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공주는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마음씨도 착해 온 나라의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고 온 나라의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윌리엄이라는 용맹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공주의 호위를 맡고 있어 기사들의 부러움을 샀지요.

 공주는 자주 그에게 호의를 표시했고 옷을 만들어준 적도 있습니다.

 기사는 이처럼 친절한 공주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그는 공주의 호의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나라에 큰 공을 세운 후에 공주에게 청혼을 한다면 공주도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공주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공주는 아버지가 왕이 되기 전에 한때 숙모의 집에서 자란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의 숙모는 마음씨가 착한 여성으로 공주를 친딸처럼 아껴주었지요.

 공주의 숙모에게는 모두 두 명의 아들과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공주는 형제가 없었던 그들과 친형제 친자매처럼 지냈지요.

 공주의 아버지가 왕이 된 후에 공주의 새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공주도 남동생이 생겼지요.

 공주는 자신의 친동생이 생기자 행복했지요.

 하지만 왕자의 탄생에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왕에게는 동생이 하나있었는데, 그는 왕인 형이 죽으면 왕은 아들이 없어 형의 뒤를 이어 왕이 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왕자의 출현으로 왕이 될 수 없게 되었지요.

 왕의 동생은 크게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왕의 동생은 왕의 꿈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찍이 왕의 동생의 부하가 되어 왕의 동생이 즉위하게 되면 출세해보려고 했던 사람들 중에 블레이크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는 왕과 왕의 동생을 이간시켜 왕의 동생에게 반란을 일으킬 것을 권유하였지요.

 왕의 동생은 그의 사악한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블레이크는 포기하지 않고 반란에 동원할 사람들을 모았지요.



 왕은 동생의 부하들이 수상한 행동을 하자 동생에게 소환 명령을 내렸습니다.

 블레이크는 왕의 동생의 신하들이 가면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를 이간시켰지요.

 자신의 신하들이 반란에 동원할 사람들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왕의 동생은 처벌을 두려워하여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는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왕의 동생은 형의 소환에 응하는 척하면서 군대를 이동시켜 궁궐에 침투시켰지요.

 동생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던 왕은 속수무책으로 가족들과 함께 궁궐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공주도 기사 윌리엄의 호위 속에 궁궐에서 도망쳐 나왔지요.


 

 결국 왕의 동생은 궁궐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 신하들에게 추대되어 새로운 왕이 되었습니다.

 새 왕은 형에게 나라를 반으로 나누어 통치할 것을 제안했지만 왕은 거절했지요.

 "천륜을 어기고 형을 왕위에서 몰아낸 동생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왕의 동생은 왕이 되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반란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요.



 궁궐에서 쫒겨난 왕은 군대를 모아 궁궐을 회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왕은 반란의 주동자가 블레이크 기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블레이크 기사는 나라 최고의 용사로 예전에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성질이 급하여 왕은 그에게 큰 상을 내리지 않았고 왕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그는 왕의 동생의 신하가 되었지요.

 왕은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왕이 죽으면 왕의 동생이 왕위를 계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왕의 측근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왕에게 아들이 생기는 바람에 그러한 꿈이 무너지자 왕의 동생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킨 것이지요.



 왕은 반란의 주동자이자 이 나라 최고의 용사인 블레이크를 죽이는 기사에게 공주와 결혼시켜주겠다고 기사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기사 윌리엄은 기뻤지요.

 '내 반드시 공을 세워 공주와 결혼하겠다.

월리엄은 공주를 만나 위로해 주면서 자신의 결심을 밝혔습니다.

"공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블레이크를 죽여 반란군의 사기를 꺽으면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공주는 기사의 말을 듣자 크게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월리엄 경, 당신의 말은 블레이크를 죽이고 저와 결혼하겠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공주님을 오래전부터 흠모했습니다. 저는 공주님의 행복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도..."




 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주는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누가 당신과 결혼한데요? 아버지께서 약속하셨다고 해도 저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정말 어리석군요. 아버님은...  당신과 같은 기사를..."

 공주는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했지요.

 "당신은 블레이크의 적수가 되지 못해요. 그는 이 나라의 최고의 용사인데다 그의 주변에는 호위병까지 있을텐데 무슨 수로 죽이지요? 공연히 아까운 목숨을 버리지 말고 포기하세요. 어짜피 나는 당신과 결혼할 마음이 없으니까요."



 기사는 공주의 말을 듣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소용없다니 공주와 결혼하고 싶은 그의 꿈은 처음부터 헛된 것이였나 봅니다.

 기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서있었지요.

 "그만 나가보세요. 오늘부터 저의 호위 기사를 다른 사람으로 교대할테니 기사님은 그렇게 아세요. 그동안 수고하셨으니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 더 좋은 곳으로 가도록 할테니 가서 대기하고 계세요."



 공주의 냉정한 태도에 실망한 기사는 마음이 탈진되어 자신의 숙소로 왔습니다.

 정신적으로 지친 그는 깊은 잠에 빠졌지요.

 월리엄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그는 공주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공주님, 제가 싫으십니까? 어째서 왕께서 하신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기사님, 제가 기사님을 싫어해서 기사님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는 저를 좋아하는 기사님들이 저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정말 블레이크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호위병들을 뚫고 그를 죽이며 설령 죽였다고 해도 무사히 살아돌아오기 힘들 것입니다. 목숨이란 귀중한 것이니 제발 헛되이 버리지 마세요."



 기사는 공주에게 무엇가 말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공주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공주님, 잠깐만요!"

 그가 외치는 순간에 그는 꿈에서 깨어났지요.

 막사 밖에서 병사들의 함성과 창칼이 부딛히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크게 외쳤지요.

 "기습이다! 적군의 기습이다!"

 '공주님은 안전하실까?'



 윌리엄은 갑옷을 입고 급히 공주의 막사로 달려갔습니다.

 공주는 이미 화살을 맞아 쓰러진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지요.

 자신의 후임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기사가 공주의 곁에 서있었고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공주의 상처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오?"

 "적군의 기습으로 공주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공주는 시녀들을 남겨두고 혼자 도망칠 수 없다고 하셔서 할 수 없이 시녀들을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만..."



 윌리엄의 목소리를 들은 공주는 고통을 참으면서 그에게 말했습니다.

 "기사님, 저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먼저 저의 아버지를 지켜주시고...

 만약 반란이 진압된다면 숙모님과 저의 사촌형제들이 처벌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오래전에 어머님을 잃었는데 숙모님은 저를 친딸처럼 대해주셨지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려요.

 저는 이제 더이상 가망이 없으니 나의 유언을 아버지께 전해주세요...

 그리고 기사님... 당신은 이제 나를 잊고 좋은 여자를 만나세요..."



 기사에게 말을 마친 공주는 이제 시녀들을 불러서 그동안 자신에게 봉사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지요.

 시녀들과 말을 마친 공주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세상 사람들이 증오심과 탐욕을 버리고 행복하게 살게 인도해 주세요..."

 하지만 화살에 큰 부상을 당한 공주는 목소리에 힘이 없어져 공주의 기도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차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공주는 잠이 들었지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이 든 것이지요.



 공주가 죽자 모여있었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한 기사가 소리치자 정신을 차렸지요.

 "반란의 원흉 블레이크를 잡아라!"



 윌리엄도 말에 올라타서 적진으로 돌진했습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했던 공주가 죽자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된 윌리엄은 용감하게 적진을 뚫고 블레이크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는 혼신을 다해서 창을 블레이크에게 던졌지요.

 어디선가 솟아난 초인적인 엄청난 힘으로 던져진 창은 블레이크의 방패를 뚫고 그를 명중시켰습니다.

 창에 맞은 블레이크는 말에서 떨어져 죽었지요.

 지휘관이 죽은 것을 보자 반란군은 전의를 상실하여 앞 다투어 항복하였지요.



 결국 반란은 진압되었습니다.

 윌리엄은 반란 진압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지요.

 왕은 큰 공을 세운 윌리엄에게 말했습니다.

 "공주가 살아있다면...  그대와 맺어주고 싶지만... 공주가 떠났으니...

 다른 소원은 없는가? 그대가 이 나라를 구했다."

 "공주님께서 저에게 남긴 유언이 있습니다. 폐하께서 공주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공주는 숙모님과 사촌형제들이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폐하게서 보호해 주시길 바라십니다."



 왕은 동생이 블레이크의 이간책에 속아 반란에 연루된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동생을 죽일 마음이 없었습니다.

 왕은 동생을 연금시킨 후에 감시하는 정도로 처분하려고 했기 때문에 기사의 부탁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지요.

 왕은 큰 공을 세운 기사에게 백작의 작위를 주었지만 사양했고 기사의 직위에서 사퇴하여 고향으로 내려 갔습니다.

 기사란 항상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그들의 삶이였기 때문에 그는 허황된 명예를 버리고 소박하게 살 결심을 하였지요.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한 하녀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았지요.

 그는 아들이 장성해도 기사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란 자신의 분수껏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공주는 떠났지만 기사의 마음속에는 항상 공주가 살아있었습니다.

 공주가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니라 공주의 마음씨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

 공주는 항상 사람들을 사랑했고 죽기 전에도 사람들을 걱정했지요.

 기사는 공주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그것은 사랑은 주는 만큼 받는 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속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해도 먼저 주지 않는다면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공주는 항상 사람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