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진 사랑은 쉽게 권태기에 빠지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짝사랑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랑이란 이루어진 사랑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짝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것은 목마를 때 마시는 물이 더 시원한 것과 같은 일종의 착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이 먹어본 음식보다 먹음직스럽게 보이거나,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듯이,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을 더 동경하는 경향이 있어 이미 손에 넣은 사랑보다 손에 넣지 못한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이게 마련이지요.

 

 짝사랑이 이루어진 사랑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한히 좋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연애할 때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귀어 봐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에게 좋게 보이려는 심리가 있어 사귀기 전에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가식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에 좋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서로 아무 관계도 아니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별로 없고 구속하려고 하는 마음도 없기 때문에 적지 않게 참견하는 연인보다 쿨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면 원하는 것이나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구속하려는 경우가 많지만, 짝사랑은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별로 없고 구속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완벽한 사랑이란 아무 것도 원하는 것 없이 사랑만 주는 것인데, 짝사랑은 사랑하지 않으니 원하는 것이 없는 것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으니 완벽한 사랑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천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착시현상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친구의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요.

 친구의 집에 가면 친구의 어머니는 맛있는 간식이나 시원한 음료수만 줄 뿐 나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멋진 어머니를 둔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지요.

 하지만 친구의 어머니가 나에게 잘해주는 것은 자식의 친구이기 때문이고, 나에게 아무 것도 원하는 것이 없고 간섭하지 않는 것은 나의 자식이 아니라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릴 적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처럼 짝사랑이란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고 구속하거나 참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사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가장 중요한 사랑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짝사랑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여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