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린 소년들은 또래 소녀들에게 장난을 칠까?

 툭하면 긴머리를 잡아당기고, 치마를 들어올리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친하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어떤 소년들은 친하게 지내는 소녀들에게도 심한 장난을 친다.

 어린 소년이 소녀에게 장난을 치는 이유는 소녀에 대한 관심 표현이 아닐까?



 어느 도시에 개구장이 소년이 있었는데,
그는 또래 여학생들에게 항상 장난을 쳤다.
 
심한 장난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머리를 길게 땋은 소녀의 머리를 뒤에서 잡아당긴 후에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길게 땋은 소녀들은 이 개구장이를 항상 경계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소년의 장난에 당한 대부분의 소녀들은 그렇게 화내지는 않았다.

 "너 나중에 다시 보면 죽을 줄 알아."
 
그의 장난에 당한 대부분의 소녀들은 그렇게 말은 해도 그 개구쟁이 소년을 미워하지 않았다.
 소녀들은
아마도 소년의 장난에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한 소녀...
 
뿔테 안경을 쓴 한 소녀는 그 소년을 몹시 미워했다.

 사실 그 소녀가 그 소년을 미워한 이유는 머리를 잡아당겨서가 아니었다.

 개구장이 소년은 뿔테 안경을 쓴 소녀의 땋은 머리를 잡아 당기고 나서 도망치면서,

 "이 안경잡이야, 약오르면 나를 잡아봐라."
 라고 말한 후에 도망쳤다.
 
소녀는 누가 자신을 안경잡이라고 부르는 것이 제일 싫었기 때문에 그 소녀는 그 소년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대부분의 소녀들은 그 소년이 머리를 잡아 당겨도 따라가지 않았지만 뿔테 안경을 쓴 소녀는 끈질기게 따라갔다.

 뿔테 안경을 쓴 소녀의 그러한 행동은 소년을 더 신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하루는 소년이 뿔테 안경 소녀의 머리를 잡아당기자 소녀가 그를 따라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소년은 소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소녀는 일어나면서 그 소년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소녀는 한참 노려보다가 휙 돌아서 가버렸다.

 그 후로 그 소년은 그 소녀를 보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녀는 얼마 후에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소년은 이후로는 더이상 머리를 길게 땋은 소녀들의 머리를 잡아당기지 않았고, 다른 장난도 치지 않았다.

 

 수 년이 흘렀다.

 소년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의젓한 소년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뿔테 안경을 썼던 그 소녀와 마주 쳤다.

 그 소녀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소녀가 그를 보자 날카롭게 노려보는 바람에 그녀가 예전에 자신이 머리를 잡아 당긴 후에 안경잡이라고 놀렸던 그 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 보다가 그냥 가버렸다.

 그동안 수년간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그동안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뻐졌다.
 
소녀의 아름다움은 그녀가 쓴 안경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소녀를 다시 본 이후로 소년은 열병에 알아 누운 것처럼 힘이 빠졌다.


 첫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마주칠 때마다 원수처럼 노려 보았기 때문에 소년에게는 아무 가망이 없었다.
 
소년의 장난은 악의가 없었지만 아무튼 소녀가 소년을 미워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소년은 온통 그 소녀 생각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소년은 고등학교 다니는 자신의 형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형, 어떻하지? 나는 그녀가 좋은데, 그녀는 나를 몹시 싫어해."

 "사과는 했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너 때문에 이사까지 가서 학교를 옮긴 것 같은데..."

 "아직......  사과하고 싶어도 그녀가 무섭게 노려보니까 아무 말도 못하겠던데......"

 "사과하고 나서......  따귀 좀 맞아주면 화가 좀 풀릴거다. 그리고 나서 예전 일은 잊고 친하게 지내자고 말해봐. 원수진 것도 아닌데......"


 소년은 형의 말대로 하기로 작정하고 소녀를 보자 말했다.

 "예전에는 정말 미았했어. 이야기 좀 할 수 있니?"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따라 갔다.

 학생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 이르자 그는 갑자기 멈추어 섰고 그 때에 그녀가 힘껏 그의 따귀를 때렸다.

 "도데체 니가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데?"


 따귀를 맞은 소년은 아픈 것을 참으면서 말했다.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어. 정말 미안해. 나를 용서해줘."

 소녀의 분노는 소년의 따귀를 힘껏 때린 후부터 왠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가 진심으로 사과하자 그에 대한 미움도 거의 사라졌다.

 "좋아. 알았으니 나 이만 가볼께. 누가 보면 니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이라도 하는 걸로 오해하겠어."

 "잠깐...... 우리 친구가 될 수 없을까?"


 그녀는 다시 화를 내면서 그의 따귀를 때렸다.

 "누가 니 친구가 되겠데? 니가 날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알아? 난 안경잡이라는 말이 더이상 듣기 싫어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했고, 부모님은 결국 이사가기로 결정했어. 나는 다른 학교로 전학가게 되었지. 다 너 때문인데, 니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어?"


소녀는 말을 마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악의는 없었어. 내가 이제부터는 너한테 잘해줄께."

 "잘해준다고? 어떻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게 지냈는데... 니가 어떻게 보상한다는거야?"

 "사실은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그 날 다시 본 이후에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항상 너의 얼굴이 아른거렸고 하루종일 너 생각만 했어. 나...  사랑에 빠졌나봐."


 계속 울던 소녀는 소년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자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가봐야겠어. 이러다 친구들이 오해할라......"

 그리고 그녀는 떠나버렸다.

 

 소년은 기뻤다.

 그녀가 자신의 사과를 받아 주었을 뿐 아니라 그녀에게 고백까지 해서 속이 후련했다.


 며칠 후에 소녀는 소년에게 쪽지를 주었다.

 '학교 끝나고 있다봐.'

 수업이 끝나자 소년은 소녀를 만났다.

 소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녀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진심이니? 나를 좋아한다는 말......"

 소년은 소녀의 뜻밖의 말에 놀라면서 대답했다.

 "진심이야.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나, 니가 내 친구가 되겠다는 말...... 생각해 봤어. 우리가 무슨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비록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녀를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소년은 행복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