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는 크리스마스 날에 친구와 놀다가 저녁 7시 쯤에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철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철수는 항상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편함에 두고 갔기 때문에 철수가 아직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녀는 철수가 어째서 기다리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을 했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지요.

 "우리 집에 왠일이니?"

 "너한테 주려고..."

 철수는 영희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나서 떠났습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준 카드는 철수가 직접 만든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그러한 재료들을 구했는지 철수는 여러 예쁜 재료들을 이용해서 아주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지요.영희는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자 자신도 철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편의점에 가면 예쁜 카드를 살 수 있을거야.'

 편의점에서 예쁜 카드를 사온 영희는 카드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철수야, 예쁜 카드 잘 받았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카드를 쓴 영희는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야...... 잠시 볼 수 있을까?"

 영희는 철수에게 잠시 만나자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웠지만, 철수의 카드에 감동을 받은 영희는 철수의 카드에 대한 답장을 써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철수를 잠시 보자고 말했습니다.

"좋아, 어디서?"

"어디가 좋을까?"

 철수가 듣기에 영희의 말은 어디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 집에서 건너편 쪽에 있는 커피숍 어때?"

 "좋아, 거기서 봐."



 영희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초미니 피아노를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고 외투를 걸친 후에 어머니께 저녁약속이 있어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커피숍에 먼저 도착한 그녀는 철수가 오기 기다리면서 무슨 말을 할지 머리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사실 영희도 철수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습니다. 철수의 카드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영희는 막연하게 크리스마스 저녁을 철수와 보내고 싶어 불렀으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는 만나면 생각나겠지......'

  영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철수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많이 기다렸니?"

  "아냐... 너한테 줄게 있어. 여기..."

  영희는 철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워. 읽어봐도 돼?"

 "물론..."

 철수는 카드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카드를 펼쳤습니다.

 '철수야, 예쁜 카드 잘 받았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별 내용이 없어 철수는 조금 실망이 되었지만, 갑자기 영희를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만났다는 생각에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보, 그녀가 카드에 사랑한다는 고백이라도 써 줄거라고 생각했니?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고백할 기회가 올지도...'

 철수는 영희가 크리스마스에 보자고 한 것이 단순히 카드를 주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카드를 커피숍에서 주지 않았겠지요.

 "내가... 급히 와서 그런지 목이 조금 마르네. 뭐 하나 시켜서 마시자. 오렌지 쥬스 마실래? 내가 살께."

 "고마워."

 철수는 오렌지 쥬스 두 잔을 시킨 후에 영희에게 말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아니야,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추위를 느낄 시간도 없었어."
 
커피숍 아가씨가 쥬스 두 잔을 가지고 오자 둘은 쥬스를 마시면서 서로 눈치를 보았습니다. 철수는 생각했지요.
 
'영희가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오늘의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된다. 그래, 오늘 영희에게 고백하자. 그녀는 내년 이쯤에 한국을 떠나니 오늘은 나의 일생에 그녀에게 고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몰라.'
 
 "철수야,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영희는 주머니에서 초미니 피아노를 꺼낸 후에 무언가를 누르니 피아노 음악이 나왔습니다.

 "어... 정말 고마워. 미니 피아노에서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나오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음악이야. 나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항상 이 음악을 연주하곤해... 그동안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이 생각나서..."

 "이거 전에 너희 집에 갔을 때 네 책상위에서 본 적이 있어. 근데 모양만 피어노인 줄 알았는데, 진짜 피아노 소리가 나네... 정말 고마워. 근데, 난 선물을 준비 못했는데..."

 "괜챦아, 난 너에게 여러 번 생일 선물 받았쟎아. 난 한 번도 네 생일 선물을 준 적이 없는데......"

 "대신 내가 저녁 살께. 혹시 저녁 먹었니?"

 "아니... 너는?

 "나도... 그럼, 저녁 먹으러 가자."

 철수는 사실 저녁을 먹었지만, 그녀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지요.

 영희는 조금 수줍은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으로 대답했습니다.

 "이 근처에 분위기 좋은데가 있어. 같이 갈래?."

 이미 시간이 저녁 시간이 넘었기 때문에 철수는 영희가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영희도 따라서 일어났지요.

 사실 영희는 크리스마스 저녁을 철수와 함께 보내고 싶었습니다.

 철수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을 사랑하였고 어쩌면 부모님을 제외하면 가장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국을 떠나기 전에 철수와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철수가 남자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뭐 먹을래?"

 "아무거나... 네가 알아서해... 난 상관없으니까..."

 영희는 철수의 주머니 사정을 몰랐기 때문에 말하기가 곤란해 아무거나 먹겠다고 했지요. 식당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렀는데, 영희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 내가 그동안 외로움을 느낀 것은 애인이 없었기 때문일까? 여자는 애인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일까?'

  "정말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니? 난 네가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난 정말 아무거나 좋아..."

 철수는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한 후에 영희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기분 좋은 일있니? 평소보다 얼굴이 많이 밝아보이는데..."

  '내가?' 그녀는 혼자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네 카드를 받고 기분이 좋아졌어.'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크리스마스쟎아... 그래서 기분이 좋나봐. 사실은 나도 왜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어."

  "일년이 크리스마스가 된다면 항상 행복하겠네. 그럼 일년을 항상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해봐."

  철수의 말을 들은 영희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일년 내내 계속되도 애인이 없으면 소용없을 것 같아. 그래서 여자는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는 말이 있는걸까?'

 "그거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물리듯이 크리스마스가 1년 내내 된다면 별 느낌이 들지 않을지 몰라."

 "꼭 그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예전에 티비에서 봤는데, 어떤 사람이 매일 아침마다 '오늘이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사니 정말 행복할 수 있었데... 그러니 너도 아침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다 생각해봐. 그럼 기분이 좋아질거야."

 "그 말도 일리가 있네."

 "내가 너라면 항상 행복하겠어."

 "어째서?"

 "넌 정말 예쁘쟎아. 내가 너라면 거울만 봐도 행복해질거야."

 "그게 말이되? 그럼 미스 코리아들은 항상 행복해야 될거 아니야?"

 "아니야, 미스 코리아가 되면 욕심이 많이 생겨서 행복하기 쉽지 않지."

 "너, 철학자처럼 말하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찰학자가 된데. 왠지 알아?"

 "이유가 뭔데?"

 "그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머리를 계속 쓰다보면 머리가 기가 막히게 빨리 돌아가기 때문이지..."

 "재미있는 말이네. 그럼 너... 사랑에 빠졌니?"

 영희는 자신의 말이 실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농담이야... 사실... 사랑에 빠지면 철학자가 되는 이유는...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되기 때문일거야."

 "맞는 말 같아. 만약 자식이 생기면 나도 철학자가 될 거 같아."

 이 때 종업원 아가씨가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영희는 철수가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둘러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녁을 다먹으면 나한테 고백하려고 저러는 것 아닐까? 그럼 뭐라고 말하지?'

 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철수를 살며시 쳐다 보았습니다.

 '사귄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이성교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철수는 영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영희에게 말했습니다.

 "식기전에 먹자."

 "그래......"

영희는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음식을 천천히 먹었습니다.

'철수와 사귀다 헤어지면 철수가 상처받지 않을까?'

 철수는 영희가 기분이 좋아보여 영희에게 고백할 마음을 먹었지만, 영희가 심각한 듯한 표정으로 식사만하자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 철수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혹시... 내가... 너와... 사귈 수 있을까? 네가 떠날 때 까지만이라도..."

"내가 떠나면, 우리 계속 사귈 수 없을텐데, 그래도 괜챦겠니?"

"난... 네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라도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생각해 볼께..."

 철수는 영희가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었다는 확신이 들어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것 같았습니다.

"우리 영화 볼래?"

"좋아."

식사를 마친 철수와 영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로 눈이 마주 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누가 옆에서 쳐다보면 연인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를 친근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저의 창작소설 '여자의 선택'의 연재를 중단하였지만, 새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여자의 선택'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