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은 자신이 오랫동안 연모했던 공주가 스코틀랜드 왕자에게 시집갈 것이라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말을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공주와 결혼하는 것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공주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캐서린이 생각났습니다.
 '공주가 떠나고 나면 캐서린은 시녀로 남을 수도 공주를 따라 떠나기도 힘들 것이다.'
 
 윌리엄은 캐서린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캐서린은 공주의 시녀였기 때문에 공주가 떠나면 함께 떠나야 되지요.
 떠나지 않으려면 왕의 시녀가 되어야 하는데, 왕의 시녀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수 없으니 캐서린은 왕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평생을 궁전에서 외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윌리엄은 캐서린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친구 중에 캐서린과 결혼할 사람이 없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윌리엄의 친구들은 대부분이 기사였기 때문에 캐서린에게 관심이 없었지요.

 윌리엄은 캐서린의 혼처를 알아보기 위해서 동료 기사인 피터의 집에 갔습니다.
 피터는 왕비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기사였는데, 왕비의 시녀로 갈 수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요.
 피터는 월리엄을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소식 못 들었나? 공주님께서 오늘 자네 집에 방문한다네. 자네가 여기 와있으면 공주님을 만날 수 없지 않은가? 공주님께서는 자네를 떠나기 전에 좋은 곳에 추천하실 것이라고 들었네. 어서 가보게. 공주님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지."
 "피터, 알려주어서 고맙네. 자네와 상의할 것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오겠네."
 "윌리엄, 아마 공주님께서 이미 자네 집에 계실 것일세. 자네의 말은 지쳐보이니 나의 말을 타고 가게나. 잠깐만 기다리게."

 피터는 하인에게 자신의 말을 데려오라고 명령하였지요.
 윌리엄은 피터의 친절에 감사했습니다.
 "피터, 정말 고맙네."
 "친구끼리 이 정도를 가지고 뭘 고맙다고 하나?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면 궁전으로 오게. 나도 왕비님께서 호출하셨네."

 피터의 하인이 말을 데려오자, 윌리엄은 피터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에 말에 올라탔습니다.
 윌리엄은 이번이 공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채찍질하여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지요.
 집에 도착해 보니 공주의 마타와 공주의 호위병사들이 보였는데, 윌리엄은 공주가 이미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윌리엄을 기다리던 하인이 윌리엄을 보자 말했습니다.
 "도련님, 어디 계셨습니까? 공주님께서 와계십니다."
 "알겠다."

 윌리엄은 공주의 호위를 책임지는 기사여서 공주의 호위병사들은 모두 자신의 부하였습니다.
 호위병사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윌리엄에게 인사하였지만, 윌리엄은 마음이 급해 미쳐 답례인사도 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들어가보니 공주의 시녀 낸시가 윌리엄을 공주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였지요.
 공주는 윌리엄의 저택의 거실에서 월리엄의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중이였습니다.
 윌리엄은 공주를 보자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지요.

 공주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윌리엄 경, 그대가 없어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소."
 "공주님, 송구하옵니다."

 윌리엄의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윌리엄, 공주님께서 너와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하시는구나. 우리는 이만 물러가마."
 
 윌리엄의 부모님께서는 공주와 윌리엄이 말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었습니다.
 공주는 자신의 옆에 있는 호위병들에게 나가라는 눈치를 주었지요.
 윌리엄 자신이 공주를 지키는 호위 기사였기 때문에 호위병사들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호위병사들은 윌리엄과 공주가 할 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공주가 윌리엄에게 말했습니다.
 "윌리엄경, 그대에게 캐서린 문제를 상의하려고 왔소."
 "공주님, 말씀해 주십시오."
 "캐서린을 정말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 없는 것이오?"
 "송구하옵니다. 공주님."
 
 윌리엄은 캐서린을 좋아했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요.
 공주는 윌리엄이 재차 거절하자,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 윌리엄, 그럼... 캐서린을 그대의 동생으로 받아들 일 수는 있겠소?"
 
 윌리엄은 캐서린을 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캐서린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고 캐서린의 상황이 난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외면할 수 없어 말했습니다.
 "그 방법 밖에 없다면... 캐서린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공주는 윌리엄이 마지 못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자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고맙다고 해야 되겠소?"
 
 윌리엄은 공주가 캐서린을 아끼는 것도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어 공주에게 왼쪽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시했지요.
 "공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공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윌리엄, 그대가 좋다고 하니 다행이오. 그대의 부모님께 캐서린을 동생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씀하시오. 나는 이만 가보겠소. 하지만, 내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 부모님과 잘 상의해서 결정하시오."
 "공주님, 캐서린과는 상의를 하셨는지요."
 "아직 말하지 못했소. 그대가 원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으니 그대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소."
 "만약 캐서린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왕비마마의 시녀로 보낼 것 같소.

 윌리엄은 캐서린이 왕비의 시녀로 가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주의 표정이 좋지 않을 걸 보니 그것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