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의 줄거리 - 영희의 아버지 회사의 회장인 현성의 아버지는 현성이 영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영희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현성의 아버지와 영희의 부모님은 영희가 지금은 고3이니 영희가 고3을 마친 후에 현성과 영희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영희는 이 사실을 몰랐지요.
 하지만 현성의 아버지가 경호원을 이끌고 요란하게 영희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에 영희가 현성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게 되었지요.

 영희에 대한 소문은 영희의 첫사랑이었던 희성의 귀에도 들리게 되었습니다.
 희성은 아직도 영희를 좋아했기 때문에 영희를 찾아와 소문에 대해서 물었지요.
 영희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희성에게 말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쁜 표정을 지었지요.


 영희의 첫사랑 


  
 희성은 영희가 재벌2세와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을 듣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찾아와서 할 말은 하지 않고, 말을 돌려서 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요.

 하지만 영희는 희성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희는 그동안 어두웠던 희성의 표정이 자신과 현성과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을 듣자 밝아지는 것을 보니 희성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희성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습니다.
 영희는 왜 이제와서 희성의 마음이 변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와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분명한 사실은 나는 철수를 사랑한다는거야. 희성이는... 과거일뿐이야. 그런데 희성이한테는 무어라고 말하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상처를 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서 저러는게 아닐지도 모르쟎아. 그런 것 같지만, 아닐 수도...'

 영희는 희성이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참 고민 끝에 영희는 희성에게 말했지요.

 "희성아, 나 요즘 만나는 사람있어."
 "만나는 사람? 누구..."
 희성은 영희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당황하면서 말했습니다.
 영희는 희성에게 자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비밀은 아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데... 내가 너한테 나의 사적인 일까지 말해야 될 이유가 있니?"
 "궁금해서... 말해주면 안되니?"
 "안될 건 없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말해줄래?"
 "내가 왜 말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니?"
 "어..."
 "누군데?"

 영희는 희성이가 집요하게 묻자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희성이 자꾸 묻자, 영희는 반발 심리가 생겨 더 말하기 싫어졌습니다.

 "알아서 뭐하려고..."
 "철수지?"
 "뭐?"

 영희는 희성이가 철수냐고 묻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희성은 영희가 놀래자, 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 알자,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요.
 둘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자신이 철수와 만나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아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희성은 둘 사이에 흘렀던 침묵을 깨고 말했지요.
  
 "영희야, 걱정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테니. 내 성격 잘 알쟎아. 난 남의 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
 "고마워."
 고맙다는 영희의 말은 철수와의 만남을 인정하는 말이었지요.

 희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잠시 감았습니다.
 영희는 희성이 어떻게 둘의 만남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희성이 눈을 감자 묻지 못한 채 희성의 얼굴을 쳐다보았지요.
 희성이 눈을 뜨자 영희와 희성의 눈이 마주 쳤습니다.
 영희는 희성과 눈이 마주 치자 어색한 표정으로 희성에게 물었지요.
 
 "근데, 어떻게 알았니?"
 "그냥..."
 "말해주면 안되?"
 "안되는 건 아니지만..."

 방금전까지만 해도 희성이 영희에게 이런 방식으로 물었는데, 지금은 주객전도가 되어 영희가 희성에게 묻고 있지요.
 영희는 희성이 말해주지 않자 조금 삐진 표정을 지었습니다.
 희성은 영희가 삐진 표정을 하자 말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내 여동생 친구가... 너하고 철수하고 만나는 것 같다고 했어. 나는 그녀가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었네? 넌 어째... 꼭 탐정처럼 그러니?"
 "미안해..."

 영희는 희성이 기운이 빠진 듯이 말하자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요.
 "미안하기는... 내가 말투가 좀 그래서... 너두 알쟎아..."
 "그래... 니 말투... 나도 알아..."
 영희는 희성이 힘없는 소리로 '니 말투'라고 말하자 뭔가 느끼는 점이 있었습니다.

 영희는 초등학교 때 희성을 좋아했지만, 자주 희성에게 빈정거리는 말투로 쏘아부치곤 했지요.
 영희 자신도 왜 그러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막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성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지요.
 영희는 희성이 자신만 좋아해주길 바랬지만, 친절한 희성은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항상 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동네 여학생들, 예전의 같은 반 여학생들, 여동생 친구들... 수많은 여자들에게 친절했기 때문에 영희는 항상 그점이 못마땅하여 희성에게 자주 짜증을 냈었지요.

 비록 5,6 년전 일이지만, 영희는 희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그러한 말투가 희성에게 상처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영희는 희성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우리... 5년 전에...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야구장도 같이 가고...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겠지. 정말 좋은 시절이었어. 요즘 처럼 공부하느라 피곤하지도 않았고... 가끔은 내가 고3인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엇그제가 초등학교 때 같은데... 이제는 유학준비, 수능준비, 거기에 헛소문까지... 정신이 없네."

 영희는 정말 초등학교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수능걱정이나 유학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시절... 부모님은 젊었고 세상이 모두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그 시절이 그립지 않을 수 없었지요.
 영희가 추억을 떠올리는 말에 희성도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나도 그때가 그리워... 영희... 너 그 때... 참 예뻤는데... 귀엽고... 하하..."
 "지금은... 안 예쁘니?"
 
 영희는 희성이 자신이 초등학교 때 '참 예뻤는데... 귀엽고'라고 말하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제는 예쁘지 않다는 말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물었습니다.
 
 "지금도 예쁘긴 하지만... 그 때는... 참... 귀여웠어... 글쎄... 솔직히 언제가 더 예쁜지 모르겠다... 철수에게 물어봐. 그 때와 지금 중 언제가 더 예쁜지... 아마도 그 애는 지금이 더 예쁘다고 말하겠지. 이제 자기 여자친구가 되었으니까."
 "철수는..."
 "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지?"
 "너 심리학자니? 어떻게 그렇게 사람 마음을 잘 알아?"
 "글쎄... 잘 알긴... 난 여자 마음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로... 예전에는 여자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완전한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 내 여동생 마음도 잘 모르는 걸... 가끔 이런 식으로 추측이 맞으면 여자 마음을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겠어."

 희성은 자신도 모르게 영희를 쳐다보았습니다.
 희성의 눈빛은 마치 '영희야, 그동안 내가 니 마음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영희는 희성의 눈빛에서 희성이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