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2월의 둘째 월요일에 그녀는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 하나와 카드 한장을 코트의 주머니에 넣은 후에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은 이 땅의 미혼 여성들의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발렌타인데이라서 그녀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다 못해 팔딱팔딱 뛰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녀는 준비한 초콜릿과 카드를 들고 마치 공주가 왕자님을 만나러 행차하는 것과 같은 당당한 걸음으로 미래에 그녀의 낭군이 될지도 모르는 범수를 찾아갔다.
 초콜릿과 카드를 쥔 지혜의 손은 사시나무가 바람에 떨리듯이 떨렸다.
 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무거운 입을 열어 말했다.
 
 "나, 지혜라고 하는데... 혹시 기억하니?
 "당근 기억하지. 현주 친구쟎아."
 "기억해 줘서 정말 고마워."
 "고맙긴... 근데, 왜?"
 "이거..."

 지혜는 범수에게 준비한 초콜릿과 카드를 내밀었다.
 범수가 지혜의 손에 든 초콜릿과 카드를 받자, 그녀의 두 뺨은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지혜는 새색시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수업 끝나고 잠시 만날 수 있니?"
 "좋아. 어디서 만나지?"
 "정문에서 기다릴께." 

 수업이 끝나자 지혜는 학교 정문 앞에서 범수를 기다렸는데, 범수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혜에게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니?"
 "아니, 방금 전에 왔어."
 "지혜야, 나... 이때까지 너처럼 인기가 많은 여자한테 카드나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어. 정말 고마워. 덕분에 평생 잊을 수 없는 발렌타인데이가 되었어."

 이렇게 해서 지혜와 범수는 발렌타인데이 커플이 되었다.
 지혜는 범수와 함께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지혜는 공주님이 된 것처럼 마음이 두리둥실 붕 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같아 자신의 음식을 범수에게 양보했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지혜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라면을 두개나 삶아 먹었다.

 화요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밤을 샌 지혜는 늦잠을 잤다.
 지혜는 아침도 먹지 않은 채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교실에 도착하니 교실문은 성문처럼 굳게 닫혀있었고, 지각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복도에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서있었다.
 하필이면 이때 범수가 지혜의 반의 복도를 지나가면서 아는 채를 했다.
 학교수업이 끝나자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오늘 청소는 오늘 지각한 사람이 한다."
 지혜는 수업이 끝나면 범수와 학교 근처의 비디오방에서 발렌타인데이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청소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수요일, 지혜는 수업시간에 수업이 끝나면 범수와 뭘하고 놀까 딴 생각을 하다가 범수의 담임선생님께 걸렸다.
 "따라와."

 교무실에 끌려간 지혜는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던 범수와 눈이 마주 쳤다.
 지혜는 부끄러워 두 뺨이 홍당무가 되었다.
 '범수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람...'

 목요일, 수업이 끝나자 지혜는 범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범수는 지혜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할 일이 있다고 말한 후에 혼자 집으로 가버렸다.
 지혜는 범수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려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제 교무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요일, 지혜는 미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범수의 반에도 미술 수업이 있었다. 지혜는 범수에게 준비성이 없는 여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현주에게 미술 준비물을 빌렸다.
 이때 지혜는 우연하게도 범수가 혜숙이라는 같은 반 여학생과 신나게 떠드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지혜는 질투심이 불처럼 일었지만, 혜숙이 범수에게 꼬리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참았다.

 토요일, 지혜는 수업이 끝나자 정문에서 범수를 기다렸지만, 범수는 지혜에게 오늘을 어디 가야할 곳이 있어 내일 만나자고 말했다.
 
지혜는 심심해서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표를 사려고 매표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범수가 혜숙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혜는 화가 나서 달려가 범수의 뺨을 때렸다.
 "어디 가야한다는 곳이 여기였어?"
 지혜에게 뺨을 맞은 범수는 벌레씹은 표정으로 지혜를 한참 노려보다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 너한테 말하려고 했어. 지혜, 너... 얼굴은 예쁜데... 하는 행동이 영 아니라서 헤어지려고 했어. 근데, 너 공부... 반에서 뒤에서 10등 안에 든다더라."
 지혜는 혜숙을 노려보았다.
 "혜숙아, 너지? 니가 말한거지?"
 "혜숙이가 말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건데... 뭘 그러니? 내가 니 고백을 받았을 때는 니가 최소한 중간은 되는 줄 알았어. 미안하다."
 지혜는 화가 나서 더 말하고 싶지 않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요일, 지혜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참고서를 펴고 공부를 했다.
 지혜의 어머니는 지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아버지에게 말씀하셨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여보, 지혜가 남자친구를 사귀더니 철이 들었나 봐요. 아침부터 일어나 공부를 하네요."
 "거봐. 내가 말했지. 남자친구가 생기면 오히려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될거라고. 범수는 부반장이고 반에서 3등이래요.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얼마나 좋아."
 지혜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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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영국에 아버지가 군장교인 소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버지의 부관인 청년 장교와 미묘한 관계였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서로 내색하지 않았지요.

 자존심이 강한 청년 장교는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아직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던 소녀도 청년 장교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았지요.

 

 소녀의 이름은 마리아였고 청년 장교의 이름은 피터였습니다.

 마리아에게는 존이라는 오빠가 있었는데, 피터는 마리아의 오빠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마리아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마리아의 오빠를 만나러 온 것처럼 가장하여 마리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 역시 청년 장교가 오빠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피터가 마리아의 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 하였지요.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가 성질이 급하고 지나치게 독선적인 남자라를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의 이러한 성격을 알게 되자 피터가 독선적인 생각을 버리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였지요.

 '저렇게 독선적인 남자와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그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마리아의 마음을 알지 못했던 피터는 마리아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하고 마리아를 만나러 그녀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옛날에는 여자에게 먼저 청혼하기 전에 그녀의 부모에게 결혼을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였기 때문에 피터는 먼저 마리아의 아버지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지요.

 

 마리아의 아버지는 피터의 독선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천성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딸이 원한다면 결혼해도 좋다고 허락하였지요.

 피터는 마리아를 만나서 말하였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당신의 아버지도 이미 당신과의 결혼을 허락하셨소."

 

 피터는 마리아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지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지금 당장 대답해 드릴 수가 없군요.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여유를 주세요."

 

 피터의 독선적이고 급한 성격을 알게 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지만, 피터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피터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3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지요.

 피터는 마리아가 내숭을 떠느라고 3일 후에 다시오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갔습니다.

 

 3일이 지나 피터는 마리아를 찾아왔지요.

 마리아는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습니다."

 

 피터는 마리아가 처음부터 자신의 청혼을 거절할 것을 결심했으면서도 3일 후에 오라고 한 것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크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이미 나의 청혼을 거절하기로 작정했다면 3일전에 하지 그랬소? 그러면 두 번이나 찾아오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나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나 말해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피터가 화를 내면서 청혼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화가 나서 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버렸지요.

 "당신처럼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인 남자와 평생을 함께 살 수는 없기 때문이예요."

 마리아의 직설적인 답변에 피터는 화가 났지만 청혼을 거절한 여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를 참고 마리아에게 말했지요.

 

 "당신의 뜻을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겠소."

 비록 청혼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마리아는 피터가 자신의 급한 성격을 고친 후에 다시 청혼해 주기를 바랬지요.

 

 

 1년이 지난 후에 피터는 다시 찾아와서 마리아에게 청혼했습니다.

 혹시라도 마리아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리아의 답변은 처음과 비슷했지요.

 

 "저에게 3일간의 여유를 주시겠어요?"

 "지금 답변해 주길 바라오. 어차피 당신의 답변은 바뀌지 않을 것 아니오."

 "저는 아직 어려서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어요."

 

 피터는 이번에는 화내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소. 진짜 이유를 말해주시오."

 "당신은...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이어서...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말은 내가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나의 청혼을 받아주겠다는 것이오?"

 

 마리아는 피터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고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당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줄 수 있어요."

 "내가 약속하겠소. 앞으로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소. 그러니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하지만 마리아는 수많은 남자들이 결혼전에 거짓 약속이나 맹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바뀐 피터의 태도를 믿을 수 없었지요.

 "사람이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당신의 행동이 바뀐다면 그때가서 결정하겠어요."

 "어째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당신이 나의 청혼을 받아 준다면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다고 맹세하겠소."

 "만약 고치신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고치신 후에 말이지요."

 

 마리아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비록 피터의 태도가 바뀌어 기뻤지만 왠지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마리아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피터는 화를 내며 말했지요.

 "그렇게 내 말을 믿지 못하시겠소?"

 "보세요. 벌써 화를 내시쟎아요. 이러고도 저에게 무작정 믿어달라고 하시나요?"

 

 피터는 마리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지만 실패하였지요.

 마리아가 이번에도 청혼을 거절하자 화가 난 피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습니다.

 

 

 얼마후에 전쟁이 발발하자 피터는 군대로부터 소집 명령을 받았습니다.

 피터는 마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지요.

 작별인사를 하면서 또 다시 마리아에게 청혼하였지요.

 

 "내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나와 결혼해 주시오. 당신을 사랑하오."

 피터와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리아는 슬픈 생각이 들어 자신의 본심을 말했지요.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이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마리아가 또 다시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피터는 화가 나서 나가려 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소."

 

 마리아가 갑자기 외쳤습니다.

 "잠깐만..."

 피터는 혹시나 마리아의 마음이 바뀌어 청혼을 받아주는 것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마리아의 말은 그의 기대와 달랐지요.

 "제가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할께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자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마리아의 말에 피터는 감동되었습니다.

 "고맙소."

 짧막한 인사와 함께 피터는 떠났지요.

 

 

 전쟁터에 간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그리워졌습니다.

 마리아가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치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말했는데도 공연히 자존심 때문에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중이지만 마리아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그녀는 영혼이 맑은 여자니까 하나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 주셔서 나는 이번 전투에서 죽지 않을 것이다.'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보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피터는 전쟁이 끝날 쯤에는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거의 고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피터는 다시 마리아를 찾아 왔지요.

 "당신과 나의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소. 나의 청혼을 받아 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피터가 정말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어 청혼을 승락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나 피터는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말하였습니다.

 "3일이 아니라, 3년, 아니 3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소. 왜냐하면 나는 당신 없이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오. 나는 변했소. 내가 이미 예전에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이 믿지 못한다면 당신이 믿을 때까지 기다리겠소."

 

 마리아는 이제 피터가 변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3일간 기다려 달라는 마리아의 말에 화내지도 않았고 피터가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청혼한 것은 예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마리아는 지금 당장 피터의 청혼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피터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3일이 되어 피터가 다시 찾아 오자 마리아는 말했습니다.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저는 당신이 변화했다는 말을 이제 믿을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당신의 청혼을 거절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변화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해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하게 되었지요.

 마리아와 결혼한 피터는 더이상 독선적이지도 않았고 성질이 급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피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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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컴플렉스'라는 심리학적인 말을 만들었지만, 사실 신데렐라에는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심오한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어려운 역경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지요.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버리고, 신데렐라가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왕자를 만나려면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고 신데렐라와 같은 멋진 여자가 되라는 뜻이지요.
 신데렐라는 외모만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신데렐라의 마음씨는 아름다운 외모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웠지요.

 신데렐라는 자신에게 못되게 군 두 이복언니를 용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궁전에서 자신과 함께 살게 해주었습니다.
 왕자는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받아 신데렐라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지요.

 왕자는 신데렐라의 아름다움에 놀랐지만,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더욱 놀랐을 것입니다.
 왕자는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을 괴롭힌 언니에게도 잘해주니,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는 더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데렐라가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였겠지요.
 왕자는 신데렐라의 착한 마음씨에 감명받아 신데렐라를 변함없이 사랑하지 않았을지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마음씨가 착한 사람은 언젠가는 보상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여성 중에도 예쁘지 않아도 마음이 착하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많더군요.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잘생긴 남자도 외모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모가 아름답지 않아도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해도 사랑하게 될 수 있겠지요.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여도 자세히 읽어보면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을 때가 많은데,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쓰여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데렐라'도 다른 동화들처럼 여러가지 교훈이 담겨있는데, '신데렐라'에 내포되어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신데렐라에서 배우는 5가지 교훈


 1. 여자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외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중요하다.

 여자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외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면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자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여자의 외면적인 아름다움은 한순간이지만,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들어 성형수술의 기술이 발달하여 성형수술을 통해서 아름답게 변하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다면 남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얼굴을 고치기도 힘들지만, 마음을 고치기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마음이란 생각에서 오는 것이지만, 생각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착하지 않던 사람이 착해지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지요.
 개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여자가 성형수술로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하는 경우는 보았지만, 착하지 않던 여자가 착해지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착했던 여학생은 성인이 되어서도 착하고, 초등학교 때 착하지 않았던 여학생은 성인이 되어서도 착하지 않더군요.
 여자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외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타고 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소흘해지기 쉽지만, 사실은 외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지요.
 여자에게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은 외모는 고칠 수 없어도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기 때문이 아닐지요.


 2. 현재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서 기회를 기다려라.

 패로의 '신데렐라'를 보면 버넷의 '소공녀'가 생각납니다.
 둘 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을 되찾았지요.
 신데렐라와 사라 모두 현재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은 현재의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착한 심성을 잃지 않았지요.

 인생이란 어려울 때는 아무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때가 많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위기 다음에 찬스가 올 때가 많듯이 인생도 어려운 순간이 지나면 좋은 기회가 올 대가 많지요.
 하지만 어려울 때 절망하여 포기한다면, 좋은 기회가 와도 기회를 놓치겠지요.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왕자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현재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착한 마음씨를 잃어버리지 않았지요.
 
 세상에는 자신의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하여 탈선하는 소녀들이 많지만,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와 두 이복언니들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가출하지 않고 못된 계모가 시키는데로 일했습니다.
 계모와 이복언니들이 나쁜 것이 사실이지만, 가출하여 세상으로 나가면 더 나쁜 사람들을 만났거나 고아원으로 보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궁전에서 무도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 수 없어 왕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겠지요.
 

 3. 사랑이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화를 보면 여주인공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왕자나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사랑이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습니다.
 지인이 자신을 연인에게 소개시켜 주었다던가,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던가, 지인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던가, 지인이 연인에게 자신에 대해서 좋게 말해주었다던가, 연인의 친구와 함께 있다가 연인의 눈에 띄였다던가...

 동화도 여주인공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왕자를 만날 때가 많은데, 백설공주는 일곱난쟁이의 도움으로 왕자를 만날 수 있었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요정의 도움으로 죽지 않고 잠자는 공주가 되었고,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으로 무도회에 갈 수 있었지요.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만 받은 것이 아니라 쥐와 도마뱀같은 짐승의 도움도 받았는데, 짐승을 함부로 죽였다면 요정이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을지 모르지요.
 왕자의 명을 따라 신데렐라에게 구두를 신어 볼 기회를 준 신하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신데렐라의 가장 큰 도우미는 바로 왕자였습니다.
 왕자가 신데렐라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신데렐라는 왕자비가 될 수 없었을테니까요.

 사실 사랑이란 내가 잘나서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연인이 나를 좋게 봐서 이루어질 때가 많지만, 사람은 연인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교만한 마음이 들어 연인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지요.

 
 4. 무도회에 가야 왕자를 만날 수 있다.

 호감있는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호감있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여 포기하는 여성들은 신데렐라의 용기와 자신감을 배워야 될 것입니다.
 동화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신데렐라는 용기가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소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왕자만 만나면 왕자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강한 자신감과 언젠가는 탄로날지 모르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지요.
 신데렐라에게 용기가 없었다면 무도회에 갈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착각에 쉽게 빠지는 남자와 달리 여성들인 자신감 부족으로 소심하여 호감있는 남자에게 작업조차 하지 않고 포기할 때가 많은데, 신데렐라도 평범한 의상을 입고 무도회에 갔다면 왕자의 눈길조차 끌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여자의 매력이란 옷이나 애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소심하여 쉽게 포기하는 것보다는 호감있는 남자에게 좀 더 인상깊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지요.
 
 
 5.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다가온 불행을 이겨내면, 전화위복이 되어 불행이 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없이도 무도회에 갈 수 있었겠지만, 유리구두와 화려한 의상으로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신데렐라의 못된 계모와 못된 이복언니는 신데렐라를 못살게 굴었지만, 신데렐라는 그들을 용서하였을 뿐만 아니라 궁전에 살게 해주어 왕자를 크게 감동시켜 왕자의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테니 신데렐라에게 닥친 모든 불행은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요.
 
 동화를 보면 전화위복으로 더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미녀와 야수를 보면 교만한 왕자가 마녀의 마법으로 야수로 변했지만, 오히려 미녀 벨을 만나 이전보다 더 행복해지게 되고,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쫒녀나서 왕자를 만나게 되었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마녀의 마법에 걸려 왕자를 만날 수 있었지요.

 이처럼 동화의 주인공들은 시련을 극복하여 불행을 최고의 행복으로 만들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실제 연애에서도 연인에게 차인 후에 더 연인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연인에게 차였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 헤어진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많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신데렐라가 되기를 꿈꾸는 여성들은 많지만, 신데렐라처럼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데렐라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다면 그런 여성을 좋아할 왕자는 없겠지요.

 패로의 동화 '신데렐라'는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신데렐라의 모습을 통해서 여자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자는 실연당하면 '내가 더 예뻤다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사랑이란 외면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인상이나 이미지 같은 다른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결국 여자가 신데렐라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을 받으려면, 외면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키워야 될 것입니다.

 만약 신데렐라가 계모와 이복언니들에게 학대받아 착한 심성을 잃어버리고 심술많은 여자가 되었다면, 왕자를 만났다고 해도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연재 글 : 배달민족 치우천황 14화 (신재하 작가의 최신 역사소설입니다)
오늘 글 : 인현왕후 19화 (오늘 발행한 역사소설입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