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자의 선택' 1~40을 포스팅했는데, 처음부터 보시지 못해 줄거리가 잘 파악되지 않으시는 분을 위해서 몇 차례의 특별회를 통해서 지난 이야기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여자의 선택' 특별회 1편으로 '파티에 간 영희'를 포스팅합니다.


 여자의 선택 - 이전 줄거리

 
 고3인 영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의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었습니다.
 영희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서 유학비를 대주는 장학생 프로그램의 장학금의 혜택으로 미국에 유학갈 것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이 결정되자 영희는 초등학교 때의 친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희성이에게 전화해서 자신이 유학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희성은 학원에 늦게까지 다니느라 시간이 맞지 않아 연락하지 못했지요.

 희성이 연락하지 않자 영희는 희성의 친구이자 자신을 짝사랑하는 철수에게 희성이에게 전화해줄 것을 재차 부탁했지만, 매일 학원에서 늦게 왔던 희성이는 영희가 한번 만나자고 하는 줄 알고 영희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영희는 희성이가 연락하지 않자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상처받았는데, 철수에게는 자신이 유학간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지요.

 영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유학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철수는 크리스마스에 영희에게 고백했는데, 영희는 유학에 대한 두려움과 희성이의 무연락으로 받은 상처, 철수의 진심 등의 이유로 철수의 고백을 받아주게 되었지요.
 영희와 철수는 영희의 생일과 발렌타인데이와 회아트데이를 거쳐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영희의 아버지는 회사의 화장님의 아들인 현성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현성도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영희가 내년에 유학갈 것이라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어 영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현성은 영희를 보자 영희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첫눈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영희를 사랑하게 된 현성은 영희에게 재벌 2세들의 파티에 초대하였고, 영희는 유학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파티에 참석하였지요.



 파티에 간 영희

 

 파티장에 들어선 영희는 파티의 규모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영희는 컨벤션 센터를 통채로 빌려서 파티를 하는 것을 처음보았는데,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패션쇼에 온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현성 오빠가 아는 여자일까?'
 영희가 파티의 규모에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을 때, 현성이 예쁜 아가씨와 함께 영희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영희야, 와주어서 고마워. 얘가 내 여동생 연주야."
 "만나서 반가워요."
 "만나서 반가워. 날 그냥 연주 언니라고 부르렴."
 "네, 연주 언니"
 "연주야, 영희 좀 네가 보살펴 줘라. 영희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소개도 좀 시켜주고... 난 잠시..."
 "어, 오빠... 내가 잘 돌봐줄께..."
 
 영희는 회장님의 남매가 자신에게 이토록 친절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무튼 이들의 친절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희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파티장에 온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여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였는데, 모두 모델처럼 화려한 의상을 하고 있었지요.

 "요즘 공부는 잘 되니?"
 연주는 영희와의 어색한 적막을 깨기 위해서 영희에게 물었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유학생이거나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애들은 아니야. 그냥 오빠가 아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성 오빠가 초대한 사람들이예요?"
 "모두 그런 건 아니고... 현성 오빠의 친구의 친구처럼... 오빠가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렇군요."

 영희는 파티의 규모를 보니 장소며 그 비용만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희야, 이제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자. 식사 후에 내가 내 친구들과 내 후배들을 소개시켜줄께."
 "네..."

 연주가 자리에 앉자 영희도 따라 앉았습니다.
 "영희야, 음식은 셀프야. 같이 가자."
 "네..."
 연주는 영희의 표정이 경직된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너... 수줍음을 많이 타는구나."
 "조금..."

 연주와 영희는 쟁반에 음식을 담은 후에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지요.
 연주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영희에게 물었습니다.
 "너... 남자친구 있니?"
 "아니요, 없어요..."
 "없으면... 내가 소개시켜 줄까?"
 "고3이 무슨..."
 "근데... 영희 너 참 예쁘다... 하긴... 한창 예쁠 때지... 나도 너만한 나이 때는 너처럼 예뻤어."
 "언니가 저보다 더 예쁘시면서..."
 "아니야... 영희는 정말 예뻐...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는 걸... 오빠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모델인 줄 알았을거야. 지금 여기 모델들 많이 있거든..."
 "어쩐지... 여자들이 꼭 모델같더니... 모델 같은게 아니라 모델이었군요."

 순간 영희는 한 미모의 여성과 눈이 마주 쳤습니다.
 그 미모의 여성은 영희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는데, 영희는 그 미모의 여성을 어디서 본 것 같아 연주에게 물었습니다.
 "연주 언니, 저기... 앉아 있는 언니는 누구지요? 어디서 본 거 같아서..."
 "혹시 티비에서 못 봤니? 3년 전 미스 코리아 진인데..."
 "아... 이제 생각나요. 고현주...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예쁘네요."
 "난 잘 모르겠던데... 내가 보기엔 영희 니가 더 예쁜 것 같은데..."
 "언니... 농담도 잘 하세요..."

 영희는 연주에게 뜻밖의 칭찬을 듣자 수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실... 미스 코리아도 별거 아닌 것 같아. 화장 안한 모습보면..."
 "그거야... 언니가 예쁘니까 그렇게 생각이 드시는거지요."
 "나... 정말 예쁜 것 같아?"
 "네... 언니... 정말 예쁘세요. 미스 코리아 나가셔도 될 것 같아요."

 영희는 반농담 반진심으로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연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마워..."
 "뭘요, 언니 정말 예쁘세요. 전 언니가 너무 부러운걸요."

 연주는 영희의 말에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영희... 너도 화장하면 지금보다 훨씬 예쁠거야. 나중에 내가 화장 예쁘게 하는거 가르쳐 줄께."
 "정말요? 듣기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이 때 미스 코리아라는 여자가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니? 나도 좀 끼여줄래?"
 "아... 앉아. 현주야, 얘는 영희야. 우리 아버지 친구 분의..."
 영희의 아버지와 현성, 연주 남매의 아버지는 나이 차이도 많았고 친구도 아니었지만, 연주는 영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스 코리아라는 여자는 영희에게 웃으면서,
 "나는 현주야. 만나서 반가워..."
 "저도 정말 반가워요. 이렇게 가까이서 뵈니 너무 아름다우세요."
 "고마워... 근데, 영희... 너도 정말 예쁜데... 너도 미스 코리아 나가라... 내가 밀어줄께."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영희는 티비에서만 보던 미스 코리아를 가까이서 보니 갑자기 자신이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주 옆에 앉은 현주는 연주에게 귀속말로 무엇인가 말했는데, 연주 역시 귀속말로 무엇인가 말했지요.
 영희는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엿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둘이서 속삭이는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사를 마친 영희는 자기도 모르게 파티장을 둘러 보게 되었지요.
 조금 전까지는 보지 못했는데, 무대로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마이크가 있었고 옆에는 피아노가 있었는데, 영희는 피아노가 대단히 고급스러운 명품 피아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영희의 집이나 학교에 있는 피아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현주와의 이야기를 마친 연주는 영희를 쳐다보았는데, 영희의 시선이 피아노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영희야, 무얼 그렇게 쳐다보니?"
 "아니... 피아노가 정말 좋아 보여서요. 근데, 저 피아노는 여기 왜 있어요."
 "맞다, 내 정신 좀 봐... 저 피아노 치워야 하는데..."
 "왜? 저거 스타인웨이 피아노던데? 저 비싼 피아노를 여기까지 가져온 이유가 있을텐데..."
 "사실은...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청했는데... 오늘 못온데... 저걸 치울 생각을 못했네."
 "니가 한번 폼이라도 잡아보지 그러냐. 1억짜리 피아노 소리가 어떤지 좀 들어보게."
 "1억이요?"
 "몰랐니? 저 피아노 1억 가까이 될껄?"
 영희는 피아노 한대가 1억 가까이 된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연주는 일어나서 누군가에게 식사 후에 피아노를 치우라고 말한 후에 다시 돌아왔지요.
 영희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쳐다보자 연주는 문득 영희의 피아노 실력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영희야, 너 피아노 잘 치지? 한번 쳐봐."
 "아니예요. 사람들 앞에서 칠 정도의 실력도 안되요."
 "아니야, 대학에서 실기시험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 쳐봐."

 연주는 영희의 손을 끌고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파티장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연주가 여고생으로 보이는 소녀의 손을 끌고 피아노 쪽으로 가자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되었지요.

 "언니, 저 피아노 잘 못쳐요."
 "내 말대로 해. 알겠어?"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자란 연주는 자신도 모르게 영희에게 명령조로 말했지요.
 영희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더이상 마다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연주는 마이크를 잡고,
 "얘들아, 잠깐만 주목해줘. 얘는 이영희라고 내가 아끼는 동생인데... 줄리아드 음대에 진학할 예정이야.  
아직 학생이라서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래성은 충분히 있어 내가 후원해줄 예정이니까 앞으로 지켜봐줘. 박수!"

 순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났습니다.
 파티장의 남자들은 영희가 예쁜 것을 보고 호기심으로 쳐다보았고, 파티장의 여자들은 영희가 현성과 어떤 관계인지 의구심을 가진 눈빛으로 쳐다보았지요.

 영희는 갑작스러운 연주를 하려니 긴장되었지만, 침착하게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영희는 검은 피아노와 매칭되면서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지요.
 영희는 마치 백조가 날개짓을 하듯이 피아노를 치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영희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파티장은 박수와 함성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영희는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에 어쩔 줄 몰라 연주를 쳐다 보았지요.
 연주는 영희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후에 박수를 쳤습니다.
 연주를 마친 영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영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중들은 영희에게 앵콜을 외치면서 박수를 쳤지요.

 청중들의 놀라운 반응에 당황한 영희는 연주를 다시 쳐다보았는데, 연주는 영희에게 한 곡 더 연주하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영희는 눈감고도 칠 수 있는 모짜트르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연주하기 위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영희가 자리에 앉아 파티장은 다시 조용해지게 되었지요.

 영희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희가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자 청중들은 숨을 죽이고 영희의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였지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영희의 모습은 백조처럼 우아하고 천사처럼 아름다워 청중들의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모짜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영희의 손길은 쉴새없이 바빴지만, 영희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피아노 연주를 보는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영희가 피아노 연주를 마치자 파티장은 다시 한번 박수와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습니다.

 연주를 마친 영희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청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친 영희는 청중들의 반응이나 연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영희야, 너무 잘했어. 너 정말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 같았어."
 연주는 영희가 자리에 돌아오자 영희의 손을 붙잡으면서 그녀를 칭찬했지요.
 현주도 영희의 어깨를 살짝 치면서 말했습니다.
 "영희야, 나 정말 감동먹었어. 어쩌면 그렇게 피아노를 잘치니? 완전히 프로같더라."

 파티장이 영희의 피아노 연주로 들떠있을 때, 현성이 마이크를 잡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이영희 씨의 연주를 잘 감상하셨나요? 이제 피아노 연주가 끝났으니 다시 예전처럼 친구분들과 이야기 나누시면서 좋은 시간 계속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영희의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는 현성의 말에 남자들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자들은 미소를 띄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잠시 중단했던 대화를 다시 하기 시작했고, 파티장은 예전처럼 다시 산만하고 소란스럽게 되었습니다.

 현성은 사람들에게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는 공고를 한 후에 연주 일행이 앉은 자리로 다가왔는데, 마침 영희의 옆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현성은 영희의 옆자리에 앉았지요.
 영희는 현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오늘의 멋진 경험은 모두 현성 덕분이라는 생각에 현성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현성 오빠, 저 어땠어요?"
 "아주 완벽했어. 유명 피아니스트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는걸."
 "감사해요."
 
 현성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현주는 영희와 현성의 대화에 끼여들며,
 "오빠가 영희를 잘 키워주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영희는 이미 우리 회사의 유학 프로그램에 의해서 장학생에 선정되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구나."

 영희는 현주의 말이 고마웠지만, 왠지 진심이라기 보다는 건성으로 하는 말처럼 들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지요.
 연주가 현주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영희는 내가 돌봐줄테니 걱정마."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
 영희는 현성, 연주, 현주 모두 자신을 칭찬하자 한꺼번에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지요.
 
 오늘 영희에게 벌어진 모든 일은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놀라운 규모의 화려한 파티, 청중들 앞에서 펼친 피아노 연주, 청중들의 우뢰같은 함성과 박수 등 모두 영희에게는 꿈 속에서 벌어진 일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지요.
 게다가 자신의 옆자리에 회장님의 남매와 미스 코리아가 앉아 있다는 사실도 영희에게는 꿈만 같았습니다.

 우연희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영희는 철수를 만난 후에 행복해졌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철수를 만난 후에 찾아온 마음속의 행복과 자신감이 오늘의 꿈만 같은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생각에 영희는 철수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수야, 난 이제 너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 네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디선가 행복이 밀려오는 느낌이 들어. 나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영희는 철수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자 갑자기 철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는 영희가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웃으면서 말했지요.
 "영희야, 피아노 연주하니 힘들지. 이제 좀 편한 마음으로 쉬어."
 현성은 영희의 식탁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자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나, 음식 좀 더 가져올께.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봐."
 "모두 같이 가자."
 연주의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과 음료수가 있는 쪽으로 갔지요.

 사람들은 영희와 연주의 일행을 보자 연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모두 영희에 대한 질문이었지요.
 영희는 오늘의 파티의 스타였습니다.
 오늘의 모두 영희를 위해서 기획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희는 파티장의 사람들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지요.

 사람들은 영희에게 어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어느 대학으로 유학갈 건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자매나 형제가 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을 영희에게 퍼부었습니다.
 사람들은 각각 하나씩의 질문을 영희에게 던졌지만, 영희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영희는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요.
 영희가 처음 파티장에 왔을 때 사람들은 영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제 영희는 파티장의 신데렐라가 되어 파티장의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던 영희에게 남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에 영희가 느끼는 감정은 예전과는 다른 것이었지요.
 영희는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가 된 기분이 들었고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영희에게 말을 걸면서 자신의 명함을 주었습니다.
 영희에게 자신의 명함을 준 여자들은 유학생이 아니면 모델이었는데, 대부분 20세 전후로 영희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었지요.
 영희의 드레스는 주머니가 없었기 때문에 영희는 받은 명함들은 한쪽 손에 쥔 채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리에 돌아온 영희는 그동안 받은 사람들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 좋았지요.
 현성이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연주야, 잠깐만 나 좀 보자."
 연주는 영희와 현주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

 현주가 연주에게 말했습니다.
 "영희는 내가 돌봐줄테니까... 걱정말고 다녀와."
 자신을 돌봐주겠다는 현주의 말에 영희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감사해요. 현주 언니."
 현성과 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현성 남매가 자리를 비우자, 현주는 영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현성 오빠 어때? 너무 쿨하고 멋있지 않아?"
 "네, 그래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내 말은... 남자로서 어떠냐고."
 "네? 그게 무슨..."

 영희는 현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지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묻는거니? 현성 오빠, 남자로서 괜챦지 않냐고."
 "그게 무슨 말인지..."
 "너 혹시... 현성 오빠하고 사귀고 싶은 생각없니?"
 "그건... 현성 오빠가... 절 좋아할리가..."

 영희는 현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왜? 영희 넌 충분히 예쁘고 재능도 있는데..."
 "그건... 말도... 현주 언니처럼 예쁜 여자를 두고 왜 저를 좋아하겠어요. 전 나이도 어리고..."
 "넌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남자들은 너처럼 수줍으면서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운... 그런 여자를 좋아해. 오늘 니가 받은 명함 좀 봐라. 남자들이 다 너한테 관심있다는 말이쟎아."
 "이건... 그냥 예의상 준거 아닌가요? 전..."
 "예의상? 저도 참 순진하기는... 난 오늘 남자한테 명함 한개도 못받았는데..."
 "언니는 유명하니까... 그런거 아닐까요."
 "아니야, 나도 평소에는 너 정도는 아니라도 꾀 많이 받았어. 근데, 오늘은 남자들이... 니 눈치보느라고... 나한텐 안 준거지."
 "제 눈치요? 왜요?"
 "니가 나보다 좋으니까."
 "언니도 참...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래, 짐작일뿐이야. 하지만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질투도 나고... 그러네."
 "언니는 너무 대단하셔서... 남자들이... 쉽게 명함을 내밀지 못할거예요."
 "난 영희 네가 너무 부러워. 예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리고...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고..."
 "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언니야 말로 예쁘고... 남자들한테 인기많으시면서..."
 영희는 현주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새 현주와 친해졌습니다.

 한편 파티장 밖으로 나간 현성 남매는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이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오늘 피아니스트가 오지 않았으니 피아니스트에게 주기로 했던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
 "오빠, 그게 말이되요? 영희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런 비싼 선물을..."
 "고등학생이라고 받지 못할 이유가 없쟎아."
 "오빠, 영희 그 애는 오빠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영희는 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야."
 "오빠, 혼자 김치국물 마시지 말고 포기하세요."

 현성은 연주가 영희를 포기하라는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근데, 왜 영희가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단정하는거지?"
 "영희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는데... 대답하는 표정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아마 있을거야. 전에 저녁식사했을 때도... 영희가 만난다는 친구가 남자같더라고..."
 "그걸 알고도 영희를 파티에 초대하셨어요?"
 "너도 영희를 좋아하쟎아."
 "전... 오빠가 그런 목적으로 영희를 초대한 줄 몰랐어요. 줄리아드에 진학할 것 같으니 한번 만나보라 하셨지만... 딴 말은 없었쟎아요."
 "미국에 돌아가면 외로울 텐데... 영희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겠어?"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오빠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오빠가 영희를 좋아한다면... 저는 중간에 끼여 힘들어 싫어요."
 "연주야. 이 오빠를 믿어. 이 오빠는 영희나 너를 절대 힘들게 하지 않을거야. 영희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깨끗이 포기할테니... 걱정마."
 현성은 영희에게 첫만남부터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도 예쁜 영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에 반했는지도 모르지요.
 
 결국 연주는 오늘 파티에 오지 않은 피아니스트에게 선물할 예정이었던 휴대용 전자 오르간을 영희에게 주자는 현성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연주가 동의하자 현성은 영희의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영희를 바래다줄 테니 올 필요없다고 말씀드렸지요.
 
 
 연주가 현성이 영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오늘 파티가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현성이 연주에게 영희를 파티에 초대했으니, 영희가 오면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자 연주는 현성의 태도가 수상하여 현성에게 물었지요.

 "오빠, 왜 저더러 여고생 하나를 돌봐 달라는거예요? 오빠 그 애한테 관심있어요?"
 "관심있다기 보다는..."
 "오빠가 관심없으면... 제가 돌봐줄 필요가 있나요? 전 몰라요. 오빠가 알아서 하세요."
 연주는 오빠의 본심을 떠보기 위해서 오빠의 청을 거절했지요.
 "그래, 관심있어. 하지만... 나도 내 감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 왠지 자꾸 생각나구..."
 "파티에 초대는 왜 했어요?"
 "아는 분이 소개시켜줘서..."

 연주는 현성이 아는 분이 소개시켜줬다는 말에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선 본 거예요?"
 "영희는 몰라."
 "영희 아버지는..."
 "당연히 아시지... 내가 나 혼자 멋대로 영희를 만났겠어?"
 "영희 아버지는 아시는데... 영희는 모른다고요?"
 "영희 아버지께서... 영희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고3이라서... 시험 끝난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셔서..."
 "그럼... 시험 끝나고 하지... 왜..."
 "미리 얼굴을 봐두는 것이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아버지도 아세요?"
 "아버지께도 이야기가 다 됬어."
 "그럼 할 수 없지요. 제가 오늘... 영희를 돌봐주겠어요."

 영희와 현성이 저녁을 함께 한 그날...
 영희의 아버지께서 현성을 집에 데려온 것은 영희와 일종의 맞선을 보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영희는 영희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가 영희에 대한 이야기가 현성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현성은 자신의 인맥을 통하여 영희의 아버지께 영희를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지요.
 직장 상사로부터 현성의 의사를 들은 영희의 아버지는 회장님 아들의 나이가 많아 처음에는 놀랐지만, 일단 한번 만나보고 결정하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영희와 현성의 만남은 영희 자신은 현성을 왜 만난지도 모른채 이루어진 것이지요.

 영희의 어머니는 영희가 철수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그렇게 심각한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현성과 영희의 만남을 반대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영희의 어머니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근들어 정말 행복해 보이는 영희가 나중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영희의 부모님은 현성과 영희의 만남에 대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현성이 영희의 수능시험이 끝난 후에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