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장이 소년의 첫사랑 5화


 현주는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에 다시 부엌에 가서 음식을 준비했다.

 희진이는 방금 전에 현주의 편지를 빼았아 읽었던 것이 미안했는지 부엌에 가서 현주를 거들었다.
 현주의 나머지 친구들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현주는 음식이 모자랄 것 같아서 음식을 시키려고 친구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음식이 조금 모자랄 것 같은데, 먹고 싶은 것 없니?"

 희진이는 미소를 지으며 현주에게 봉지 보따리 하나를 주면서 말했다.
 "현주야, 우리가 조금 사왔어."
 희진이가 준 봉지 보따리에는 떡볶이 떡가리와 라면이 가득했다.
 "우리 라볶이 먹자. 이거면 우리 10명이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거야."
 "라볶이? 그래도 되겠니?"
 "라볶이가 어때서? 맛있쟎아."
 희진이는 같이 온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도 좋지?"
 "당근 좋지. 라볶이 좋아."
 옆에 있던 철수도 신이나서 말했습니다.
 "와~ 나도 라볶이 먹고 싶어."

 현주는 친구들이 라볶이를 먹고 싶다고 하자, 희진이와 함께 라볶이를 요리했다.
 현주는 라볶이를 만들어 어머니께서 이미 요리해 놓으신 떡복이와 다른 음식들을 철수와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중 소연이가 현주에게 물었다.
 "현주야, 그 짜식 어떻게 했어?"
 그 짜식이란 현주를 안경잡이라고 놀린 철수를 말하는 것이다.
 현주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
 "누구긴 누구야? 널 안경잡이라고 놀린 녀석이지."

 철수는 소연이가 말하는 '녀석'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현주는 잠시 머뭇한 후에 말했다.
 "화해했어. 그 애가...... 잘못했다고 사과해서......"
 소연이는 '그 짜식'이 철수인지 모르고 철수에게 말했다.
 "철수야, 앞으로 그 녀석이 또 현주 놀리면, 아주 박살을 내버려. 우리도 거들께."
 현주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얘,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학교에서 싸우면 정학당하쟎아......"

 소연이가 보니 현주와 철수 모두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 철수가 '그 짜식'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됐어. 그건 그만 얘기하자."


 8시가 되자 현주의 친구들은 하나 둘씩 가기 시작해 9시가 되었을 때는 현주와 철수만 남았다.
 철수도 시간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현주에게 말했다.

 "현주야, 나, 이제 그만 가봐야 되겠어."
 "어, 그래. 오늘 정말 즐거웠어."
 "니 친구들이 와서 더 즐거웠던 것 같아."
 "그건, 그런 거 같아. 하지만 친구들이 오지 않았어도 즐거웠을거야."
 "맞아. 친구들이 없었으면 더 재미있게 보냈을 것 같아. 우리 둘이 오붓하게....."
 
 현주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철수에게 물었다.
 "오늘 한 말 진심이었지?"
 철수는 현주의 친구들과 신나게 떠드는 바람에 오늘 현주와 사귀기로 한 날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 했다.
 "당연히 진심이지. 앞으로 날 지켜봐줘."
 "좋아. 지켜볼께..."
 "근데... 니 생일이 우리 만난 기념일이 되었네."
 "뭐, 어때... 같이 하면 되지."
 "오히려 잘 된거 같아. 앞으로 우리 기념일을 잊어버릴 일이 없으니까..."

 현주는 철수가 현주의 생일과 기념일이 같아서 잊어버릴 일이 없다는 말에 토자리듯이 말했다.
 "뭐? 그럼, 내 생일이 아니면 기념일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무튼... 잊어버릴 일은 없쟎아... 헤헤..."
 "철수야, 기념일은 1년에 한번만 오는게 아니야... 100일... 200일... 100일 단위로 오는 거란 말이야."
 철수는 기념일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지만, 현주가 실망할까봐 아는 척하면서 말했다.
 
"아,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아무튼 절대 널 실망시키지 않을께."
 
 현주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혼자 생각했다.
 '그래, 철수야... 나... 실망시키면 안되...'
 현주는 철수를 환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