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시골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웃에는 젊은 사내 두 명이 있었는데, 둘 다 그녀를 사랑하였다. 한 명은 무사였고 한 명은 선비였다. 두 사내 모두 기풍있고 준수한 남자였기에 그녀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결심했다.
'둘 중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무사는 그녀에게 적극적이었지만 선비는 소극적이었다. 그녀는 결심을 하고서도 여전히 누구를 선택할지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무사가 그녀를 찾아와서 그녀 앞에서 무릎을 끓고 청혼하였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그대를 사랑하였소.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그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오. 내, 그대없이는 살 수 없으니 부디 나의 청혼을 받아주시오."
그녀는 무사의 청혼에 크게 감동을 받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무사의 청혼을 받아들인 그녀는 선비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선비는 둘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유유히 떠나버렸다.
그녀가 무사와 혼인 후 몇년간은 몹시 행복하였다. 하지만, 몇년이 더 지나자 무사의 태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고, 날이 갈수록 뜨거웠던 사랑도 식어 그녀는 그의 사랑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무사가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선비가 그리워졌다. 그녀는 무사가 집에 없을 때 선비가 예전에 주었던 편지들을 꺼내서 읽곤 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선비의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무사는 기별도 없이 불쑥 그녀의 방에 들어왔다. 무사는 그녀의 손에 들린 편지를 나꿔 채 읽었다. 선비의 편지임을 안 무사는 크게 화를 내며 선비의 편지들을 모두 갈기갈기 찢어 버린 후 그녀에게 고함을 질렀다.
"아직도 이 녀석을 못잊었소?"
그녀도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변했어요. 당신이 저를 대하는 태도는 예전같지 않아요. 제가 당신 하녀인 것처럼 아무 기별도 없이 제 방에 들어온 후에 함부로 고함을 질러대는군요."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오. 그러니 내가 없는 동안에 이 녀석의 편지를 몰래 읽은 것이 아니오?"
"당신 정말 변해도 너무나도 변했군요. 이 편지는 예전부터 당신이 알았던 것이예요. 제가 그의 편지를 읽은 것이 마치 당신을 속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속이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내가 없을 때 몰래 읽은 것이오?"
"당신이 오해할까봐 그랬어요. 제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편지를 읽었다고 생각하세요?"
"그것이 아니라면 되었어요."
무사는 찢어진 편지 조각들을 모두 상자에 넣어 들고가서 태워버렸다. 그녀는 남편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자신이 몰래 선비의 편지를 읽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어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내에 대한 무사의 태도는 더욱 변하였다. 그녀가 밖에 나가면 하인을 보내 미행했고, 그녀에게 편지가 오면 먼저 뜯어서 읽은 다음에 봉합해서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남편이 몰래 자신의 편지를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그녀가 받는 편지마다 겉봉투가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무사에게 따졌다.
"아내에게 온 편지를 몰래 뜯어 보는 것은 어느 나라 예법인가요?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 있어요? 그러고도 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무사는 할 말이 없었다.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무사는 아내에게 사과했다. 남편의 사과를 받은 그녀는 이것도 모두 남편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남편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하인 한 명을 데리고 고을 친구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녀와 친구가 한창 담소를 나눌 때, 누군가 집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친구는 그녀의 하인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줄 알고 들어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친구의 집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은 그녀 집안의 하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친구의 집을 떠나 다른 친구의 집에 가면서 그녀가 데려온 하인에게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하인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을 미행한 하인이 집에 들어오자 다른 하인들을 시켜 묶은 후 인정사정없이 때리게 하였다.
"주인의 뒤를 미행하다니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러느냐?"
그녀를 미행했던 하인은 울면서 말했다.
"마님, 용서해주십이오. 저는 주인님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인이 사실대로 말하자 그녀는 하인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분노와 배신감에 부르르 떨었다. 남편을 더 이상 믿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떠날 것을 결심하여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가 짐보따리를 들고 대문을 나서려 할 때 남편이 나타나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엇하는 것이오?"
"더는 못참겠어요. 나가겠어요."
"나가다니? 어디를 간다는 말이요?"
"더 이상 당신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비키세요."
무사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사과했다.
"부인, 나를 용서하시오. 당신이 나를 떠날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하인을 시켜 당신을 미행했어요. 당신이 나가면 혹시 그 선비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으니 나를 용서하시오."
"처음에는 당신이 이런 식으로 저를 의심하고 못믿는 것도 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당신은 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단지 소유하고 싶을 뿐이예요. 그것은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당신의 소유물로 만드려는 욕심에 불과한 것이예요."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오. 내 평생 당신 이외의 어떤 여자도 사랑해 본 적이 없오. 나의 사랑을 믿어주시오."
"아니예요. 당신은 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저를 소유하고 싶었을 뿐이예요. 저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뿐이예요. 당신은 제 행복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제가 당신을 떠날까봐 걱정만 했지요. 처음에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당신의 욕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무사는 아내에게 무릎 꿇으며 애원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오. 나는 당신없이는 살 수 없으니 떠나려면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
"이제와서 이런다고 제가 당신에게 속을 줄 아세요? 이미 저는 당신에게 속아 시집와서 감시당하며 살아왔어요. 그 상처를 당신이 이해할 수 있나요? 저는 더이상 당신과 살 수 없어요. 저를 조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놓아주세요."
"제발 이러지 마시오. 나는 당신을......"
그녀는 남편의 말을 더 듣지도 않고 자신의 앞을 막고 서있는 남편의 옆으로 지나가버렸다. 무사는 자신이 무릎끓고 빌어도 아내가 마음을 돌리지 않자, 아내의 뒤를 계속 쫒아 가면서 애원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을 떠나버렸다. 무사는 그녀가 화가 풀리면 돌아올지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그녀는 떠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조정우 인터파크 인터뷰 : 로맨틱한 역사소설가가 바라본 기황후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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