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편 죽은 시인의 일기의 비밀

 

 영희는 10년 가까이 미국과 영국에서 살아 영어에 자신이 있었지만, 고어와 시적인 표현이 많은 외삼촌의 일기장의 글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였습니다.

 영희는 철수가 외삼촌의 일기장을 읽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노트에 원문을 적으면서 해석하였지요.

 외삼촌의 일기에는 조식과 견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인은 조식이나 견후의 영어식 표기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식을 황제의 동생이라고 표기했고 견후를 황후라고 표기했습니다.

 

 조식은 중국 삼국 시대 위나라 초대 황제 조비의 동생이었습니다.

 조비의 아버지 조조는 원소를 정벌한 후에 원소의 며느리였던 견후를 조비와 맺어주기로 결심하여 그녀를 데려왔지요.

 조식은 견후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녀에게 시를 바쳤는데, 그녀는 그의 시에 매료되어 그와 사랑에 빠졌지요.

 하지만 조조가 이미 조비와 자신을 맺어주기로 조비에게 약속하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조비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녀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황후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고집을 부려 조식과 결혼하면 조비가 분노하여 동생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지요.


 조비의 아내가 된 견후는 조비를 사랑하려고 노력했지만, 조비는 견후가 아직도 조식을 잊지 못하는 것을 눈치채고 동생을 미워하였습니다.

 견후는 형제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조비의 의심을 샀습니다.

 조조가 죽자 조비는 황제가 되었고 견후는 황후가 되었습니다.


 조비는 황제가 된 후에 조식을 죽이려고 일곱 걸음 안에 명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말한 후에 견후에게 일곱 걸음을 새라고 명령했습니다.

 조식의 시적재능을 믿은 견후는 정확히 일곱 걸음을 새었고 조식은 7걸음 안에 그 유명한 칠보시를 지었지요.


 조비는 견후가 조식을 자신보다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견후를 패하고 곽씨를 황후로 삼았습니다.

 견후는 처음부터 황후의 자리에 욕심이 없었지만 황후가 된 곽씨는 견후가 황제를 비방했다고 모함하여 죽게 만들었습니다.


 견후를 죽인 조비는 견후가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견후의 억울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조식은 살 수 있었지요.

 
 조식은 견후가 진심으로 자신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견후를 그리워하면서 명시를 남겼다.
 황제가 된 견후의 아들 조예는 조식의 시의 이름을 낙신부라고 명명하여 세상에 알리게 하였지요.
 
 
 영희는 외삼촌의 일기에 나온 견후와 조식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외삼촌이 일기에 견후의 아들이 조식의 시를 세상에 알리게 하였다고 거론 한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의 아들에게 미발표된 시들을 출간하는 것을 맡기려고 한 것이다.'

 그녀는 한 숨을 쉬었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외삼촌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지 몰라. 이걸 어쩌지?"

 영희는 조식과 견후의 이야기를 외삼촌의 일기장에서 읽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었습니다.


 시인은 조식, 조비, 조조, 견후, 조예, 곽황후 등의 영어식 이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의 황제의 동생, 황제, 황제의 아버지, 황후, 황후의 아들, 새황후 등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일기에 나오는 이야기가 조식과 견후의 이야기인 줄 몰랐었는데, 한국에 와서 외삼촌의 일기장에 나오는 이야기가 조식과 견후의 이야기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예전에 읽었을 때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었지만 이제서야 이 이야기에 외삼촌의 미발표작에 대한 결심과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뒤에 있는 외삼촌의 일기는 그러한 결심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조식의 시는 그의 사랑을 받아주고 그를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랑했던 견후가 있었기 때문에 생명력이 있었다.
 만약 견후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거나 변심했다면 그는 그토록 아름다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조식이 견후를 만나기 전에 쓴 시는 생명력이 없었다.

 조식의 시는 견후를 만난 후에 호흡을 시작했고 견후의 사랑을 받은 후에야 그의 시는 영혼이 담겨 있는 명시가 되었다.

 조식의 아름다운 시는 견후의 사랑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진정한 사랑을 만난 후에서야 비로서 영혼이 담긴 명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내가 썼지만 나의 머리로 쓴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그녀의 마음이 함께 쓴 것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시들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희는 외삼촌의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외삼촌이 미발표작 발표를 철수 어머니의 자식에게 맡기려고 했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외삼촌은 일기장에서 자신의 시를 철수 어머니 없이는 지을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철수 어머니의 아들을 통해서 발표할 작정으로 아무에게도 미발표시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어째서 철수 어머니께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좀 더 외삼촌의 일기를 연구해 봐야겠다. 어머니가 납득할 정도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철수 오빠에게 미발표작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영희에게 있어 외삼촌은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외삼촌을 아버지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외삼촌의 시를 읽으면서 자라온 그녀의 외삼촌에 대한 사랑은 대단히 각별한 것이었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