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나이지리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이 '파부침주의 각오로 싸우겠다.'라고 하였는데,
파부침주란 초나라의 항우가 진나라와 거록에서 싸우기 전에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깨뜨린 후에 진나라를 공격하여 이긴 전술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항우는 거록 전투에서 불과 3만 병력으로 진나라의 20만 대군과 싸워 이겼는데, 당시 진나라의 장수는 명장 장한으로 명장을 상대로 7 : 1의 열세를 극복하고 이겼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승리였습니다.

 장한은 불세출의 명장 한신조차 인정했던 명장으로 장수의 리더쉽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일깨워주는 전투였지요.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항우가 승리한 요인으로 초나라 병사들의 일당십의 용맹과 선봉에 선 경포 장군의 용맹을 꼽았는데, 무엇보다 초나라 병사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준 항우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이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기회를 잘 이용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항우가 불과 수만의 병력으로 명장 장한이 이끄는 20만 대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진군이 조군과 싸우고 있어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항우는 단독으로 진나라와 싸운 것이 아니라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구원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초왕은 처음에 항우가 아닌 송의를 대장군에 임명하였는데, 송의는 진나라가 조나라와 싸우다 지치면 공격하려고 했지만, 항우는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기고 나면 힘들다고 판단하여 대장군 송의와 갈등하다가 결국 송의의 목을 배고 공격을 감행했지요.

 양쪽에서 적을 맞은 진나라는 전력을 다하여 싸울 수 없었고, 항우는 진나라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거록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항우의 파부침주 전술이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초왕에 의해서 대장군으로 임명된 항우는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넌 후에 배를 가라앉혀 병사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 후에 솥을 때려 부수고 3일분의 식량만 배급하여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배수진을 쳤습니다. 

 초나라 병사들은 도망쳐도 돌아갈 배도 없었고, 식량도 없어 '필사즉생, 필생즉사'(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의 정신으로 용맹하게 싸워 이길 수 있었지요. 

 항우가 불과 수만의 병력으로 명장 장한의 20만 대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의 강점인 용맹함으로 적군의 약점이었던 용도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용도는 식량이나 물자를 보급하는 보급로로 용도가 끊긴 진군은 필사적으로 용도를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항우는 용맹하게 앞장서서 수많은 적군을 베었고, 항우의 용맹에 사기가 떨어진 진군은 패하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항우가 아무리 용맹해도 적군의 누벽(진영에 적을 막기 위해 세운 벽)을 공격했다면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것입니다.

 적군의 약점인 용도를 끊었기 때문에 유리한 상태에서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항우가 수만의 병력으로 20만 대군을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이었습니다.

 손자병볍에 장수는 병사들이 아버저처럼 따르게 만들어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항우는 솔선수범하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으로 병사들이 목숨을 바쳐 충성할 정도로 따르게 만들었지요.

 사기에 의하면 항우는 행군할 때 말을 타지 않고 병사들과 같은 짐을 지고 함께 행군할 뿐만 아니라 병사가 굶주리면 자신의 음식을 주고 추위에 떨면 자신의 옷을 벗어줄 정도로 병사들에게 잘해주었다고 합니다.

 당시 항우는 25살이었지만, 솔선수범하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지요.
 파부침주의 고사의 주인공인 항우가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배를 부수고 솥을 깨뜨렸기 때문이 아니라 병법의 이론을 몸소 실천하였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