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편 죽은 시인의 일기장

 

 철수는 어머니께서 도와 주셔도 여전히 어떤 힌트도 찾지 못하자 시인과 어머니의 편지에 미발표작에 대한 아무 힌트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희야, 아무래도 우리가 가진 편지들에는 미발표작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같아. 내가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너의 외삼촌의 편지에는 미발표작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같아. 처음부터 어머니께 미발표작에 대해서 비밀로 할 생각이셨나봐.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들은 모두 발표전에 어머니께 보여주었지만 이 시는 보여주지 않으셨고 언급조차 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 이제 이건 그만 하자. 어머니도 찾을 수 없다는 우리도 찾을 수 없는거야."

 
 영희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했습니다.

 "오빠, 실망하지마. 대신에 한 달 동안 오빠는 우리 외삼촌 연애편지를 수없이 읽었으니, 연애편지의 달인이 되었을거야. 오빠 좋아하는 사람있으면 한 번 사용해봐..."

 "그건 그렇고...  혹시 네 외삼촌은 일기장 남기지 않았니?"


 "일기장은...  내가 예전에 다 봤는데... 미발표작에 대한 언급은 없었어."

 "언제 봤는데?"

 "몇 년 전에도 봤고...  요즘도 여러 번 봤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나도 해봤어."


 철수는 시인이 일기장을 남겼다는 영희의 말을 듣자, 일기장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일기장을 봤는데 없었다고? 하지만 혹시 네가 지나쳐 봤을지도 모르쟎아."

 "그럴 리가 없어. 정말 여러 번 봤어. 오빠, 우린 미발표작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겠어? 보고 또 보고... 얼마나 여러 번 봤는데..."


 "하지만 영희야, 가끔 그럴 때가 있쟎아. 호주머니에 열쇠를 넣고 어디있는지 찾으면서 다른 데는 다 살펴보면서 호주머니에는 손을 넣어 보지 않는 경우... 네가 잘 살펴봤겠지만...  내가 한 번 보면 다를지 누가 알겠어?"

 "하지만 일기장은 영어로 되어있어. 오빠가 봐도 모를거야."

 "나를 무시하는거니?"


 "그게 아니라... 외삼촌은 글씨를 날려 써서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 힘들어. 내가 집에 가서 볼께..."

 "나도 같이 보면 안될까?"

 "알았어, 오빠... 그럼 지금 우리집에 가서 같이 보자."

 "좋아."


 철수는 영희와 함께 영희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희는 어머니의 서재에서 조심스럽게 외삼촌의 일기장을 꺼내서 펼쳤습니다.

 영희가 말한대로 시인의 글씨는 철수가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너의 외삼촌은 일기를 영어로 쓰셨니?"

 "그건... 일종의 훈련이야... 외삼촌은 자신의 시를 직접 영어로 번역하고 싶어하셨어. 외삼촌 일기를 보니 외삼촌 영어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있거든."


 "그럼 아직도 그 뜻을 모른단 말이야?"

 "영어 사전을 찾아 봤는데도 없었어."

 철수는 시인이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영희의 말을 듣자 일기장에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요.
 '일기장은 보통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썼다는 것은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틀링없어.'

 일기장에 어떤 비밀이 감추어졌다는 생각을 한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였지요.
 "바로 그거야.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일기장을 다 읽어봤다고 해도 다 읽어본 것이 아니쟎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말이야, 어려운 문제는 시험에 절대 나오지 않겠지 하고 넘기면 나와서 틀리는 경우가 많았어. 삼촌 일기장에 있는 단어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해해야되. 모르는 단어가 미발표작에 대한 힌트일 수도 있어."

 
 영희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지요.
 "영어 사전에 없는 걸 어떻게 하라고..."

 "웹스터 사전에도 없었니?"

 "웹스터 사전까지는... 좋아... 내가 모르는 단어를 웹스터 사전에서 찾아볼께."


 "먼저 네가 모르는 단어를 나한테도 적어줘. 나도 학교 도서관에 있는 대형 영어사전에서 찾아볼께. 거기도 없으면 영문학과 교수님께 여쭈어 보면 아실지 몰라."

 "알았어, 오빠... 내가 일기장에 나온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해서 오빠한테 줄께."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영희가 철수의 집에 찾아 왔습니다.

 영희는 시인의 일기장에 있는 모르는 영어 단어들을 노트에 정리해서 적어 왔습니다.

 "좋았어. 이제부터 각자 행동하자. 여기에 있는 단어들을 모두 알아낸 다음에 다시 만나자. 단어가 많으니까 앞쪽은 내가 할테니까 뒷쪽은 네가 해라. 그럼 각자 알아본 후에 다시 보자."


 철수와 영희는 죽은 시인의 일기장에 적혀 있었던 수많은 영어 단어들을 각각 대형 영어사전에서 찾아 보았는데, 모르는 단어들의 대부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모르는 것은 영문학과 교수님께서 알고 계셨습니다.

 시인의 일기에 있는 미지의 단어들은 대부분 고전에 나오는 고어였습니다.

 고전을 사랑했던 죽은 시인은 고어들을 자신의 일기장에 사용한 것이었지요.

 

 다음 날 철수는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찾은 단어가 정리된 노트를 들고 영희의 집에 갔습니다.

 철수가 미쳐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영희가 대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영희는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오빠! 내가 뭔가 찾은 것 같아. 이리 와봐."

 철수는 흥분된 마음으로 영희와 함께 영희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영희는 외삼촌의 일기를 철수에게 펼쳐 보이면서 말했습니다.

 "외삼촌이 미발표시들을 완성한 날짜에서 1주일 정도 지난 날짜의 일기에서 몰랐던 단어를 해석하여 번역하니 '나의 열매는 나의 반쪽에서 나와 손이 열매에 닿으면 줄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열매는 시고 반쪽은 외삼촌과 결혼할 예정이었던 오빠 어머니고 손이 열매에 닿으면 줄 것이란 말은 자식이 시를 이해할 능력이 되면 주겠다는 뜻이야.

 뒤로 가면 어느 시인이 죽기 전에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유산으로 책상을 물려 준 이야기가 나와.

 딸은 아버지의 초라한 유산에 실망했지만, 그녀는 책상에서 아버지가 남긴 시들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뜻을 알게 된거지. 자식을 시인으로 키우라는 뜻이었어. 시인은 딸의 시적 재능을 알아 보고 자식을 시인으로 키울 것을 딸에게 부탁한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외삼촌이 그 시들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자식이 시인이 된 후에 물려주려고 했던거야."

 

 영희는 철수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외삼촌은 이 시를 오빠 어머니의 아들에게 주려고 했던거야. 바로 오빠에게..."

 영희는 그동안 철수에게 깊은 정이 들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면서 말했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정하기 힘들텐데..."
 "아니야, 확실해. 뒤에 가면 조식와 견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식과 견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견후의 아들인 조예가 조식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는 말이 나와.  견후는 오빠 어머니를 비유적으로 말한 거고, 조예는 오빠 어머니의 아들, 오빠란 말이야."

 "하지만 네 외삼촌이 어머니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한 것은 두분이 결혼할 사이라서 그랬겠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아? 아무튼 이제 네 외삼촌이 미발표시를 발표할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 졌으니 네 어머니께 말씀드리자."


 "좀 더 외삼촌 뜻을 알아본 후에...  외삼촌의 일기도 비유적, 은유적, 암시적으로 표현되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아. 미발표작이 완성된 날 이후의 일기를 차례대로 보다가 빨리 발견할 수 있었어.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외삼촌의 일기장을 연구해 본 다음에 어머니께 말씀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어째서지? 발표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해... 오빠... 내가 외삼촌 일기 모두 해석한 다음에 결정하자."

 어차피 죽은 시인의 미발표작은 영희의 집안 것이라는 생각에 철수는 영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일기장에서 뭔가 추가적으로 발견하면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