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 어느 영국의 마을에 피터라는 16세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피터는 6살 때 부모님을 잃은 후에 아버지의 친구였던 우유 목장 주인 존슨씨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었지요.
 피터가 하는 일은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를 배달하는 일이었는데, 그는 그동안 시계고치는 기술을 배워 도시로 가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존슨씨의 딸 데이지를 사랑하여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데이지는 금발의 16세의 아름다운 소녀로 피터와 어릴 때 부터 친하게 지낸 소꼽친구였지요.
 데이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피터를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어 피터에게 데이지는 때로는 어머니 같은, 때로는 누나 같은, 때로는 애인 같은 여자였습니다.
 피터는 자신을 오랫동안 보살펴 준 데이지와 결혼하고 싶어했는데, 결혼한 후에 도시로 가서 시계점을 열 생각으로 항상 부지런하게 일하면서 돈을 모았지요.
 
 눈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는 데이지의 집에 초대받았습니다.
 데이지의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두살 많은 언니 레이첼과 어린 여동생 케서린이 있었는데, 여동생은 늦둥이로 이제 겨우 3살이었습니다.
 데이지의 아버지인 존슨씨는 피터의 아버지의 친구로 피터의 아버지가 죽은 후로는 피터를 보살펴준 고마운 분이셨는데,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을 하고 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서 피터에게도 선물을 줄 정도로 피터에게 잘해주었지요.

 피터가 데이지의 가족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후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데이지가 피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피터는 그동안 데이지의 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데이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뻐하면서 말했지요.
 "너한테 선물을 받다니 오늘은 내 평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브야. 정말 고마워."

 데이지는 피터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데이지에게 아직 사랑의 확신은 없었습니다.
 데이지가 피터와 함께 집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땅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지요.
 데이지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피터에게 물었습니다.
 "아름답다. 저 많은 눈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데이지의 질문을 들은 피터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데이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고 있을 때 데이지는 갑자기 눈을 뭉쳐 피터에게 던진 후에 도망치면서 말했지요.
 "바보! 나한테 속았지? 용기있으면 따라와봐."
 피터는 눈을 동그랗게 뭉친 후에 데이지를 따라가면서 외쳤지요.
 "넌 도망칠 수는 있어도 숨을 수는 없어. 두고 보자."
 데이지와 피터는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동심의 세계에 빠진 데이지와 피터는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지요.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에 데이지는 송년 파티에서 잭이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잭은 윌슨씨의 아들로 아버지 윌슨은 큰 목장을 경영하는 부자였는데, 데이지의 아버지 존슨씨의 친구였지요.
 만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데이지는 잭과 장래를 약속할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데이지는 피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잭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얼마 후에 데이지는 피터를 만나 자신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말했지요.
 "피터, 나 잭을 정말 사랑해.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은 잘 알지만, 난 그 사람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
 피터는 데이지의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잭이 바람둥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데이지에게 말했지요.
 "잭이라고? 그 남자... 바람둥이야. 형편없는 남자라고."

 피터는 우유배달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에게 잭이 바람둥이라고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어 확신하여 말했지만, 데이지는 피터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형편없는 남자라고 말하자 화가 나서 말했지요.
 "형편없는 남자라고? 잭은 너 따위 철부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람이야."
 데이지는 피터가 잭을 질투하여 모함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여 피터를 철부지라고 말한 것이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자신을 철부지라고 말하자,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결혼한다고 말하자, 데이지와의 모든 인연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나 어느 도시에 정착했습니다.
 피터는 시계고치는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시계공이 되어 쉽게 정착할 수 있었지요.
 피터는 데이지가 생각날 때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데이지가 바람둥이 잭과 결혼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면 질투심이 솟아 돌아 가지 못했지요.

 데이지는 피터가 떠나자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남자는 잭이 아니라 피터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잭과 헤어진 후에 피터를 기다렸지만 피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년 후 크리스마스 이브...

 피터는 1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지와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함께 만든 추억이 떠올랐지요.

 '그녀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피터는 고향을 떠난 후에 데이지가 정말 잭과 결혼했는지, 혹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등의 궁금한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피터는 데이지가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10년만에 고향을 찾아왔지요.

 

 하지만 피터는 데이지나 데이지 가족과 마주 칠 용기가 나지 않아 잭의 동네로 가서 잭의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데이지에 대해서 물었지요.

 "저는 피터입니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피터? 아... 기억하지. 정말 오랜만이군. 왠일이지?"

 "제 옛날 친구가 궁금해서요. 데이지를 아십니까?"

 "데이지? 누구지?"

 "그녀는 잭의 부인으로 존슨씨의 둘째 딸입니다."

 "난 그녀의 이름은 잘 모르는데... 그냥 존슨씨의 딸이라는 것 밖에... 잘 살고 있겠지. 마을 최고의 부자와 결혼했으니..."

 "그렇겠군요."

 

 피터는 데이지가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다시 고향을 떠나 살던 곳으로 돌아갔지요. 

 하지만 아주머니가 말한 존슨씨의 딸은 데이지가 아니라 언니 레이첼이였습니다. 

 피터가 떠나자 데이지는 피터를 그리워하여 잭과 헤어졌고, 잭은 데이지 대신에 언니 레이첼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 것이지요.

 피터가 마을을 잠시 다녀간 줄 모르는 데이지는 10년전 피터와의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를 떠올리면서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면서 생각했습니다.
 '피터...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거니? 난 네가 몹시 그리운데... 넌 내가 그립지 않니? 내가 너를 철부지라고 말해서 아직도 화나서 돌아오지 않는거니? 아니면 벌써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거니? 설령 네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고 해도 네가 보고 싶어.'

 그 날 데이지는 심한 독감에 걸렸습니다.
 데이지는 날씨가 몹시 추웠는데도 10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와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이 생각나 눈사람을 만들다가 독감이 걸린 것이지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탈진된 데이지는 점점 독감이 심해지더니 폐렴으로 발전하여 회복이 힘들 정도로 병이 악화되었습니다.

 어느 날 데이지는 아주 심한 기침을 하면서 자신이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언니는 이미 시집갔고 부모님은 일을 하러 나가셔 집에는 여동생인 캐서린만 남아 있어 캐서린을 불러 말했지요.
 "캐서린... 부탁할께 있어. 내가 어렸을 때... 나에게 피터라는 친구가 있었어. 그는 오직... 나만을 사랑했지만... 나는 다른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론가 떠나버렸지. 그를 만나면 전해 주려고 편지를 썼는데, 이제 내가 떠나면... 내가 이 편지를 전해줄 수 없으니... 네게 부탁하마. 내 일기장도 모두 피터에게 전해줘."
 
 캐서린은 언니가 유언처럼 말하자 울면서 말했지요.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버리고 언니만 가면 어떻게? 안되, 절대 안되."
 데이지는 캐서린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케서린, 가고 가지 않는 것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란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헤어져도 우린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언니가 떠나도 너무 슬퍼하지마."
 "아냐, 언니! 언니, 힘을 내. 언니가 떠나면 나는 외로워 어떻게. 큰 언니는 시집갔고,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면 난 외로워 어떻게 살란 말이야. 언니, 제발 힘내... 알았어?"
 
 데이지는 떠나지 말라는 케서린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얼마후에 잠이 들었지요.
 하지만 데이지는 잠이 든 후에 다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데이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피터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요.

 

 10년 후 크리스마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피터는 데이지와 눈싸움을 한 후에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피터는 그때의 추억으로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데이지가 몹시 그리워져

다시 데이지의 소식을 들으러 고향을 찾았습니다.

 

 피터는 잭의 집을 찾아갔는데, 데이지와 헤어진지 20년이나 되어 한번만이라도 데이지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윌슨 부인이 데이지라고 착각하고 있는 피터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에 하인들에게 주인 마님의 어릴 적 친구이니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지요.
 "윌슨 부인께 전해주시오. 어릴 적 친구 피터가 찾아 왔다고요. 그럼 분명히 나오실 겁니다."
 
 하인들의 말을 전해듣고 나온 레이첼은 이미 세상을 떠난 데이지가 찾았던 피터를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피터, 왜 이제서야 돌아왔니? 데이지가 너를 얼머나 기다렸는지 아니?"

 "데이지는 잘 살고 있지요?"

 레이철인 데이지가 잘 살고 있냐는 피터의 물음에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어."

 

 레이철은 피터가 데이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데이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지요.

 하지만 피터는 레이첼의 슬픈 표정을 보자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데이지의 집으로 달려갔지요.

 

 데이지의 집에 도착한 피터는 곧바로 데이지 일가의 공동묘지로 항하였습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지만, 피터는 어렵지 않게 데이지의 묘비를 발겼했지요.

 '데이지 존슨 1870 ~ 1896'


 피터는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데이지, 나의 사랑...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 10년전 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너에 대한 소식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이럴 수가... 네가 이렇게 일찍 떠날 것을 알았다면... 난 결코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텐데..."

 언니 레이철에게 피터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케서린은 언니의 무덤 근처에서 통곡하는 피터를 보자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피터를 때리면서 말했지요.
 "왜 이제서야 돌아오셨나요? 데이지 언니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 했는지 아세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왜? 왜?"
 케서린은 혹시라도 피터가 자존심이 상해 떠나버리면, 언니의 유언을 전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피터를 때리던 손을 멈춘 후에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언니, 언니가 기다리던 사람이 왔어. 언니, 이제 더이상 울지마."
 
 데이지는 피터를 기다리다가 지쳐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아 케서린은 데이지가 울때 마다 위로 하면서 말했지요.
 "언니, 울지마. 때가 되면 올거야. 피터는 언니만 사랑했다며? 그러니 꼭 올거야."
 케서린은 피터를 보자 데이지가 자주 울던 기억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묘비에다 말한 것이지요.
 피터도 케서린도 털석 주저 않은 채로 울었는데, 피터는 정신을 차리자 눈바닥위에 주저앉은 케서린이 걱정이 되어 케서린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습니다.
 
 "그만 일어나자. 날씨가 추워 이러다 감기걸리겠다."
 케서린은 10년전의 아픈 기억이 나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지요.
 "언니는 10년 전... 당신과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억하면서 눈사람을 만들다 심한 독감에 걸려..."
 
 피터는 데이지가 자신과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으로 눈사람을 만들다가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캐서린의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졌지만, 케서린이 추운 날씨에 너무 울면 독감에 걸릴 것이 걱정이 되어 케서린을 데리고 집에 들어갔지요.
 케서린은 집에 들어가자 피터에게 데이지의 편지를 전해주면서 말했습니다.
 "읽어 보세요. 언니의 유언이 그 편지를 당신에게 전해달라는 것이였어요. 언니는 당신의 주소를 알아내서 편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언니는 당신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었어요."

 피터는 편지봉투를 뜯은 후에 케서린이 준 편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피터, 난 지금 심한 독감에 걸렸는데, 계속 심해지는 것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아마도 네가 나의 편지를 읽을 때는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거야. 
  하지만 난 떠나기 전에 나의 진심이라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네가 떠난 이후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도, 너라는 사실을 깨달었어.    
  네가 떠난 후에 잭하고 헤어진 후에 네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너는 돌아오지 않았지. 
  피터... 혹시, 내 말에 상처받아서 돌아오지 않는거니?
  내 말에 상처받았다면, 나를 용서해줘.
  사랑이란 떠난 후에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피터,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써둔 일기장들이 있어. 
  거기엔 우리가 어렸을 때 함께 놀았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기가 적혀있어. 
  내가 떠나면 이걸 너에게 주겠지만, 나를 잊기 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이지만, 추억에 묻혀 살수는 없으니까. 
  내가 떠나면 나를 그리워하지 말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를 바래.
  
  안녕, 피터! 너의 영원한 사랑 데이지가...' 
  

 피터는 데이지의 편지를 읽은 후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데이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한번도 데이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이 없었지. 데이지,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피터는 이제서야 데이지의 진심을 깨달았지만, 피터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