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샤의 마음 속에서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들자 그녀는 남편이 집에 들어와도 그다지 반갑게 맞이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하엘은 아내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자, 아내 몰래 안나라는 금발의 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안나는 그의 부관의 누이동생이었는데, 부하들과 카드 게임을 하기 위해서 그의 집에 갔다가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금발인 안나는 황금빛이 나는 금발에 백지보다 더 하얀 피부을 가진 미녀였습니다. 미하엘은 안나의 신비스러운 매력에 빠져 아내 나타샤의 존재는 점점 마음속에서 지워졌습니다.

 

 미하엘은 나타샤 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안나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안나에 빠져 있었지요.

 나타샤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줄 몰랐지만 이미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순진한 소녀 나타샤는 처음에는 남편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의 태도가 좀처럼 변하지 않자 그녀의 미하엘에 대한 사랑도 식어 버렸지요.

 

 

 남편에게 크게 실망한 나타샤는 예전에 자신을 짝사랑했던 청년 이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녀가 미하엘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반은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미하엘을 사랑했던 그녀의 마음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나타샤는 남편의 태도가 결혼 후에 변하자 이반의 마음을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나타샤는 결혼한 자신이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옳지 못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반 만나지 못하면 미칠 것만 같아 결국 이반의 거처를 수소문하여 알아냈지요.

 그녀는 밤에 어릴 때부터 자신을 보살펴 준 하인과 함께 이반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그녀를 본 이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당신이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지요? 여기는 무슨 일인가요? 잠깐만요. 제 누이를 보러 오셨군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나타샤는 자신이 이반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반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이반은 사람들이 그녀를 볼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 그녀를 집에 들이지 않고 누이동생 소피아를 불렀지요.

 

 "지금 밖에 나타샤가 있어. 그녀는 얼마전에 결혼했었는데,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군. 너는 예전에 그녀를 만난 적이 있으니 그녀가 너를 찾아온 것으로 믿게 하려면 네가 나가서 그녀를 맞이 해야된다. 그리고 그녀를 좋은 말로 설득해서 돌려 보내라."

 

 이반의 누이동생 소피아는 오빠가 나타샤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리고 오빠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빠의 간절한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랐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아 속상했었는데, 갑자기 나타샤가 나타나자 화가 났습니다.

 

 '오빠가 결혼한 자기를 만나면 유부녀와 눈이 맞았다고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온 이유가 뭘까?'

 하지만 소피아는 내색하지 않고 나타샤를 반갑게 맞이 했습니다.

 "오랜만이야, 나타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밤 중에 찾아왔니? 기왕에 왔으니 나에게 집이나 구경시켜주라."

 

소피아의 능청에 나타샤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마차를 탔지요.

소피아가 나타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도데체 어떻게 된거예요? 결혼한 여자가 밤 중에 남자를 만나러 오다니요. 오빠를 죽일 작정이예요. 당신의 남편이 우리 오빠에게 결투라도 신청하면 어쩌려구요."

 

 나타샤는 이반의 말을 듣자 자신이 경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밤이라서... 괜챦을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군요."

 하지만 나타샤는 갑자기 울면서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타샤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이제라도 사랑없는 결혼을 청산하고 이반과 결혼하길 원한다고 누이에게 말했지요.

 

 "정말 뻔뻔하시군요. 우리 오빠의 명예는 뭐가 되지요? 남의 여자를 가로챈 남자? 아니면 뭐죠? 오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결혼한 후에 이제와서 이러시면 안되지요."

 "저는 당신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줄도 몰랐어요. 최근에서야... 그가 말해주고 떠났는데..."

 

 "오빠가 말한 것은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이고 당신은 오빠의 고백을 듣고도 귀족 청년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니 다 끝난 일 아닌가요? 이제와서 오빠를 난처하게 만드는군요. 당신의 말을 나중에 오빠에게 전해주겠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오빠에게 말하지 않을거예요. 만약 당신이 오빠를 사랑한다면, 당신 남편과 먼저 이혼한 다음에 오빠에게 찾아오세요. 오빠가 당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다시 남편에게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나타샤는 이반의 누이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타샤는 잘못하면 아버지의 명예와 남편의 명예, 이반의 명예를 한꺼번에 땅에 떨어뜨릴 뻔 했지요.

 이반의 재치로 위기를 넘긴 것을 생각하니 이반에 대한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나타샤는 이반의 누이와 함께 집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일이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려면 연극이 필요했으니까요.

 놀랍게도 남편이 와있었지요.

 "당신이 왠 일로 이 시간에... 제 친구를 데려왔어요. 저녁에 혼자있기 심심해서요."

 

 나타샤는 좀처럼 집에 들어오지 않던 남편이 지금 집에 있는 것을 보자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남편은 아마도 자신이 밤에 나간 사실을 듣고 자신의 뒷조사를 했을 것이고, 만약 자신이 누이와 함께 오지 않았다면 의심받았겠지요.

 

 이반의 임기응변 덕분에 미하엘도 더이상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나타샤는 이반의 누이를 집구경시켜주는 척하면서 방으로 데려갔지요.

 그녀는 이반의 누이에게 속삭였습니다.

 

 "오늘밤 돌아가셔서 이반에게 제가 한 말을 꼭 전해주세요."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당신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한 후에요. 그전에는 전 아무말도 하지 않을거예요.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군요. 우리 오빠의 행복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쟎아요.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그는 당신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오빠에게 결투를 신청할지 몰라요. 그러니 그가 먼저 이혼을 요구하기 전까지 오빠에게 시집올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나타샤도 자기 때문에 이반이 잘못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반의 누이의 말대로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집에 돌아간 누이는 오빠에게 나타샤가 자신에게 한 말을 모두 하지는 않았지요.

 나타샤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했지요.

 

 "나타샤가 불쌍해요. 그렇게 예쁜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의 남편은 정말 나빠요."

 이반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타샤, 나는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