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는 패왕이었던 항우과 그의 후궁이었던 우희의 이별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20세기 초에 초연된 이 연극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항우는 중국 여성들의 가장 이상적인 남성상 중에 하나였고, 우희는 중국 남성들의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 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항우는 명장 한신이 이끄는 한나라 대군에 대패한 후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소리가 들려오자 우희에게 자신을 떠나 유방에게 투항할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당시처럼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던 시대에 항우와 같은 남자는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드물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항우를 사랑했던 우희는 이별대신 죽음을 선택했읍니다.

 아마도 우희가 자결한 것은 항우의 탈출을 돕기위한 희생적인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한나라군에 포위되었던 항우로써는 우희가 탈출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 한나라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지요.
 결국 우희는 항우를 살리기 위해서 자결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랑하던 여인이 눈 앞에서 죽는 것을 본 항우는 이미 삶의 목표를 상실한 듯 했습니다.
 당시 오강에는 배가 하나뿐이였기 때문에 항우는 오강만 건너면 고향에 안전하게 갈 수 있었고, 세상에는 아직 항우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서 권토중래 할 수도 있었지만 항우는 고향의 젊은이 8000여명을 전쟁 중에 죽게 만들어 그들의 부모를 볼 낯이 없다며 고향으로 도망칠 것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내가 고향에서 봉기하여 데리고 나온 8000여 명의 젊은이 중 대부분이 이미 죽었다. 무슨 낯으로 그들의 부모를 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나를 용서하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네." 
 항우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라고 평가받는 한신조차도 정면승부를 꺼릴 정도의 천하의 용장이였습니다.

 불과 3만의 병력으로 한나라의 56만 대군을 격파한 일은 중국 전쟁사상 최고의 승리라는 평가지요.

 아무리 한신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라고 해도 항우의 병사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에 적군을 압도하는 용맹과 무용은 한신조차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항우가 배를 타고 탈출했다면 천하를 유방이 차치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지요. 
 
 항우는 당시 여성들의 이상형이었고 우희는 당시 남자들의 이상형이었으니, 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어찌 듣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을 수 있을지요.

Posted by labyrint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에식스 경은 반란죄로 처형을 당했지만 실제로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명을 썼거나 억울하게 처형당했다는 것이지요.
 정말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반란을 일으켰던 무리들이 에식스 경의 뜻과는 관계없이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겠지요.

 일설에 의하면 에식스 경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청혼을 거절했는데, 에식스 경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청혼을 거절하면서 여왕의 노여움을 사서 투옥된 것이 에식스 경의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충성심을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여왕은 에식스 경에게 다시 청혼을 했지만 에식스 경은 여왕의 청혼을 다시 거절했고 결국 반역죄로 체포되었는데, 아마도 이 과정에서 에식스 경의 추종자들이 반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반란에 에식스 경의 지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죽음을 억울하다고 표현했던 문헌이 여러 곳에 있다고 합니다.

 어느 문헌에 의하면 에식스 경이 죽자 많은 문인들이 슬퍼하였고 백성들도 슬퍼하였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은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크게 사랑했기 때문에 에식스 경이 정말 반란을 일으켰다면 백성들이 슬퍼하였을 이유가 없지 않을지요.
 철학자 베이컨은 자신을 키워준 에식스 경의 처벌에 앞장섰는데, 에식스 경은 베이컨의 후원자였기 때문에 베이컨은 배신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에식스 경의 나이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나이가 30살 이상 차이가 났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여왕이라고 하지만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사랑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왕이 에식스 경에게 청혼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만약 여왕이 에식스 경에게 결혼을 강요했다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사람들의 동정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에식스 경의 죽음을 애도한 사람들이 많다는 문헌으로 볼 때 에식스 경이 정말 반란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처럼 모든 비밀과 진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Posted by labyrint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에게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첫번째 여인은 안겔라 라우발인데, 그녀는 히틀러의 질녀였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어째서 질녀인 안겔라 라우발을 사랑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1931년 그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요.

 그녀가 왜 자살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안겔라 라우발은 히틀러를 사랑하지 않았고 어떤 남자를 사랑했는데, 히틀러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것도 추측일뿐이지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안겔라 라우발을 잃은 충격때문인지 히틀러에게는 이후 오랫동안 연인이 없었지요.

 히틀러의 마지막 애인인 에바 브라운은 나찌가 정권을 잡기 이전에 히틀러를 만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바 브라운은 히틀러를 깊이 사랑했고 히틀러는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와 결혼한 후 다음날에 그녀와 함께 자살하였지요.

 지하벙커에서 히틀러와 결혼식을 올린 에바 브라운은 결혼식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히틀러 부인이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에바 브라운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자의 사랑이 아무리 순수하다고 해도 악인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이란 악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Posted by labyrint
 
 자주 만나는 사람은 항상 만날 것 같지만, 인연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가 인연이 아니었을지요.
 친구든, 선생님이든, 이웃이든... 항상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이 어느 한 순간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더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교회의 선생님들은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항상 나오다가도 그만 두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한한 인내심과 따뜻한 사랑으로 학생들을 인도하시던 교회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띵동, 띵동.'
 나는 초인종이 울리자 현관문쪽으로 달려가서 초인종을 누른 사람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정우니? 나야, 선생님."
 
 내가 다니는 교회의 선생님께서 중등부 전도사님과 함께 신방을 온 것이다.
 나는 교회의 선생님의 목소리를 확인하자 문을 열어드렸다.
 교회 선생님은 이제 20살의 꽃다운 나이셨는데, 나를 보자 활짝 미소지으면서 인사를 하셨다.
 "정우야, 그동안 잘 지냈니?"
 "네, 잘 지냈어요."
 "정우야, 근데, 왜 요즘 교회 안나오니?"
 "저기..."

 나는 당시 교회의 친구들과 갈등이 있어 중등부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어른 예배에 참석했었는데, 내가 교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현관문으로 오시면서 말씀하셨다.
 "전도사님, 선생님, 어서 오세요. 여기에 앉으세요."

 전도사님과 선생님은 어머니께 인사를 한 후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어머님께서는 거실에 방석을 4개의 깔아놓으셨다.
 거실에는 소파가 있었지만, 가정 예배를 볼 때는 무릎을 끓고 예배를 보기 때문에 방석에 앉아 예배를 보기 때문이다.
 전도사님과 선생임께서 자리에 앉자 어머니와 나도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와 내가 자리에 앉자 전도사님께서는 가정 예배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셨다.
 전도사님께서는 기도를 마친 후에 가정예배를 시작하셨다.
 찬송가, 성경말씀, 기도로 이어지는 가정예배는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끝났다.
 가정예배가 끝나자 어머님께서는 찹쌀떡과 과일을 가져오셨다.
 전도사님께서는 쥬스를 마신 후에 나에게 물으셨다.

 "정우야, 요즘 왜 중등부 예배에 나오지 않니? 중학생은 중등부 예배에 나와야 믿음이 자라는 거야."
 "다음 주에는 나갈께요."
 "그래, 선생님이 기다릴테니 다음 주에는 꼭 나오는거다. 알지?"
 "네, 나갈께요."

 내가 다음 주에는 중등부 예배에 나가겠다고 약속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찹쌀떡을 드셨다.
 전도사님께서는 찹쌀떡을 좋아하지 않으시는지 찹쌀떡은 드시지 않으시고 과일만 드셨는데, 선생님께서는 찹쌀떡을 두개나 드셨다.
 
 "찹쌀떡이 아주 맛있네요."
 "선생님, 더 드세요."
 "아니요, 됬어요. 정말 잘 먹었네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찹쌀떡을 드신 선생님은 나에게 교회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는다.
 "내가 원래 몸에 약해서 자주 아팠는데...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오히려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 믿음을 가지면 뭐든 가능하단다. 근데, 정우야, 너, 언제 한번 선생님과 과천 대공원에 가지 않을래? 작년에도 선생님이 학생들하고 갔는데, 같다오니 서로 정말 많이 친해졌어."
 "네, 나중에 저도 갈께요."

 시간이 많이 지나자 선생님과 전도사님은 떠나셨다. 다음 주에는 꼭 나오라는 당부와 함께...

 다음 주가 되자 나는 선생님과의 약속대로 중등부 예배에 나갔다.

 선생님은 나를 반겨주셨지만, 교회의 학생들은 그다지 나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여학생들은 선생님과 다정한 모습으로 대화하였는데, 왠지 모르게 질투심이 났다.

 성경공부가 끝나자 여학생들이 선생님을 졸랐다.

 

 "선생님! 맛있는거 사주세요. 약속하셨쟎아요."

 "그래, 끝나고... 정우야, 너도 갈래?"

 "저는... 볼일이 있어서요."

 "그래, 그럼 나중에 같이 가자. 다음 주에 보자."

 "네, 안녕히 계세요."

 

 지나칠 정도로 다정한 선생님과 여학생들...

 선생님과 여학생들은 나이가 5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다정한 모습에 누가 옆에서 보면 친언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영화의 아웃사이더처럼 그들의 틈사이에 있는 것 같아 중등부 예배가 그리 즐겁지 않았다.

 

 '야!'

 여학생들은 나를 '야'라고 불르거나 "선생님, 얘는 안가요?" '얘.'라고 할 때도 가끔 있었다.

 내가 중등부 예배에 자주 빠져 여학생들이 내 이름을 모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나는 여학생들이 나를 '야'나 '얘'라고 부르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다음 주에도 중등부 예배에 나가긴 했지만, 여학생들과 지나치게 친한 선생님의 모습과 여학생들이 나를 '야'라고 부르던 좋지 못한 기억이 나의 발걸음을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중등부 예배가 끝나자 선생님을 뵙고 성경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다음 주에도 성경공부를 하지 않고 돌아왔다.

 그 다음 주도..

 나는 계속 성경공부를 하지 않고 예배가 끝나자 돌아왔다.

 몇 달이 지난 후에서야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 교회의 나의 반을 찾아갔다.

 아니,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새로오신 선생님께서 나에게 선생님은 그만 둔지 얼마 되셨다고 말씀하셨다갑자기 선생님께서 신방오셨을 때 하셨던 말씀이생각났다.

 

 "내가 원래 몸에 약해서 자주 아팠는데...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오히려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

 

 그렇다. 선생님께서 다시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연락처...

 여학생들은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았지만, 나는 왠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뵙겠지...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선생님을 뵐 수 없었다.

 교회에서 선생님께서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러가자고 말씀하셨던 날이 선생님을 뵌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노란 떡고물이 묻어있는 찹쌀떡을 보면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 찰떡처럼 찰기있는 삶을 살고 계신지요.

 이제는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겠지요?

 선생님, 뵙고 싶어요.


Posted by labyrint


 슬픈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지요.

 죽음을 앞둔 어머니 청개구리는 항상 말을 거꾸로 듣는 철없는 아들 청개구리가 자신을 양지 바른 곳에 묻으라고 하면 반대로 할까봐 개울가에 묻으라고 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어기지 못해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어 비가 오면 아들 청개구리가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슬프게 운다는 이야기지요.


 이와 같은 비극은 아들 청개구리가 평소에 어머니 청개구리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아서 어머니 청개구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요.

 아들 청개구리는 너무 늦게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어머니 청개구리의 말씀을 따르려고 했지만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결국은 어머니 청개구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고 말았지요.

 청개구리 이야기는 부모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 자식들을 풍자한 우화가 아닐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부모와 자식 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나지요.

 아내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남편...

 아내가 하는 옳은 말을 항상 잔소리로 생각하고 귀기울여 듣지 않다가 아내가 병이 들어 죽게 되면 그제서야 아내의 말을 듣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내의 유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은 청개구리 이야기와 비슷한 청개구리 같은 남편의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18 세기 유럽에 아름다운 하녀를 둔 귀족 부부가 있었지요.

 그녀는 일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했기 때문에 귀족 부부는 모두 이 하녀를 좋아했지요.

 그런데 귀족 부부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부인은 하녀를 양녀로 삼으려고 했지만 아름다운 하녀에게 반한 남편은 하녀를 양녀로 입양하는 것을 반대했지요.


 하녀가 귀족 부부의 집에 들어온지 3년이 되었을 때 부인이 큰 병에 걸렸습니다.

 하녀는 자신을 무척이나 아껴주었던 부인을 정성껏 간호했지요.

 어느 새 2년이 더 지났습니다.

 부인의 병은 날로 악화되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부인은 남편을 불렀지요.

 "여보, 이제 저는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와서 행복하지 못했지만 어찌 그것이 당신만의 탓이겠어요? 당신에게 자식을 안겨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그럴 수 없게 되었네요."


 아무리 철없는 남편이라고 해도 아내가 죽게 되면 철이 드는 법이지요.

 남편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부인. 힘을 내야지요. 당신은 죽지 않을 것이오. 용기를 내서 병마와 싸워요."


 부인은 말할 힘도 없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가망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부탁을 할께요. 저를 2년동안 돌봐준 하녀를 잘 부탁드려요. 당신은...  그녀와 결혼하세요. 이미 제가 그녀에게도 당신과 결혼할 것을 부탁했어요. 그녀와 결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으세요. 그녀는 정말 착한 아이니 당신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말고 잘해주세요. 부탁드려요..."


 그 말을 남기고 부인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아름다운 하녀에 정신이 팔려 부인에게 소흘했지요.

 하지만 부인이 죽자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남편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몹시 그리워 하였습니다.

 부인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다가 예전에 부인이 하녀를 양녀로 삼으려는 것을 자신이 반대했던 일이 기억나자 그는 하녀를 양녀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하녀를 양녀로 입양한 후에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혼기가 지났는데다 하녀출신이라서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하녀는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남편은 하녀를 시집 보낸 후에는 쓸쓸히 혼자 살게 되었지요.

 결국 남편은 아들 청개구리가 어머니 청개구리의 유언의 의도와는 반대로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었듯이 자신이 죽으면 재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으라는 아내의 유언과는 반대로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자식도 없이 죽게 되어 그의 전 재산은 동생에게 넘어가게 되었지요.

 

 세상에는 아내가 살아있을 때에는 마음이 젊은 여자들에게 가있다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서야 아내의 진정했던 사랑을 깨닫고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들이 있지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재혼해서 자식들을 키울 것을 부탁하지만 남편은 떠난 아내를 생각해서 재혼하지 않고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는 경우가 있지요.


 아내의 진심은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기도 어렵고 자식들이 결혼해서 떠나고 나면 혼자 살기 외롭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진심으로 재혼할 것을 권유한 것이지만, 이러한 아내의 진심을 모른다면 혼자 사는 것이 떠난 아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요.


 부부간에 마음이 잘 맞으면 살아서도 잘 맞지만, 잘 맞지 않으면 죽어서도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labyrint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 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1. 라라윈님 : 편견 타파 릴레이
 2. 해피아름드리님 : 편견을 버리세요 ~ 편견 타파 릴레이
 3. 검도쉐프님 [편견 타파 릴레이] 편견을 버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4. 악랄가츠님 [편견 타파 릴레이]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5. 달려라 꼴지님 오히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6. 흰소를 타고님 강철남 바른 생활 무식남 저는 빼주세요.



 저는 문학의 지식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국어 시간에 우리는 문학을 공부하면서 작가의 의도라던가 작가가 글을 쓴 시대적인 배경, 그런 것을 열심히 배우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글을 읽을 때 생기는 영감이나 주관적인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글을 읽으면, 작가가 글을 쓴 의도는 무엇인지 작가가 글은 쓴 배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읽는 글 자체에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감정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을 때, 어떤 사람은 로미오가 첫사랑을 버리고 줄리엣을 사랑하게 된 것에 대해서 크게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미오의 첫사랑은 로미오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는데, 로미오는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줄리엣을 만나자 줄리엣과 사랑에 빠졌지요.
 이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세익스피어의 의도와는 큰 상관이 없겠지만, 첫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에게는 큰 감동을 줄 수 있겠지요.

 이처럼 문학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동이 중요한 것이지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동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감정의 중요성이 무시되는 것이니까요.
 
 정답이 없는 문학의 세계에서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배우고, 소수의 학자의 생각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한가지 더 예를 들면, 나관중이 삼국지를 읽었을 때 중요한 점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어떤 감동을 받았느냐가 더 중요하다가는 것이지요.
 나관중이 글을 쓴 의도는 충성심의 중요성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꾀많은 조조의 처세술에 더 깊은 감명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사람이란 저마다 가치관이 달라 작가의 가치관을 강요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게 되도 상관없다는 것이지요.
 앞서 예시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작가인 세익스피어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껴도 그러한 개인적인 감정이 세익스피어가 글을 쓴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문학이란 개인적인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20세기 이후의 학문들이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느낌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키운다고 해서 진리에 근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인 근거가 전혀 없어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지식이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잠재의식이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인 논리만 중요하게 생각하면 정작 알맹이가 빠진 이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의 다음 주자는 감정정리님, 세리님, 마지막 한분은 답변을 주시지 않았네요.


 
Posted by labyrint

 미국 증시의 급락의 영향으로 오늘 한국 증시는 최근들어 최대폭으로 하락했는데,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최근 미증시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국 증시 급락은 향후 증시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암시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고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던 베어마켓은 1주일 전에 끝났을지도 모르고 연말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능성에 불과하니 증시가 약세에 빠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오늘의 증시 급락에서 투자자들이 상기해야 될 것은 증시는 언제라도 약세나 폭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난 40 년간의 미증시의 흐름에서도 분명히 찾아볼 수 있는데, 경기가 장기침체가 되면 주식시장에서 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1970년 이후 미국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 미국의 주식시장은 10년 가까이 장기침체를 보였는데, 지금의 미국의 경제는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나쁘기 때문에 70년대처럼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된다면 앞으로 전세계 증시가 얼마나 빠질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증시 비관론자들은 다우지수가 4000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의견을 낸 적이 있는데, 이들의 의견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가능성은 10% 이상되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의 주식시장의 문제점은 낙관론만 있고 비관론이 힘을 잃었다는 것인데, 낙관론이 증시에 거품을 만들고 투자자들의 투기적인 거래를 촉발한다면, 비관론자들의 추측대로 증시가 대폭락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1987년 블랙먼데이의 교훈이 주는 것은 주식시장은 경제자체만큼이나 심리적인 요소가 많아 증시가 단순히 수급의 불균형으로 폭락해도 폭락이 폭락을 부르는 도미노식의 하락장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었지요.

 최근들어 한국증시는 대출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급증하였는데, 만약 미증시가 연일급락한다면 대출해서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급속하게 출회되어 증시의 새로운 폭락장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재미있고 유용한 통계가 있는데, 오늘 제가 그 통계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2000년 이후에 한국증시는 매년 폭락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0년은 종합지수 1000에서 500으로 폭락했기 때문에 말할 필요도 없고, 2001년은 911사태, 2002년은 북핵사태, 2003년은 이라크전, 2004년은 중국증시 폭락, 2005년 인터넷주를 비롯한 코스닥 폭락, 2006년은 미증시 폭락으로 인한 동반 폭락, 2007년은 연초 증시급락, 2008년은 대공황 이후의 최악의 폭락이 왔었지요. 
 
 가장 증시가 좋았던 2007년을 제외하면 매년 주기적으로 대 폭락장이 한차례 이상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증시가 지난 10년 가까이 1년에 한번 이상 폭락장이 연출된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의 수급이 아직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나갈지 모르지만, 대폭장이 올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염두하고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labyrint

 1편 줄거리 - 평원왕은 어린 평강공주가 울 때마다 농담삼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농담을 했는데, 고지식한 평강공주는 지엄한 군주가 농담으로 결혼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못해 바보 온달을 마음속으로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평강공주는 아버지와 오빠 이외의 남자는 만난 적이 없어 바보 온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보 온달이 아버지없이 혼자서 어머니를 부양한다는 말을 듣자 깊은 감동을 받아 마침내 바보 온달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평강공주가 16세가 되자 평원왕은 공주를 상부의 고씨에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오해로 인해서 이미 마음속으로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으로 받아들인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뜻을 어기고 궁전을 나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평강공주의 어머니인 왕후는 평강공주를 설득했지만, 평강공주가 뜻을 굽히지 않자 할 수 없이 평강공주의 뜻을 받아들였고 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해도 궁핍하지 않도록 예물을 주었지요.

 궁전을 나선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찾아 산으로 올라 갔는데, 어리석은 바보 온달은 산에 여자가 올라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평강공주를 백년 묵은 여우라고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 2


 바보 온달의 집을 찾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땔감을 찾으러 산에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갔는데, 평강공주는 땔갑을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던 바보 온달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보자 그가 바보 온달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했습니다.

 "온달님이신가요?"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
 "뭐요? 평강공주? 공주라고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공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공주가 한가하게 산에 올라올 일도 없고, 평민에게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라고 말할 리는 더 더욱 없기 때문이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바보인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보세요,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사람들은 나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이 공주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는 평강공주가 맞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오려고 이 먼 곳을 찾아왔어요."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과 맺어주겠다는 농담을 진심으로 믿을 정도로 고지식한 여자였기 때문에 바보 온달을 만나자 마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밝혔지만,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아니라면.... 여우? 천년 묵은 여우?'
 동내 사람들은 바보 온달을 놀리고 겁주기 위해서 산에는 천년 묵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변장한 후에 남자를 홀려 잡아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아름다운 것을 보자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평강공주가 선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평강공주는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바보 온달은 여우는 그림자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평강공주의 그림자를 보았는데, 평강공주는 그림자가 있었지요.
 '예전에 신부감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하느님이 선녀를 보내준 것이지도 몰라.'

 바보 온달은 아름다운 평강공주가 여우이거나 선녀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겁없이 산에 올라온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평강공주는 무예가 뛰어나 아무 거리낌없이 산에 올라왔지만, 바보 온달은 이 사실을 알리가 없었지요.

 바보 온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갈등을 느끼자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자신이 공주라는 말을 믿고, 자신과 결혼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에게 이미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사실상 바보 온달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지요.
 여자가 수줍음도 없이 남자를 보자마자 청혼을 했다는 생각이 들자 평강공주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바보 온달은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자 공주가 선녀이거나 착한 여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하지만 바보 온달은 여우와 결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이신가요?"
 "선녀요? 저는 선녀가 아니예요. 저는..."
 평강공주는 말을 잇지 못했지요.
 공주는 자신이 바보 온달에게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보자마자,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라고 말했으니 바보 온달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다가 멈추자 바보 온달은 공주가 여우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선녀가 아니라는 말에 크게 실망한 바보 온달은 공주가 여우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여우구나, 그러니까 자신이 누군지 말하지 못하지.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여우인 것 같다. 하지만 여우와는 결혼할 수 없지. 자식을 낳아도 여우를 낳게 될 것이 아니냐? 그것은 너무나도 큰 불효이다. 평생 혼자사는 한이 있더라도 여우와 결혼할 수는 없다.'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는 바보 온달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청혼을 거절하는 것이 정말 애석했지만, 그녀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자 여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때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를 뵙게 해주세요. 어머니께 제가 누구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어머니를 찾자 걱정이 되어 말했지요.
 "나는 어머니가 없오. 고아란 말이요. 그러니 할 말이 없군요."

 바보 온달이 자신에게 어머니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자 평강공주는 갑자기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머니가 없다니요? 고아라고요? 온달님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알기로 온달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들었는데요."
 "당신이 아는 온달은 아마도 내가 아닌 것 같소. 세상에 온달이라는 이름을 가진자가 한 둘이겠소."
 "그런가요?"

 고지식한 평강공주는 온달이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창피하여 고개를 들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살며시 도망쳐 버렸지요.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자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자 보내 줄 수 밖에 없었지만, 바보 온달이 허겁지겁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바보 온달이 맞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공주는 고지식하기는 했지만 머리는 총명했습니다.
 바보 온달이 아니라면 도망칠 이유가 없지요.

 '낭군님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어머니를 뵈야겠다.'
 평강공주는 산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온달의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  계속 -
 
 

 
 

Posted by labyrint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사랑 이야기는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중에 하나지만, 최근들어 전설처럼 해석되면서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희석되는 경향이 있어 소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를 쓰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 1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평강공주라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총애하여 거의 매일 평강공주를 찾아갔지요.
 하지만 국무가 바빠서 미쳐 평강공주를 보러 가지 못한 날도 있었지요.
 철없는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하루라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울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을 때마다 울면서 심통을 부렸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몹시 사랑하였지만, 왕으로 바쁠 때가 많아 평강공주를 매일 볼 수 없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자주 운다는 이야기를 시녀로부터 들은 평원왕은 평강공주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지요.
 "평강아, 너는 어찌 공주답지 못하게 자주 우느냐. 네가 잘 우니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허허..."

 바보 온달은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의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온달은 소년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해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지요.
 하지만 나라에 기근이 들어 동네 사람들의 형편이 나빠지자 동냥하여도 음식을 충분히 얻을 수 없게 되자 어린 온달은 울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했습니다.
 사람들은 온달이 남자답지 않게 운다고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는데, 평원왕은 우연히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신하로부터 들은 것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가 울면 바보 온달의 이야기가 생각나 평강공주에게 농담을 했는데,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좋지 않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울음을 그치게 되었습니다.
 평원왕은 자신의 농담이 효과를 보자 평강공주가 울때 마다 평강공주에게 말했지요.
 "네가 잘 우니 너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평원왕의 농담은 효과가 있어 평강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거울 정도로 바보 온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평강공주는 아버지나 오빠 이외의 남자는 모르기 때문에 바보 온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어린 평강공주는 시녀들에게 물었습니다.
 "바보 온달이 누구냐?"
 "저희가 듣기로는 온달이라는 소년은 아버지를 잃고 구걸하여 어머니를 혼자서 봉양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음식을 주지 않으면 울면서 애원한다고 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우는 모습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음식을 주지만, 우는 모습이 바보같아 동네 사람들이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어린 평강공주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혼자서 동냥을 하면서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말을 듣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소년이 아버지없이 어머니를 돌보다니... 아버지는 온달의 지극한 효성을 보고 나를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하기는 것일까?'
 어린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말이 농담인지 몰라 평원왕이 정말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결심을 한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지게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정말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평강공주는 10살이 넘자 철이 들어 더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철이 든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가 얼마나 위험한 적들에 둘러쌓였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평강공주는 말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워두면 언젠가는 나라를 위해서 사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신궁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평강공주의 활쏘기 실력은 나날이 늘어 일류 궁수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활쏘기에 능해진 평강공주는 검술도 배웠는데, 아버지인 평원왕은 공주가 검술을 배우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겨 검술에 능한 오빠들에게 몰래 배웠습니다.
 노력한 끝에 머지않아 평강공주의 검술은 오빠들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린 평강공주도 어느새 어엿한 숙녀가 되었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싶은 평강공주는 평양성을 여기저기 돌아 다니곤 하였지요.
 돌아다니던 중 어느 마을에 호랑이가 출몰하여 사람들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백성들을 사랑했던 평강공주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 이 호랑이를 죽여 백성들의 근심을 제거하겠다.'
 평강공주는 화살통에 화살을 가득 담아 호랑이가 나온다는 산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평강공주를 사모했던 상부의 고씨는 평강공주의 뒤를 몰래 밟았지요.
 고씨는 검술에 뛰었났는데, 평강공주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고씨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눈치채고 몰래 숨었다가 나타나 따라온 이유를 물었지요.
 "왜 나를 따라오는 것이오?"
 "공주는 만인지상인데, 어찌 혼자서 산에 오셨오? 이곳은 호랑이가 출몰하는 산입니다. 공주님께서 모르시는 것 같아 제가 공주님의 뒤를 쫒았습니다."
 "나는 호랑이를 잡아 이 백성들의 근심을 없앨 작정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마세요."

 고씨가 평강공주를 말렸지요.
 "공주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런 일은 병사들을 시키세요."
 "병사들은 활쏘기에 능하지 못한데, 어찌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겠소? 괜히 병사들만 다칠 뿐이오."
 "하지만 공주님, 어찌 금지옥엽 공주님이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활쏘기에 능하니 호랑이를 직접 잡을 수 있을 것이오."
 "하오나... 공주님..."
 "겁이 나면 당신이나 돌아 가세요."
 "아닙니다. 공주님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저의 목숨을 걸고 공주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평강공주는 화살통에 화살을 잔뜩 넣은 후에 옷에 예리한 단도 두개를 숨기고 호랑이를 찾아 나섰지요.
 산속에서 호랑이를 본 공주는 재빨리 활을 쏘아 호랑이의 머리를 맞추었습니다.
 "명중했어요. 공주님."
 평강공주의 첫번째 화살은 호랑이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했습니다.
 공주는 이어 2발을 더 쏘아 호랑이의 머리에 쏘아 명중시켰지요.
 세발의 화살을 맞은 호랑이는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고씨는 재빨리 칼로 호랑이를 찔러 죽었는지 확인했지요.
 고씨는 평원왕이 평강공주와 맺어주려고 이미 마음먹은 사람이었습니다.
 고씨는 평강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이미 바보 온달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세월이 흘러 평강공주도 어느새 16살이 되었습니다.
 당시 여자들은 16살이 되면 시집갈 나이였기 때문에 평원왕은 상부의 고씨의 아들에게 평강공주를 시집보내기로 결심하고 평강공주를 불러 자신의 뜻을 알렸지요.
 "공주야,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상부의 고씨 아들은 인품이 뛰어나고 천성이 바르기 때문에 너와 잘 어울일 것이다. 내 이미 뜻을 정했으니 나의 뜻에 따르거라."
 바보 온달을 자신과 맺어주겠다는 평원왕의 농담을 진심으로 믿고 자란 평강공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 아바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온달님을 저의 낭군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뭐라고? 네가 제 정신인게냐?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단 말이냐?"
 "아바마마께서는 소녀가 어릴 적에 울면, 저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평원왕은 오래 전에 한 말이라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평강공주가 말을 듣고 기억이 나자 크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하하... 그건 내가 너에게 농담으로 한 말인 줄 몰랐느냐?"
 "소녀... 몰랐습니다."
 "내가 어찌 공주인 너를 그런 하챦은 자에게 보내겠느냐. 농담은 잊어버리고 내 말대로 하거라."
 "아바마마, 소녀 오래전에 온달님께로 마음을 정하였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지금 진심으로 한 말이냐?"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했던 평강공주의 마음 속에는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졌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바마마, 소녀 아바마마의 뜻을 감히 받들 수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미 저를 온달에게 맺어 주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허허... 공주야, 나의 농담을 정말 믿었다는 말이냐?"
 "농담이라니요. 결혼은 중대사인데, 어찌 일국의 군주가 농담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군자는 식언하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이 나라 백성들의 아버지이신 아바마마가 식언을 하실 수 있습니까?"

 평원왕은 공주가 자신의 농담을 진담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어이가 없었습니다.
 "공주야. 내가 제 정신이 아닌게냐? 어찌 말도 안되는 말로 이 아비를 설득하려고 하느냐?"
 "저는 온달님께 이미 마음을 바쳤습니다. 제 마음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아바마마... 부디 통촉하여 주서소."
 "네가 제 정신이 아니로구나. 어찌 미천한 백성을 공주인 네가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아바마마, 소녀의 마음 이미 정했으니 저의 마음을 헤아려 주옵소서."
 "듣기 싫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면 너를 딸로 여기기 않을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나와 부녀의 인연을 끊던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던지... 네가 알아서 해라."

 평원왕은 진노하였지만, 이 정도로 말했으니 평강공주가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온달에게 시집갈 것을 결심한 평강공주는 어머니인 왕후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고 작별인사를 드렸지요.
 욍후는 공주의 말에 깜작 놀라 울면서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자신이 어떻게 바보 온달을 낭군으로 받아들였는지 왕후에게 말했지요.
 "어머니, 제가 비록 아바마마의 뜻을 오해하여 온달님을 낭군으로 생각하고 살았지만, 여자의 마음이란 한번 정을 주면 그 정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 허락하여 주소서."

 왕후는 며칠에 걸쳐 평강공주를 설득했습니다.
 왕후는 평강공주가 말을 듣지 않자 화가 나서 왕궁을 떠나면 모녀의 인연을 끊겠다고 말했지만, 평강공주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요.
 이렇게 되자 왕후는 평강공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세서 한번 한다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왕후는 더이상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내 뜻이 그렇다면 할 수 없구나. 내가 예물을 줄 테니 그것을 팔아 살림을 꾸려라."
 평강공주는 어머니가 주시는 예물을 받은 후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 이 불효녀를 용서해주세요."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언젠가는 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릴 것이니 희망을 가지거라."
 
 평강공주는 어머니께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왕후는 딸이 쉽게 바보 온달을 찾을 수 있게 시종에게 공주를 마차를 태워 온달이 사는 마을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했지요.
 평강공주는 떠나기 전에 오빠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오빠들을 만나면 자신을 막을지로 모른다고 생각하여 오빠들이 사는 곳을 향하여 인사를 한 후에 왕궁을 벗어났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평강공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온달의 거처를 물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귀한 집의 딸처럼 보이는 소녀가 바보 온달을 찾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하인을 구하는가 싶어 아무 생각없이 온달의 거처를 공주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바보 온달의 집을 찾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땔감을 찾으러 산에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갔는데, 평강공주는 땔갑을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던 바보 온달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땔감을 등에 짊어진 바보 온달을 보자 그가 바보 온달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했습니다.

 "온달님이신가요?"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예요."
 "뭐요? 평강공주? 공주라고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공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공주가 한가하게 산에 올라올 리도 없고, 자신과 같은 평민에게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라고 말할 리는 더 더욱 없기 때문이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바보인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보세요,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사람들은 나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이 공주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는 평강공주가 맞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오려고 이 곳까지 찾아왔어요."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과 맺어주겠다는 농담을 진심으로 믿을 정도로 고지식한 여자였기 때문에 바보 온달을 만나자 마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밝혔지만,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표정이 진지하여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아니라면.... 여우? 천년 묵은 여우?'
 동내 사람들이 바보 온달을 놀리고 겁주기 위해서 산에는 천년 묵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변장한 후에 남자를 홀려 잡아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아름다운 것을 보자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계속)

Posted by labyrint

 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여자가 어째서 군대에 간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기다리지 못하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여주인공이 군대에 간 애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부자에게 시집간 것은 돈이나 명예가 탐나서나 애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기다리는 애인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군대에 간 애인이 부상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자 애인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여 자신에게 청혼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 것이지요.

 

 아마도 그녀는 이미 임신했기 때문에 애인의 버림을 받은 미혼모가 되면 남자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평생 혼자살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부상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는 애인을 기다리지 못했던 것이 아닐지요.

 어쩌면 그녀가 정말 두려워 한 것은 애인의 변심이 아니라 애인의 죽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녀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기다리지 못하여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것이지요.

 즉, 애인을 사랑하지 않아서 기다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인의 돌아옴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여자의 마음이란 사랑의 확신이 없어지면 애인을 사랑한다고 해도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지요.
 아마도 여자에게는 애인에게 받았던 사랑이 뜨거웠을수록 애인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 것입니다.
 달콤한 초콜릿을 자주 먹으면 중독이 되어 초콜릿을 먹지 못하면 견딜 수 없듯이 애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다가 헤어지게 되면 그 허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요.
 
 이처럼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낸 여주인공은 그동안 애인의 편지를 통해 애인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애인을 기다렸지만, 편지마저 오지 않자 사랑의 확신마저 무너지니 혼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애인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감동을 받은 장면은 남자가 애인에게 버림받은 슬픈 장면이 아니라 남자가 자신을 버린 애인을 잊고 새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남자가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온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영화의 여주인공인 카트리느 드뇌브도 아름다웠지만 남자주인공의 새 애인도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과거에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현재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이 떠난 애인을 잊고 새 출발을 한 것은 떠난 애인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 애인을 사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이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쉘부르의 우산'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떠났다고 해도 새로운 애인을 만나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시한 영화가 아닐지요.

 이 영화는 사랑이란 이루어지지 못한 과거의 사랑보다 이루어진 현재의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군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