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3 - 평강공주의 수라상


 평강공주는 고상의 무례에 화가 난 상태로 처소로 돌아왔습니다.
 공주의 시녀들 중에 월화라는 시녀가 있었는데, 월화는 평강공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시녀였기 때문에 평강공주가 화난 모습으로 돌아오자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공주님께서는 어떤 일로 역정을 내시는지요?"

 평강공주는 항상 아버지인 평원왕과 오빠들의 사랑을 받았고 궁전을 왕래하는 귀족들이나 대신들조차 평강공주를 깍듯이 대했는데, 고상의 무례한 행동을 생각하니 비록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해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가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내 오늘 참으로 황망한 일을 경험하였다. 고상이라는 자가..."
 "그 자가 감히 공주님께 무례를 범했습니까? 제가 왕후님께 아뢰어 혼을 내줄까요?"
 "아니다, 내가 보니 큰 오라버니와 친한 것 같더구나. 큰 오라버니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참아야 되지 않겠느냐. 게다가..."
 "게다가 무엇이옵니까?"
 "검술이 뛰어나니 아마도 쓸모는 있을 것 같구나."

 평강공주는 이 말을 한 후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초나라 장왕의 일화를 아느냐? 중국 춘추시대에 초나라 장왕은 자신의 후궁에게 무례를 범한 자를 살려주었는데, 훗날 그 자가 장왕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장왕의 목숨을 구했다. 나도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구나."
 
 월화는 평강공주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눈치채자 박수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그 자에게 검술을 배우면 되겠군요."
 평강공주는 월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를 내면서 말했지요.
 "남녀가 유별하거늘 네 어찌 그리 입이 가벼우냐?"

 월화는 평강공주의 기분을 풀려고 하다가 오히려 평강공주를 화나게 만들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공주님, 소녀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평강공주가 화를 낸 것은 월화가 자신의 의중을 꾀뚫어 보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화를 낸 척한 것어있지요.

 평강공주는 월화가 무릎을 끓고 사죄를 하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그만 일어나거라.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내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으니, 네가 나를 이해하거라."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 잘 울기는 했어도 화를 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월화는 혹시라도 크게 혼날까봐 두려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월화는 여전히 두려운 생각이 들어 울먹이는 표정으로 평강공주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소녀... 입단속...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평강공주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화난 척 한 것이기 때문에 입단속을 잘하겠다는 월화의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었지요.
 월화는 평강공주가 웃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어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공주님, 진지드셨는지요?"

 
 평강공주는 저녁에 왕자들의 검술을 가르치는 검객을 만나러 갔다 오빠들이 몰래 검술을 연마하는 곳에 가서 구경하느라 저녁을 먹지 못했지요.
 검술 연습이 끝나면 오랜만에 큰 오빠인 태자와 식사를 할까 생각했는데, 고상이라는 자가 함께 있어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큰 오빠와의 식사 계획이 고상 때문에 무산이 되었다는 생각에 평강공주는 고상이 이래저래 미운 생각이 들어 화가 났던 것이지요.

 "아직..."
 평강공주는 밤이 되도록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없었지요.
 월화는 평강공주가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공주님의 수라상을 차려오겠습니다."
 "아니다. 그냥 시녀들이 먹는 상으로 가져와라."

 월화는 평강공주가 어째서 시녀들이 먹는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는지 알고 있지요.
 월화가 만약 공주의 수라상을 차려오면, 시녀들은 어째서 평강공주가 여태까지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할테고 시녀들의 입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왕후가 평강공주가 시녀들이 먹는 음식을 먹은 것을 알면 큰 일 날 수 있어 월화가 말했습니다.

 "공주님, 제가 어찌..."
 "네가 먹으면 되지 않느냐?"
 월화는 평강공주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눈치채자 큰 소리로 말했지요.
 "아... 공주님, 제가 일을 많이 해서 배가 고파서...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월화가 진수성찬을 차려 자신의 방으로 가져가려고 하자, 시녀들이 물었습니다.
 "넌 아까 식사했으면서... 이게 뭐냐? 공주님의 수라상과 다를바 없구나."
 "임신이라도 했느냐? 아니면 배에 식충이라도 들은 게냐?"
 월화는 눈치가 아주 빨라 평강공주의 총애를 받아 시녀들의 질투를 받았는데, 흠잡힐 일을 하자 시녀들이 월화에게 시비를 걸었지요.
 
 "그게 무슨 경망스러운 말이냐?"
 몹시 배고팠던 평강공주는 월화의 방에서 수라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녀들이 말을 함부러 하자 참지 못하고 나와 화난 표정으로 시녀들을 꾸짖었습니다.
 "공주님, 소녀들을 용서해 주소서. 저희는..."

 시녀들은 월화가 든 상이 평강공주를 위한 것임을 깨닫고 어쩔 줄 몰라 두려움에 떨었지요.
 평강공주는 시녀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떨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그만 물러가거라. 나는 월화에게 조용히 할 말이 있다."
 시녀들은 평강공주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도망치듯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요.

 월화는 상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평강공주의 수라상을 차렸습니다.
 상에는 평강공주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었지요.
 밤늦도록 식사를 하지 못한 평강공주는 몹시 배가 고팠지만, 공주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식사를 서두르지 않고 말했습니다.
 
 "어서 들거라. 나는 네가 식사할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
 "송구합니다... 그럼..."
 월화는 자신이 이 음식들을 먹은 것으로 하려고 떡을 조금 먹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눈치가 빠른 월화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은 후에 식사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평강공주는 식사를 하면서도 검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보니 고상의 검술은 분명히 큰 오라버니보다 훨씬 위였다. 내가 그와 대련할 수 있다면, 검술이 많이 늘텐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큰 오라버니를 이길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겠구나. 검술이란 대련 상대가 없으면 한계가 있는 것이군. 어떻하지?' 
 
 평강공주는 자신의 검술이 그동안 큰 진전이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한 이유가 실전 상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어떻게 하면 실전 상대를 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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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 검술을 연마하는 평강공주


  어느새 2년이 흘렀습니다.
 10살이 된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가 얼마나 위험한 적들에 둘러쌓였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철이 든 평강공주는 역사와 병법을 열심히 배웠고, 13살이 되자 말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신궁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평강공주의 활쏘기 실력은 나날이 늘어 15살이 되었을 때는 일류 궁수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검술도 배웠는데, 노력한 끝에 머지않아 평강공주의 검술은 오빠들과 비슷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지요.
 궁중에는 왕자들의 검술을 지도하는 뛰어난 검객이 있었는데, 평강공주는 13살 때부터 이 검객에서 검술을 몰래 배웠기 때문에 정식으로 배운지 1년 만에 오빠들과 대등한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16살이 된 평강공주는 평범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평강공주에게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꿈은 바보 온달을 고구려의 최고의 용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남자로 착각하고 있는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신분제도로 봤을 때 바보 온달이 왕족들이나 귀족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깊은 뜻이 있어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지난 수년간 병법, 말타기, 활쏘기, 검술 등을 열심히 배운 것도 바보 온달을 가르칠 마음으로 배운 것이지요.
 자신이 오빠들을 능가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면, 바보 온달을 가르쳐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스승을 초청해서 가르치면 되지만, 공주는 자신이 직접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지요.

 평강공주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인 평원왕이 사냥을 가면 따라가고 싶었지만, 말을 타지 못해 그럴 수 없었지만, 이제 말타기에 능해진 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사냥을 가면 따라갈 수 있었지요.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평강공주는 검술에 능한 사람이 되어 바보 온달에게 검술을 가르치면서 항상 함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강공주는 열심히 검술을 연마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오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평강공주는 검술에 진전이 없자 답답한 마음이 들어 자신의 검술을 지도하는 검객을 만나서 물었습니다.
 "사부님, 어째서 제 검술에 진전이 없는 것이지요?"
 검객은 왕자들의 정식 사부는 아니었지만, 왕자들은 그를 존경하여 사부님이라고 불렀고 평강공주도 그를 사부님이라고 불렀지요.

 "진전이 없다니요? 공주님의 검술은 놀랄만큼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왕자님들이 검술을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모르실 겁니다. 왕자님들께서는 조용한 곳에서 검술을 연마하셔 공주님께서 보시기에는 별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실 수도 있지만..."

 평강공주는 검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물었습니다.
 "거기가 어디지요?"
 "그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우연히 찾은 것처럼 할테니까요."
 "왕자님들의 정원에서 500보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고마워요. 말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평강공주는 오빠들이 몰래 검술을 연마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연습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평강공주는 칼이 부딛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마침 어두운 밤이라 공주는 몰래 숨어서 칼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습니다.
 두 명이서 칼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어두운 밤이라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았지만,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한 사람이 칼을 놓쳤는데, 검술에서 칼을 놓히는 사람이 패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강공주는 승부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고상, 너의 검술은 정말 내가 따를 수 없겠구나."
 "태자님께서 사정을 봐주시지 않으셨다면 소인이 이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겸양할 필요없네. 나는 자네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을 잘 아네." 

 평강공주는 앞선 목소리의 주인공이 태자이자 큰 오빠인 대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큰 오빠 대원과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누구지? 큰 오라버니가 고상이라고 불렀는데...' 
 평강공주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태자 대원과 고상이라는 남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타자 대원은 자신이 놓힌 칼을 줍지 않고 떠났기 때문에 땅에는 칼이 떨어져 있었지요.
 평강공주는 태자 대원이 땅에 떨어뜨린 칼을 주서 둘이 싸우는 장면을 상기하면서 고상이라는 자가 사용한 검법을 흉내내어 검술을 연습했습니다.

 이 때 고상이라는 자가 평강공주가 검술을 연습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 데, 고상은 태자 대원을 배웅한 후에 돌아와 태자가 떨어뜨린 칼을 주서 태자에게 돌려주려고 온 것이지요.

 
 평강공주는 이미 16살로 절세의 미녀였던 왕후인 어머님을 닮아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이였습니다.
 평강공주가 검술을 하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하강하여 춤을 추는 모습이었지요.
 고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에 넉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쳐다보았습니다.
 검술 연마에 빠진 평강공주는 처음에는 고상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검법을 연습하는 중에 우연히 눈이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누구냐?"
 "당신은?"
 평강공주는 고상이라는 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는 사실에 어의가 없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당신은?'이라고 묻자 기가 막혔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네가 감히 나에게 누구냐고 묻느냐?"
 
 고상은 평강공주가 공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 말했지요.
 "나는 상부 고씨의 아들 고상이요. 당신이야 말로 누구시오?"
 "상부 고씨의 아들이라고? 상부의 아들이던 하부의 아들이던 네 어찌 나에게 이리도 무례할 수 있느냐?"
 
 평강공주는 만인지상의 공주였기 때문에 아버지와 친척들과 오빠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누구냐?'고 말 한 적이 없었습니다.
 궁에 있는 사람들 중에 공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고상은 평강공주의 무예가 뛰어난 것을 보고 왕후의 호위 시녀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공주의 검법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공주가 밤에 검술을 연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고상은 호위 시녀가 왕이나 왕후의 총애를 믿고 거만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단정하여 평강공주에게 '당신이야 말로 누구시오?'라고 물었는데, 이 여인이 '상부의 아들이던 하부의 아들이던'이라고 말하자 불쾌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요.

 '대단히 아름다운 것을 보니 왕의 총애를 입는 시녀일 것이다. 비록 시녀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겠구나.'

 평강공주는 고상이 자신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자,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귀머거리인게냐? 아니면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느냐? 어찌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게냐?"
 고상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는 태자님의 칼을 찾으러 왔는데, 그대가 태자님의 칼을 들고 있어..."
 "오라버님은 어디계시냐? 내 오라버님께 말해 너를 단단히 혼내야 겠구나."

 고상은 평강공주가 '오라버니'라고 말하자 이제서야 그녀가 평강공주임을 알게 되어 당황하면서 예를 갖춘 후에 말했습니다.
 "평강공주님이십니까?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공주님이신 줄 알지 못했습니다."
 고상은 대원에게 평강공주가 16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단한 미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원왕의 딸 중 시집가지 않는 공주가 없었기 때문에 공주가 '오라버니'라고 말하자 그녀가 평강공주임을 깨달았지요.

 평강공주는 고상이 예를 갖춘 후에 사과하자 화가 풀려 말했습니다.
 "몰라서 한 일이니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만 가봐라."
 "태자님의 칼은..."
 
 평강공주는 고상에게 칼을 던진 후에 말했습니다.
 "오라버님께 나를 여기서 본 일을 말하지 말거라. 알겠냐? 그럼 나도 오늘 너의 무례를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공주님, 심려하지 마십시오."
 평강공주는 고상을 쳐다보지도 않고 휙, 가버렸습니다.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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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 어린 평강공주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평강공주라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이제 7살이 된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기쁨 자체였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귀여운 딸을 쳐다보는 것은 모든 아버지의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원왕은 어린 평강공주를 총애하여 거의 매일 평강공주를 찾아갔지요.

 하지만 국무가 바빠서 미쳐 평강공주를 보러 가지 못한 날도 있었는데, 철없는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하루라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울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을 때마다 울면서 심통을 부렸지요.

 시녀들은 평강공주가 울면 좋은 말로 달랬지만, 평강공주는 그럴수록 더 크게 울었습니다.
 평강공주의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으면 어머니인 왕후가 찾아와 평강공주를 달랬지만,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올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평원왕은 바쁜 용무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가 너무 울면 혹시라도 아프게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몹시 사랑하였지만, 왕으로 바쁠 때가 많아 평강공주를 매일 볼 수 없었지요.
 이러한 아버지의 마음은 모르고 울기만 하는 평강공주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지요.
 "평강아, 너는 어찌 공주답지 못하게 자주 우느냐. 네가 잘 우니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허허..."


 바보 온달은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의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온달은 소년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해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지요.
 하지만 나라에 기근이 들어 동네 사람들의 형편이 나빠지자 동냥하여도 음식을 충분히 얻을 수 없게 되어 어린 온달은 울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했습니다.
 사람들은 온달이 남자답지 않게 운다고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는데, 평원왕은 우연히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신하로부터 들은 것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가 울자 잘 운다는 바보 온달의 이야기가 생각나 평강공주에게 농담을 했는데,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좋지 않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울음을 그치게 되었습니다.
 평원왕은 자신의 농담이 효과를 보자 평강공주가 울 때 마다 평강공주에게 말했지요.
 "네가 잘 우니 너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평원왕의 농담은 효과가 있어 평강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평강공주는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평원왕의 말을 믿게 되었고,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은 평강공주의 마음속에 깊이 남게 되었지요.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거울 정도로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들은 어린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시녀들에게 물었습니다.
 "바보 온달이 누구냐?"
 "저희가 듣기로는 온달이라는 소년은 아버지를 잃고 구걸하여 어머니를 혼자서 봉양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음식을 주지 않으면 울면서 애원한다고 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우는 모습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음식을 주지만, 우는 모습이 바보같아 동네 사람들이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어린 평강공주는 아버지를 잃은 바보 온달이 혼자서 동냥을 하면서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말을 듣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소년이 아버지없이 어머니를 돌보다니... 아버지는 온달의 지극한 효성을 보고 나를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하기는 것일까?'

 어린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말이 농담인지 몰라 평원왕이 정말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결심을 한 줄 알았습니다.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한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지게 되었지요.

 어린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정말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바보 온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남자 시종들을 보면 바보 온달이 어떤 시종을 닮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시종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 보았지요.
 때로는 뚱뚱한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훌쭉한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잘생긴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못생긴 시종을 보면서, '저렇게 생겼을까?' 상상하곤 했지요.


 평강공주가 8살이 되자, 평강공주는 그림 그리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배우기 시작한 평강공주는 종이에 바보 온달의 얼굴을 상상하여 그리곤 하였습니다.
 시종들의 얼굴을 조합하면서 상상하여 그렸지요.
 
 바보 온달 그리기에 재미를 붙인 평강공주는 이제 아버지 평원왕이 찾아오지 않아도 전혀 울지 않았지요.
 어느 날 평원왕이 평강공주의 처소에 들어오니, 평강공주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초상화 그리는 것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평원왕은 신기하게 생각하여 시녀들에게 물었지요.

 "평강공주가 어찌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냐? 누가 평강공주에게 초상화 그리는 것을 가르쳐 주었느냐?"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공주님이 아마도 벽에 걸려있는 시조님의 초상화를 보고 흉내 내시는 것이 아닐지요."

 공주의 방에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공주는 초상화 그리는 것을 배우지 않았지만,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보고 바보 온달을 그려 본 것이지요.
 그리 잘 그린 것은 아니지만, 공주가 그림 그리기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고 초상화를 그리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꾀 잘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평원왕은 기특한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를 그린 것이냐?"
 평강공주는 이제 겨우 8살이었지만, 여자의 부끄러움을 타고 났기 때문에 자신이 바보 온달을 그린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지요.
 "소녀, 시종 중에 하나를 그려 보았아 옵니다."

 평강공주는 이제 더이상 철없는 울보가 아니었습니다.
 평원왕은 울기만 하던 철없던 평강공주가 더이상 울지 않고 배운 적도 없는 초상화까지 그리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한 때는 7살이나 된 평강공주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우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공주가 배우지도 않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보자 이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의젓해지자 평원왕은 평강공주에게 더이상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평원왕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말을 들은 평강공주의 마음속에는 이미 바보 온달이 새겨져 있었지요.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 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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