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30살이 넘은 한 여인이 폐하의 옛 친구라며 찾아 왔습니다."
 "이름이 무엇이냐?"
 "그 여인은 이름은 밝히지 않고, 이걸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보니 청년 장교 시절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그녀를 데리고 오너라."

 그녀는 나폴레옹이 무명 청년 장교 시절에 사랑했던 여인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 전에 귀족 집안의 딸이었던 그녀와 교제한 적이 있었는데, 한때 장미처럼 아름다웠던 그녀는 이제 시든 장미처럼 노쇄한 모습으로 나타났지요.
 나폴레옹은 그녀의 외모가 초라해진 것이 나이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없었다면, 그녀는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을테니까요.
 

 나폴레옹은 그녀를 보자 무척 반가웠지만, 한 때 아름다웠던 그녀가 시든 장미와 같은 노쇄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나폴레옹은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많은 귀족들이 몰락했었고 그녀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나폴레옹이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어째서 나를 찾아 오지 않았는가?"
 "그럴 형편이 못 되었어요."
 나폴레옹은 그녀가 자신을 찾아오지 못한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의 노쇠한 모습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보여주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나폴레옹의 마음 속에 영원히 아름다운 여자로 남고 싶었기 때문에 그동안 어려운 생활고에고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은 것이지요.

 자신이 불우한 시절에 그녀가 보여준 친절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었던 나폴레옹은 그녀를 환대했고 큰 재물까지 내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어려움이 있다면 다시 찾아와다오. 나는 언제든 너를 도울 것이다."
 "폐하, 감사합니다."
 나폴레옹은 그녀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재산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이토록 자신을 환대한 나폴레옹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후에 떠났지요.

 나폴레옹은 자신의 측근에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그녀가 젊은 시절 얼마나 아름다운 여자였는지 너희들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제 프랑스의 왕정처럼 사라져 버렸구나."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