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편 철수의 계획

 
 
혜숙에게 발렌타인데이에 편지를 받은 철수는 다가올 화이트데이에 혜숙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할 계획을 세우기 사직했습니다.

 그녀가 발렌타인데이에 철수에게 친구가 되자는 내용의 편지를 준 것은 아마도 철수의 사랑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철수는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시인의 편지를 받은 한참 후에서야 시인의 마음을 받아주셨다. 혜숙의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철수는 처음부터 혜숙의 마음이 그렇게 빨리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철수는 조금씩 혜숙의 호감을 얻어 사랑을 이룰 계획이지요.


 철수는 먼저 혜숙의 편지에 답장을 한 후에 3월 봄을 맞아 혜숙에게 편지를 받은 것을 봄이 온 것에 비유하여 혜숙의 호감을 얻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제 봄이 왔으니 사랑의 꽃이 피겠지?' 화이트데이 전까지 3장의 편지를 작성하자. 첫번째 편지는 혜숙이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편지를 쓰고, 두번째 편지에는 따뜻한 봄이 온 것을 사랑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에 비유하는 편지를 쓰고, 마지막으로 화이트데이에 나의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자.'


 철수는 하루종일 편지를 쓰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답장해야 혜숙의 마음에 들지 몰라 하루종일 고민했기 때문이지요.

 혜숙의 진심을 몰라 아직 성급하게 나갈 마음은 없었습니다.


 철수는 이번 화이트데이에 혜숙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언젠가는 받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음 날 철수는 아침을 먹은 후에 혜숙에게 편지를 전하러 혜숙의 집에 갔습니다.

 철수는 이제 혜숙과 친구가 되었으니 초인종을 마음껏 눌러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혜숙의 목소리가 들리자 철수는 대답했습니다.

 "나 철수야, 잠깐 볼 수 있니?"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혜숙은 철수가 아침 일찍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이미 머리까지 빗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녀는 대문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습니다.


 "답장을 가져왔어."

 철수는 혜숙에게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혜숙은 철수가 주는 편지를 받으면서 말했습니다.

 "답장이 빠르네. 난 한 달 후에나 받을 줄 알았는데."

 "네 마음이 변하기 전에 총알같이 답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뭐야? 내 마음이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빨리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빠른게 좋을 것 같아서... 미인을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쟎아..."


 혜숙은 '미인을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는 철수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지요.

 "근데, 왜 나를 한달 넘게 기다리게 만들었니?"

 "말했쟎아, 아르바이트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말 하려고 마음먹으면 무얼 못했겠니?"

 "편지는 마음을 담아 정성이 들어야 되쟎아...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편지를 쓰니?"

 "그랬구나..."


 혜숙은 철수의 편지내용이 궁금하여 편지를 뜯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철수의 시선이 의식되 편지봉투를 쳐다보면서 철수가 말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혜숙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철수가 말했습니다.

 "너처럼 예쁜 친구가 생길 줄 꿈에도 몰랐어. 정말 은 친구가 될께. 원한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

 "믿어도 되겠지?"

 "당연하지. 언제 내가 한번이라도 허튼 소리했니? 내가 이때까지 너에게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마음은 같아."

 "든든한 친구가 생겨서 나도 좋아. 그런데, 나... 어디 볼 일이 있어서 곧 나가봐야해..."

 "어, 알겠어...  그럼 안녕..."

 "안녕..."


 혜숙은 철수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한 후에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혜숙은 어디 볼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철수의 편지 내용이 궁금해서 서둘러 철수에게 작별인사를 한 것이지요.
 혜숙에게는 철수의 편지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철수는 혜숙이 집으로 들어가자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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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3 편 발렌타인데이에 생긴 일 


 혜숙은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오자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문장구에서 샀습니다.

 집에도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많이 있었지만 예쁜 것이 하나 필요했으니까요.

 혜숙은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철수에게 줄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언젠가는 오겠지. 그 여자애... 그렇게 예쁜 것 같지도 않던데. 그동안 내가 철수에게 너무 쌀쌀맞게 대하니까 포기한 걸꺼야. 길에서 만나서 친절하게 인사하면 다시 예전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밤이 되자 혜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철수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포장한 선물을 주머니에 넣은 후에 어머니께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철수의 어머니는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을 주려고 나간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지요.
 한국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니까요.

 철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제 영희와 이야기하다가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자신만 선물하는 것이 어쩌면 혜숙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물을 준비한 것이지요.



 혜숙의 집에 이른 철수는 용감하게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철수의 편지를 읽고 있었던 혜숙은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혜숙이 있어요? 저 철수라고 하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철수는 혜숙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긴장이 되서 모르는 척하고 말했지요.

 철수의 목소리를 들은 혜숙은 깜짝 놀라면서,

 "잠깐만요." 라고 말하고 나서 거울을 쳐다본 후에 밖으로 나가 대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철수야... 무슨 일이야?"


 혜숙은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라서 철수가 편지를 들고 올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철수가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철수는 편지를 꺼내어 혜숙에게 주었고, 혜숙은 철수가 주는 편지를 받고나서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습니다.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편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아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철수가 준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쳐다보게 되었지요.

 혜숙이 편지를 응시하고 있자 철수는 선물을 꺼내어 혜숙에게 주었습니다.


 "이게 뭐야?"

 "초콜릿이야..."

 "왠 초콜릿?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인데..."

 "나도 알아...  하지만... 주면 안되니? 사실은 크리스마스에 주려고 했는데... 내가 바빠서... 여태까지..."


 철수는 한 달 반이나 혜숙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서 그동안 바빠서 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혜숙에게 알리고 싶어 어제 산 초콜릿을 크리스마스에 주려고 했다고 둘러대었지요.


 "어쩐지... 그동안 안보여서 난 니가 해외여행이라고 떠난 줄 알았어."

 "그동안 아르바이트 좀 했어..."

 "돈은 좀 벌었니?"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거든..."

 "돈도 안주고 일시키는 곳도 있니?"

 "출판쪽은 책이 출간된 후에 일시불로 주는 경우도 있어..."

 "그렇구나...  뭘 출판하는데? 설마 너 시집이라도 쓴 거니?"

 "아니야, 내가 뭘... 시를 쓴다고... 그냥... 검토작업이라고 할까... 그런 일이야..."

 "너도 글 참 잘쓰던데... 나중에라도 혹시 니가 책 쓰면 나한테도 알려줘... 나도 하나 사고 싶어..."

 "글쎄, 아직...  그런 날이 오려면...  한 5년 뒤쯤이나..."

 "잠깐만 기다려봐..."


 철수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혜숙은 자신의 편지를 방에서 가져 나와 철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내 편지야... 편지는 원래 주고 받는 것인데...  그동안 받기만 해서 미안해...  나중에 다시 보자... 나 어디 나가봐야 하거든..."


 철수에게 미리 작성해 놓은 편지를 준 혜숙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어디 나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철수에게 인사한 후에 방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철수는 혜숙이 자신에게 줄 편지를 미리 작성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너무 좋아 하늘을 나를 것같이 행복했습니다.


 철수는 혜숙의 편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여 혜숙의 집 앞에서 편지봉투를 살며시 뜯어 보았지요.

 편지봉투를 고이든 철수는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네가 보낸 편지 잘 읽었어. 사실은 나도 예전부터 답장을 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어쩔까 하다가 답장을 하지 못했어. 너의 나에 대한 마음은 잘 알겠는데... 난...  아직 어리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우리 우선은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해.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


 철수는 예상치 못한 혜숙의 편지 내용에 손이 떨려 잘못하면 편지를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철수는 혜숙의 편지를 생각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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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2 편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에


 철수와 영희는 한 달 반 가까이 죽은 시인의 미발표작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습니다.
 시인의 일기에서 미발표작에 대한 암시를 찾은 것은 영희였지만, 일기장에 미발표작에 대한 암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은 철수였지요.

 철수가 시인의 일기장에 미발표작에 대한 암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보통 일기는 쉬운 말로 쓰지 어려운 말로 쓰지 않는데, 일기에 영어 사전에도 없는 단어들이 많다는 영희의 말을 듣자 일기장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지요.

 철수는 시인이 미발표작을 자신을 통해서 발표하려고 했다는 영희의 추측을 듣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철수는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아 어떤 일이 있어도 시인의 미발표작을 발표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미발표작이 발표되면 어머니께서 가지고 있는 원고를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무 대가없이라도 시인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시인이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버지가 떠난 지금에 와서 시인과 아버지 중 누가 더 어머니를 사랑했었고 어머니가 두 분 중 어느 분을 더 사랑했었는지 생각해 봤자 아무 소용없는 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시인의 시의 세계에 빠져든 이후 철수는 어머니가 시인의 사랑이 담긴 시를 읽고 행복해 지실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재혼하신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떠난 시인이 어머니를 사랑했다고 해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제 철수는 모든 것을 잊고 어머니가 예전처럼 행복해지만을 바라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하루 앞두고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헤숙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을 때 영희가 예고도 없이 철수 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시인의 미발표작에 관한 일로 혜숙에게 편지쓰는 것을 중단했던 철수는 혜숙에게 보낼 편지를 쓰다가 영희가 오자 편지쓰기를 중단하였지요.

 영희의 손에는 노트 하나가 있었습니다.

 "뭐 찾아낸 것이라도 있니? 연락도 없이 불쑥오면 어떻게?"

 "오빠가 뭔가 발견하면 가르쳐달라고 하지 않았어?"

 "뭘 발견했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암시되어 있는 듯한 부분을 배껴왔어. 그냥 복사할까 하다가 오빠가 외삼촌 글씨를 못알아 본다고 해서 내가 직접 배꼈어."

 영희는 철수의 책상위에 노트를 두면서 철수가 쓰던 연애편지를 보았습니다.


 "연애편지네...  누구있어? 아니면 짝사랑?"

 철수는 책상에 펼쳐져 있던 미완성의 연애편지를 책상 서랍에 넣은 후에 말했습니다.

 "알거없어. 숙녀가 남의 사생활에 관심가지면 안된다는 것 몰라?"

 "아무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숙녀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남녀차별인거 몰라?"

 
 철수는 지금 연애편지를 쓰면서 머리속에 떠오르던 생각을 쓰고 싶은 마음에 영희에게 말했지요.

 "미안하지만 나 지금 바쁜데... 용건 좀 빨리 말해주면 안되?"

 "알았어... 뭐, 편지도 다 쓴 것 같은데... 초콜릿 사러 나가려고?"

 "미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에 남자가 여자한테 초콜릿 주니?"

 "남자 여자가 상관있나? 미국에서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하고 그러는데..."

 "그건 미국이고... 우리나라는 여자가 남자한테 선물하는 날이야..."

 "오빠, 그런거 모르는 한국 사람도 많은 것 같던데... 그게 중요한가?"

 "남들 안하는데, 나혼자 그럴 수 있냐?"

 "뭐 어때... 오빠 맘이지뭐... 자 여기..."


 영희는 철수에게 노트를 펼쳐서 내밀었습니다.

 "오빠가 외삼촌 글씨를 못알아 본다고 해서 내가 외삼촌 일기 중 미발표작에 대한 암시가 있는 것 같은 부분을 배껴왔어. 시간있으면 읽어봐. 그럼 난 가볼께. 오빠가 바쁘다니까 미발표작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께."


 영희가 미발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철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바쁜 건 아닌데... 빨리 말해주면 안되?"

 "오빠가 먼저 노트를 봐야 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해, 오빠, 나 그만 가볼께."

 철수는 영희를 대문까지 배웅해 준 다음에 다시 혜숙에게 줄 편지를 마무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치고, 고치고, 고친 철수의 편지는 하나의 시 같았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시인의 연애편지를 한달 내내 읽고 나니 내가 봐도 정말 잘 쓴 것 같네...'


 철수는 편지를 편지봉투에 넣은 후에 풀로 붙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선물이라... 그래... 화이트 데이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선물하는 것도 괜챦겠다... 발렌타인데이에 선물했다고 화내지는 않을거 아냐?'


 철수는 동네슈퍼에서 선물용 초클릿을 사서 예쁘게 포장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철수는 혜숙에게 편지와 초콜릿을 언제 어떻게 줄지 고민하였습니다.

 '지금 소포로 부치면 내일 받을 수 있을텐데...  아니야, 직접 주는 것이 낫겠어. 그동안 내가 편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변심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쟎아...'
 철수는 내일 혜숙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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