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산타 할아버지께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잠깐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들어주실지 모르겠어요. 아빠는 저에게 착하게 살면 산타 할아버지께서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신다고 하셨고, 저는 지난 1년동안 아빠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로 살았으니 산타 할아버지께서 저의 소원을 들어주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업이 끝나자 저는 유치원에서 주는 점심을 먹고 유치원 차를 타고 집에 왔어요.
 집에 온 저는 엄마에게 줄 선물과 카드를 사로 문방구에 갔는데, 오다가 한 아줌마를 만났어요. 아줌마는 여자 산타라며 저에게 소원을 물었습니다. 저는 아줌마께 저의 소원을 말했지요.
 그러자, 아줌마는 엄마의 친구로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따라오라 하셨습니다. 아줌마의 말을 들은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산타 할아버지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나 봅니다.

 직장에서 일을 마친 나는 서은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과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웃에게 서은이를 봤는지 물어 봤지만 서은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 경찰에 신고한 후에 서은이를 찾았다.

 저는 아줌마의 집에서 엄마를 기다렸지만, 엄마는 나타나지 않으시고, 대신에 험상 굳게 생긴 아저씨 두명이 나타났어요. 얼굴에 큰 점이 있는 아저씨 하나가 아줌마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였는데, 아줌마는 저를 힐끗쳐다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아줌마의 눈물을 보니 오늘 엄마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꼬마야, 전화번호가 몇 번인지 말해봐. 아버지를 부를테니까."

 내가 초조한 마음으로 서은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서은이를 납치한 유괴범이였다. 유괴범은 서은이를 잘 데리고 있으니 3000만원을 마련하면 서은이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얼굴에 큰 점이 있는 아저씨는 방에 들어가서 전화를 했는데, 아저씨는 아빠에게 3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가져다 달라고 아빠를 협박했어요.
 저는 이제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아줌마를 몹시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줌마가 저를 속였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거든요.
 아저씨는 제가 울자 인상을 쓰면서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 아줌마가 말리는 바람에 저는 맞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험악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아 저는 겁이 나서 울음을 그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녁 때가 되자 아저씨들은 밖으로 나갔는데, 아줌마는 휴대폰으로 아빠에게 전화했어요. 
 "서은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것은 만나서 말씀드릴테니, 지금 서은이 아파트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나요."
 아줌마는 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어요. 아저씨가 따라올께 조마조마했는데, 저는 갑자기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었지요.

 나는 경찰에 신고한 후에 서은이를 데리고 있다는 아가씨가 시킨데로 집 근처의 스타벅스 근처에서 가스총를 든 경비 아저씨와 함께 아가씨를 기다렸다.
 "아빠!" 
 서은이는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나를 불렀다.
 나는 서은이를 두손으로 꼭 앉은 후에 아가씨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은 어디있소? 아가씨 이름은 뭐요?"
 "지금쯤 달아났을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제 이름은 지영이라고 해요."
 "죄송하면 답니까? 각오하세요."
 "아빠, 아줌마가 절 구해주셨어요. 아줌마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서은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때 경찰이 도착했다.
 서은이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나는 그녀를 용서해 줄 것을 결심하여 경찰에게 아가씨는 서은이의 보모인데, 함께 납치되었었다고 거짓말했다.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염치없는 줄 알지만, 가끔... 서은이를 보러 와도 되나요?"
 "아빠, 나, 아줌마하고 같이 살면 안되?"

 1년 후 크리스마스 이브......
 나의 아내가 된 지영이가 서은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과 케이크를 사들고 들어왔다.
 나는 지영이를 서은이의 보모로 고용하였는데, 서은이가 지영이를 잘 따를 뿐만 아니라 왠지 모르게 세상을 떠난 아내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사랑하게 되어 몇 달 전에 결혼했던 것이다.
 저녁을 먹은 후에 지영이는 서은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서 말했다.
 "산타 할아버지께서 바쁘셔서 우리 서은이 선물을 나에게 주고 그냥 가셨단다. 자, 여기...... 산타 할아버지께서 우리 서은이에게 주시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산타 할아버지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에게는 꼭 선물을 주신단다."

 지영이는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한 여자다. 나는 서은이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
 서은이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산타에게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잠시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산타가 정말 서은이의 기도를 들어주셔 서은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마를 보내주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영이가 산타가 보낸 선물이라면, 지영이는 내 생애의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이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