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과 아만다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조나단은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 있었고, 아만다는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여성이었습니다.
 조나단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아만다를 알게 되었는데, 조나단은 아만다를 좋아하게 되어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빌리면서까지 아만다를 보고 싶어했지요.

 어느 날 조나단은 아만다에게 고백하였고, 아만다도 조나단에게 끌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요.
 조나단은 30살의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습니다.
 30살의 나이에 교수라는 명예와 사랑을 모두 얻은 조나단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했지요.

 교수가 된 조나단은 학생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유명한 교수가 되기 위해서 항상 밤늦게까지 연구했기 때문에 아만다에게 소흘해졌습니다.
 아만다는 조나단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조나단이 자신에게 소흘해지자 상처받아 이별을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아만다는 조나단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조나단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아만다 : "당신은 저보다 일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저와 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지요?"
 조나단 :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아만다 : "당신의 사랑이예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두번째가 되고 싶지 않아요."
 조나단 : "당신과 일 모두 중요하오.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는데, 모르겠소?"
 아만다 : "저를 사랑한다면, 저를 위해서 이 대학을 떠나실 수 있나요?"
 조나단 :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원했는지 알지 않소?"
 아만다 : "저와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하세요."
 조나단 : "일보다 당신을 사랑하오. 하지만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겠소?"
 아만다 : "아니예요. 당신은 일을 나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 없는거예요." 
 조나단 :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 나를 떠나면 후회할 것이오. 나도 당신도 모두... 모르겠소?"

 아만다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조나단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후회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두번째로 남고 싶지 않아요. 안녕히 계세요."

 조나단은 떠나가는 아만다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만다는 뒤돌아서 떠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떠났지요. 

 3년 후에 조나단은 아만다에게서 조셉이라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조나단은 아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만다의 결혼소식에 한때 절망하였지요.
 조나단은 얼마후에 제니퍼라는 여성을 만나 결혼하였습니다.
 
 
 30년 후...

 조나단에게는 데이빗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부전자전이라는 말처럼 데이빗은 아버지처럼 30살이 되기도 전에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조나단에게는 제시카라는 여제자가 있었는데, 제시카는 스승인 조나단의 집에 방문했을 때 조나단의 아들 데이빗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지요.
 데이빗과 제시카는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했습니다.


 10년 후...

 조나단의 아내 제니퍼도 아만다의 남편 조셉도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데이빗과 제시카는 결혼한지 10년째가 되는 날...
 데이빗은 결혼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하여 제시카와 크게 싸운 후에 냉전에 들어갔습니다.

 제시카는 남편의 아버지인 조나단이 아끼는 제자였기 때문에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처럼 친밀하였지요.
 제시카는 데이빗과 문제가 생기면 시아버지인 조나단에게 말했고, 시아버지인 조나단은 아들과 며느리 사이를 중재하여 데이빗과 제시카는 별다른 문제없이 10년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데이빗은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을 잊어버려 제시카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제시카는 데이빗이 결혼 10주년을 잊어버리자, 크게 실망하여 데이빗과 제시카의 사이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요.

 조나단은 둘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데이빗은 상처받은 제시카를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시카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지요.

 데이빗 : "여보, 나는 요즘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당신도 잘 알쟎아. 그런 것은 당신이 챙겨야지."
 제시카 : "내가 잘못했다는 말이군요. 알았어요. 당신과는 더 할 말이 없군요."
 데이빗 : "이러지 말고... 내가 이번 주에 시간이 있으니, 이번 주 토요일에 우리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자. 어때?"
 제시카 : "이미 지났는데, 뭘 기념해요? 기념일은 잊어버리세요. 저도 더이상 기념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어요."

 데이빗은 아내 제시카가 기념일을 자신이 잊어버린 일 때문에 계속 삐진 태도를 보이자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제시카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요.
 데이빗은 제시카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내의 달라진 태도에 우울했지요.
 
 조나단은 아들과 며느리 둘 사이에 틈이 생기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나단에게 제시카는 며느리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제자였기 때문에 아들인 데이빗에게 제시카에게 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줄 것을 부탁하였지요.
 데이빗은 아버지인 조나단에게 말했습니다.


 "전 제시카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하지만...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제가 얼마나 바쁜지 이해하지 못해서 속상해요. 아버지께서 좀 잘 말씀해 주세요. 제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제가 얼마나 바쁜지..."

 아들인 데이빗의 말을 들은 조나단은 이번에는 며느리인 제시카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조나단은 제시카에게 데이빗의 말을 전해주면서 교수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 일인지 설명해주었지요.

제시카는 조나단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알아요, 아버님. 제가 왜 제 남편이 바쁜 걸 모르겠어요... 저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저는 그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다른 것 같아서... 저보다 일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조나단은 제시카에게 데이빗이 했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그건 오해다. 데이빗은 너를 정말 사랑한다. 오늘 내가 데이빗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하더구나."

 남편인 데이빗의 진심을 알게 된 제시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습니다.
 "전... 가끔 데이빗이 대학교수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요. 제가 데이빗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갔으면 정말 좋겠어요."

 제시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나단은 며느리인 제시카의 눈물을 보자 갑자기 40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 아만다의 눈물과 아만다의 말이 생각났지요.

 "저는 당신의 두번째로 남고 싶지 않아요."

 조나단은 제시카와의 대화를 하던 중에 깨달았습니다.
 아만다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대학교수를 버리고 떠날 수 있냐고 물었지만, 그것은 아만다의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조나단은 아만다가 떠나기 전에 교수를 그만 둘 수 있냐고 물은 것은 정말 교수를 관두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일보다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조나단은 아만다의 진심을 깨닫게 되자 갑자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시카는 시아버지인 조나단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조십스럽게 물었지요.
 "아버님... 왜 우세요?"
 "별 일 아니다."
 
 제시카는 시아버지인 조나단이 우는 이유가 자신이 남편인 데이빗이 교수를 관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말했지요.

 "제가 데이빗에게 교수를 관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진심이 아니예요. 그것 때문에 그러세요? 저는 그렇게 나쁜 아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시카의 말에 조나단은 더욱 확실하게 아만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만다가 원했던 것은 조나단이 교수직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이었지요.

 얼마 후에 데이빗과 제시카는 화해하여 예전처럼 다정한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자 조나단은 아만다의 마음도 며느리인 제시카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조나단은 40 년전에 헤어졌던 연인 아만다가 간절하게 보고 싶어지게 되었지요.

 조나단은 데이빗과 제시카에게 아만다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만다가 살아있다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제시카는 40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시아버지의 사랑에 감명받아 찬성하였고, 데이빗도 아버지의 행복을 위해서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조나단은 두려움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만다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친구들에게 아만다의 주소를 알아보니 놀랍게도 40년 전의 주소와 같은 주소였기 때문에 조나단은 아만다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요.
 아만다의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녀는 40년전에 조나단을 떠났던 아만다와 너무나도 닮아 조나단은 순간적으로 착시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아만다!"
 조나단은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아만다일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너무나도 아만다와 닮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아만다'라고 부른 것이지요.

 아만다와 닮은 여성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은 조나단이군요."

 조나단은 이 여성이 아만다의 딸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아만다의 딸은 갑자기 털석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나단은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아만다의 딸은 울음을 그친 후에 조나단에게 편지를 전해주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떠나신 후에... 어머니의 방에서... 이 편지를 발견했어요... 날짜가 40년 전이예요.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시려다가 마신 것 같아요."

 '내 사랑... 조나단, 당신에게 교수를 그만 두라고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요. 앞으로 좋은 교수가 되기를 바래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 저보다 좋은 여자를 만날거예요. 저는 비록 당신을 떠나지만,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래요.
 제가 당신을 떠나는 것은 저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예요.
 제가 당신을 떠나지 않으면 계속 당신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바쁜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당신이 일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 괴롭고 힘들었어요.
 제가 당신과 결혼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신을 떠나기로 했던 것이예요. 제 마음 이해하실 수 있나요? 언젠가는 이해해 주시길 바래요.'


 조나단은 아만다의 편지를 읽은 후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아만다, 미안하오. 내가 그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소. 나를 용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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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영국에 아버지가 군장교인 소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버지의 부관인 청년 장교와 미묘한 관계였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서로 내색하지 않았지요.

 자존심이 강한 청년 장교는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아직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던 소녀도 청년 장교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았지요.

 

 소녀의 이름은 마리아였고 청년 장교의 이름은 피터였습니다.

 마리아에게는 존이라는 오빠가 있었는데, 피터는 마리아의 오빠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마리아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마리아의 오빠를 만나러 온 것처럼 가장하여 마리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 역시 청년 장교가 오빠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피터가 마리아의 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 하였지요.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가 성질이 급하고 지나치게 독선적인 남자라를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의 이러한 성격을 알게 되자 피터가 독선적인 생각을 버리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였지요.

 '저렇게 독선적인 남자와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그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마리아의 마음을 알지 못했던 피터는 마리아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하고 마리아를 만나러 그녀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옛날에는 여자에게 먼저 청혼하기 전에 그녀의 부모에게 결혼을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였기 때문에 피터는 먼저 마리아의 아버지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지요.

 

 마리아의 아버지는 피터의 독선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천성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딸이 원한다면 결혼해도 좋다고 허락하였지요.

 피터는 마리아를 만나서 말하였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당신의 아버지도 이미 당신과의 결혼을 허락하셨소."

 

 피터는 마리아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지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지금 당장 대답해 드릴 수가 없군요.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여유를 주세요."

 

 피터의 독선적이고 급한 성격을 알게 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지만, 피터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피터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3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지요.

 피터는 마리아가 내숭을 떠느라고 3일 후에 다시오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갔습니다.

 

 3일이 지나 피터는 마리아를 찾아왔지요.

 마리아는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습니다."

 

 피터는 마리아가 처음부터 자신의 청혼을 거절할 것을 결심했으면서도 3일 후에 오라고 한 것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크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이미 나의 청혼을 거절하기로 작정했다면 3일전에 하지 그랬소? 그러면 두 번이나 찾아오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나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나 말해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피터가 화를 내면서 청혼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화가 나서 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버렸지요.

 "당신처럼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인 남자와 평생을 함께 살 수는 없기 때문이예요."

 마리아의 직설적인 답변에 피터는 화가 났지만 청혼을 거절한 여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를 참고 마리아에게 말했지요.

 

 "당신의 뜻을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겠소."

 비록 청혼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마리아는 피터가 자신의 급한 성격을 고친 후에 다시 청혼해 주기를 바랬지요.

 

 

 1년이 지난 후에 피터는 다시 찾아와서 마리아에게 청혼했습니다.

 혹시라도 마리아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리아의 답변은 처음과 비슷했지요.

 

 "저에게 3일간의 여유를 주시겠어요?"

 "지금 답변해 주길 바라오. 어차피 당신의 답변은 바뀌지 않을 것 아니오."

 "저는 아직 어려서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어요."

 

 피터는 이번에는 화내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소. 진짜 이유를 말해주시오."

 "당신은...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이어서...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말은 내가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나의 청혼을 받아주겠다는 것이오?"

 

 마리아는 피터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고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당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줄 수 있어요."

 "내가 약속하겠소. 앞으로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소. 그러니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하지만 마리아는 수많은 남자들이 결혼전에 거짓 약속이나 맹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바뀐 피터의 태도를 믿을 수 없었지요.

 "사람이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당신의 행동이 바뀐다면 그때가서 결정하겠어요."

 "어째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당신이 나의 청혼을 받아 준다면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다고 맹세하겠소."

 "만약 고치신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고치신 후에 말이지요."

 

 마리아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비록 피터의 태도가 바뀌어 기뻤지만 왠지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마리아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피터는 화를 내며 말했지요.

 "그렇게 내 말을 믿지 못하시겠소?"

 "보세요. 벌써 화를 내시쟎아요. 이러고도 저에게 무작정 믿어달라고 하시나요?"

 

 피터는 마리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지만 실패하였지요.

 마리아가 이번에도 청혼을 거절하자 화가 난 피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습니다.

 

 

 얼마후에 전쟁이 발발하자 피터는 군대로부터 소집 명령을 받았습니다.

 피터는 마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지요.

 작별인사를 하면서 또 다시 마리아에게 청혼하였지요.

 

 "내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나와 결혼해 주시오. 당신을 사랑하오."

 피터와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리아는 슬픈 생각이 들어 자신의 본심을 말했지요.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이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마리아가 또 다시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피터는 화가 나서 나가려 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소."

 

 마리아가 갑자기 외쳤습니다.

 "잠깐만..."

 피터는 혹시나 마리아의 마음이 바뀌어 청혼을 받아주는 것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마리아의 말은 그의 기대와 달랐지요.

 "제가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할께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자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마리아의 말에 피터는 감동되었습니다.

 "고맙소."

 짧막한 인사와 함께 피터는 떠났지요.

 

 

 전쟁터에 간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그리워졌습니다.

 마리아가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치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말했는데도 공연히 자존심 때문에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중이지만 마리아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그녀는 영혼이 맑은 여자니까 하나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 주셔서 나는 이번 전투에서 죽지 않을 것이다.'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보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피터는 전쟁이 끝날 쯤에는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거의 고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피터는 다시 마리아를 찾아 왔지요.

 "당신과 나의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소. 나의 청혼을 받아 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피터가 정말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어 청혼을 승락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나 피터는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말하였습니다.

 "3일이 아니라, 3년, 아니 3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소. 왜냐하면 나는 당신 없이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오. 나는 변했소. 내가 이미 예전에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이 믿지 못한다면 당신이 믿을 때까지 기다리겠소."

 

 마리아는 이제 피터가 변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3일간 기다려 달라는 마리아의 말에 화내지도 않았고 피터가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청혼한 것은 예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마리아는 지금 당장 피터의 청혼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피터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3일이 되어 피터가 다시 찾아 오자 마리아는 말했습니다.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저는 당신이 변화했다는 말을 이제 믿을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당신의 청혼을 거절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변화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해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하게 되었지요.

 마리아와 결혼한 피터는 더이상 독선적이지도 않았고 성질이 급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피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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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도시에 한 시인이 있었는데, 그 시인은 한 여인을 짝사랑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는데, 그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그의 아름다운 시는 그 여인의 마음을 녹여 버렸지요.

 결국 그 여인도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둘은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이 되었지요.

 항상 변하지 않는 푸른 하늘을 보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은 시인의 애인이었던 그 여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지요.

 그녀는 너무나도 슬퍼서 식음을 전폐하면서 세상을 떠난 애인을 그리워했지요.

 그녀의 이웃에는 예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토록 슬퍼하는 것을 보자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하였습니다.

 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외로워진 그 여인은 이웃집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어느 날 이웃집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였지요.

 "당신이 그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도 당신이 평생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을거예요.

그도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거예요. 제가 당신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는 당신의 곁에서 평생을 당신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어요. 당신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요?"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녀는 이웃집 남자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지요.

 그녀는 그에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런 건 아니예요. 하지만 저는 그와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겠어요?"

 


 그녀는 처음에는 이웃집 남자의 사랑을 거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워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이웃집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였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결혼한 후에도 그녀는 죽은 시인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죽은 시인이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를 읽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지요.


 그녀의 남편은 아내가 아직도 죽은 시인을 잊지 못하자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행복을 바랐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애를 썼지요.

 그녀는 이처럼 항상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되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예전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지요.



 결혼한지 3년이 되자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어 둘은 정말 기뻐했지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자식이 태어나자 그녀는 자식을 위해서라도 죽은 시인과의 추억을 모두 잊어버리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죽은 시인이 그녀에게 보냈던 편지의 시들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죽은 시인과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느 덧 그들이 결혼한지도 20여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지난 20년간 아무 연락없이 저녁늦게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정이 되서야 어디선가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의 응급실로 옮겼는데, 그는 아내가 걱정할테니 아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그의 직장 동료가 그동안의 상황을 전화로 설명하였습니다.

 남편의 직장 동료와 통화하면서 그녀는 무엇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슬픔을 감추려는 듯 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의사를 만나서 남편의 병이 어떤 것인지 물었습니다.

 의사는 아내에게 그의 병이 치료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였지요.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과 결혼한 20여년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당신은 모를거요. 내가 당신의 행복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요.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요. 그리고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보, 당신은 언제까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것이오? 난 괜챦지만 당신이 걱정될 뿐이요."


 그녀는 남편에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절대 죽으면 안되요. 영원히 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셨쟎아요. 힘을 내세요. 세상에는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을 이겨낸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남편의 병은 날로 악화되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더 살지 못할 것 같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지켜주기는 커녕 힘들게 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걸 그랬소.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없어도 우리 자식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요. 내 생각은 하지 말고 혹시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재혼하세요. 내가 하늘에서 당신이 행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아프지 않겠소?"



 그녀는 울면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산 20년이 가장 행복했어요. 저는 어리석게도 최근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보, 제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예요. 저는 이제서야 당신이 제 생애에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니 여보, 제발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남편은 아내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미소를 띄며 눈을 감았지요.



 그는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졌지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슬퍼 쓰러질 정도로 정신이 아찔했지만, 그녀는 세상을 떠난 남편과 아들을 위해서라도 쓰러질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살길이 막막하여 눈물이 흘렀습니다.

 남편이 병이 든 후에 병원비가 많이 들어 남편이 남긴 돈도 얼마 남지 않았지요.

 그녀는 아껴쓰며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였지만 아들이 고3이 되자 아들의 학원비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집을 팔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남편이 자신에게 남긴 유일한 재산을 팔고 싶은 마음이 없어 편지를 팔 결심을 하였지요.

 그녀는 죽은 시인이 보낸 편지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는데, 죽은 시인은 죽은 후에 유명한 시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편지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도 나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그녀는 시인이 그녀에게 남긴 연애편지들을 모아서 경매에 부쳤습니다.

 시인은 그녀에게 항상 그의 시를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하였기 때문에 그녀는 아직도 그가 보내주었던 시가 적힌 그의 작업노트들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모든 것들을 그의 허락없이 팔고 싶지 않아 죽은 시인이 그녀에게 보냈었던 연애편지만 모아서 팔았지요.



 그녀가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 시인은 죽은 후에 대단히 유명해졌기 때문에 그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들은 대단히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이제 그녀는 자식의 대학등록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더이상 어렵게 살면서 고생할 필요도 없게 되었지요.

 그녀는 죽은 시인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었지요.


 

 어느 날 고3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국어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해주었습니다.

 "어머니, 오늘 국어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느 시인이 20여년 전에 사고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한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는데, 얼마전에 그 여자가 죽은 시인의 편지를 모두 팔았데요. 그 시인 혼자서 짝사랑했나봐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여자가 그 시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편지를 팔지 않았을거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 '애들아, 이래서 짝사랑은 서러운 것이란다. 죽은 시인이 자신이 좋아한 여자가 자신이 보낸 편지를 팔았다는 사실을 하늘에서 알게 되면 얼마나 슬퍼하겠니?' 하셨어요.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들의 말을 듣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시인의 편지를 판 것은 바로 그녀였지요.

 그녀에게는 편지를 팔아야했던 이유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리가 없지요.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보자, 그녀의 아들이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어째서 우세요?"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어서... 그 여자가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편지를 팔았겠니? 아마도 그 여자도 정말 말못할 사연이 있었을꺼야. 생각해봐라. 그 시인은 20년 전에 죽었는데... 그 여자는 그 편지를 얼마전에 팔았다면서? 그녀가 지난 20년동안 그 편지를 간직한 것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일거야."

  "어머니의 말씀이 맞을 것 같네요.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인이 유명해 진 것은 죽은 직후였고 그 여자가 그의 편지를 판 것은 20년 후니까 그가 짝사랑한 것이 아닌 것 같네요."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께서 우시는 것이 죽은 시인의 이야기가 아버지를 생각나게 만들어서라고 추측하여 더이상 죽은 시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철수'

 그녀의 아들 이름이었지요.

 철수는 책방에 가서 죽은 시인의 연애편지를 모아 담은 책을 구입했습니다.

 선생님의 추측과는 달리 둘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관계였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추측을 듣게 되자, 자기가 예전부터 짝사랑했던 여학생의 마음을 편지로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는 죽은 시인의 연애편지를 모은 책을 읽은 후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죽은 시인의 연애편지를 인용한 멋진 편지를 그녀에게 보낼 것을 생각하니 벌써 설래이는 마음이 들었지만 모든 것은 대학에 붙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였지요.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시원한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지만 가정형편이 썩 좋지 못한 그는 집에서 공부했지요.

 어머니는 돈은 생각하지 말고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머니께서 힘들게 버는 돈을 쓰고 싶지 않아 그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더위와 싸우면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그의 집의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시지요?"

 "신문사의 기자인데, 어머니 계신가요?"

 "잠깐만요. 어머니! 손님 오셨어요."

 어머니가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지요?"

 "신문사의 기자인데, 부인께 좀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그녀는 기자가 자신이 얼마전에 팔았던 죽은 시인의 편지 때문에 온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혹시라도 기자가 아들 앞에서 죽은 시인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할까 걱정이 되서 기자를 집으로 들어오게 한 후에 아들에게는 방으로 가서 공부하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문을 꼭 닫았습니다.

 철수는 호기심에 어머니와 기자가 하는 말을 몰래 엿들었지요.

 기자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인께서 얼마 전에 경매에 부친 죽은 시인의 편지에 관해서 질문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죽은 시인의 편지를 판 것에 대해서 당신이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팔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의 당신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이었나요?"



 기자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팔지 않으려고 했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로 힘들어져서 팔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도 제 마음을 이해할거라고 믿어요."

 기자는 그녀가 흘린 눈물을 통해서 죽은 시인과 그녀가 서로 사랑했던 사이임을 직감할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말을 엿들은 철수도 죽은 시인과 어머니의 관계를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강인하여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최근에 두 번이나 눈물을 흘리셨지요.

 두 번 모두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죽은 시인의 편지를 판 여자분이 우리 어머니라니... 그렇다면 얼마전에 편지를 팔았던 여인이 죽은 시인을 사랑했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추측은 어머니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철수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시인이 죽은 해와 부모님이 결혼하신 해가 같다. 그래, 어머니는 시인이 죽은 후에 아버지와 교제하여 결혼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셨으니 죽은 시인보다 아버지를 더 사랑하셨을거야. 다만 옛날의 슬픈 추억이 떠올라 우신 것이겠지. 더이상 신경쓰지 말자.'

 이런 생각이 들자 철수는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참고서를 펴놓고 공부하는 척했지요.



 하지만 머리속에는 온통 죽은 시인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의문뿐이었습니다.

 '요즘 어머니가 예전처럼 밖으로 일을 나가시지 않으시고 맛있는 것도 자주 사주시는 것도 편지 때문이구나. 어머니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요즘 갑자기 집안 형편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시인의 편지 덕분이었구나.'

 과거야 어떻든 철수는 죽은 시인에 대해서 커다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철수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공상에 빠졌을 때, 안방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부인,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살펴가세요."

 기자가 돌아가자 철수는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를 쳐다보았습니다.

 어머니의 눈은 슬픔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어머니!"



 아들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어머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너, 공부하는데 내가 기자님과 이야기해서 방해되지 않았니?"

 그녀는 아들이 혹시라도 자신이 기자와 했던 말을 들었을까봐 걱정이 되었지요.

 "저... 우연하게 어머니와 기자가 하는 말씀을 듣게 되었어요. 죽은 시인과 어머니는 예전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나요?"



 그녀는 아들의 질문에 더이상 죽은 시인과의 관계를 숨기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그 시인과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 시인과 나는 너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사귀었지만 그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 그리고 나서 너의 아버지를 만나서 결혼했다. 만약 그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시인과의 만남은 과거일 뿐이야. 중요한 사실은 나와 너의 아버지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이란다."



 철수는 어머니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었으니까요.

 '모두 과거일 뿐이야. 어머니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셨으니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철수는 어머니의 말씀을 믿었지만, 철수의 어머니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죽은 시인이 그녀에게 바친 시들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죽은 시인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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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마을에 로라라는 키가 몹시 크고 날씬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로라의 키는 대부분의 마을의 남학생들보다 컸고 날씬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말라서 남학생들은 그녀를 말라깽이라고 놀렸지요.
 로라는 큰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식욕을 잃을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존보다도 키가 더 커졌기 때문이지요.

 

 로라는 존을 짝사랑했지만 로라의 키가 너무 큰 탓인지 존은 로라에게 관심이 없어 할수없이 테드라는 키 큰 소년과 교제했는데, 테드는 마을에서 로라가 하이힐을 신어도 더 큰 몇 안되는 소년이었지요.
 친구들은 로라와 테드를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라가 하이힐을 신으면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난쟁이처럼 작아 보였지만 테드는 그녀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요.
 더욱이 테드는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데다 로라를 몹시 사랑하고 아껴주었읍니다.

 

 친구들은 그들이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마을에서 테드처럼 잘생기고 키 큰 남자는 드물었을 뿐 아니라 로라에게 정말 잘해주었기 때문이지요.하지만 그것은 친구들의 단순한 추측이었고 실제로 로라는 아직 자신이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지요.



 어느 날 학교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그 파티에는 제프라는 유명한 모델 에이전트가 왔었습니다.
 제프는 키가 크고 날씬한 로라를 보자 그녀에게 모델이 될 것을 권유했지요.

 제프의 말을 들은 로라는 반신반의하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예쁘다는 말도 듣지 못했는데요. 저는 키가 너무 크고 너무 마르지 않았나요?"

 "우리 회사에는 당신보다 키가 더 큰 모델도 많이 있어요. 그들도 당신처럼 큰 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로라는 제프의 도움으로 모델이 되었고 유명 패션잡지의 표지모델로 유명해졌지요.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처럼 로라는 하루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로라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존은 로라가 유명 모델이 되자, 로라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존은 로라를 찾아가 로라에게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갑자기 삼각관계에 빠진 로라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테드와 헤어지고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했던 존과 교제하기 시작했지요.


 로라의 버림을 받은 테드는 그녀의 변심에 크게 탄식하였습니다.

 '오, 로라... 나는 네가 오래전부터 존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존이 너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나는 내가 너에게 잘해주면 존을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는 아직도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는 마음이 아프다. 나는 너에게 무슨 의미였지? 아무 의미도 없었니?'

 테드는 로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로라의 모델 에이전트에 찾아갔지만, 로라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지요.
 하지만 로라의 동료 모델인 제시카가 로라의 남자친구였던 테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제시카는 로라가 남자친구였던 테드를 버리자 연민의 정을 느끼다가 사랑하게 되었지요.
 얼마후에 로라는 존과 결혼하였고, 테드도 제시카와 결혼하였습니다.

 
 10년 후...

 모델이었던 제시카와 로라는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제시카는 테드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이 성공하여 큰 부자가 되었지요.
 
 로라도 존과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하였는데, 둘은 사업의 실패로 자주 다투게 되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존과 로라는 자주 다투었는데, 존은 사업에 실패한 후에도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고 로라는 있는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여 위험을 피하기를 원했지요.

 존은 로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또 다시 실패하였지요.
 로라와 존은 사업이 잘 안되자 자주 다투었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지요.


 

 로라는 갑자기 자신에게 정말 잘해주었던 테드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는 항상 다정한 말을 하며 자신을 무척이나 아껴주었지요.
 로라는 자신을 아껴주었던 테드를 버리고 존과 결혼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상한 로라는 자신에게 모델이 될 것을 권유한 제프를 찾아갔습니다.
 로라가 모델이 된 얼마 후에 제프는 다른 회사로 떠났기 때문에 그와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지요.

 제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자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로라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지요.

 "제프,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시지요?"

 "저는 잘지내고 있어요. 테드와 헤어진 후에 존과 결혼했다고 들었어요. 결혼생활은 어떤가요?"

 "사실은 얼마전에 이혼했어요. 제가 은퇴한 후에 존과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자주 다투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어요."

 "미안해요.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군요."

 로라는 제프에게 테드와 헤어진 것에 대해서 후회하면서 말했습니다.

 "테드는 정말 저한테 잘해주었지만, 저의 마음 속에는 오직 존뿐이였어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지요. 지나고 보니 테드처럼 좋은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그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프는 테드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는 로라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로라. 만약 당신이 테드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더 후회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존에게 있었는데 테드가 아무리 잘해준다해서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당신이 사랑했던 존이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당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존이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거절 할 수 있었겠어요? 당신이 테드와 헤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지요. 그런 상태에서는 테드와 당신 둘 다 불행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로라는 제프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습니다.
 '맞아. 내가 만약 존의 사랑을 거절했다면, 아직까지 후회하고 있었을거야. 테드, 미안해. 너는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지만, 너는 너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어. 하지만 너는 나의 그런 모습에도 상처받지 않고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지. 너의 소중한 사랑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 용서해 주기를 바래. 테드, 부디 행복하길...'


 결과적으로 보면 로라가 테드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지만, 사실은 헤어졌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이고 헤어지지 않았다면 헤어지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로라는 테드와 사귀면서도 자신이 짝사랑했던 존을 더 사랑했었기 때문에 존의 사랑을 거절할 수 없었지요.
 
 만약 로라가 존의 사랑을 거절하고 테드와 계속 사귀었다면, 서로 상처받아 헤어지거나 설령 결혼했다고 해도 서로 불행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로라가 존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테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존을 짝사랑했던 로라의 마음은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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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무신왕 15년(서기 32년) 어느 날 봄...
 호동왕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로 부하들과 함께 옥저를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호동왕자가 주막에서 부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상인들이 술을 마시면서 낙랑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호동왕자의 귀까지 들리게 되었지요.

 "낙랑공주가 지금 옥저에 있어."
 "낙랑공주는 대단한 미녀라면서?"
 "두 말하면 잔소리지. '흉노에는 왕소군이 있고, 조선에는 낙랑이 있다.'는 말 못들었나?
 "왕소군은 죽었쟎아. 그럼 낙랑이 천하 제일의 미녀라는 소리네."
 "낙랑태수 최리는 예쁜 딸 둔 덕분에 태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 하하..."
 
 
 낙랑의 태수 최리의 딸인 낙랑공주는 절세의 미녀로 낙랑공주의 아름다움은 이웃나라 옥저까지 알려졌습니다.
 공주는 절세의 미녀였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아름다웠고 효성도 남달리 지극했지요.
 지금 최리는 낙랑공주와 함께 옥저에 있는데, 그 이유는 낙랑공주를 옥저에 온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맺어줄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요.
 최리는 낙랑공주를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혼인시켜 낙랑을 강대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던 것이지요.

 어느 날 최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가마를 타고 가다가 고구려의 왕자 호동의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최리는 호동왕자를 보자마자 첫눈에 그가 호동왕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부하들을 시켜 호동왕자 일행들을 자신의 숙소로 초대했지요.
 
 "주인님께서 공자님을 숙소로 모시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고구려의 왕자 호동이요. 그대들의 주인은 누구시오?"
 "저희들의 주인님은 낙랑태수이십니다."

 호동왕자는 최리의 정중한 초대를 받아들여 최리를 따라 그의 숙소에 갔습니다.
 진작부터 호동왕자를 자신의 사위로 삼고 싶어했던 최리는 호동왕자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딸 낙랑공주를 소개시켜 주었지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보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구나.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본 적이 없다. '흉노에는 왕소군, 조선에는 낙랑'이라는 말은 사실이구나.'

 낙랑공주도 호동왕자를 보자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눈빛만 봐도 두근거리는 내 마음은 나에게 짝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최리는 호동왕자가 자신의 딸에게 반했다는 것을 눈치내자, 낙랑으로 가서 당장 결혼식을 올릴 것을 제안했지요.
 호동왕자는 아름다운 낙랑공주에게 완전히 반하여 최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호동은 아버지인 대무신왕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최리의 제안대로 낙랑에 가서 낙랑공주와 결혼식을 올렸지요.
 
 최리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결혼을 서두른 것은 한나라의 광무제 유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대무신왕의 총애를 받고 있어 호동을 사위 삼아 고구려에 영향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호동이 왕이 되면 자신의 딸이 왕후가 될 것이고 자신의 딸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되면, 고구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최리의 계산이였습니다.

 반면에 호동왕자의 아버지 대무신왕은 낙랑공주를 이용하여 낙랑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지요.
 낙랑에는 자명고가 있는데, 군대가 이동하면 저절로 울려 낙랑을 공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낙랑공주에게 자명고를 찢게 만든 후에 공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오나 아바마마, 낙랑공주는..."
 "설마 아버지가 딸을 죽일리 있겠느냐? 걱정마라. 내 낙랑을 정복하면 최리를 낙랑태수로 재임명할 것이니 모녀간의 정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리는 저의 장인이 되었지만, 믿을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자신의 딸은 소중한 법이다. 그러니 걱정마라."
 효성이 지극했던 호동왕자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낙랑공주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사랑하시오?"
 "그래요."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주시오."
 "부부는 하나인데,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쉬운 일이 아니오."
 "쉬운 일이라면 부탁하시지 않으시겠지요."
 "자명고를 찢어 주시오."
 "그건... 안됩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소?"
 "사랑해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어요."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아바마마께서는 최리가 항복하면 낙랑태수로 임명하여 그 지위를 유지시켜 주신다고 나와 약조하셨소. 그러니 나를 돕는 것은 아버지를 돕는 것이오."
 "정말인가요?"
 "정말이오."
 "그럼 약조해주세요. 저의 아버지를 지켜주시겠다고 약조해주세요."
 "저 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맹세하겠소. 내 당신 아버지를 지킬 것이오."
 "그렇다면 당신을 돕겠어요. 하지만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해주세요. 만약... 아버지께서 그 일로 저를 죽이신다고 해도...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의 효심에 감격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낙랑공주의 아버지를 지켜주겠다고 달에게 맹세했습니다.
 
 낙랑공주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 최리를 설득하려고 했지요.
 "아바마마, 고구려는 제 남편의 나라입니다. 이제 고구려와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호동왕자가 내 뜻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 대무신왕이 죽으면 호동왕자가 왕이 될 것이다. 만약 호동이 왕이 된다면 너는 왕후가 될 것이고, 네가 자식을 낳으면 너의 자식을 태자로 책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구려는 내 손에 넘어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바마마, 만약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지 못하면 어쩝니까?"
 "그렇게 되면 너는 우리나라로 돌아와야 한다. 아무 쓸모 없는 녀석에게 나의 금지옥엽같은 딸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아바마마..."
 "내 뜻에 따르거라. 자식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은 천명이니 거역할 수 없다."
 "저는 호동왕자가 태자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버지 뜻을 거두어 주세요."
 "내 말을 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내 딸로 생각하지 않겠다."
 

 낙랑공주는 호동왕자에게 자명고를 찢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아버지가 호동왕자를 이용하기 위해서 자신을 호동왕자와 맺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낙랑공주는 고민 끝에 호동왕자를 돕기로 했습니다.
 
 얼마 후에 호동왕자는 사람을 보내 낙랑공주에게 낙랑을 공격할 시일을 알려주었지요.
 낙랑공주는 호동이 낙랑을 공격하는 날에 맞추어 자명고를 찢었습니다.
 자명고를 믿고 방심하고 있던 최리는 고구려가 쳐들어오자 무기고의 자명고를 확인했는데,
자명고가 찟어진 것을 발견하고 낙랑공주를 찾았습니다.

 "내 짓이냐?"
 "아버지, 호동왕자가 저에게 약속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항복하시면, 아버지를 낙랑태수로 임명하셔 낙랑을 다스리게 하신다고요. 아버지, 이 땅의 백성들은 고구려와 같은 민족이라 한나라의 통치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 될 것입니다. 이제 한나라를 버리고 고구려에 귀순하세요."
 "이 불효막심한..."
 
 최리는 너무 화가 나서 낙랑공주를 칼로 찔렀습니다.
 "아버지... 항복하세요. 호동왕자가 아버지를 지켜준다고 저에게 맹세했어요. 남아일언 중천금이니 호동왕자를 믿고 항복하세요."
 최리는 홧김에 딸을 찔렀지만, 딸의 유언을 듣자 딸의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렸지요.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라. 이 못난 아비를..."

 최리가 딸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슬프하는 사이에 고구려는 낙랑성까지 진군했습니다.
 호동왕자는 1000여명의 기병을 이끌고 낙랑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낙랑성을 공격했지요.
 최리는 고구려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호동왕자에게 항복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최리에게 물었지여.
 "낙랑공주는 어디있소?"
 최리는 탄식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호동왕자는 낙랑공주가 죽었음을 알고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공주... 다 내 잘못이오. 나를 용서하시오."

 그리고 최리를 노려보면서 말했지요.
 "당신이 사람이오? 딸을 죽이다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차라리 나를 죽여라."
 너무나도 화가 난 호동왕자는 최리를 죽이려고 칼을 뽑으려고 했지만, 칼을 뽑기도 전에 낙랑공주와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호동은 최리에게 말했지요.
 "당신은 아시오? 낙랑공주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소. 공주는 나에게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해도 아버지를 지켜달라고 부탁했소. 그러한 딸의 마음을 아시오? 그러고도 아버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오?"
 "그래... 나는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 딸도 내 손으로 죽은 마당에 내 어찌 더 살기를 바라겠냐? 나를 죽여라."
 "내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공주와의 맹세 때문에 그럴 수 없오. 그녀는 지금 어디있소?"
 "자명고가 있는 무기고에 있다."
 최리는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호동왕자는 자명고가 보관된 무기고로 갔는데, 낙랑공주는 찢어진 자명고에서 얼마되지 않는 곳에 쓰러져 있었지요.
 호동왕자는 낙랑공주의 시신을 부둥켜 앉고 통곡했습니다.
 "공주... 나를 용서해 주시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소. 공주... 나를 용서해 주시오... 공주..."
 
 고구려는 낙랑을 얻었지만, 호동은 낙랑공주를 잃었지요.
 호동은 낙랑공주를 잊지 못해 슬픔이 가득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낙랑공주의 죽음을 애도한 호동왕자는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이성을 잃어 대무신왕에게 불만이라도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문안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지요.
 
 자신의 자식을 태자로 책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원비는 호동왕자가 대무신왕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자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의 일로 불만을 품어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모함하였습니다.
 대무신왕은 호동왕자를 의심하여 출두명령을 내렸지만, 호동왕자는 응하지 않았지요.

 호동왕자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자 대무신왕은 호동왕자가 낙랑공주의 죽음 때문에 역심을 품었다고 오해하여 호동왕자에게 자결을 명령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아버지의 명에 따라 자결을 결심하자 호동왕자의 심복이 울면서 말했지요.
 "왕자님, 원비께서 모함하셨지만, 아무 증거가 없으니 해명하면 왕자님의 결백이 드러날 것입니다. 어째서 해명하지 않으십니까?"
 "원비는 비록 친어머니가 아니지만, 어머니이지 않은가? 자식된 도리로 어찌 어머니의 죄를 드러내겠는가?
 이것이 나의 불운한 운명이라면 나는 따를 것이다. 너는 내가 떠나면 아바마마를 잘 모셔라."

 "왕자님,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내 마지막으로 부탁하겠으니 들어주겠나? 내가 죽거든 나의 시신을 낙랑공주의 옆에 묻어주게.

이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면... 저 세상에서라도 함께 하고 싶네..."
 호동왕자는 대무신왕의 명령에 따라 자결했습니다.
 
 호동왕자가 죽은 후에 대무신왕은 호동왕자가 낙랑공주를 그리워하여 자신에 문안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통곡하며 울었지요.
 한 많은 세상을 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는 이렇게 해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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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 어느 영국의 마을에 피터라는 16세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피터는 6살 때 부모님을 잃은 후에 아버지의 친구였던 우유 목장 주인 존슨씨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었지요.
 피터가 하는 일은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를 배달하는 일이었는데, 그는 그동안 시계고치는 기술을 배워 도시로 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존슨씨의 딸 데이지를 사랑하여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데이지는 금발의 16세의 아름다운 소녀로 피터와 어릴 때 부터 친하게 지낸 소꼽친구였지요.
 데이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피터를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어 피터에게 데이지는 때로는 어머니 같은, 때로는 누나 같은, 때로는 애인 같은 여자였습니다.
 피터는 자신을 오랫동안 보살펴 준 데이지와 결혼하고 싶어했는데, 결혼한 후에 도시로 가서 시계점을 열 생각으로 항상 부지런하게 일하면서 돈을 모았지요.
 
 눈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는 데이지의 집에 초대받았습니다.
 데이지의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두살 많은 언니 레이첼과 어린 여동생 케서린이 있었는데, 여동생은 늦둥이로 이제 겨우 3살이었습니다.
 데이지의 아버지인 존슨씨는 피터의 아버지의 친구로 피터의 아버지가 죽은 후로는 피터를 보살펴준 고마운 분이셨는데,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을 하고 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서 피터에게도 선물을 줄 정도로 피터에게 잘해주었지요.

 피터가 데이지의 가족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후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데이지가 피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피터는 그동안 데이지의 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데이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뻐하면서 말했지요.
 "너한테 선물을 받다니 오늘은 내 평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브야. 정말 고마워."

 데이지는 피터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데이지에게 아직 사랑의 확신은 없었습니다.
 데이지가 피터와 함께 집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땅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지요.
 데이지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피터에게 물었습니다.
 "아름답다. 저 많은 눈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데이지의 질문을 들은 피터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데이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고 있을 때 데이지는 갑자기 눈을 뭉쳐 피터에게 던진 후에 도망치면서 말했지요.
 "바보! 나한테 속았지? 용기있으면 따라와봐."
 피터는 눈을 동그랗게 뭉친 후에 데이지를 따라가면서 외쳤지요.
 "넌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어. 두고 보자."
 데이지와 피터는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동심의 세계에 빠진 데이지와 피터는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지요.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에 데이지는 송년 파티에서 잭이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잭은 윌슨씨의 아들로 아버지 윌슨은 큰 목장을 경영하는 부자였는데, 데이지의 아버지 존슨씨의 친구였지요.
 만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데이지는 잭과 장래를 약속할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데이지는 피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잭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얼마 후에 데이지는 피터를 만나 자신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말했지요.
 "피터, 나 잭을 정말 사랑해.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은 잘 알지만, 난 그 사람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
 피터는 데이지의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잭이 바람둥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데이지에게 말했지요.
 "잭이라고? 그 남자... 바람둥이야. 형편없는 남자라고."

 피터는 우유배달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에게 잭이 바람둥이라고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어 확신하여 말했지만, 데이지는 피터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형편없는 남자라고 말하자 화가 나서 말했지요.
 "형편없는 남자라고? 잭은 너 따위 철부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람이야."
 데이지는 피터가 잭을 질투하여 모함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여 피터를 철부지라고 말한 것이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자신을 철부지라고 말하자,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결혼한다고 말하자, 데이지와의 모든 인연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나 어느 도시에 정착했습니다.
 피터는 시계고치는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시계공이 되어 쉽게 정착할 수 있었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생각날 때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데이지가 바람둥이 잭과 결혼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면 질투심이 솟아 돌아 가지 못했지요.

 데이지는 피터가 떠나자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잭이 아니라 피터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잭과 헤어진 후에 피터를 기다렸지만 피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년 후 크리스마스 이브...

 피터는 1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지와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함께 만든 추억이 떠올랐지요.

 '그녀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피터는 고향을 떠난 후에 데이지가 정말 잭과 결혼했는지, 혹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등의 궁금한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피터는 데이지가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10년만에 고향을 찾아왔지요.

 

 하지만 피터는 데이지나 데이지 가족과 마주 칠 용기가 나지 않아 잭의 동네로 가서 잭의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데이지에 대해서 물었지요.

 "저는 피터입니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피터? 아... 기억하지. 정말 오랜만이군. 왠일이지?"

 "제 옛날 친구가 궁금해서요. 데이지를 아십니까?"

 "데이지? 누구지?"

 "그녀는 잭의 부인으로 존슨씨의 둘째 딸입니다."

 "난 그녀의 이름은 잘 모르는데... 그냥 존슨씨의 딸이라는 것 밖에... 잘 살고 있겠지. 마을 최고의 부자와 결혼했으니..."

 "그렇겠군요."

 

 피터는 데이지가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다시 고향을 떠나 살던 곳으로 돌아갔지요. 

 하지만 아주머니가 말한 존슨씨의 딸은 데이지가 아니라 언니 레이첼이였습니다. 

 피터가 떠나자 데이지는 피터를 그리워하여 잭과 헤어졌고, 잭은 데이지 대신에 언니 레이첼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 것이지요.

 피터가 마을을 잠시 다녀간 줄 모르는 데이지는 10년전 피터와의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를 떠올리면서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면서 생각했습니다.
 '피터...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거니? 난 네가 몹시 그리운데... 넌 내가 그립지 않니? 내가 너를 철부지라고 말해서 아직도 화나서 돌아오지 않는거니? 아니면 벌써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거니? 설령 네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고 해도 네가 보고 싶어.'

 그 날 데이지는 심한 독감에 걸렸습니다.
 데이지는 날씨가 몹시 추웠는데도 1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와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이 생각나 눈사람을 만들다가 독감이 걸린 것이지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탈진된 데이지는 점점 독감이 심해지더니 폐렴으로 발전하여 회복이 힘들 정도로 병이 악화되었습니다.

 어느 날 데이지는 아주 심한 기침을 하면서 자신이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언니는 이미 시집갔고 부모님은 일을 하러 나가셔 집에는 여동생인 캐서린만 남아 있어 캐서린을 불러 말했지요.
 "캐서린... 부탁할께 있어.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피터라는 친구가 있었어. 그는 오직... 나만을 사랑했지만... 나는 다른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론가 떠나버렸지. 그를 만나면 전해 주려고 편지를 썼는데, 이제 내가 떠나면... 내가 이 편지를 전해줄 수 없으니... 네게 부탁하마. 내 일기장도 모두 피터에게 전해줘."
 
 캐서린은 언니가 유언처럼 말하자 울면서 말했지요.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버리고 언니만 가면 어떻게? 안되, 절대 안되."
 데이지는 캐서린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케서린, 가고 가지 않는 것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란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헤어져도 우린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언니가 떠나도 너무 슬퍼하지마."
 "아냐, 언니! 언니, 힘을 내. 언니가 떠나면 나는 외로워 어떻게. 큰 언니는 시집갔고,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면 난 외로워 어떻게 살란 말이야. 언니, 제발 힘내... 알았어?"
 
 데이지는 떠나지 말라는 케서린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얼마후에 잠이 들었지요.
 하지만 데이지는 잠이 든 후에 다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데이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피터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요.

 

 10년 후 크리스마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는 데이지와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피터는 그때의 추억으로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데이지가 몹시 그리워져

다시 데이지의 소식을 들으러 고향을 찾았습니다.

 

 피터는 잭의 집을 찾아갔는데, 데이지와 헤어진지 20년이나 되어 한번만이라도 데이지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윌슨 부인이 데이지라고 착각하고 있는 피터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에 하인들에게 주인 마님의 어릴 적 친구이니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지요.
 "윌슨 부인께 전해주시오. 어릴 적 친구 피터가 찾아 왔다고요. 그럼 분명히 나오실 겁니다."
 
 하인들의 말을 전해듣고 나온 레이첼은 이미 세상을 떠난 데이지가 찾았던 피터를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피터, 왜 이제서야 돌아왔니? 데이지가 너를 얼머나 기다렸는지 아니?"

 "데이지는 잘 살고 있지요?"

 레이철인 데이지가 잘 살고 있냐는 피터의 물음에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어."

 

 레이철은 피터가 데이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데이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지요.

 하지만 피터는 레이첼의 슬픈 표정을 보자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데이지의 집으로 달려갔지요.

 

 데이지의 집에 도착한 피터는 곧바로 데이지 일가의 공동묘지로 항하였습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지만, 피터는 어렵지 않게 데이지의 묘비를 발겼했지요.

 '데이지 존슨 1870 ~ 1896'


 피터는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데이지, 나의 사랑...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 10년전 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너에 대한 소식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이럴 수가... 네가 이렇게 일찍 떠날 것을 알았다면... 난 결코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텐데..."

 언니 레이철에게 피터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케서린은 언니의 무덤 근처에서 통곡하는 피터를 보자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피터를 때리면서 말했지요.
 "왜 이제서야 돌아오셨나요? 데이지 언니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 했는지 아세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왜? 왜?"
 케서린은 혹시라도 피터가 자존심이 상해 떠나버리면, 언니의 유언을 전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피터를 때리던 손을 멈춘 후에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언니, 언니가 기다리던 사람이 왔어. 언니, 이제 더이상 울지마."
 
 데이지는 피터를 기다리다가 지쳐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아 케서린은 데이지가 울때 마다 위로 하면서 말했지요.
 "언니, 울지마. 때가 되면 올거야. 피터는 언니만 사랑했다며? 그러니 꼭 올거야."
 케서린은 피터를 보자 데이지가 자주 울던 기억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묘비에다 말한 것이지요.
 피터도 케서린도 털석 주저 않은 채로 울었는데, 피터는 정신을 차리자 눈바닥위에 주저앉은 케서린이 걱정이 되어 케서린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습니다.
 
 "그만 일어나자. 날씨가 추워 이러다 감기걸리겠다."
 케서린은 10년전의 아픈 기억이 나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지요.
 "언니는 10년 전... 당신과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억하면서 눈사람을 만들다 심한 독감에 걸려..."
 
 피터는 데이지가 자신과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으로 눈사람을 만들다가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캐서린의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졌지만, 케서린이 추운 날씨에 너무 울면 독감에 걸릴 것이 걱정이 되어 케서린을 데리고 집에 들어갔지요.
 케서린은 집에 들어가자 피터에게 데이지의 편지를 전해주면서 말했습니다.
 "읽어 보세요. 언니의 유언이 그 편지를 당신에게 전해달라는 것이였어요. 언니는 당신의 주소를 알아내서 편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언니는 당신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었어요."

 피터는 편지봉투를 뜯은 후에 케서린이 준 편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피터, 난 지금 심한 독감에 걸렸는데, 계속 심해지는 것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아마도 네가 나의 편지를 읽을 때는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거야. 
  하지만 난 떠나기 전에 나의 진심이라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네가 떠난 이후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도, 너라는 사실을 깨달었어.    
  네가 떠난 후에 잭하고 헤어진 후에 네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너는 돌아오지 않았지. 
  피터... 혹시, 내 말에 상처받아서 돌아오지 않는거니?
  내 말에 상처받았다면, 나를 용서해줘.
  사랑이란 떠난 후에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피터,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써둔 일기장들이 있어. 
  거기엔 우리가 어렸을 때 함께 놀았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기가 적혀있어. 
  내가 떠나면 이걸 너에게 주겠지만, 나를 잊기 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이지만, 추억에 묻혀 살수는 없으니까. 
  내가 떠나면 나를 그리워하지 말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를 바래.
  
  안녕, 피터! 너의 영원한 사랑 데이지가...' 
  

 피터는 데이지의 편지를 읽은 후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데이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한번도 데이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이 없었지. 데이지,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피터는 이제서야 데이지의 진심을 깨달았지만, 피터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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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를 보면 공주가 왕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왕자가 왕이 되면 후궁과 시녀들을 거르리기 때문에 공주가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만약 백설공주의 속편이 있다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돌아온 백설공주 - 백설공주 속편

 

 왕자와 결혼한 백설공주는 신혼초기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왕자는 권태기에 빠져 다른 여자에 눈을 돌렸지요.

 백설공주는 왕자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기다렸는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백설공주는 왕자가 언젠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신을 그리워하여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백설공주에게 마음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백설공주는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거울에게 물었습니다.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지?"

 "예전에는 당신, 백설공주였지만... 지금은 왕자의 새로운 애인 하이디입니다."

 "하이디? 그녀가 나보다 더 예쁘다고?"

 

 하이디는 왕자의 먼 친적이었는데, 왕자는 하이디와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제 백설공주는 하이디가 왕자의 새로운 애인이 된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하이디는 16살의 소녀였는데, 아름다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형적인 게르만족의 미녀였습니다.

 

 백설공주는 왕자를 만나 진실을 물었습니다.

 "왕자님, 이제 저보다 하이디를 더 사랑하고 계시지요? 진실을 말해주세요."

 왕자는 더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대로 말했지요.

 "백설공주, 정말 미안하오. 나는 하이디를 당신보다 더 사랑하오."

 백설공주는 왕자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왕자님이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지요?"

 "백설공주, 미안하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소."

 왕자의 고백에 상처를 받은 백설공주는 궁전을 떠나 일곱 난쟁이들을 찾아갔습니다.

 자신이 어렵고 힘들 때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백설공주는 오랜만에 일곱 난쟁이들을 만나자 반가웠지만, 왕자가 자신을 버렸다는 설움이 복받쳐 그들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습니다.

 백설공주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일곱 난쟁이들에게 말했지요.

 

 "왕자님은 이제 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어떻하지요? 마법이라도 부려 왕자님의 마음을 되돌려 놓고 싶어요."

 하지만 일곱 난쟁이들은 마법사가 아니었습니다.

 

 "공주님, 걱정 마십시요. 이제 우리가 공주님을 돌봐드리겠습니다."

 백설공주가 원한 답은 그것이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일곱 난쟁이와 예전처럼 함께 살게 되었지요.

 

 

 어느 날 왕자의 기사들이 백설공주를 찾아왔습니다.

 백설공주는 기사들이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여 기뻐하였지요.

 하지만 기사들은 백설공주에게 이혼 서류를 가져와 이혼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공주님, 저희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희는 왕자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왕자의 기사들은 예전부터 백설공주에게 충성하였지만, 왕자의 기사들도 왕자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기사들은 왕자의 편지를 백설공주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백설공주, 그대는 무엄하게도 아무 말도 없이 떠났을 뿐만 아니라 왕세자비의 몸으로 7남자와 함께 사니 이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오. 이제 그대와의 모든 인연은 끝났으니 이혼 서류에 서명하시오.'

 왕자의 편지를 읽은 백설공주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왕자의 배신감에 화가 나서 이혼 서류에 서명하였지요.

 왕자의 기사들은 백설공주에게 인사를 올린 후에 궁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왕자와 이혼하게 된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과 예전처럼 살았는데, 일곱 난쟁이들은 항상 백설공주를 행복하게 만드려고 노력하여 백설공주는 예전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지요.

 

 어느 날 일곱 난쟁이 중 한스라는 난쟁이가 찾아와 백설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공주님, 공주님이 떠난 후에 저는 정말 공주님이 그리웠어요."

 "저도 여러분들이 그리웠어요."

 "공주님... 우리들 중 누가 가장 그리웠나요? 말해 줄 수 있나요?"

 "네? 그게 무슨 말이지요? 누구를 가장 그리워했냐구요?"

 "네, 공주님. 저희들 중 누가 가장 그리웠는지 말씀해 주실 수 없나요?"

 "그건..."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을 하나의 가족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그리운 난쟁이는 없었지요.

 백설공주에게 일곱 난쟁이들은 일곱명의 형제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던 백설공주는 한스가 자신을 여자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백설공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한스는 포기하지 않고 백설공주에게 일곱 난쟁이들 중에 누구를 더 그리워했는지 물었지요.

 

 어느 날 한스는 백설공주에게 물었습니다.

 "공주님, 우리 중 누구를 가장 사랑하세요?"

 백설공주는 한스가 노골적으로 사랑하냐고 묻자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세요.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 같은 난쟁이를 어느 여자가 사랑하겠어요?"

 

 백설공주의 매정한 말에 상처를 받은 한스는 떠나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백설공주는 여섯 난쟁이들과 살게 되었지요.

 백설공주는 한스가 떠난 이후로 한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한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지요? 늑대에게 잡혀 먹힌 것은 아닐지. 그 날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어. 다시 만나면 사과할텐데.'

 

 한스가 걱정이 된 백설공주는 왕자의 기사들에게 한스가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여 한스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 밀을 타고 찾아갔습니다 

 "한스, 보고 싶었어요. 그래요, 당신이 가장 그리웠어요. 이제 됬나요?"

 "아니요. 되지 않았어요. 공주님, 저는 공주님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이러지 마세요."

 

 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백설공주는 한스에게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한스는 돌아가기를 거절한 후에 말했지요.

 "공주님, 공주님이 떠난 후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공주님이 없는 세상은 암흑같은 어두운 세상이라는 사실을... 언젠가 다시 공주님이 떠나면 저는 다시 암흑같이 어두운 세상에서 살아야 되겠지요. 그러느니 차라리 여기 있겠어요."

 

 백설공주는 한스의 고집을 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아온 후에 여섯 난쟁이들에게 맡겼지요.

 여섯 난쟁이들은 한스를 설득했지만, 한스는 고집을 꺽지 않았지요.

 "공주가 어떻게 니 짝이 될 수 있어? 바보처럼 행동하지마."

 하지만 한스는 고집을 꺽지 않아 여섯 난쟁이들은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지요.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좀 해보세요."

 "방법이 없어요.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데, 저러다가 늑대에 잡혀 먹혀도 할 수 없지요."

 백설공주는 늑대에 잡혀 먹힐 수도 있다는 말에 몹시 걱정이 되어 생각했습니다.

 '다시 가서 설득해 보자. 혹시라도 늑대에게 물려 죽으면...'

 

 

 겨울이 되자 백설공주는 한스가 크게 걱정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한스가 어떻게 추위를 견뎌내는지 더욱 걱정이 되었지요.

 어느 날 백설공주가 찾아가니, 한스는 열병이 났으면서도 땔감도 없이 추운 집에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바보, 어떻게 하면 돌아올건가요? 제가 떠날까요?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공주님, 이제 저는 얼마 못살거예요. 그러니 떠나지 마세요."

 백설공주가 한스를 보니 열병이 심해 곧 죽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백설공주는 한스를 억지로 말에 태운 후에 의원에게 데려갔지요.

 

 백설공주는 한스가 아파서 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한스가 예전에 자신에게 한 말들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공주님이 없는 세상은 암흑같이 어두운 세상같았어요...'

 백설공주는 한스의 옆에서 간호하다가 한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습니다.
 결국 백설공주는 한스에게 모성애를 느껴 한스가 죽지 않는다면, 한스와 결혼할 결심을 하였지요.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거야. 그래, 한스와 결혼하자. 만약 한스와 결혼하면 나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랑해 줄꺼야.'

 일주일이 지나자 한스의 병은 더욱 위독해졌습니다.

 한스의 병이 더 심해지자, 백설공주는 자신의 마음을 한스에게 고백했지요.

 "한스, 제말 죽지 마세요. 죽으면 나와 결혼할 수 없쟎아요."

 

 한스는 백설공주의 고백을 듣자 어디선가 힘이 솓구쳐 며칠 만에 병이 나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스의 백설공주에 대한 짝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었지요.

 백설공주는 한스를 데려온 후에 여섯 난쟁이들에게 한스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습니다.

 

 여섯 난쟁이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랐지만, 백설공주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백설공주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여섯 난쟁이들은 백설공주가 한스와 결혼하면 백설공주와 함께 살 수 있어 잘된 일이라는 생각에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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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줄거리 - 영희의 첫사랑이었던 희성이는 영희가 재벌 2세인 현성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영희에게 찾아와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영희는 희성이에게 철수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아직도 영희를 좋아하는 희성이는 영희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지만, 영희는 철수와 사귀고 있었기 때문에 희성이의 고백을 거절했습니다.


 여자의 선택 - 여름방학의 추억

 

 영희는 철수와 희성 중 누가 자신을 더 사랑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철수와 희성... 둘 중 누가 나를 더 사랑할까? 철수겠지? 그럴거야...'
 영희는 비록 희성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해도 얼마가지 않아 희성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성에게는 두살 어린 여동생 혜정이 있는데, 영희는 혜정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희가 희성과 만날 때 자주 어긋장을 놓았었지요.
 희성은 영희와 놀러갈 때 혜정을 자주 데려갔는데, 혜정은 영희와 희성이 한창 재미있게 놀면 집에 가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를 깼었습니다.

 희성은 여동생이 나이가 어려 혼자 집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여동생이 집에 가겠다고 하면 영희에게 그만 돌아가자고 했지요.
 영희는 한창 재미있게 놀 때마다 훼방꾼 역활을 했던 혜정이 얄미웠지요.
 '혜정아, 왜 그랬니? 이 언니가 니 오빠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니?'

 영희는 희성이 여동생 혜정이 생각나자, 만약 자신이 희성과 사귄다면 혜정이 다시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지요.
 영희가 희성이를 포기하고 철수의 고백을 받아준 결정적인 이유도 혜정이와 다시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영희는 아직도 혜정이가 당시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자신이 희성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 심통을 부려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혜정이라고 해도 그렇게 멋진 오빠가 다른 여자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을지 모르지. 여자 마음은 나 자신도 모르겠어.'

 영희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였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새벽이 되서야 잠이 들었지요.

 
 다음 날 아침...
 영희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아침 10시가 넘었습니다.
 '철수는 지금쯤 보충수업을 하고 있겠지. 근데, 나는 혼자 자고 있었구나. 철수야, 미안해.'
 
 영희는 철수에게 희성을 만난 사실을 말하지 않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희성과의 비밀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할 수 없었지요.
 영희는 연인들사이라고 해도 첫사랑이 찾아온 일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찾아간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말하면 희성이가 좋아하지 않을거야. 철수에게도 좋지 않고...'

 영희는 일어나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
 "그래, 어제 많이 피곤했니? 네가 모처럼 늦잠을 잤구나. 그래, 요즘 많이 피곤했을텐데... 푹 자서 다행이구나. 이미 다 준비했으니 어서 식사해라."
 "네, 잘 먹겠습니다."

 영희는 식사를 한 후에 피아노 학원에 갔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온 영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들을 차례로 연주하였지요.
 어려서부터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좋아한 영희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피아노 소나타를 쳤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서 희성과 함께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추억이 기억나서 오히려 마음이 더 산란해졌습니다. 

 영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희성과 친하게 지낸 것도 희성과 함께 영희가 지금 다니는 피아노 학원을 함께 다녔기 때문이었지요.
 희성은 남자였지만 보기드물게 피아노를 아주 잘 쳤습니다.
 학교 음악 시간이 되면 때로는 희성이, 때로는 영희가 선생님을 대신해서 쳤는데, 영희의 반친구들은 희성이가 더 잘친다고 말할 정도로 희성의 피아노 실력은 대단했었지요.

 사실 피아노 연주실력은 지금이나 그때나 영희가 월등히 나았지만, 영희는 가요는 거의 쳐보지 않았는데 희성은 가요를 잘 쳤기 때문에 영희의 반친구들이 보기에는 희성이 더 잘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영희의 반친구들은 영희가 가요를 연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악보만 있으면 영희도 가요를 연주할 수 있었지만 좋아하지 않아 연주하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영희는 갑자기 6년전 어느 날 지금 이 피아노 학원에서 희성과 함께 가요를 연주한 일이 기억났습니다. 
 어느 여름방학 날에 영희는 아침 일찍 피아노 학원에 갔는데, 거기에는 희성만 있었지요. 
 희성은 악보를 보면서 가요 한곡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가사까지 따라 부르면서 연주했지요.
 연인들의 슬픈 이별을 노래한 가요였습니다. 

 가사의 슬픈 내용이 영희의 마음에 와닿아 영희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지요.
 연주를 마친 희성은 영희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영희야, 너 우니?"
 "아니... 우는게 아니라...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어서..."
 "아이참... 여자들은 도데체... 노래듣고 왜 우는지 모르겠어."

 영희는 희성이 '여자들'이라고 말하자, 자신 이외 누가 희성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울었는지 궁금해졌지요.
 "나 말고... 누가 울었는데? 니 여동생 혜정이?"
 "어... 어제 집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그랬구나... 근데... 난 운게 아니야... 그냥..." 

 영희는 애써 울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럼, 눈에 먼지라도 들어간거니?"
 희성은 영희가 눈물을 흘리자 영희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려고 농담을 했지요.
 영희는 이러한 희성이 고마운 생각이 들어 희성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희성은 자신이 영희를 울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가요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듀엣곡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이전 노래와는 달리 연인들의 사랑을 노래한 가요였는데, 희성이 영희에게 말했지요.

 "영희야, 이거 같이 부르자. 내 여동생하고 자주 부르던 건데, 재미있을거야." 
 "좋아..."
 영희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지요.
 
 희성은 목소리가 좋아 피아노를 치면서도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영희도 악보를 보면서 희성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지요.
 영희와 희성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영희는 희성과 함께 듀엣으로 사랑을 노래한 가요를 부르자 미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희성이 영희에게 물었지요.
 "어때? 기분이 조금 낫니?"
 "어... 좋아졌어..."
 
 영희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 적이 거의 없었는데, 희성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잘 부르자 신기한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너 참 잘 치는구나. 난 노래하면서 피아노 못치겠던데..."
 "잘하긴... 이 노래하고 그 노래만 잘 쳐. 내가 좋아해서 자주 쳐서... 너도 여러번 치면 눈감고도 칠 수 있을거야." 

 영희는 희성이 자신을 웃기려고 하는 말인 것 같아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눈감고 어떻게 치니?"
 "왜 못쳐? 난 눈감고 칠 수 있는데?"
 "진짜?"
 "진짜... 내기 할래?"
 
 영희는 희성이 자신있게 말하자 호기심이 생겨 말했지요.
 "내기? 좋아. 뭘로 할까?"
 "날씨도 더운데, 아이스크림 사주기 어때?"
 "좋아."
 
 영희는 지갑에 돈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성은 눈을 감고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눈을 감고 연주하니 제대로 될리가 없었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자신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위해서 일부러 이길 수 없는 내기를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이상하다. 오늘따라 왜 안되지. 어제 꿈에서는 잘쳤는데..."
 "꿈에서는 잘쳤다고? 너 꿈꾸다 왔니? 호호호..."
 영희는 희성의 농담에 웃지 않을 수 없었지요.
 희성이 영희에게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아이스크림 사올께."
 "아냐, 희성아. 난 괜챦아."
 "괜챦아도 먹어. 안 먹으면... 알지?"
 희성이는 영희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나가자 피아노에 앉아 희성이와 듀엣으로 부른 가요를 연주해 보았지요.
 그렇게 어려운 곡이 아니라서 영희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영희가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던 희성이 들어오면서 영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지요.

 이렇게 해서 영희와 희성은 다시 가요를 듀엣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영희가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지요.
 영희는 사랑을 노래한 가요를 희성과 함께 부르자 왠지 모르게 미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희성이 연주했을 때도 조금 이상한 감정이 들었는데, 지금의 감정은 그때보다 더 이상하고 미묘했지요.
 
 가슴이 뛰는 것 같기도 하고 손이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영희는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져 더이상 연주를 할 수 없었지요.
 영희가 연주를 중단하자 희성이 영희에게 말했습니다.
 "그만하고 우리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녹겠다."
 영희는 희성의 '우리'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래였습니다.

 희성이는 사온 아이스크림 하나를 영희에게 건네주었지요.
 "고마워. 잘 먹을께."
 영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희성에게 받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지요.
 



 여자의 선택 1 ~ 31 줄거리

 

 영희는 남학생들에게 인기많은 예쁜 여학생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영희를 짝사랑했던 철수는 고 2 겨울방학 크라스마스날 영희에게 고백했는데,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며 유학을 준비하던 영희는 철수의 진실한 고백에 감동하여 유학가기전까지 철수와 만남을 가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철수를 만난 이후로 행복해진 영희는 유학을 연기하고, 철수가 군대에 갈 때 유학을 갈 생각을 할 정도로 철수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유학을 포기하면 재수를 해야되는 현실적인 문제와 변호사가 되겠다는 철수의 꿈에 자극받아, 결국 영희는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희의 아버지 회사의 회장 아들인 현성이 영희를 좋아하게 되어 삼각관계에 빠졌지만, 현성은 영희가 고3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영희의 아버지에게만 영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해 영희는 현성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지요.

 

 현성은 영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영희를 재벌2세들이 만든 유학생 모임에 초대했는데, 현성의 동생 연주는 파티에 오기로 했던 피아니스트가 오지 않자 영희에게 대신 피아노 연주를 시켰습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좋아하여 눈감고도 치는 영희는 파티장에 모인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파티장의 신데렐라가 되었지요.

 

 파티장의 신데렐라가 된 영희는 현성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소문을 들은 영희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첫사랑 희성이 영희의 소문을 확인하기 위하여 영희를 찾아왔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자신을 좋아하여 소문을 확인하려고 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철수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희성에게 말했지요.

 철수와 사귀고 있다는 영희의 말에도 희성은 포기하지 않고 영희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습니다.

 영희는 자신의 첫사랑인 희성의 고백을 받자 마음이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철수와의 의리를 생각해 희성의 고백을 거절했지요.

 집으로 돌아온 영희는 갑자기 철수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화를 걸었는데, 영희가 느끼기에 철수의 사랑은 확실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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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편의 줄거리 - 영희의 아버지 회사의 회장인 현성의 아버지는 현성이 영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영희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현성의 아버지와 영희의 부모님은 영희가 지금은 고3이니 영희가 고3을 마친 후에 현성과 영희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영희는 이 사실을 몰랐지요.
 하지만 현성의 아버지가 경호원을 이끌고 요란하게 영희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에 영희가 현성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게 되었지요.

 영희에 대한 소문은 영희의 첫사랑이었던 희성의 귀에도 들리게 되었습니다.
 희성은 아직도 영희를 좋아했기 때문에 영희를 찾아와 소문에 대해서 물었지요.
 영희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희성에게 말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쁜 표정을 지었지요.


 영희의 첫사랑 


  
 희성은 영희가 재벌2세와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을 듣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찾아와서 할 말은 하지 않고, 말을 돌려서 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요.

 하지만 영희는 희성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희는 그동안 어두웠던 희성의 표정이 자신과 현성과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을 듣자 밝아지는 것을 보니 희성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희성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습니다.
 영희는 왜 이제와서 희성의 마음이 변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와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분명한 사실은 나는 철수를 사랑한다는거야. 희성이는... 과거일뿐이야. 그런데 희성이한테는 무어라고 말하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상처를 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서 저러는게 아닐지도 모르쟎아. 그런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영희는 희성이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참 고민 끝에 영희는 희성에게 말했지요.

 "희성아, 나 요즘 만나는 사람있어."
 "만나는 사람? 누구..."
 희성은 영희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당황하면서 말했습니다.
 영희는 희성에게 자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비밀은 아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데... 내가 너한테 나의 사적인 일까지 말해야 될 이유가 있니?"
 "궁금해서... 말해주면 안되니?"
 "안될 건 없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말해줄래?"
 "내가 왜 말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니?"
 "어..."
 "누군데?"

 영희는 희성이가 집요하게 묻자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희성이 자꾸 묻자, 영희는 반발 심리가 생겨 더 말하기 싫어졌습니다.

 "알아서 뭐하려고..."
 "철수지?"
 "뭐?"

 영희는 희성이가 철수냐고 묻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희성은 영희가 놀래자, 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 알자,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요.
 둘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자신이 철수와 만나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아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희성은 둘 사이에 흘렀던 침묵을 깨고 말했지요.
  
 "영희야, 걱정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테니. 내 성격 잘 알쟎아. 난 남의 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
 "고마워."
 고맙다는 영희의 말은 철수와의 만남을 인정하는 말이었지요.

 희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잠시 감았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어떻게 둘의 만남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희성이 눈을 감자 묻지 못한 채 희성의 얼굴을 쳐다보았지요.
 희성이 눈을 뜨자 영희와 희성의 눈이 마주 쳤습니다.
 영희는 희성과 눈이 마주 치자 어색한 표정으로 희성에게 물었지요.
 
 "근데, 어떻게 알았니?"
 "그냥..."
 "말해주면 안되?"
 "안되는 건 아니지만..."

 방금전까지만 해도 희성이 영희에게 이런 방식으로 물었는데, 지금은 주객전도가 되어 영희가 희성에게 묻고 있지요.
 영희는 희성이 말해주지 않자 조금 삐진 표정을 지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삐진 표정을 하자 말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내 여동생 친구가... 너하고 철수하고 만나는 것 같다고 했어. 나는 그녀가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었네? 넌 어째... 꼭 탐정처럼 그러니?"
 "미안해..."

 영희는 희성이 기운이 빠진 듯이 말하자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요.
 "미안하기는... 내가 말투가 좀 그래서... 너두 알쟎아..."
 "그래... 니 말투... 나도 알아..."
 영희는 희성이 힘없는 소리로 '니 말투'라고 말하자 뭔가 느끼는 점이 있었습니다.

 영희는 초등학교 때 희성을 좋아했지만, 자주 희성에게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부치곤 했지요.
 영희 자신도 왜 그러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막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성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지요.
 영희는 희성이 자신만 좋아해주길 바랬지만, 친절한 희성은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항상 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동네 여학생들, 예전의 같은 반 여학생들, 여동생 친구들... 수많은 여자들에게 친절했기 때문에 영희는 항상 그점이 못마땅하여 희성에게 자주 짜증을 냈었지요.

 비록 5,6 년전 일이지만, 영희는 희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그러한 말투가 희성에게 상처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영희는 희성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우리... 5년 전에...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야구장도 같이 가고...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겠지. 정말 좋은 시절이었어. 요즘 처럼 공부하느라 피곤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내가 고3인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엇그제가 초등학교 때 같은데... 이제는 유학준비, 수능준비, 거기에 헛소문까지... 정신이 없네."

 영희는 정말 초등학교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수능걱정이나 유학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시절... 부모님은 젊었고 세상이 모두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그 시절이 그립지 않을 수 없었지요.
 영희가 추억을 떠올리는 말에 희성도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도 그때가 그리워... 영희... 너 그 때... 참 예뻤는데... 귀엽고... 하하..."
 "지금은... 안 예쁘니?"
 
 영희는 희성이 자신이 초등학교 때 '참 예뻤는데... 귀엽고'라고 말하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제는 예쁘지 않다는 말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었습니다.
 
 "지금도 예쁘긴 하지만... 그 때는... 참... 귀여웠어... 글쎄... 솔직히 언제가 더 예쁜지 모르겠다... 철수에게 물어봐. 그 때와 지금 중 언제가 더 예쁜지... 아마도 그 애는 지금이 더 예쁘다고 말하겠지. 이제 자기 여자친구가 되었으니까."
 "철수는..."
 "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지?"
 "너 심리학자니? 어떻게 그렇게 사람 마음을 잘 알아?"
 "글쎄... 잘 알긴... 난 여자 마음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로... 예전에는 여자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완전한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내 여동생 마음도 잘 모르는 걸... 가끔 이런 식으로 추측이 맞으면 여자 마음을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겠어."

 희성은 자신도 모르게 영희를 쳐다보았습니다.
 희성의 눈빛은 마치 '영희야, 그동안 내가 니 마음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영희는 희성의 눈빛에서 희성이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
 
 그동안 '여자의 선택' 1~40을 포스팅했는데, 처음부터 보시지 못해 줄거리가 잘 파악되지 않으시는 분을 위해서 몇 차례의 특별회를 통해서 지난 이야기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여자의 선택' 특별회 1편으로 '파티에 간 영희'를 포스팅합니다.


 여자의 선택 - 이전 줄거리

 
 고3인 영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의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었습니다.
 영희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서 유학비를 대주는 장학생 프로그램의 장학금의 혜택으로 미국에 유학갈 것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이 결정되자 영희는 초등학교 때의 친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희성이에게 전화해서 자신이 유학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희성은 학원에 늦게까지 다니느라 시간이 맞지 않아 연락하지 못했지요.

 희성이 연락하지 않자 영희는 희성의 친구이자 자신을 짝사랑하는 철수에게 희성이에게 전화해줄 것을 재차 부탁했지만, 매일 학원에서 늦게 왔던 희성이는 영희가 한번 만나자고 하는 줄 알고 영희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영희는 희성이가 연락하지 않자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상처받았는데, 철수에게는 자신이 유학간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지요.

 영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유학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철수는 크리스마스에 영희에게 고백했는데, 영희는 유학에 대한 두려움과 희성이의 무연락으로 받은 상처, 철수의 진심 등의 이유로 철수의 고백을 받아주게 되었지요.
 영희와 철수는 영희의 생일과 발렌타인데이와 회아트데이를 거쳐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영희의 아버지는 회사의 화장님의 아들인 현성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현성도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영희가 내년에 유학갈 것이라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어 영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현성은 영희를 보자 영희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첫눈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영희를 사랑하게 된 현성은 영희에게 재벌 2세들의 파티에 초대하였고, 영희는 유학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파티에 참석하였지요.



 파티에 간 영희

 

 파티장에 들어선 영희는 파티의 규모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영희는 컨벤션 센터를 통채로 빌려서 파티를 하는 것을 처음보았는데,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패션쇼에 온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현성 오빠가 아는 여자일까?'
 영희가 파티의 규모에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을 때, 현성이 예쁜 아가씨와 함께 영희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영희야, 와주어서 고마워. 얘가 내 여동생 연주야."
 "만나서 반가워요."
 "만나서 반가워. 날 그냥 연주 언니라고 부르렴."
 "네, 연주 언니"
 "연주야, 영희 좀 네가 보살펴 줘라. 영희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소개도 좀 시켜주고... 난 잠시..."
 "어, 오빠... 내가 잘 돌봐줄께..."
 
 영희는 회장님의 남매가 자신에게 이토록 친절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무튼 이들의 친절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희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파티장에 온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여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였는데, 모두 모델처럼 화려한 의상을 하고 있었지요.

 "요즘 공부는 잘 되니?"
 연주는 영희와의 어색한 적막을 깨기 위해서 영희에게 물었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유학생이거나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애들은 아니야. 그냥 오빠가 아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성 오빠가 초대한 사람들이예요?"
 "모두 그런 건 아니고... 현성 오빠의 친구의 친구처럼... 오빠가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렇군요."

 영희는 파티의 규모를 보니 장소며 그 비용만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희야, 이제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자. 식사 후에 내가 내 친구들과 내 후배들을 소개시켜줄께."
 "네..."

 연주가 자리에 앉자 영희도 따라 앉았습니다.
 "영희야, 음식은 셀프야. 같이 가자."
 "네..."
 연주는 영희의 표정이 경직된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너... 수줍음을 많이 타는구나."
 "조금..."

 연주와 영희는 쟁반에 음식을 담은 후에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지요.
 연주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영희에게 물었습니다.
 "너... 남자친구 있니?"
 "아니요, 없어요..."
 "없으면... 내가 소개시켜 줄까?"
 "고3이 무슨..."
 "근데... 영희 너 참 예쁘다... 하긴... 한창 예쁠 때지... 나도 너만한 나이 때는 너처럼 예뻤어."
 "언니가 저보다 더 예쁘시면서..."
 "아니야... 영희는 정말 예뻐...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는 걸... 오빠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모델인 줄 알았을거야. 지금 여기 모델들 많이 있거든..."
 "어쩐지... 여자들이 꼭 모델같더니... 모델 같은게 아니라 모델이었군요."

 순간 영희는 한 미모의 여성과 눈이 마주 쳤습니다.
 그 미모의 여성은 영희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는데, 영희는 그 미모의 여성을 어디서 본 것 같아 연주에게 물었습니다.
 "연주 언니, 저기... 앉아 있는 언니는 누구지요? 어디서 본 거 같아서..."
 "혹시 티비에서 못 봤니? 3년 전 미스 코리아 진인데..."
 "아... 이제 생각나요. 고현주...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예쁘네요."
 "난 잘 모르겠던데... 내가 보기엔 영희 니가 더 예쁜 것 같은데..."
 "언니... 농담도 잘 하세요..."

 영희는 연주에게 뜻밖의 칭찬을 듣자 수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실... 미스 코리아도 별거 아닌 것 같아. 화장 안한 모습보면..."
 "그거야... 언니가 예쁘니까 그렇게 생각이 드시는거지요."
 "나... 정말 예쁜 것 같아?"
 "네... 언니... 정말 예쁘세요. 미스 코리아 나가셔도 될 것 같아요."

 영희는 반농담 반진심으로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연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마워..."
 "뭘요, 언니 정말 예쁘세요. 전 언니가 너무 부러운걸요."

 연주는 영희의 말에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영희... 너도 화장하면 지금보다 훨씬 예쁠거야. 나중에 내가 화장 예쁘게 하는거 가르쳐 줄께."
 "정말요? 듣기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이 때 미스 코리아라는 여자가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니? 나도 좀 끼여줄래?"
 "아... 앉아. 현주야, 얘는 영희야. 우리 아버지 친구 분의..."
 영희의 아버지와 현성, 연주 남매의 아버지는 나이 차이도 많았고 친구도 아니었지만, 연주는 영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스 코리아라는 여자는 영희에게 웃으면서,
 "나는 현주야. 만나서 반가워..."
 "저도 정말 반가워요. 이렇게 가까이서 뵈니 너무 아름다우세요."
 "고마워... 근데, 영희... 너도 정말 예쁜데... 너도 미스 코리아 나가라... 내가 밀어줄께."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영희는 티비에서만 보던 미스 코리아를 가까이서 보니 갑자기 자신이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주 옆에 앉은 현주는 연주에게 귀속말로 무엇인가 말했는데, 연주 역시 귀속말로 무엇인가 말했지요.
 영희는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엿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둘이서 속삭이는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사를 마친 영희는 자기도 모르게 파티장을 둘러 보게 되었지요.
 조금 전까지는 보지 못했는데, 무대로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마이크가 있었고 옆에는 피아노가 있었는데, 영희는 피아노가 대단히 고급스러운 명품 피아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영희의 집이나 학교에 있는 피아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현주와의 이야기를 마친 연주는 영희를 쳐다보았는데, 영희의 시선이 피아노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영희야, 무얼 그렇게 쳐다보니?"
 "아니... 피아노가 정말 좋아 보여서요. 근데, 저 피아노는 여기 왜 있어요."
 "맞다, 내 정신 좀 봐... 저 피아노 치워야 하는데..."
 "왜? 저거 스타인웨이 피아노던데? 저 비싼 피아노를 여기까지 가져온 이유가 있을텐데..."
 "사실은...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청했는데... 오늘 못온데... 저걸 치울 생각을 못했네."
 "니가 한번 폼이라도 잡아보지 그러냐. 1억짜리 피아노 소리가 어떤지 좀 들어보게."
 "1억이요?"
 "몰랐니? 저 피아노 1억 가까이 될껄?"
 영희는 피아노 한대가 1억 가까이 된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연주는 일어나서 누군가에게 식사 후에 피아노를 치우라고 말한 후에 다시 돌아왔지요.
 영희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쳐다보자 연주는 문득 영희의 피아노 실력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영희야, 너 피아노 잘 치지? 한번 쳐봐."
 "아니예요. 사람들 앞에서 칠 정도의 실력도 안되요."
 "아니야, 대학에서 실기시험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 쳐봐."

 연주는 영희의 손을 끌고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파티장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연주가 여고생으로 보이는 소녀의 손을 끌고 피아노 쪽으로 가자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되었지요.

 "언니, 저 피아노 잘 못쳐요."
 "내 말대로 해. 알겠어?"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자란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영희에게 명령조로 말했지요.
 영희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더이상 마다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주는 마이크를 잡고,
 "얘들아, 잠깐만 주목해줘. 얘는 이영희라고 내가 아끼는 동생인데...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할 예정이야.  
아직 학생이라서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래성은 충분히 있어 내가 후원해줄 예정이니까 앞으로 지켜봐줘. 박수!"

 순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났습니다.
 파티장의 남자들은 영희가 예쁜 것을 보고 호기심으로 쳐다보았고, 파티장의 여자들은 영희가 현성과 어떤 관계인지 의구심을 가진 눈빛으로 쳐다보았지요.

 영희는 갑작스러운 연주를 하려니 긴장되었지만, 침착하게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영희는 검은 피아노와 매칭되면서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지요.
 영희는 마치 백조가 날개짓을 하듯이 피아노를 치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영희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파티장은 박수와 함성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영희는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에 어쩔 줄 몰라 연주를 쳐다 보았지요.
 연주는 영희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후에 박수를 쳤습니다.
 연주를 마친 영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영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중들은 영희에게 앵콜을 외치면서 박수를 쳤지요.

 청중들의 놀라운 반응에 당황한 영희는 연주를 다시 쳐다보았는데, 연주는 영희에게 한 곡 더 연주하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영희는 눈감고도 칠 수 있는 모짜트르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연주하기 위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영희가 자리에 앉아 파티장은 다시 조용해지게 되었지요.

 영희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희가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자 청중들은 숨을 죽이고 영희의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였지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영희의 모습은 백조처럼 우아하고 천사처럼 아름다워 청중들의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모짜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영희의 손길은 쉴새없이 바빴지만, 영희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피아노 연주를 보는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영희가 피아노 연주를 마치자 파티장은 다시 한번 박수와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습니다.

 연주를 마친 영희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청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친 영희는 청중들의 반응이나 연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영희야, 너무 잘했어. 너 정말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 같았어."
 연주는 영희가 자리에 돌아오자 영희의 손을 붙잡으면서 그녀를 칭찬했지요.
 현주도 영희의 어깨를 살짝 치면서 말했습니다.
 "영희야, 나 정말 감동먹었어. 어쩌면 그렇게 피아노를 잘치니? 완전히 프로같더라."

 파티장이 영희의 피아노 연주로 들떠있을 때, 현성이 마이크를 잡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이영희 씨의 연주를 잘 감상하셨나요? 이제 피아노 연주가 끝났으니 다시 예전처럼 친구분들과 이야기 나누시면서 좋은 시간 계속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영희의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는 현성의 말에 남자들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자들은 미소를 띄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잠시 중단했던 대화를 다시 하기 시작했고, 파티장은 예전처럼 다시 산만하고 소란스럽게 되었습니다.

 현성은 사람들에게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는 공고를 한 후에 연주 일행이 앉은 자리로 다가왔는데, 마침 영희의 옆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현성은 영희의 옆자리에 앉았지요.
 영희는 현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오늘의 멋진 경험은 모두 현성 덕분이라는 생각에 현성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현성 오빠, 저 어땠어요?"
 "아주 완벽했어. 유명 피아니스트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는걸."
 "감사해요."
 
 현성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현주는 영희와 현성의 대화에 끼여들며,
 "오빠가 영희를 잘 키워주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영희는 이미 우리 회사의 유학 프로그램에 의해서 장학생에 선정되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구나."

 영희는 현주의 말이 고마웠지만, 왠지 진심이라기 보다는 건성으로 하는 말처럼 들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지요.
 연주가 현주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영희는 내가 돌봐줄테니 걱정마."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
 영희는 현성, 연주, 현주 모두 자신을 칭찬하자 한꺼번에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지요.
 
 오늘 영희에게 벌어진 모든 일은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놀라운 규모의 화려한 파티, 청중들 앞에서 펼친 피아노 연주, 청중들의 우뢰같은 함성과 박수 등 모두 영희에게는 꿈 속에서 벌어진 일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지요.
 게다가 자신의 옆자리에 회장님의 남매와 미스 코리아가 앉아 있다는 사실도 영희에게는 꿈만 같았습니다.

 우연희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영희는 철수를 만난 후에 행복해졌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철수를 만난 후에 찾아온 마음속의 행복과 자신감이 오늘의 꿈만 같은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에 영희는 철수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수야, 난 이제 너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 네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디선가 행복이 밀려오는 느낌이 들어. 나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영희는 철수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자 갑자기 철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는 영희가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웃으면서 말했지요.
 "영희야, 피아노 연주하니 힘들지. 이제 좀 편한 마음으로 쉬어."
 현성은 영희의 식탁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자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나, 음식 좀 더 가져올께.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봐."
 "모두 같이 가자."
 연주의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과 음료수가 있는 쪽으로 갔지요.

 사람들은 영희와 연주의 일행을 보자 연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모두 영희에 대한 질문이었지요.
 영희는 오늘의 파티의 스타였습니다.
 오늘의 모두 영희를 위해서 기획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희는 파티장의 사람들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지요.

 사람들은 영희에게 어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어느 대학으로 유학갈 건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자매나 형제가 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을 영희에게 퍼부었습니다.
 사람들은 각각 하나씩의 질문을 영희에게 던졌지만, 영희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영희는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요.
 영희가 처음 파티장에 왔을 때 사람들은 영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제 영희는 파티장의 신데렐라가 되어 파티장의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던 영희에게 남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에 영희가 느끼는 감정은 예전과는 다른 것이었지요.
 영희는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가 된 기분이 들었고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영희에게 말을 걸면서 자신의 명함을 주었습니다.
 영희에게 자신의 명함을 준 여자들은 유학생이 아니면 모델이었는데, 대부분 20세 전후로 영희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었지요.
 영희의 드레스는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에 영희는 받은 명함들은 한쪽 손에 쥔 채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리에 돌아온 영희는 그동안 받은 사람들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 좋았지요.
 현성이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연주야, 잠깐만 나 좀 보자."
 연주는 영희와 현주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

 현주가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영희는 내가 돌봐줄테니까... 걱정말고 다녀와."
 자신을 돌봐주겠다는 현주의 말에 영희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감사해요. 현주 언니."
 현성과 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현성 남매가 자리를 비우자, 현주는 영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현성 오빠 어때? 너무 쿨하고 멋있지 않아?"
 "네, 그래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내 말은... 남자로서 어떠냐고."
 "네? 그게 무슨..."

 영희는 현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지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묻는거니? 현성 오빠, 남자로서 괜챦지 않냐고."
 "그게 무슨 말인지..."
 "너 혹시... 현성 오빠하고 사귀고 싶은 생각없니?"
 "그건... 현성 오빠가... 절 좋아할리가..."

 영희는 현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왜? 영희 넌 충분히 예쁘고 재능도 있는데..."
 "그건... 말도... 현주 언니처럼 예쁜 여자를 두고 왜 저를 좋아하겠어요. 전 나이도 어리고..."
 "넌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남자들은 너처럼 수줍으면서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운... 그런 여자를 좋아해. 오늘 니가 받은 명함 좀 봐라. 남자들이 다 너한테 관심있다는 말이쟎아."
 "이건... 그냥 예의상 준거 아닌가요? 전..."
 "예의상? 저도 참 순진하기는... 난 오늘 남자한테 명함 한개도 못받았는데..."
 "언니는 유명하니까... 그런거 아닐까요."
 "아니야, 나도 평소에는 너 정도는 아니라도 꾀 많이 받았어. 근데, 오늘은 남자들이... 니 눈치보느라고... 나한텐 안 준거지."
 "제 눈치요? 왜요?"
 "니가 나보다 좋으니까."
 "언니도 참...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래, 짐작일뿐이야. 하지만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질투도 나고... 그러네."
 "언니는 너무 대단하셔서... 남자들이... 쉽게 명함을 내밀지 못할거예요."
 "난 영희 네가 너무 부러워. 예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리고...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언니야 말로 예쁘고... 남자들한테 인기많으시면서..."
 영희는 현주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새 현주와 친해졌습니다.

 한편 파티장 밖으로 나간 현성 남매는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이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오늘 피아니스트가 오지 않았으니 피아니스트에게 주기로 했던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
 "오빠, 그게 말이되요? 영희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런 비싼 선물을..."
 "고등학생이라고 받지 못할 이유가 없쟎아."
 "오빠, 영희 그 애는 오빠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영희는 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야."
 "오빠, 혼자 김치국물 마시지 말고 포기하세요."

 현성은 연주가 영희를 포기하라는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근데, 왜 영희가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단정하는거지?"
 "영희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는데... 대답하는 표정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아마 있을거야. 전에 저녁식사했을 때도... 영희가 만난다는 친구가 남자같더라고..."
 "그걸 알고도 영희를 파티에 초대하셨어요?"
 "너도 영희를 좋아하쟎아."
 "전... 오빠가 그런 목적으로 영희를 초대한 줄 몰랐어요. 줄리아드에 진학할 것 같으니 한번 만나보라 하셨지만... 딴 말은 없었쟎아요."
 "미국에 돌아가면 외로울 텐데... 영희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겠어?"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오빠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오빠가 영희를 좋아한다면... 저는 중간에 끼여 힘들어 싫어요."
 "연주야. 이 오빠를 믿어. 이 오빠는 영희나 너를 절대 힘들게 하지 않을거야. 영희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깨끗이 포기할테니... 걱정마."
 현성은 영희에게 첫만남부터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도 예쁜 영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 반했는지도 모르지요.
 
 결국 연주는 오늘 파티에 오지 않은 피아니스트에게 선물할 예정이었던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는 현성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연주가 동의하자 현성은 영희의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영희를 바래다줄 테니 올 필요없다고 말씀드렸지요.
 
 
 연주가 현성이 영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오늘 파티가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현성이 연주에게 영희를 파티에 초대했으니, 영희가 오면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자 연주는 현성의 태도가 수상하여 현성에게 물었지요.

 "오빠, 왜 저더러 여고생 하나를 돌봐 달라는거예요? 오빠 그 애한테 관심있어요?"
 "관심있다기 보다는..."
 "오빠가 관심없으면... 제가 돌봐줄 필요가 있나요? 전 몰라요. 오빠가 알아서 하세요."
 연주는 오빠의 본심을 떠보기 위해서 오빠의 청을 거절했지요.
 "그래, 관심있어. 하지만... 나도 내 감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 왠지 자꾸 생각나구..."
 "파티에 초대는 왜 했어요?"
 "아는 분이 소개시켜줘서..."

 연주는 현성이 아는 분이 소개시켜줬다는 말에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선 본 거예요?"
 "영희는 몰라."
 "영희 아버지는..."
 "당연히 아시지... 내가 나 혼자 멋대로 영희를 만났겠어?"
 "영희 아버지는 아시는데... 영희는 모른다고요?"
 "영희 아버지께서... 영희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고3이라서... 시험 끝난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셔서..."
 "그럼... 시험 끝나고 하지... 왜..."
 "미리 얼굴을 봐두는 것이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아버지도 아세요?"
 "아버지께도 이야기가 다 됬어."
 "그럼 할 수 없지요. 제가 오늘... 영희를 돌봐주겠어요."

 영희와 현성이 저녁을 함께 한 그날...
 영희의 아버지께서 현성을 집에 데려온 것은 영희와 일종의 맞선을 보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영희는 영희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가 영희에 대한 이야기가 현성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현성은 자신의 인맥을 통하여 영희의 아버지께 영희를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지요.
 직장 상사로부터 현성의 의사를 들은 영희의 아버지는 회장님 아들의 나이가 많아 처음에는 놀랐지만, 일단 한번 만나보고 결정하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영희와 현성의 만남은 영희 자신은 현성을 왜 만난지도 모른채 이루어진 것이지요.

 영희의 어머니는 영희가 철수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그렇게 심각한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현성과 영희의 만남을 반대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영희의 어머니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근들어 정말 행복해 보이는 영희가 나중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영희의 부모님은 현성과 영희의 만남에 대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현성이 영희의 수능시험이 끝난 후에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