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6 - 평강공주의 비밀


 평강공주는 식사를 마친 후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월화야, 나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나는 너를 항상 데리고 있고 싶지만, 내가 시집가면 너와 헤어질 것 같구나."
 월화는 평강공주가 갑자기 시집가면 헤어질 것 같다고 말하자,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지요.
 "소녀는 절대 공주님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평강공주는 월화가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자, 기특한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요.
 "월화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천명에 따르는 것이다. 여자가 시집갈 나이가 되면, 시집가는 것은 천명이거늘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
 "하지만, 제가 없으면 공주님은 누가 돌봐드리나요?"
 "네가 떠나면, 너보다 어린 사람이 대신 들어오지 않겠느냐? 여자가 시집갈 나이가 되면, 아버지조차 떠나야하는 법이다. 시집갈 나이가 된 딸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하는 것이 효도겠느냐? 불효겠느냐?  네가 나를 떠나는 것이 불충이 아니라 네가 시집갈 나이가 되도 떠나지 않는 것이 불충인 것을 모르느냐?"

 월화는 평강공주가 자신이 떠나는 것이 불충이 아니라 떠나지 않는 것이 불충이라고 말하자, 평강공주의 사랑이 느껴져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공주님, 소녀도 여자인데 어찌 시집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공주님 뿐이니 어찌 제가 공주님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제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월화야, 네가 나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때가 되면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시녀는 나이가 되면 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월화는 언젠가는 떠나야 된다는 평강공주의 말을 듣자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습니다.
 "공주님, 만약 그렇다면 제 나이가 차면 떠나면 되지 않겠습니까?"
 "혼기를 놓히면 좋은 곳에 시집가기 힘드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나는 너의 부모님을 잘 알고 있다. 네 부모님도 네가 혼기를 놓히는 것을 원하지 않을게다. 그러니 너는 내 말대로 하거라."
 "공주님, 저를 이토록 아껴 주시니 그 은혜 이 몸이 죽어도 결코 잊지 않겠사옵니다."
 월화는 평강공주가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 혼기가 되면 떠날 것을 권고하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는 눈물을 흘리는 월화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습니다.
 "월화야, 네가 떠난다고 해도 나를 찾아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네가 나를 떠나야 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공주님이 시집가는 곳에 저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그건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구나."
 "하지만, 공주님의 뜻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비록 공주라고 하여도 시집가면, 시집 식구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하오나..."

 월화는 공주가 마음만 먹으면 누가 공주의 뜻을 막을 수 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평강공주가 같은 말을 되풀이 하게 할 수 없어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월화는 눈치가 빨라 항상 평강공주의 마음을 꾀뚫어 보듯 했지만, 지금은 평강공주의 마음을 알 수 없었는데, 평강공주가 월화에게 말하는 시집 식구는 바로 온달과 온달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었지요.

 얼마전에 온달에게 시집갈 것을 결심한 평강공주는 이제 월화와는 헤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이 온달에게 시집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설령 평원왕이 허락한다고 해도 왕족이나 귀족들의 반발로 공주의 신분을 버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평강공주는 생각했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내가 온달님께 시집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거야. 나를 궁전에서 내치시겠지. 하지만, 아바마마께서도 내가 어렸을 때 온달님께 시집보내겠다고 수없이 말씀하셨으니, 결국은 허락하지 않으실 수 없을거야. 아바마마, 이 불효녀를 용서하소서.'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연모하여 공주의 신분을 버리고 온달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것이 아버지의 농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동안 바보 온달을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고 앞으로도 잊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궁전을 떠날 것을 결심한 평강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습니다.

 
 평강공주가 근심어린 표정을 짓자, 월화가 평강공주에게 그 이유를 물었지요.
 "공주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지요?"
 평강공주는 걱정이 있냐는 월화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월화야, 너는 누군가를 연모해 본 적이 있느냐?"
 "공주님, 소녀는 공주님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연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냐? 기특하구나.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연모할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조금 전까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던 평강공주는 월화에게 '너는 누군가를 연모해 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월화는 '연모'에 대해 말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평강공주가 누군가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물었습니다.
 "공주님께서는 누군가를 연모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월화는 평강공주가 지금 누군가를 연모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녀가 공주의 사적인 감정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서 우회적으로 질문했지요.

 "월화야, 너는 어릴 때부터 시녀들과 지내서 누군가를 연모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평강공주는 월화의 우회적인 질문을 우회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월화는 평강공주가 누군가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자, 호기심이 생겨 견딜 수 없었지요.
 "공주님... 혹시... 제가 아는 분이신지요?"
 "모를께다. 이름은 들어봤을지 모르지만..."
 "공주님, 소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사옵니다. 저에게만 살짝 말씀해 주십시요."

 평강공주는 여태까지 그 누구에게도 온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월화에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을 사모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다되가는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월화는 10년이 다되간다는 평강공주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10년이면... 설마... 바보 온달?"
 월화가 궁에 들어온 것은 평강공주가 자주 울었던 9년 전이었습니다.
 평원왕은 평강공주가 자주 울자, 같이 놀아줄 또래의 소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평강공주와 나이가 비슷한 어린 소녀들을 시녀로 데리고 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월화였지요.
 월화 역시 평원왕이 평강공주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연모한지 10년이 가까이 되었다는 평강공주의 말에 바보 온달이 떠올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계속)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