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 되자 소년은 소녀와 함께 학교에 가기 위해서 소녀의 집근처에서 기다렸다.

소녀는 소년을 보자 반갑게 외쳤다.

"철수야!"
"현주야, 안녕."

소년의 이름은 철수였고, 소녀의 이름은 현주였다.
현주는 철수에게 물었다.
"근데, 여기서 뭐해? 날 기다렸니?"
철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가다가...... 혹시나 해서......"
현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철수와 현주가 나란히 학교에 등교하자, 친구들이 물었다.
"니들 사귀니? 너무 사이좋은데......"
"아니, 우리 안사귀는데."
현주의 친구들은 철수와 현주가 친해보이자 현주에게 둘이 사귀냐고 물었지만, 현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우리 안사겨."

수업이 끝나자 현주와 철수는 집에 함께 갔다.
이 날부터 철수와 현주는 단짝처럼 등하교를 함께 했다.

하루는 현주가 철수에게 말했다.
"너, 내일 시간있어?"
"있는데, 왜?"
"내일...... 내 생일이야. 꼭 와야되."
철수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꼭 갈께......"

철수는 현주의 생일이 언제인지 몰랐다.
철수가 현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예쁘다는 것과 집주소, 나이, 현주가 외동딸이라는 것 정도였다. 현주의 입으로 생일을 가르쳐 주고, 생일을 초대받고 나니 연인 사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철수는 그동안 돼지저금통에 모아두었던 돈을 현주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쓰기 돼지저금통을 깨버렸다.
철수의 어머니는 애가 뭐 그리 큰 돈이 필요한지 궁금하여 물었다.

"철수야, 너, 여자친구라도 생겼니? 갑자기 돼지저금통을 깨다니......"
철수는 어머니께서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말씀하시자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여자친구는 아닌데요...... 생일에 초대받아서요."
"이 엄마한테 말하지. 특별히 돈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잖아."
"아니예요. 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돼지저금통에 얼마가 있는지 궁금해서 깨려고 했어요."
어머니는 아들이 어른스러워진 느낌이 들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네 마음대로 하렴......"

철수는 동전을 은행에서 지폐로 바꾼 후에 백화점에 갔다.
철수는 백화점에서 이것저것을 둘러보았지만, 무엇을 사야될지 생각할 수 없어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주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이것저것 살펴보았지만, 무엇을 사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물어 볼 걸 그랬나? 아니야, 놀라게 해주려면...'

백화점의 세일즈걸은 어린 소년이 아까전부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도 아무 것도 사지 않자 웃으면서 물었다.
"뭐 필요하신거라도 있으세요?"
"친구 생일 선물 하려구요."

세일즈걸은 소년이 소녀에게 선물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여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여자친구요?"
"아니요, 여자친구는 아니예요."
"아무튼 여자인 것은 맞지요?"
"네......"
"예산은 얼마로 잡으셨어요?"
"3만원이요."

세일즈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3만원이요?"
"네, 이 정도로는 좋은 선물을 살 수 없나요?"
"아니예요. 충분해요. 액수가 생각보다 쎄서요.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닌데...... 카드는 있어요?"
"아니요? 그냥 공책에 있는 종이 하나 쓰려구요..."

세일즈걸은 웃으면서 말했다.
"3만원짜리 선물에 공책 찢어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1000원짜리 카드도 예쁜게 많으니 카드 하나 사세요."
"여기서 파나요?"
"백화점에서는 안 팔구요. 문방구에서 하나 사세요."
"아, 그래야 되겠네요."

철수는 세일즈걸에게 물었다.
"누나, 누나라면 무엇을 받고 싶어요?"
세일즈걸은 어린 소년이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 웃으면서 말했다.
"뭐든 좋지요. 친구가 주는 선물인데......"
"특별히 받고 싶은 거 없으세요?"

세일즈걸은 웃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저는 향수가 받고 싶어요."
"저도 그걸 사야되겠어요."
"그러시겠어요?"
"네......"

세일즈걸은 화장품 가게의 판매원이었다.
"영수증을 드릴께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 받으실 수 있어요."
철수는 향수를 사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이 선물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철수는 현주를 기다렸지만, 현주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현주는 생일 준비를 이것저것 하느라 저녁 늦게 자서 아침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에 철수와 같이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다.
학교수업이 끝나자 현주는 철수에게 '나 어디 들렸다 가야하니, 오늘은 너 먼저 가.' 라고 말한 후에 혼자 가버렸다.
철수는 현주가 혼자서 집에 가져 학교 근처에 있는 문방구에 가서 예쁜 카드 하나를 샀다.

집으로 온 철수는 카드에 쓸 내용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철수는 갑자기 고등학교 다니는 형이 생각났지만, 형은 언제 올지 몰랐다.

철수는 갑자기 백화점 세일즈걸이 생각났다.
'누나... 그 누나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철수는 혹시 세일즈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향수를 들고 화자품 가게에 가서 세일즈걸을 찾았다.
"누나, 저 기억하시지요?"
"당연하지요."
"저기요. 하나 물어봐도 되요?"

"뭐든요."
"카드에 뭐라고 써야 되요?"

세일즈걸은 소년의 질문에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사람 마음이지요. 뭐든 하고 싶은 말을 쓰세요."
"저기요... 좀 가르쳐 주세요. 무슨 말을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
"글쎄요... 제가 시범적으로 써줄께요. 여기에다 손님이 더 추가해 쓰세요. 친구 이름이 뭐예요?"
"현주요."
"나이는?"
"14살이요."
"현주...... '천사처럼 아름다운 현주야. 너의 14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선물이 마음에 들지 모르지만, 내 성의니까 부담없이 받아줘.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너를 사랑하는... 이름이?"
"철수요."
"이 정도로 쓰면 될거예요."
"감사합니다."
"뭘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세일즈걸은 카드에 쓸 글을 적은 메모지를 철수에게 주었다.
철수는 아가씨가 카드에 쓸 글을 써준 메모지를 가지고 쏜살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선물이 없었다.
'아차, 선물을 백화점에 두고 왔구나.'

철수는 다시 백화점으로 뛰어갔다.
백화점은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서 뛰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철수가 화장품 가게로 가자 세일즈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선물을 놓고 가셨어요. 여기요."
"정말 감사해요."

철수는 아가씨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말할 시간도 없어 선물을 돌려 받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철수는 그동안 많이 뛰어 다리가 아팠지만, 모든 힘을 다해 뛰었다.
시계를 보니 철수가 현주에게 약속한 시간인 6시가 넘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