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에 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 시인은 이웃에 사는 어느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는데, 애절한 사랑을 담은 그의 아름다운 시는 그 여인의 마음을 녹여 버렸지요.
결국 그 여인도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둘은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이 되었지요.
항상 변하지 않는 푸른 하늘을 보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은 시인의 애인이었던 그 여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지요.
그녀는 너무나도 슬퍼서 식음을 전폐하면서 세상을 떠난 애인을 그리워했지요.
그녀의 이웃에는 예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토록 슬퍼하는 것을 보자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하였습니다.
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외로워진 그 여인은 이웃집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어느 날 이웃집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였지요.
"당신이 그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도 당신이 평생 혼자서 외롭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을거예요. 그도 당신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거예요. 제가 당신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는 당신의 곁에서 평생을 당신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어요. 당신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요?"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녀는 이웃집 남자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지요.
그녀는 그에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런 건 아니예요. 하지만 저는 그와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겠어요?"
그녀는 처음에는 이웃집 남자의 사랑을 거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워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이웃집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였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결혼한 후에도 그녀는 죽은 시인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가끔 죽은 시인이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를 읽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지요.
그녀의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죽은 시인을 잊지 못하자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행복을 바랐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애를 썼지요.
그녀는 이처럼 항상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되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예전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지요.
결혼한지 3년이 되자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어 둘은 정말 기뻐했지요.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자식이 태어나자 그녀는 자식을 위해서라도 죽은 시인과의 추억을 모두 잊어버리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죽은 시인과의 추억을 잊을 수 있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느 덧 그들이 결혼한지도 20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지난 20년간 아무 연락없이 저녁늦게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정이 되서야 어디선가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의 응급실로 옮겼는데, 그는 아내가 걱정할테니 아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그의 직장 동료가 그동안의 상황을 전화로 설명하였습니다.
남편의 직장 동료와 통화하면서 그녀는 무엇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슬픔을 감추려는 듯 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의사를 만나서 남편의 병이 어떤 것인지 물었습니다.
의사는 아내에게 그의 병이 치료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였지요.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과 결혼한 20년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당신은 모를거요. 내가 당신의 행복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요.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요. 그리고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보, 당신은 언제까지 시인을 그리워하면서 살것이오? 난 괜챦지만 당신이 걱정될 뿐이요."
그녀는 남편에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절대 죽으면 안되요. 영원히 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셨쟎아요. 힘을 내세요. 세상에는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을 이겨낸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남편의 병은 날로 악화되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더 살지 못할 것 같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지켜주기는 커녕 힘들게 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걸 그랬소. 당신을 영원히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없어도 우리 자식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요. 내 생각은 하지 말고 혹시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재혼하세요. 내가 하늘에서 당신이 행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겠소?"
그녀는 울면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산 20년이 가장 행복했어요. 저는 어리석게도 최근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보, 제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예요. 저는 이제서야 당신이 제 생애에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니 여보, 제발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남편은 아내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미소를 띄며 눈을 감았지요.
그는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졌지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슬퍼 쓰러질 정도로 정신이 아찔했지만, 그녀는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서라도 쓰러질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살길이 막막하여 눈물이 흘렀습니다.
남편이 병이 든 후에 병원비가 많이 들어 남편이 남긴 돈도 얼마 없었지요.
그녀는 아껴쓰며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였지만 아들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되자 걱정이 태산이었지요.
'편지... 그의 편지를 팔자. 그도 나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그녀는 시인이 그녀에게 남긴 편지들을 모두 모아서 경매에 부쳤습니다.
그녀가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를 애절하게 사랑했던 그 시인은 죽은 후에 대단히 유명해져 그가 그녀에게 보낸 연애편지의 값은 작은 집을 살 정도의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이제 그녀는 자식의 대학등록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더이상 어렵게 살면서 고생할 필요도 없게 되었지요.
그녀는 죽은 시인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었지요.
어느 날 고3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국어시간에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해주었습니다.
"어머니, 오늘 국어시간에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느 유명한 시인이 20년 전에 사고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한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었데요. 그런데 얼마전에 그 여자가 죽은 시인의 연애편지를 모두 팔았데요. 그 시인 짝사랑했나봐요. 우리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여자가 그 시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연애편지를 팔지 않았을거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 '애들아, 이래서 짝사랑은 서러운 것이란다. 죽은 시인이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자신이 보낸 연애편지를 모두 팔았다는 사실을 하늘에서 알게 되면 얼마나 슬퍼하겠니?' 하셨어요.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들의 말을 듣자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시인의 편지를 판 것은 바로 그녀였지요.
그녀에게는 편지를 팔아야했던 이유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리가 없지요.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보자, 그녀의 아들이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왜 우세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슬픈 생각이 드는구나. 아마도 그 여자도 정말 말못할 사연이 있었을꺼야.
생각해봐라. 그 시인은 20년 전에 죽었는데... 그 여자는 그 편지를 얼마전에 팔았다면서?
그녀가 지난 20년동안 그 편지를 간직한 것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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