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국에 아버지가 군장교인 소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버지의 부관인 청년 장교와 미묘한 관계였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서로 내색하지 않았지요.

 자존심이 강한 청년 장교는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아직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던 소녀도 청년 장교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았지요.

 

 소녀의 이름은 마리아였고 청년 장교의 이름은 피터였습니다.

 마리아에게는 존이라는 오빠가 있었는데, 피터는 마리아의 오빠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마리아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마리아의 오빠를 만나러 온 것처럼 가장하여 마리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 역시 청년 장교가 오빠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피터가 마리아의 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 하였지요.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가 성질이 급하고 지나치게 독선적인 남자라를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피터를 좋아했지만 그의 이러한 성격을 알게 되자 피터가 독선적인 생각을 버리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였지요.

 '저렇게 독선적인 남자와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그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마리아의 마음을 알지 못했던 피터는 마리아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하고 마리아를 만나러 그녀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옛날에는 여자에게 먼저 청혼하기 전에 그녀의 부모에게 결혼을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였기 때문에 피터는 먼저 마리아의 아버지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지요.

 

 마리아의 아버지는 피터의 독선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천성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딸이 원한다면 결혼해도 좋다고 허락하였지요.

 피터는 마리아를 만나서 말하였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당신의 아버지도 이미 당신과의 결혼을 허락하셨소."

 

 피터는 마리아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지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지금 당장 대답해 드릴 수가 없군요.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여유를 주세요."

 

 피터의 독선적이고 급한 성격을 알게 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지만, 피터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피터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3일간의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지요.

 피터는 마리아가 내숭을 떠느라고 3일 후에 다시오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갔습니다.

 

 3일이 지나 피터는 마리아를 찾아왔지요.

 마리아는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습니다."

 

 피터는 마리아가 처음부터 자신의 청혼을 거절할 것을 결심했으면서도 3일 후에 오라고 한 것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크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이미 나의 청혼을 거절하기로 작정했다면 3일전에 하지 그랬소? 그러면 두 번이나 찾아오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니오? 나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나 말해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피터가 화를 내면서 청혼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화가 나서 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버렸지요.

 "당신처럼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인 남자와 평생을 함께 살 수는 없기 때문이예요."

 마리아의 직설적인 답변에 피터는 화가 났지만 청혼을 거절한 여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를 참고 마리아에게 말했지요.

 

 "당신의 뜻을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겠소."

 비록 청혼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마리아는 피터가 자신의 급한 성격을 고친 후에 다시 청혼해 주기를 바랬지요.

 

 

 1년이 지난 후에 피터는 다시 찾아와서 마리아에게 청혼했습니다.

 혹시라도 마리아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리아의 답변은 처음과 비슷했지요.

 

 "저에게 3일간의 여유를 주시겠어요?"

 "지금 답변해 주길 바라오. 어차피 당신의 답변은 바뀌지 않을 것 아니오."

 "저는 아직 어려서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어요."

 

 피터는 이번에는 화내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소. 진짜 이유를 말해주시오."

 "당신은... 성질이 급하고 독선적이어서...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말은 내가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나의 청혼을 받아주겠다는 것이오?"

 

 마리아는 피터의 태도가 변한 것을 보고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당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친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줄 수 있어요."

 "내가 약속하겠소. 앞으로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소. 그러니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하지만 마리아는 수많은 남자들이 결혼전에 거짓 약속이나 맹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바뀐 피터의 태도를 믿을 수 없었지요.

 "사람이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당신의 행동이 바뀐다면 그때가서 결정하겠어요."

 "어째서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당신이 나의 청혼을 받아 준다면 나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겠다고 맹세하겠소."

 "만약 고치신다면...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고치신 후에 말이지요."

 

 마리아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비록 피터의 태도가 바뀌어 기뻤지만 왠지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마리아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피터는 화를 내며 말했지요.

 "그렇게 내 말을 믿지 못하시겠소?"

 "보세요. 벌써 화를 내시쟎아요. 이러고도 저에게 무작정 믿어달라고 하시나요?"

 

 피터는 마리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지만 실패하였지요.

 마리아가 이번에도 청혼을 거절하자 화가 난 피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습니다.

 

 

 얼마후에 전쟁이 발발하자 피터는 군대로부터 소집 명령을 받았습니다.

 피터는 마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지요.

 작별인사를 하면서 또 다시 마리아에게 청혼하였지요.

 

 "내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나와 결혼해 주시오. 당신을 사랑하오."

 피터와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리아는 슬픈 생각이 들어 자신의 본심을 말했지요.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이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마리아가 또 다시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자 피터는 화가 나서 나가려 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소."

 

 마리아가 갑자기 외쳤습니다.

 "잠깐만..."

 피터는 혹시나 마리아의 마음이 바뀌어 청혼을 받아주는 것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마리아의 말은 그의 기대와 달랐지요.

 "제가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할께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자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마리아의 말에 피터는 감동되었습니다.

 "고맙소."

 짧막한 인사와 함께 피터는 떠났지요.

 

 

 전쟁터에 간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그리워졌습니다.

 마리아가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질을 고치면 청혼을 받아주겠다고 말했는데도 공연히 자존심 때문에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중이지만 마리아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그녀는 영혼이 맑은 여자니까 하나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 주셔서 나는 이번 전투에서 죽지 않을 것이다.'

 

 피터는 마리아가 몹시 보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피터는 전쟁이 끝날 쯤에는 자신의 급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거의 고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피터는 다시 마리아를 찾아 왔지요.

 "당신과 나의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소. 나의 청혼을 받아 주시오."

 마리아는 피터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피터가 정말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어 청혼을 승락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3일간의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나 피터는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말하였습니다.

 "3일이 아니라, 3년, 아니 3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소. 왜냐하면 나는 당신 없이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오. 나는 변했소. 내가 이미 예전에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이 믿지 못한다면 당신이 믿을 때까지 기다리겠소."

 

 마리아는 이제 피터가 변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피터는 3일간 기다려 달라는 마리아의 말에 화내지도 않았고 피터가 마리아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청혼한 것은 예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마리아는 지금 당장 피터의 청혼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피터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3일이 되어 피터가 다시 찾아 오자 마리아는 말했습니다.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저는 당신이 변화했다는 말을 이제 믿을 수 있어요. 그동안 제가 당신의 청혼을 거절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변화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해서 마리아는 피터와 결혼하게 되었지요.

 마리아와 결혼한 피터는 더이상 독선적이지도 않았고 성질이 급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피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