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편 발렌타인데이에 생긴 일 


 혜숙은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오자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문장구에서 샀습니다.

 집에도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많이 있었지만 예쁜 것이 하나 필요했으니까요.

 혜숙은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철수에게 줄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언젠가는 오겠지. 그 여자애... 그렇게 예쁜 것 같지도 않던데. 그동안 내가 철수에게 너무 쌀쌀맞게 대하니까 포기한 걸꺼야. 길에서 만나서 친절하게 인사하면 다시 예전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밤이 되자 혜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철수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포장한 선물을 주머니에 넣은 후에 어머니께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철수의 어머니는 오늘이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을 주려고 나간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지요.
 한국에서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니까요.

 철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제 영희와 이야기하다가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자신만 선물하는 것이 어쩌면 혜숙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물을 준비한 것이지요.



 혜숙의 집에 이른 철수는 용감하게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철수의 편지를 읽고 있었던 혜숙은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세요?"

 "혜숙이 있어요? 저 철수라고 하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철수는 혜숙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긴장이 되서 모르는 척하고 말했지요.

 철수의 목소리를 들은 혜숙은 깜짝 놀라면서,

 "잠깐만요." 라고 말하고 나서 거울을 쳐다본 후에 밖으로 나가 대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철수야... 무슨 일이야?"


 혜숙은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라서 철수가 편지를 들고 올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철수가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철수는 편지를 꺼내어 혜숙에게 주었고, 혜숙은 철수가 주는 편지를 받고나서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습니다. 


 철수가 발렌타인데이에 편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아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철수가 준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쳐다보게 되었지요.

 혜숙이 편지를 응시하고 있자 철수는 선물을 꺼내어 혜숙에게 주었습니다.


 "이게 뭐야?"

 "초콜릿이야..."

 "왠 초콜릿?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인데..."

 "나도 알아...  하지만... 주면 안되니? 사실은 크리스마스에 주려고 했는데... 내가 바빠서... 여태까지..."


 철수는 한 달 반이나 혜숙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서 그동안 바빠서 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혜숙에게 알리고 싶어 어제 산 초콜릿을 크리스마스에 주려고 했다고 둘러대었지요.


 "어쩐지... 그동안 안보여서 난 니가 해외여행이라고 떠난 줄 알았어."

 "그동안 아르바이트 좀 했어..."

 "돈은 좀 벌었니?"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거든..."

 "돈도 안주고 일시키는 곳도 있니?"

 "출판쪽은 책이 출간된 후에 일시불로 주는 경우도 있어..."

 "그렇구나...  뭘 출판하는데? 설마 너 시집이라도 쓴 거니?"

 "아니야, 내가 뭘... 시를 쓴다고... 그냥... 검토작업이라고 할까... 그런 일이야..."

 "너도 글 참 잘쓰던데... 나중에라도 혹시 니가 책 쓰면 나한테도 알려줘... 나도 하나 사고 싶어..."

 "글쎄, 아직...  그런 날이 오려면...  한 5년 뒤쯤이나..."

 "잠깐만 기다려봐..."


 철수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혜숙은 자신의 편지를 방에서 가져 나와 철수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내 편지야... 편지는 원래 주고 받는 것인데...  그동안 받기만 해서 미안해...  나중에 다시 보자... 나 어디 나가봐야 하거든..."


 철수에게 미리 작성해 놓은 편지를 준 혜숙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어디 나가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철수에게 인사한 후에 방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철수는 혜숙이 자신에게 줄 편지를 미리 작성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너무 좋아 하늘을 나를 것같이 행복했습니다.


 철수는 혜숙의 편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여 혜숙의 집 앞에서 편지봉투를 살며시 뜯어 보았지요.

 편지봉투를 고이든 철수는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네가 보낸 편지 잘 읽었어. 사실은 나도 예전부터 답장을 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어쩔까 하다가 답장을 하지 못했어. 너의 나에 대한 마음은 잘 알겠는데... 난...  아직 어리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우리 우선은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해.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


 철수는 예상치 못한 혜숙의 편지 내용에 손이 떨려 잘못하면 편지를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철수는 혜숙의 편지를 생각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