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때부터 금붕어 한쌍을 키웠는데, 금붕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먹이를 지나치게 많이 주어도 죽고, 먹이를 지나치게 적게 주어도 죽고,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죽고, 물을 지나치게 자주 갈아주어도 죽고, 한마리가 죽으면 외로워서 죽고, 이래도 탈이고 저래도 탈이다.
 
 대학을 진학한 후에 금붕어를 그만 키울까 생각도 했지만, 오래동안 금붕어를 키우다 보니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된 듯 금붕어가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니에게는 영희라는 예쁜 여자가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내 여자친구 영희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영희는 어항에 있는 금붕어 한쌍을 쳐다보자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철수야, 너 언제부터 금붕어 키웠니? 정말 귀엽다."
 "너 줄까?"
 "아니야, 괞챦아. 바빠서 돌 볼 시간도 없고..."

 영희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영희는 항상 밝은 미소를 지어 나는 그녀와 함께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교회의 고등부 예배에서 영희를 처음 보았는데, 찬송할 때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노래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다운 느낌이 들어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우연하게도 나와 영희는 같은 대학에 들어가 그녀를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나와 그녀는 같은 동내에 살았기 때문에 학교에 같이 가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1학년 겨울방학의 크리스마스 이브의 교회의 모임에서 영희에게 나의 마음을 고백했는데, 그 날 영희는 나의 고백을 거절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 화이트데이에 다시 영희에게 고백했는데, 영희는 미소지으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 정말 좋아하니?"
 "난 정말 니가 좋아."
 "어디가 좋은데?"
 "모든게... 너의 모든 것이 좋아."

 영희는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 날 이후로 나와 영희는 학교에서나 교회에서나 항상 함께 다니면서 사랑을 키웠는데, 나는 어렵게 이룬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영희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 영희에게 문자를 보냈고, 매일 영희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영희가 교회에서 늦게까지 성가대에서 연습을 하면 도시락까지 싸서 그녀에게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영희는 부답스러운 듯이 말했다.

 "철수야, 고맙지만... 이럴 필요 없어. 내가 미안하쟎아."

 어느 날 영희를 만났을 때 영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철수야,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뭔데?"
 "미안하지만... 우리... 이제 만나지 말자..."
 "어째서지? 난 정말 너를 사랑하는데..."
 "나도 알아..."
 "그럼, 어째서..."
 "니가... 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서..."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게 잘못이니? 난 이해가 안되...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아냐, 니 잘못이 아니야..."
 "사실... 그동안... 난... 고민 많이 했어. 넌 나를 정말 사랑하는데... 난... 왠지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너를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어. 그래서...부담이 되었는데... 이제 난... 너와 잘 될거라는 자신이 없어졌어..."
 "영희야, 제발...이러지 말아줘.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철수야, 미안해... 너에게 이런 식으로 상처주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미안해..."

 결국 영희는 떠났다.
 영희는 교회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다른 교회로 옮겼다.
 나는 영희와 함께 하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을 공책에 빼곡히 적어 놓았지만, 이제 다 필요 없어져 공책을 버렸다.
 내가 도데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생각하면서 눈물의 나날을 보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통곡하며 울었다.
 어머니는 시장에 가고 없었는데, 때마침 집에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나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나는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어 인생을 헛산 것 같다는 말만 했었다.


 5년 후...

 현주... 내 지금의 여자친구 이름이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지금의 여자친구를 비교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현주는 영희보다 훨씬 더 예뻤다.
 나에게만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영희보다 현주가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예전에 영희를 사랑한 만큼 현주를 사랑하지 않는다.
 현주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희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영희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영희에게 부담을 주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금붕어와 사랑은 공통점이 있다.
 금붕어에게 지나치게 먹이를 많이 주면 죽는 것처럼 사랑도 상대에게 부담을 줄 정도로 많이 사랑하면 사랑이 죽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오늘 글 : 인현왕후 17화 (오늘 발행한 역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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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글 : 배달민족 치우천황 14화 (신재하 작가의 최신 역사소설입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