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 싸우고 헤어진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경우가 많아 한쪽이 양보하거나 서로 양보한다면 다시 만나 극적으로 화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여자의 상처에 대한 남자의 이해심이 부족해서 다시 만나도 화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나도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지요.

 남자는 여자친구가 오해한 부분을 해명하면 여자친구가 화를 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여자친구가 이별의 과정에서 그동안 받아온 상처지요.
 여자의 상처는 계속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한마디의 사과로 치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남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여자는 남자가  사과할 때 화가 조금 풀리면서도 오히려 그동안 받아온 상처로 인해 감정이 복받쳐 더 화를 내는 것 같은 말투로 남자에게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남자는 사과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낙담하여 이 말 저 말을 하다가 오히려 여자친구를 더 화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요.
 결국 두 연인은 화해하기는 커녕 서로 더 상처만 주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다음은 두 연인이 이별한 후에 남자가 그동안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소흘했던 사실을 깨닫고 사과하기 위해서 연락해서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 어째서 남자의 사과가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황) 한동안 바쁜 탓에 자주 연락하지 못한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남자는 이별하게 된 원인이 자신이 그동안 너무 소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헤어졌지만 그동안 여자친구와 보낸 즐거웠던 시간들이 기억나자 몹시 괴로운 마음이 들었고 여자친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지요.
 결국 여자친구를 만나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바빴었는지 설명하고 사과하여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꼭 할말이 있으니 만나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의 여자친구도 가끔은 그가 그리웠기 때문에 그가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여 결국 두 연인은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남자 : (진지한 표정으로) "너한테 꼭 할말이 있어. 꼭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여자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한숨을 쉬며) "말해봐."

 남자 : "그동안 내가 너한테 소흘했던 거 알아.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

 여자 : '왜 이제와서 사과하는거야?' (고개를 돌리며) "이제와서 그런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남자 :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앞으론... 잘할께... 나에게 한번만 기회를 줘."

 여자 : '진작에 그랬어야지. 이제와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너무 늦었어."

 남자 : (당황하면서) "앞으론 정말 잘할께. 연락도 자주 하고. 문자도 잘 보내고. 정말이야."

 여자 : '이제와서? 그동안 내가 받은 상처는 어쩌구?'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이제와서? 그럼 내 상처는?"

 남자 : '상처? 무슨 상처를 말하는거지?' (머뭇거리다가) "그동안 나한테 상처 많이 받았구나. 미안해."

 여자 : '그동안 받은 상처가 사과 한마디에 해결되?' (화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야?"

 
 남자는 진심으로 사과하면 여자친구가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의 사과를 받자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아픈 상처가 기억나서 화를 내며 말했지요.
 남자는 여자친구가 성처받은 것은 알아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무슨 상처를 받았는지 물었습니다.

 남자 : "무슨 상처를 받았는지 말해줄 수 없겠니?"

 여자 : (기가 막힌 표정으로)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남자 : "말을 해야지 알지. 나한테 말한 적 없쟎아."

 여자 : '관심이 없으니까 모르는거지.' (차가운 말투로) "모르면 알거 없어."

 남자 : "그러지 말고 말해줘. 내가 심리학자도 아니쟎아."

 여자 :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텐데?' (무표정하게) "아니면 말구."

 남자 : "이러지 마라.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이러는거니? 말해주지도 않으면 나더러 어쩌라구?"

 여자 : '죽을 죄? 내가 나쁘다는거지?' (흥분한 표정으로) "그래, 너 잘못한 거 없으니까... 이제 그만해."

 
 여자는 남자친구의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라는 말에 화가 났습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말 뜻은 '내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용서해 줄 수 없니?'라는 뜻이었지만, 여자가 듣기에는 '왜 나를 죽을 죄인처럼 대하는거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처럼 들렸기 때문이지요.
 
 남자 : (설득하면서) "그동안 네가 힘들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도 정말 힘들었어. 너도 알쟎아. 내가 얼마나 회사일로 바빴는지... 밥 먹으로 나갈 시간도 없어서 과장님이 치킨 사오고, 햄버거 사오고... 넌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여자 : '아무리 바빠도 전화 한 통 할 시간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쟎아. 정말 전화 한통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면 말을 했어야지. 짜증만 냈쟎아.' (고개를 돌리면서) "이제와서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남자 : "변명이 아니야. 정말 바빴어. 니가 좀 나를 이해해주면 안되겠니? 사람 하나 살려주는셈 치고."

 여자 : '살려주는셈 치고? 내가 냉정한 여자라는거지?' (화난 표정으로) "그래, 나 이해심 없는 여자야. 그러니 이제 그만하자. 서로가 더 상처받을 뿐이야. 이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남자 : (상처라는 말에) "상처받을 뿐이라고? 도데체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말해줄 수 없는거니?"

 여자 : "말한다고 달라지는 거 있어? 난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남자는 여자친구가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헤어지겠다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여자친구를 설득하기 시작하지요.

 남자 :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겠다고? 헤어지면 상처가 없어지니?"

 여자 : "최소한 더이상 상처받지는 않겠지."

 남자 : "그동안 우리가 보냈던 좋은 시간을 생각해봐. 상처 때문에 헤어진다면 후회할거야."

 여자 : "후회하지도 않겠지만, 후회하게 되도 할 수 없어."

 남자 : "너무 냉정한 것 아니야? 우리의 사랑이 이것밖에 안되었니?"

 여자 : '냉정하다고? 사랑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다 내 잘못이라는거야?' (화난 표정으로 말도 하지않은 채등을 돌리면서 가려고 한다)

 남자 : (자신도 모르게 여자친구의 팔을 잡으면서) "잠깐만."

 여자 : (남자친구의 손을 뿌리치면서) "이거 놓지 못해?"

 남자 : (손을 놓으면서) "내 말 좀 들어봐.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여자 : "더 말해봤자... 서로 상처만 더 받을뿐이야. 나 그만 갈래."

 남자 : (답답한 표정으로) "도데체 어떤 상처를 받았길래... 상처, 상처하면서 말고 하지 않고... 말이라도 해봐. 어떤 상처인지..."

 여자 : "말해서 뭐하게? 이제 소용없는 일이야."

 남자 : "알기라도 하자. 도데체 어떤 상처인지 알기라고 하자."

 여자 : '나한테 관심도 없었으니까.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관심도 없는거쟎아. 근데, 알아서 뭐하게.' (화난 표정으로) "알거 없어. 나 이만 가볼래."


 여자는 상처의 이유라도 말해 달라는 남자친구를 외면하고 떠나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연인은 이제 헤어지게 되었지요.
 남자는 여자친구가 상처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은 알지만, 도데체 무슨 상처 때문에 떠나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남자가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자가 받은 상처는 남자가 대화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전화를 자주 하지 않은 상처, 문자에 응답하지 않은 상처, 전화할 때 짜증낸 상처, 짜증내면서 전화끊어 버린 상처, 찾아갔을 때도 화낸 상처, 상처에 대한 무관심에 상처, 상처받았는데도 연락 끊은 상처, 여자친구의 상처를 외면한 상처...
 
 그는 상처난 마음에 상처가 쌓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상처의 이유도 깊이도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 결국 그의 사과는 사과하는 말투가 아니라 원망하는 말투가 되어버렸습니다.

 여자는 남자친구의 원망하는 듯한 말투에 더 상처를 받아 떠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해서 두 연인은 헤어지게 된 것이지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스칼렛이 남편 레트가 떠날 때, 레트에게 애원하는 장면에서 레트가 자신이 '그동안 받아왔던 상처'를 이유로 말하면서 떠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스칼렛은 남편 레트보다 자신의 첫사랑인 애슐리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레트는 큰 상처를 받아 떠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처럼 마음의 상처는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게 만들지요.

 여자가 남자친구를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이 '그동안 받아왔던 상처' 때문에 떠나는 것이니까요.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상처에 상처가 가중되면 레트의 상처만큼이나 커져 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남자는 사소한 상처가 커져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여 자신이 여자친구가 떠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여 다른 이유나 다른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결국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상처의 이유를 묻지만,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여자친구가 사소한 상처 때문에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작은 차이가 만드는 이별의 비극'은 제1편 이별의 시작, 제2편 이별의 과정, 제3편 이별의 이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편과 제2편은 트랙백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