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은 나타샤가 결혼하자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기원했지만 그녀의 불행한 모습을 보자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나타샤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요.

 

 이반은 나타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하엘과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미하엘의 사랑을 다시 찾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타샤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녀의 슬픈 눈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나타샤의 눈빛은 절망에 빠진 여자의 눈빛과도 같았습니다.

 

 이반은 아직도 나타샤가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미하엘과 무도회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에게 이야기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미하엘을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지요.

 미하엘은 자신이 처음으로 나타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을 때,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나타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반이 나타샤에게 작별인사를 했을 때도 나타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지요.

 

 미하엘은 나타샤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으니 나를 잊어주세요.'라는 의미였지요.

 이반은 처음에는 자신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나타샤에게 섭섭한 감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나타샤가 자신에게 무관심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녀를 빨리 잊고 행복하기를 바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는 나타샤가 얼마나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여자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불행하게도 여자의 마음이 아무리 따뜻해도 그것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몰라준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여자의 진정한 사랑이란 모성애가 담겨있어 남자가 배신한다고 해도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경우가 있는데, 나타샤의 사랑이 그런 것이었지요.

 

 이반은 나타샤가 찾아온 것이 자신을 그토록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너무 속상해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눈물이 흐르는 나타샤의 눈을 보았는데, 나타샤의 눈은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눈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여자의 눈이었지요.

 나타샤가 미하엘과 이혼을 결심했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미하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하엘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반은 나타샤가 미하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나타샤의 눈은 이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지요.

 이반은 나타샤의 행복을 되찾아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아 주고 싶었습니다.

 이반은 나타샤의 행복을 위해서 미하엘을 설득해 보기로 결심했지요.

 

 이반은 미하엘을 오래전 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미하엘은 예전부터 변덕이 심해 좋아하는 여자가 금방 바뀌었지요.

 이반은 변덕이 심한 미하엘에게 새 애인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요.

 그렇지 않으면 예쁜 아내를 두고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이반은 미하엘이 자주 가는 곳을 친구인 미하엘의 부하에게 알아 보았습니다.

 알아 보니 미하엘은 자신의 부관의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누이동생이 있었지요.

 

 그녀의 이름은 안나였습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였지요.

 이반 역시 한때 그녀를 짝사랑한 적이 있었지만 나타샤를 알게 된 후로는 그녀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요.

 

 안나는 이반이 보기에도 나타샤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단지 안나에게는 나타샤와 같은 따뜻한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샤를 만난 이후로는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지요.

 

 이반은 생각했습니다.

 '만약 미하엘이 나타샤를 만나기 전에 안나를 먼저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운명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가 미하엘에게 안나를 소개시켜 주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요.

 이반은 곰곰히 자신이 안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와 나타샤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요.

 

 그들은 분명히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외모의 아름다움의 차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의 차이였지요.

 나타샤는 천성적으로 착한 여자였지만 항상 더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여자였지요.

 반면에 안나는 착한 여자라기 보다는 꾀많은 여자였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