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인 2008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남자'를 보면 여자가 어떤 상황에서 모성애를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꽃보다 남자'의 주요 캐릭터인 소이정, 윤지후, 구준표가 모두 여자의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인데, 이들이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라 이들의 환경이나 성격이 여자의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추가을이 소이정에게 처음으로 느낀 모성애는 나쁜 남자에 대한 모성애였다.

   소이정에게 모성애를 느낀 추가을이 소이정에게 고백하자, 아마도 소이정은 자신이 어째서 추가을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소이정은 추가을에게 아버지를 소개시켜주었다. 

   소이정은 아버지에게 추가을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 보면서 추가을을 당황하게 만들어 떠나게 만들었다. 

   소이정의 의도는 자신을 좋아하는 추가을에게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보여주어 추가을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추가을은 자리를 떠났지만, 이때 소이정에게 모성애를 느낀 것 같다. 

   추가을은 소이정을 잊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니라 소이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도예의 세계에 입문했으니까. 

   추가을은 소이정의 괘팍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소이정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자식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연상시킨다. 

   추가을은 도예 학원에서 소이정의 첫사랑이었던 차은재를 만났다.

    추가을은 차은재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차은재에게 상처를 준 남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추가을이 빌린 차은재의 악세사리를 본 소이정의 표정을 본 추가을은 차은재의 첫사랑이 소이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가을은 소이정이 차은재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크게 낙담하였고, 자신이 둘을 다시 만나게 해준 것을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바뀌어 차은재에게 상처받은 이유를 물었다. 

   차은재와 소이정의 사랑을 다시 연결시켜 줄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여자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경향이 있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처에 신음하는 소이정에게 모성애를 느낀 추가을은 차은재와 소이정이 재회하는 것을 돕기로 결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여자의 모성애는 남자에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첫사랑을 잊지 못한 차은재에게도 모성애를 느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추가을이 차은재와 소이정 사이를 오가면서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둘의 오해는 풀어지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소이정과 차은재의 오해를 요약하면, 어렸을 때부터 소이정과 우정을 맺은 차은재는 소이정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 발렌타인데이에 고백하려고 했다. 

   차은재는 소이정에게 두 빌딩의 옥상에 있는 '사랑해'라는 간판과 '마이정'이라는 간판이 아침 7시가 되면 '마이정'의 '마'자가 햇빛에 가려 '사랑해 이정'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발렌타인데이에 소이정에게 빌딩의 간판을 통해서 '사랑해 이정'이라고 고백하기 위해서 아침 7시가 되면 빌딩의 옥상에 올라와 보라고 했다.

   하지만 소이정은 이것을 보지 못했고, 차은재는 소이정이 자신의 사랑을 거절했다고 오해하여 상처를 받아 떠났다. 

   추가을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소이정에게 알려 주었고, 아침에 추가을과 함께 옥상에 올라온 소이정은 차은재가 오해로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절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소이정의 상처와 눈물을 옆에서 보게 된 추가을은 소이정에게 깊은 모성애를 느꼈을 것이다.

   남자들은 남자가 상처를 받았을 때나 눈물을 흘릴 때 여자가 모성애를 느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여자가 모성애를 느낄 때는 소이정처럼 그 이유를 여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여자가 모성애를 느끼는 남자는 상처받은 남자가 아니라 소이정처럼 사랑을 소중히 생각하는 남자라는 것이다.


     금잔디는 구준표와 윤지후에게 모성애를 느꼈다.

    모성애는 여자라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금잔디가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고 해도 드라마의 구준표나 윤지후에게 모성애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금잔디는 구준표와 윤지후 모두에게 모성애를 느꼈지만, 구준표는 남자로서 사랑했지만, 윤지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었지요.

   금잔디는 양쪽 모두에게 모성애를 느꼈지만, 구준표에 대한 모성애와 윤지후에 대한 모성애는 다른 사랑이었던 것이다. 

   금잔디는 구준표에게는 독선적인 어머니로부터 행복을 지켜주고 싶은 보호 본능적인 모성애를 느꼈고, 윤지후에게는 자신에게 받은 실연으로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고 싶은 모성애를 느낀 것 같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꽃보다 남자'를 보면 구준표는 나쁜 남자에 가깝고 윤지후는 착한 남자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여성들에게도 윤지후보다 구준표의 인기가 앞섰는데, 여성들은 윤지후처럼 착한 남자보다는 구준표처럼 나쁜 남자 스타일에 더 끌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먼저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다.

   여성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의 개념은 남성들이 생각하는 착한 남자와 다른데, 그 이유는 남녀의 관점이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성들이 생각하는 나쁜 남자는 천성은 착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거나 마음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 여자의 사랑을 통해서 착한 남자가 될 수 있는 남자인 것 같다.

   세상에 정말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여자가 좋아하는 나쁜 남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꽃남'의 구준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준표는 다수의 여자들에게는 안하무인에 어딘가 조금 삐딱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인간미를 감추고 있다. 

   구준표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 때문에 금잔디를 기억하지 못할 때, 구준표는 금잔디에게 안하무인식의 태도를 보이면서도 유미에게는 상냥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바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의 나쁜 남자가 아닐까 싶다. 

   구준표가 금잔디의 전화를 받았을 때 관심없는 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위 나쁜 남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오히려 무뚝뚝하게 굴어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나쁜 남자의 무뚝뚝함에 오히려 여자들이 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꽃보다 남자'는 나쁜 남자가 여자에게 있기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구준표와 김범의 캐릭터는 그렇게 좋은 남자가 못되었지만, 이들의 캐릭터는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어 여성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첫사랑의 상처와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삐뚫어진 듯한 성격을 보여준 소이정은 아마도 여성들의 모성애를 가장 자극했던 캐릭터였을 것이다. 

   착한 여자도 나쁜 여자를 좋아할 수 있다는 추가을의 대사는 그가 비록 나쁜 남자라도 자신에게는 착한 남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삐뚫어질 수 있고 착한 여자도 상처 때문에 마음이 삐뚫어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자는 사랑의 상처 때문에 삐뚫어진 남자를 만나면 모성애가 생겨 자신이 그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고, 사랑에 빠지면 사랑을 통해서 그의 인간성이 회복될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자신이 치료해주고 싶은 일종의 모성애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사랑의 상처를 받은 소이정에게 모성애를 느낀 추가을은 소이정이 잃어버린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 

   첫사랑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여자에게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없었던 소이정은 추가을의 모성애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의 첫사랑이었던 차은재가 떠난 것이 오해였음이 밝혀지자 소이정의 마음의 상처는 치료되어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추가을은 나쁜 남자 소이정을 사랑했지만 사실 소이정도 그렇게 나쁜 남자는 아니었고 단지 실연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아 진실한 사랑을 다른 여자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이정의 모습에 추가을은 사랑을 통해서 소이정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사랑의 상처에 신음하는 남성을 보면 모성애가 생기는 여성의 심리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추가을이 소이정에게 느낀 모성애보다는 금잔디가 윤지후에게 느낀 모성애가 여성들의 마음을 더 크게 자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금잔디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윤지후의 상처받은 모습을 보는 여성들은 아주 깊은 모성애를 느꼈을 것이다. 

   금잔디 역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윤지후에게 모성애를 느꼈겠지만, 드마라를 시청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금잔디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번민하는 윤지후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금잔디를 정말 사랑하지만 실연을 당한 윤지후의 모습을 보는 여성들은 자신과의 사랑을 통해서 윤지후의 실연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어머니의 전횡에서 갈등하는 구준표도 여성들이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였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서 금잔디가 구준표의 어머니에게 구준표를 떠날 것을 약속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당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없어 안타깝다는 뜻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금잔디의 사랑도 모성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여자의 모성애라고 할까.

   만약 금잔디가 구준표와 결혼한다면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었지만, 어머니답지 못한 그녀의 행동은 금잔디를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금잔디가 구준표의 어머니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금잔디가 구준표를 떠나면서 가장 마음아팠던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지켜줄 수 없었던 현실이 아니었을까. 



   '사랑은 대상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좀처럼 현실에서 사랑의 대상을 찾기 힘든 여성들은 쉽게 드라마의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성들은 윤지후처럼 주인공에게 사랑을 빼았기는 남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필자 주변의 여성들은 김현중의 연기가 별로라고 말하면서도 김현중을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연기자의 연기가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중이 '꽃보다 남자'를 통해서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사랑의 상처를 받은 윤지후에게 모성애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