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는 뒤태가 아름다운 여자다.
 모델 뺨치는 늘씬하고 매혹적인 몸매에 긴생머리, 그리고 백옥처럼 희고 고운 피부...... 정말로 아름다운 뒤태를 가졌다.
 나와 그녀가 손을 잡고 거리를 횡보할 때 그녀의 뒷모습을 본 남자들은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뒤태에 한해서는 세상에 그 누구에게도 뒤질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얼굴은 그리 미인이 아니었다. 
 얼굴에 잡티 하나없었고, 귀여운 미소를 지녀 매력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뒤태가 사람들의 시선을 매혹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예전에 내 친구 영수는 그녀에게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무도회에 마스크를 쓰고 가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거라고. 한심한 녀석, 그걸 칭찬이라고 했는가? 그녀는 영수의 말을 듣자 안색이 변할 정도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나는 자존심에 상처받은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너, 요즘 따라 정말 예뻐 보인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친해졌고 결국 사귀게 되었다. 
 백수인 나로서는 로또 대박에 부럽지 않은 대박이 터진 것이다.
 사실 그녀 또한 백조였다.
 백수와 백조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라고 했던가?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우리는 마음이 잘 맞는 찰떡궁합 커플이었다.
 그녀는 항상 내가 하자는데로 했고, 나를 배려해주었고, 나는 그러한 그녀는 몹시 사랑하였다.
 나에게 그녀는 천사이자,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나에게 제안을 했다.
 자격증을 따서 취직하자고.
 결혼을 하려면 백수와 백조 생활에서 탈피해야 하지만, 경기가 나쁜 요즘에 좋은 직장을 구하기 힘드니 자격증을 따서 새 출발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의견에 절대 공감했고, 우리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올랐다.
 그래, 해보자. 그녀와 결혼하려면, 장모님(나는 그녀의 어머님을 그렇게 불렀다)의 인정을 받아야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파부침주의 각오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파부침주란 파를 부친 술이라는 말이 아니라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깨어 3일분의 식량만 배급한 후에 죽을 각오로 싸워 적군을 이겼다는 항우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한 각오로 공부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향해서 나갔다.
 나는 28살의 적지 않은 나이로 웹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와 동갑인 그녀는 공시(공무원 시험)를 준비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2년 후에 나는 웹 디자이너가 되었고, 그녀는 공시에 합격했다. 그녀는 정말 내 인생의 복덩이다. 나는 그녀가 내 여자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 또한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기 때문에 세상에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나와 그녀는 각자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느라 일주일에 한번도 만나기 힘들었고, 가끔 만나도 예전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나는 우리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후편에서 계속)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