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장이 소년의 첫사랑 6화 


 
오늘은 3월 13일...
 아침 일찍 일어난 철수는 내일 화이트데이에 무슨 선물을 하고 선물할 돈은 어디서 구할까 궁리 중이었다.

 '어머니께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씀드리고 용돈 좀 달라고 할까? 아니야... 형한테 빌려야지... 생일 하루 건너 화이트데이라니... 3월 13일이나 3월 15일이 생일인 여자친구를 둔 애들은 이틀 연속 선물 사느라 힘들겠다.'

 철수는 사실 화이트데이에 현주에게 고백할까 생각했는데, 현주가 철수의 생각보다 빨리 철수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현주의 생일은 3월 12일이고, 화이트데이가 14일이다 보니 철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게 될 현주의 모습을 상상하니 멋진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는 생각했다.
 '오늘이 3월 13일인데, 휴... 오늘 고백했다면 큰 일 날뻔 했다. 그렇게 되었다면 3월12일 현주 생일, 3월 13일 만난 기념일, 3월 14일 화이트데이... 3일 연속으로 이벤트를 준비해야 되니 얼마나 힘들겠어... 근데, 돈이 다 떨어졌는데... 어쩌지... 현주 생일에 있는 돈을 다 써서... 형한테 빌리자...'

 철수는 잠에서 깨어나 학교갈 준비하고 있는 형에게 말했다.
 "형, 돈 좀 빌려줘."
 "화이트데이에 누구한테 고백하려고?"
 "아니... 여자친구한테 선물하려고..."
 "뭐? 여자친구? 이것 봐라... 이 형도 모르게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어?"
 "아니야, 사귄지 하루밖에 안됬어... 어제..."
 "아... 좋아, 얼마 필요한데?"
 "넉넉하게... 5천원만 줘..."
 "좋아... 넉넉하게 만원 줄께..."
 "고마워, 형... 역시 형이 최고야!"
 "이제 알았냐? 여기..."

 철수는 형이 주는 만원을 받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
 철수의 형의 이름은 경수였다.
 경수는 철수에게 말했다.

 "이 형이 특별히 주는 돈이니까... 아끼지 말고 다써도 좋아... 알았지?"
 "형, 고마워..."

 철수와 경수는 아침식사를 한 후에 각자의 학교로 떠났다.
 철수는 돈을 지갑에 넣은 후에 이 돈으로 뭘하고 뭘 사먹을까 생각하면서 학교로 걸어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철수는 현주의 반에 찾아갔지만, 현주는 철수를 어색한 표정으로 대했다.
 "철수야... 안녕... 나... 숙제할께 있어서... 나중에 학교 끝나고 보자."
 "어... 알았어..."

 철수는 현주가 수줍어서 친구들에게 아직 자신과 사귀는 것을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서두를 것 없지...'
 
 철수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현주를 기다렸는데, 현주는 철수에게 인사만하고 친구들과 몰려 어딘가로 가버렸다.
 철수는 내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현주에게 어딘가로 놀러가자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현주가 친구들과 있어 말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철수는 현주에게 줄 카드를 산 후에 나머지 돈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만원도 그렇게 큰 돈은 아닌데... 뭘하지... 카드사고 9000원 남았는데... 사탕 2000원... 7000원으로... 할 수 있는게 뭘까?'

 철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형인 경수에게 물었다.
 "형, 내일... 화이트데이에 뭘 하고 놀지?"
 "그건... 니 여자친구한테 물어봐야지."
 "그렇구나..."

 철수는 화이트데이에 현주에게 선물할 사탕을 준비하러 슈퍼에 갔다.
 사탕 한 봉지를 사고 나니 제리가 눈에 띄여 제리도 샀다.
 '현주도 제리를 좋아하겠지?'

 결국 철수의 손에 남은 돈은 5000원이었다.
 '5000원으로 뭘하지? 내가 너무 무리했나? 내일 돈이 부족하면 어떻하지? 할 수 없다. 아버지한테 돈 좀...'

 철수는 아버지에게 갔다.
 철수는 아직 현주에게 사귀는 것을 공개하는 문제를 의논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화이트데이에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선물할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저... 내일이 화이트데이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거든요... 그래서... 돈 좀... 주세요."

 철수의 아버지는 철수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철수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거면 되겠냐?"
 "네! 감사합니다."
 "잘되면, 이 아버지한테 보고 해라."
 "네! 아버지~"
 
 이제 철수의 손에는 만 오천원이라는 거금이 있었다.
 철수는 자신이 부자라도 된 것처럼 만 오천원을 쳐다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