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은 초조한 마음으로 로라를 기다렸습니다.
 '로라가 공주님께 꾸중듣는 것은 아닐까? 올 시간이 되었는데...'
 이때 로라가 돌아왔습니다.
 
 "케이트, 공주님께서 부르셔... 네 뜻을 확인하고 결정하시겠데..."
 "정말 고마워, 로라."
 "고맙긴... 나는 걱정이 되는데... 왕비님은 엄격하셔서..."
 "왕비님의 다른 시녀들도 있는데... 나라고 다르겠니? 왕비님께 충성하고 잘 모실테니 걱정하지마."
 "사실은... 내가 왕비님의 시녀들 중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야..."
 "로라, 항상 나를 걱정해 줘서 고마워..."
 "케이트, 나와 스코틀랜드에 함께 가지 않겠니?"
 "그건..."
 "알겠어, 케이트... 공주님께 가자. 공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서."

 캐서린은 로라와 함께 공주의 처소로 갔습니다.
 공주는 캐서린에게 말했지요.
  "캐서린, 내가 너의 의견도 묻지 않고 윌리엄경에게 너를 부탁했지만... 나는 그것이 너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캐서린은 공주의 표정과 말투에서 공주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캐서린은 무릎을 꿇은 후에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지요.

 "공주님, 항상 저를 아껴주신... 공주님의 은총...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공주님을 근심하게 만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주님의 은총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캐서린... 네가 나를 근심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캐서린, 너의 뜻이 그러하다면... 너를 왕비님의 시녀로 갈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만약 왕비마마께서 너를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너도 나를 따라오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구나."
 
 캐서린은 스코틀랜드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더이상 공주의 뜻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주에게 말했지요.
 "만약... 왕비님께서 저를 받아주시지 않으신다면... 저도 공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캐서린, 로라에게 이미 들었겠지만... 왕비님은 대단히 엄격하신 분이시다. 하지만 내가 왕비님께 잘 말씀드릴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캐서린은 공주가 왕비에게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하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지요.
 "공주님의 은총,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캐서린, 나에게 그런 말은 할 필요없다. 그만 물러가보거라."

 공주는 캐서린에게 물러가보라는 말을 한 후에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로라는 공주가 왕비에게 캐서린의 일을 부탁하려고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공주는 캐서린의 일을 부탁하기 위해서 왕비의 처소에 갔습니다.
 왕비는 결혼준비로 한창 바쁠 공주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오자 호기심이 생겨 공주에게 물었지요.
 "공주, 준비할 것이 많아 바쁠텐데... 나에게 어쩐 일이요?"
 "왕비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무슨 부탁이오? 공주가 나에게 부탁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소. 말해보시오.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들어주겠소."

 공주와 왕비의 나이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왕비를 어머니로 대우한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때는 서먹한 사이가 지속된 적이 있지요.
 하지만 왕비가 아들을 낳자 한살도 되지 않은 동생과 가까워지면서 둘은 서먹했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왕비는 공주가 처음으로 하는 부탁을 거절하면 왕비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주 힘든 부탁이 아니라면 공주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습니다.
 공주는 왕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지요.
 "소녀의 시녀 캐서린은 윌리엄과 짝지어 주려고 데려왔는데, 윌리엄이 캐서린과의 결혼을 원하지 않아 이곳에 남겨 두고 갈까 합니다. 왕비님께서 거두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왕비는 공주의 부탁이 너무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으면서 말했지요.
 "윌리엄은 공주의 호위를 맡는 기사일 뿐만 아니라 윌리엄의 아버지는 나의 호위를 맡은 적이 있소. 그러한 인연이 있으니... 내 캐서린을 잘 키워서 윌리엄에게 짝지어 주겠소. 그럼, 되겠소?"

 공주는 왕비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하자, 미소지으면서 말했지요.
 "왕비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공주, 나에게 감사할 것 없소. 모두 나라를 위해서 폐하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겠소. 공주의 시녀인 캐서린을 윌리엄에게 시집보내면... 윌리엄도 우리에게 충성할 것이 아니겠소. 그러니... 나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소... 호호호..."

 공주는 왕비의 말투가 너무 계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왕비의 호의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말했지요.
 "왕비님, 소녀의 청을 들어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온데... 한가지 청이 더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해보시오."
 "윌리엄경을 스코틀랜드에 데려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왕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습니다.
 "공주... 그건... 안될 것 같소. 비록 우리가 스코틀랜드와 동맹을 맺지만... 윌리엄경  같은 뛰어난 기사를 스코틀랜드에 내줄 수는 없소. 공주... 공주에게 충성스러운 기사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 나도 알지만... 그건... 안되겠소."
 
 공주는 왕비가 한마디로 거절하자 실망하여 말했지요.
 "왕비님, 알겠습니다. 소녀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공주는 왕비의 처소에서 물러나면서 왕비에게 처음부터 윌리엄을 데려갈 것을 부탁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왕비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은 들어주겠다고 말했을 때 윌리엄을 스코틀랜드에 데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면, 캐서린을 왕비에게 맡길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내 생각이 짧았구나. 윌리엄을 스코틀랜드로 데려간다면 캐서린을 왕비님께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