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처럼 빨간 입술을 가진 그녀는 딸기를 좋아했다.
"딸기 사줄래?"
그녀는 내가 딸기를 사주면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 니가 짱이야."
어느 날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우리 헤어져."
"어째서지?"
"넌 여자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 너무 답답해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앞으로 잘해줄께."
"잘못한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뭘 잘해주겠다는건데? 이제 그만하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면 고칠께.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줘."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넌 항상 니가 하고 싶어하는 일만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아. 너밖에 모른다구. 딸기나 사준 적이 있을 뿐이지 나에게 특별한 선물은 한 적도 없쟎아."
"미안해. 난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 겠지. 너 밖에 모르니까."
"앞으로 잘할께. 약속할께."
"너무 늦었어. 그동안 난 상처받고 힘들었어. 앞으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여자를 배려해 주는 남자가 되길 바래. 잘 있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울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도데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한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다리를 다쳤을 때 나는 그녀가 다리 아픈 것을 생각하지 않고,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다리를 더 아프게 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여자를 배려해 주는 남자가 되길 바래.'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래, 나는 어린애처럼 나밖에 몰랐고, 그녀를 배려하지 않지. 하지만 앞으로는 정말 잘 해줄 수 있는데, 그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어느 날 어머니께서 딸기를 슈퍼에서 4박스나 사오셨는데, 딸기를 보자 딸기처럼 빨간 입술을 가진 그녀가 생각났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딸기를 먹었다.
"영희가 보고 싶어서 그러냐? 영희를 만나면 딸기를 조금 가져다 주려므나. 영희도 딸기를 좋아하지 않니?"
나는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머니가 슈퍼에서 사오신 딸기 한 박스를 들고 영희의 집으로 달려간 후에 영희를 기다렸다.
영희는 나를 보자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철수야, 우리 집엔 뭣하러 왔니?"
"이거, 널 주려고. 어머니께서 너 주래."
"우리 헤어진 거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아직..."
영희는 한숨을 쉰 후에 말했다.
"알았어. 딸기 받을께."
"잠깐 할 말이 있어."
"뭔데?"
"우리가 만나는 동안에 내가 너를 배려해 주지 못하고, 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아니야, 철수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나도 잘못한 게 있는 것 같아. 나도 너한테 해준 게 없는걸."
나는 영희의 말에서 한줄기의 희망을 느꼈다.
"아니야, 영희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예전에 니가 다리를 다쳤을 때 난 니 다리 아픈 걸 생각하지 않고 여기저길 다니면서 너를 힘들게 했는데, 난 항상 나 밖에 모르고 이기적으로 행동한 거 같아."
"그래, 그땐 정말 다리 많이 아팠어."
"그 때 내가 정말 눈치없이 다리 아픈 너를 여기저기 끌고 다녀서 정말 미안했어."
"눈치없는 줄은 아는구나."
"영희야, 나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없니? 앞으론 눈치 9단의 도사가 되어 정말 잘해줄께."
영희는 눈치 9단이 되겠다는 나의 말에 크게 웃었다.
"눈치 9단? 호호호..."
"앞으론 정말 눈치있는 남자가 될께. 한번만 기회를 줄래."
"글쎄, 생각해 볼께.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쟎아..."
"그래, 여기 딸기..."
영희는 딸기 박스를 받자 말했다.
"너도 좀 먹을래?"
"그래도 되겠니?"
나는 영희와 딸기를 먹으면서 웃고 떠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나는 영희와 1년을 사귀면서도 한번도 키스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와 키스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을까?'
딸기를 먹은 영희의 입술은 딸기처럼 빨갛게 물들어 정말 아름다워 보였는데, 나는 용기를 내어 딸기처럼 빨간 영희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내가 영희에게 키스를 하자 영희의 두 뺨은 딸기처럼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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