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는 월화가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을 '바보 온달'이라고 말하자, 화난 표정으로 월화에게 말했지요.
 "그게 무슨 망측한 말이냐? 온달님이라고 부르거라."
 월화는 평강공주가 화난 표정으로 자신을 나무라자, 그제서야 자신의 실언을 깨달아 고개를 숙이면서 평강공주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공주님, 소녀의 실언을 용서하여 주옵서소."
 "다음부터는 조심하거라. 그런 망측한 말은 듣기 정말 거북하구나." 
 "명심하겠습니다."
 "월화야, 성현께서 말씀하시길, 일자무식이라고 해도 마음이 바르면 군자라고 했다. 사람이 더 배우고 덜 배우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 그러니 너는 앞으로 그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알겠냐?"
 "소녀, 공주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월화는 평강공주의 말이 바보 온달이 설령 바보라고 할지라도 마음만 바르다면, 온달에게 시집가겠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평강공주를 10년 가까이 모신 월화는 평강공주의 표정과 말투를 통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기로 작정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월화의 한숨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월화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숨을 쉰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나무라지 않고 고개를 돌렸지요.
 하지만 평강공주는 자신의 비밀이 누설될까 걱정이 되어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월화야, 내가 지금 너에게 한 말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도 안되고, 다른 곳에서 나에게 말해서도 안된다. 우리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오늘 일에 대해서는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냐?"
 "소녀, 공주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평강공주는 월화가 대답하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월화를 쳐다보면서 말했지요. 
 "가끔은 바보가 되는 것이 현명해지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나도 앞으로 바보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 현명해 보이는 것보다 나을 것 같구나. 역사학자가 나를 바보 공주라고 기록하는 한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나.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놀려도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구나."

 월화는 평강공주의 바보 온달에 대한 깊은 사랑에 감명을 받아 말했습니다.
 "공주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도 공주님의 마음에 감동을 받아 공주님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니 심려 마옵소서. 저는 공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공주님이 어딜 가든지 따르겠습니다."

 평강공주는 월화가 바보 온달을 연모하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지요.
 "너만은 내 마음을 이해하여 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너는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구나. 하지만 네가 나를 떠나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 보자. 나는 가능하면 네가 궁전에 남았으면 좋겠구나. 내가 떠나면 나의 어머님을 보살펴 드렸으면 좋겠다. 상심이 크실테니 네가 위로해 드려라. 왕후의 시녀들은 좋은 배필을 구하기 쉬우니 그게 너에게도 좋을 것이다."

 월화는 평강공주가 힘든 상황에서도 어머니인 왕후와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하자 평강공주의 사려 깊은 마음에 감동이 되어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공주님! 소녀, 공주님의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공주님의 어머님을 제 어머님처럼 생각하여 위로해 드린 다음에 공주님을 찾아 뵙겠습니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저에게 공주님과 떨어져 살라는 것은 귀향 살이나 다름이 없습으니 저의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평강공주는 월화가 자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월화의 충성심에 감동이 되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월화에게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 평강공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싶어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월화야, 지금은 생각할 것이 많으니 그건 나중에 생각했으면 좋겠구나. 내 너의 마음 잘 알겠으니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겠다. 그러니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소녀, 공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평강공주는 월화가 자신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월화야, 밤이 늦었으니 이제 나는 가봐야 되겠구나."
 "제가 공주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고맙구나."
 
 월화는 등불을 든 후에 평강공주를 공주의 처소로 인도하였지요.
 공주의 처소로 돌아온 평강공주는 몹시 피곤하여 침소에 누운 후에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피곤할 테니 이제 그만 돌아가봐라."
 "공주님, 그럼 저는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요."
 
 월화가 돌아가자, 침수에 누운 평강공주는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등불을 켠 후에 검을 들어 오늘 보았던 고상의 검법을 따라하며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평강공주가 오늘 본 고상의 검법을 따라해보자 고상이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여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고상의 검술은 오라버니보다 몇 수가 위구나. 그러니 비슷한 동작만으로도 오라버니를 압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상과 사부님이 겨루면 고상의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 고상과 사부님이 겨루도록 만들어야겠다.'

 평강공주는 고상이 오늘 보여준 동작은 본 실력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연습할 마음이 사라져 등불을 끈 후에 다시 침소에 누워 잠을 청했지요.
 '고상과 나의 사부님 중 누가 이길까? 고상은 장군이라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사부님은 이론에 밝으니, 두 사람이 겨루면 용호상박이 되겠구나.'
 평강공주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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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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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5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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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