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줄거리 - 평원왕은 어린 평강공주가 울 때마다 농담삼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농담을 했는데, 고지식한 평강공주는 지엄한 군주가 농담으로 결혼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못해 바보 온달을 마음속으로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평강공주는 아버지와 오빠 이외의 남자는 만난 적이 없어 바보 온달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보 온달이 아버지없이 혼자서 어머니를 부양한다는 말을 듣자 깊은 감동을 받아 마침내 바보 온달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평강공주가 16세가 되자 평원왕은 공주를 상부의 고씨에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오해로 인해서 이미 마음속으로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으로 받아들인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뜻을 어기고 궁전을 나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평강공주의 어머니인 왕후는 평강공주를 설득했지만, 평강공주가 뜻을 굽히지 않자 할 수 없이 평강공주의 뜻을 받아들였고 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해도 궁핍하지 않도록 예물을 주었지요.

 궁전을 나선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찾아 산으로 올라 갔는데, 어리석은 바보 온달은 산에 여자가 올라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평강공주를 백년 묵은 여우라고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 2


 바보 온달의 집을 찾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땔감을 찾으러 산에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갔는데, 평강공주는 땔갑을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던 바보 온달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보자 그가 바보 온달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했습니다.

 "온달님이신가요?"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
 "뭐요? 평강공주? 공주라고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공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공주가 한가하게 산에 올라올 일도 없고, 평민에게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라고 말할 리는 더 더욱 없기 때문이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바보인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보세요,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사람들은 나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이 공주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는 평강공주가 맞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오려고 이 먼 곳을 찾아왔어요."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과 맺어주겠다는 농담을 진심으로 믿을 정도로 고지식한 여자였기 때문에 바보 온달을 만나자 마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밝혔지만,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아니라면.... 여우? 천년 묵은 여우?'
 동내 사람들은 바보 온달을 놀리고 겁주기 위해서 산에는 천년 묵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변장한 후에 남자를 홀려 잡아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아름다운 것을 보자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평강공주가 선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평강공주는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바보 온달은 여우는 그림자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평강공주의 그림자를 보았는데, 평강공주는 그림자가 있었지요.
 '예전에 신부감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하느님이 선녀를 보내준 것이지도 몰라.'

 바보 온달은 아름다운 평강공주가 여우이거나 선녀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겁없이 산에 올라온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평강공주는 무예가 뛰어나 아무 거리낌없이 산에 올라왔지만, 바보 온달은 이 사실을 알리가 없었지요.

 바보 온달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갈등을 느끼자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자신이 공주라는 말을 믿고, 자신과 결혼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에게 이미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사실상 바보 온달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지요.
 여자가 수줍음도 없이 남자를 보자마자 청혼을 했다는 생각이 들자 평강공주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바보 온달은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자 공주가 선녀이거나 착한 여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하지만 바보 온달은 여우와 결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이신가요?"
 "선녀요? 저는 선녀가 아니예요. 저는..."
 평강공주는 말을 잇지 못했지요.
 공주는 자신이 바보 온달에게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보자마자,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지요.'라고 말했으니 바보 온달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다가 멈추자 바보 온달은 공주가 여우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선녀가 아니라는 말에 크게 실망한 바보 온달은 공주가 여우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여우구나, 그러니까 자신이 누군지 말하지 못하지.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여우인 것 같다. 하지만 여우와는 결혼할 수 없지. 자식을 낳아도 여우를 낳게 될 것이 아니냐? 그것은 너무나도 큰 불효이다. 평생 혼자사는 한이 있더라도 여우와 결혼할 수는 없다.'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는 바보 온달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청혼을 거절하는 것이 정말 애석했지만, 그녀가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자 여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때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를 뵙게 해주세요. 어머니께 제가 누구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어머니를 찾자 걱정이 되어 말했지요.
 "나는 어머니가 없오. 고아란 말이요. 그러니 할 말이 없군요."

 바보 온달이 자신에게 어머니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자 평강공주는 갑자기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머니가 없다니요? 고아라고요? 온달님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알기로 온달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들었는데요."
 "당신이 아는 온달은 아마도 내가 아닌 것 같소. 세상에 온달이라는 이름을 가진자가 한 둘이겠소."
 "그런가요?"

 고지식한 평강공주는 온달이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창피하여 고개를 들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살며시 도망쳐 버렸지요.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자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자 보내 줄 수 밖에 없었지만, 바보 온달이 허겁지겁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바보 온달이 맞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공주는 고지식하기는 했지만 머리는 총명했습니다.
 바보 온달이 아니라면 도망칠 이유가 없지요.

 '낭군님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어머니를 뵈야겠다.'
 평강공주는 산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온달의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  계속 -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