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면 안된다.'는 말이 있지만 발렌타인데이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도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하도록 만든 특별한 날이니까요.
   게다가 여자가 자신의 마음을 발렌타인데이에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드러내는 것이지요.

   발렌타인데이는 평소에는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한 남자들도 이 날 만큼은 감수성이 생겨나서 여자의 고백을 소중히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발렌타인데이는 남자들을 고백받기 좋아하는 로맨티스트로 만들기 때문에 여자들의 고백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학창시절, 학교에서 인기짱인 여학생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초콜릿을 전달하고 간 적이 있었는데, 저의 학창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발렌타인데이 에피소드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남학생들에게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도도한 여학생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한 일조차 발렌타인데이에는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지요. 그녀의 발렌타인데이 고백은 마치 공주가 기사에게 선물을 주면서 고백하는 것 같이 품위있어 보였습니다.

   남학생들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만 원통하게 생각했을 뿐 그녀의 발렌타인데이 고백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평소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속된 말로 '소문'이 났겠지요.
   하지만 발렌타인데이가 모든 남학생들을 감수성이 풍부한 로맨티스트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은 별 이야기 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발렌타인데이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지요.
'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면 안된다'는 말이 있지만 발렌타인데이는 예외일 것입니다.
여자가 발렌타인데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로맨틱하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