리는 저의 장인이 되었지만, 믿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자신의 딸은 소중한 법이다. 그러니 걱정마라."
 효성이 지극했던 호동왕자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낙랑공주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사랑하시오?"
 "그래요."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주시오."
 "부부는 하나인데,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쉬운 일이 아니오."
 "쉬운 일이라면 부탁하시지 않으시겠지요."
 "자명고를 찢어 주시오."
 "그건... 안됩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소?"
 "사랑해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어요."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아바마마께서는 최리가 항복하면 낙랑태수로 임명하여 그 지위를 유지시켜 주신다고 나와 약조하셨소. 그러니 나를 돕는 것은 아버지를 돕는 것이오."
 "정말인가요?"
 "정말이오."
 "그럼 약조해주세요. 저의 아버지를 지켜주시겠다고 약조해주세요."
 "저 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맹세하겠소. 내 당신 아버지를 지킬 것이오."
 "그렇다면 당신을 돕겠어요. 하지만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해주세요. 만약... 아버지께서 그 일로 저를 죽이신다고 해도...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의 효심에 감격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낙랑공주의 아버지를 지켜주겠다고 달에게 맹세했습니다.
 
 낙랑공주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 최리를 설득하려고 했지요.
 "아바마마, 고구려는 제 남편의 나라입니다. 이제 고구려와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호동왕자가 내 뜻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 대무신왕이 죽으면 호동왕자가 왕이 될 것이다. 만약 호동이 왕이 된다면 너는 왕후가 될 것이고, 네가 자식을 낳으면 너의 자식을 태자로 책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구려는 내 손에 넘어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바마마, 만약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지 못하면 어쩝니까?"
 "그렇게 되면 너는 우리나라로 돌아와야 한다. 아무 쓸모 없는 녀석에게 나의 금지옥엽같은 딸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아바마마..."
 "내 뜻에 따르거라. 자식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은 천명이니 거역할 수 없다."
 "저는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버지 뜻을 거두어 주세요."
 "내 말을 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내 딸로 생각하지 않겠다."
 

 낙랑공주는 호동왕자에게 자명고를 찢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아버지가 호동왕자를 이용하기 위해서 자신을 호동왕자와 맺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낙랑공주는 고민 끝에 호동왕자를 돕기로 했습니다.
 
 얼마 후에 호동왕자는 사람을 보내 낙랑공주에게 낙랑을 공격할 시일을 알려주었지요.
 낙랑공주는 호동이 낙랑을 공격하는 날에 맞추어 자명고를 찢었습니다.
 자명고를 믿고 방심하고 있던 최리는 고구려가 쳐들어오자 무기고의 자명고를 확인했는데,
자명고가 찟어진 것을 발견하고 낙랑공주를 찾았습니다.

 "내 짓이냐?"
 "아버지, 호동왕자가 저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항복하시면, 아버지를 낙랑태수로 임명하셔 낙랑을 다스리게 하신다고요. 아버지, 이 땅의 백성들은 고구려와 같은 민족이라 한나라의 통치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 될 것입니다. 이제 한나라를 버리고 고구려에 귀순하세요."
 "이 불효막심한..."
 
 최리는 너무 화가 나서 낙랑공주를 칼로 찔렀습니다.
 "아버지... 항복하세요. 호동왕자가 아버지를 지켜준다고 저에게 맹세했어요. 남아일언 중천금이니 호동왕자를 믿고 항복하세요."
 최리는 홧김에 딸을 찔렀지만, 딸의 유언을 듣자 딸의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렸지요.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라. 이 못난 아비를..."

 최리가 딸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슬프하는 사이에 고구려는 낙랑성까지 진군했습니다.
 호동왕자는 1000여명의 기병을 이끌고 낙랑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낙랑성을 공격했지요.
 최리는 고구려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호동왕자에게 항복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최리에게 물었지여.
 "낙랑공주는 어디있소?"
 최리는 탄식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호동왕자는 낙랑공주가 죽었음을 알고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공주... 다 내 잘못이오. 나를 용서하시오."

 그리고 최리를 노려보면서 말했지요.
 "당신이 사람이오? 딸을 죽이다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차라리 나를 죽여라."
 너무나도 화가 난 호동왕자는 최리를 죽이려고 칼을 뽑으려고 했지만, 칼을 뽑기도 전에 낙랑공주와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호동은 최리에게 말했지요.
 "당신은 아시오? 낙랑공주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소. 공주는 나에게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해도 아버지를 지켜달라고 부탁했소. 그러한 딸의 마음을 아시오? 그러고도 아버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오?"
 "그래... 나는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 딸도 내 손으로 죽은 마당에 내 어찌 더 살기를 바라겠냐? 나를 죽여라."
 "내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공주와의 맹세 때문에 그럴 수 없오. 그녀는 지금 어디있소?"
 "자명고가 있는 무기고에 있다."
 최리는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호동왕자는 자명고가 보관된 무기고로 갔는데, 낙랑공주는 찢어진 자명고에서 얼마되지 않는 곳에 쓰러져 있었지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의 시신을 부둥켜 앉고 통곡했습니다.
 "공주... 나를 용서해 주시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소. 공주... 나를 용서해 주시오... 공주..."
 
 고구려는 낙랑을 얻었지만, 호동은 낙랑공주를 잃었지요.
 호동은 낙랑공주를 잊지 못해 슬픔이 가득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낙랑공주의 죽음을 애도한 호동왕자는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이성을 잃어 대무신왕에게 불만이라도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문안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지요.
 
 자신의 자식을 태자로 책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원비는 호동왕자가 대무신왕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자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의 일로 불만을 품어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모함하였습니다.
 대무신왕은 호동왕자를 의심하여 출두명령을 내렸지만, 호동왕자는 응하지 않았지요.

 호동왕자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자 대무신왕은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의 죽음 때문에 역심을 품었다고 오해하여 호동왕자에게 자결을 명령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아버지의 명에 따라 자결을 결심하자 호동왕자의 심복이 울면서 말했지요.
 "왕자님, 원비께서 모함하셨지만, 아무 증거가 없으니 해명하면 왕자님의 결백이 드러날 것입니다. 어째서 해명하지 않으십니까?"
 "원비는 비록 친어머니가 아니지만, 어머니이지 않은가? 자식된 도리로 어찌 어머니의 죄를 드러내겠는가?
 이것이 나의 불운한 운명이라면 나는 따를 것이다. 너는 내가 떠나면 아바마마를 잘 모셔라."

 "왕자님,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내 마지막으로 부탁하겠으니 들어주겠나? 내가 죽거든 나의 시신을 낙랑공주의 옆에 묻어주게.

이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면... 저 세상에서라도 함께 하고 싶네..."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의 명령에 따라 자결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죽은 후에 대무신왕은 호동왕자가 낙랑공주를 그리워하여 자신에 문안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통곡하며 울었지요.
 한 많은 세상을 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는 이렇게 해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