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지요.

 죽음을 앞둔 어머니 청개구리는 항상 말을 거꾸로 듣는 철없는 아들 청개구리가 자신을 양지 바른 곳에 묻으라고 하면 반대로 할까봐 개울가에 묻으라고 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어기지 못해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어 비가 오면 아들 청개구리가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슬프게 운다는 이야기지요.


 이와 같은 비극은 아들 청개구리가 평소에 어머니 청개구리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아서 어머니 청개구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요.

 아들 청개구리는 너무 늦게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어머니 청개구리의 말씀을 따르려고 했지만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결국은 어머니 청개구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들 청개구리는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고 말았지요.

 청개구리 이야기는 부모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 자식들을 풍자한 우화가 아닐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부모와 자식 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나지요.

 아내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남편...

 아내가 하는 옳은 말을 항상 잔소리로 생각하고 귀기울여 듣지 않다가 아내가 병이 들어 죽게 되면 그제서야 아내의 말을 듣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내의 유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은 청개구리 이야기와 비슷한 청개구리 같은 남편의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18 세기 유럽에 아름다운 하녀를 둔 귀족 부부가 있었지요.

 그녀는 일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했기 때문에 귀족 부부는 모두 이 하녀를 좋아했지요.

 그런데 귀족 부부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부인은 하녀를 양녀로 삼으려고 했지만 아름다운 하녀에게 반한 남편은 하녀를 양녀로 입양하는 것을 반대했지요.


 하녀가 귀족 부부의 집에 들어온지 3년이 되었을 때 부인이 큰 병에 걸렸습니다.

 하녀는 자신을 무척이나 아껴주었던 부인을 정성껏 간호했지요.

 어느 새 2년이 더 지났습니다.

 부인의 병은 날로 악화되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부인은 남편을 불렀지요.

 "여보, 이제 저는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와서 행복하지 못했지만 어찌 그것이 당신만의 탓이겠어요? 당신에게 자식을 안겨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영원히 그럴 수 없게 되었네요."


 아무리 철없는 남편이라고 해도 아내가 죽게 되면 철이 드는 법이지요.

 남편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부인. 힘을 내야지요. 당신은 죽지 않을 것이오. 용기를 내서 병마와 싸워요."


 부인은 말할 힘도 없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가망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부탁을 할께요. 저를 2년동안 돌봐준 하녀를 잘 부탁드려요. 당신은...  그녀와 결혼하세요. 이미 제가 그녀에게도 당신과 결혼할 것을 부탁했어요. 그녀와 결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으세요. 그녀는 정말 착한 아이니 당신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말고 잘해주세요. 부탁드려요..."


 그 말을 남기고 부인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아름다운 하녀에 정신이 팔려 부인에게 소흘했지요.

 하지만 부인이 죽자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남편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몹시 그리워 하였습니다.

 부인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다가 예전에 부인이 하녀를 양녀로 삼으려는 것을 자신이 반대했던 일이 기억나자 그는 하녀를 양녀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하녀를 양녀로 입양한 후에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혼기가 지났는데다 하녀출신이라서 좋은 가문에 시집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하녀는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남편은 하녀를 시집 보낸 후에는 쓸쓸히 혼자 살게 되었지요.

 결국 남편은 아들 청개구리가 어머니 청개구리의 유언의 의도와는 반대로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었듯이 자신이 죽으면 재혼해서 가문의 대를 이으라는 아내의 유언과는 반대로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자식도 없이 죽게 되어 그의 전 재산은 동생에게 넘어가게 되었지요.

 

 세상에는 아내가 살아있을 때에는 마음이 젊은 여자들에게 가있다가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서야 아내의 진정했던 사랑을 깨닫고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들이 있지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재혼해서 자식들을 키울 것을 부탁하지만 남편은 떠난 아내를 생각해서 재혼하지 않고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는 경우가 있지요.


 아내의 진심은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기도 어렵고 자식들이 결혼해서 떠나고 나면 혼자 살기 외롭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진심으로 재혼할 것을 권유한 것이지만, 이러한 아내의 진심을 모른다면 혼자 사는 것이 떠난 아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요.


 부부간에 마음이 잘 맞으면 살아서도 잘 맞지만, 잘 맞지 않으면 죽어서도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