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의 역사소설 인현왕후 97화 수정과 추가
인현왕후 97화에서 일부 수정하고 긴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수정한 부분은 노란색 글씨로 추가한 부분은 파란색 글씨로 하였으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인현왕후 97화
세자는 효성이 깊어 지극한 정성으로 인현왕후를 섬겼다. 인현왕후는 이러한 세자를 자신의 배속에서 나온 자식처럼 몹시 사랑하였다.
세자의 나이가 아홉 살이 되자 성인식을 치루었다.
인현왕후는 심호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간택하여 세자와 짝지어 주었다. 세자빈은 효성이 깊고 덕이 높아 숙종과 인현왕후의 총애를 받았다.
인현왕후는 평소에 세자와 세자빈을 중궁전에 불러 담소를 나누었는데, 숙종도 조정의 일이 끝나면 항상 중궁전에 발걸음하여 담소를 함께 나누니 중궁전에는 웃음소리가 끊어질 날이 없었다.
인현왕후는 세자와 세자빈이 동궁(세자의 처소)으로 돌아가면, 복순과 복순의 아들 금을 불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현왕후가 복위한 후 중궁전에는 화기애애한 기운이 가득하였지만, 옥정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자신을 폐위시키고 중전의 자리에 복위한 인현왕후에게 복수하겠다며 이를 갈면서 주야로 인현왕후를 해칠 궁리만 하였다. 옥정은 숙정을 은밀히 불렀다.
"민씨가 내 자리를 차지한 후에 나의 모든 것을 다 빼았아갔다. 전하와 세자, 세자빈까지 말이다. 내가 누려야할 행복을 혼자서 다 누리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분통이 터지는구나! 죽여 복수하지 아니한다면, 이 한을 어찌 풀겠느냐? 민씨를 없앨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
숙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민씨가 자신의 심복 궁인들을 시켜 수라에서부터 탕약까지 철저히 관리하니,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옥정은 분한 듯이 주먹으로 상을 내리쳤다.
"민씨가 사가에 있을 때 손을 써서 죽이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이구나!"
숙정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나, 시간이 걸릴 듯 하옵니다."
옥정은 반색하며 물었다.
"10년이 걸린다하여도 상관없으니 어서 말해보거라."
"민씨가 세자 저하를 총애하니, 세자 저하의 손을 빌리면, 민씨를 없앨 수 있을 것이옵니다."
옥정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세자는 민씨를 친어머니처럼 따르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
숙정은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민씨가 세자 저하의 처소에 자주 들리니, 세자빈마마의 궁인을 매수한다면, 민씨를 없앨 수 있을 것이옵니다."
옥정은 손으로 무릎을 치며 감탄하였다.
"그래, 맞다. 세자빈이 있었지! 세자빈이! 내가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을꼬?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거라."
"세자빈은 효성이 깊다하니, 마마께서 세자빈을 친딸처럼 총애하신다면, 세자빈은 마마를 어머니처럼 따를 것이옵니다. 마마께서 세자빈의 처소에 자주 들리시며 세자빈의 궁인들을 아껴주시오면, 세자빈의 궁인들은 마마를 어머니처럼 따를 것이옵니다. 세자빈의 궁인들을 마마의 사람으로 만든 후에 민씨를 해치라 사주한다면, 민씨를 해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옥정은 몹시 기뻐하며 손뼉쳤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구나! 그래, 그렇게만 된다면, 여한이 없겠구나!"
옥정은 세자빈의 처소에 자주 드나들며 세자빈과 모녀처럼 가까워졌다. 세자빈은 옥정의 사악한 간계도 모르고 옥정을 친어머니처럼 공경하며 따랐다. 옥정은 세자빈의 심복 궁인 정향을 금으로 매수하여 자신의 심복으로 만들었다. 옥정의 심복이 된 정향은 동궁(세자와 세자빈의 처소)과 취선당(옥정의 처소)을 오가며 옥정에게 세자빈과 인현왕후의 동태를 낱낱이 보고 하였다.
옥정은 눈을 부릅뜨고 인현왕후를 해칠 궁리를 하였지만 기회가 오지 않자 다른 방도를 궁리하였다.
그러던 중에 옥정은 대비를 죽게 만들었던 태자방을 불러 인현왕후를 저주하게 하였다.
옥정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삼국지를 읽었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미인계'와 '고육지책'의 고사가 뇌리를 스쳤다.
'옳거니! 미인계와 고육지책을 쓰면, 나의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옥정은 세자가 어린 시절에 세자의 시중을 들었던 자신의 심복 궁인 시향을 불렀다.
시향은 올해로 18살로 자태가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옥정은 자신에 대한 숙종의 총애가 식자 아름다운 소녀를 궁인으로 입궁시켜 복순처럼 숙종의 승은을 입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중에 한명이 시향이었다. 옥정은 정감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향아, 너는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라 전하의 눈에만 잘 띄으면, 전하의 승은을 입은 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전하께서 민씨에게 빠져 취선당에는 발걸음을 하지 아니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구나!"
"소녀, 마마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총애를 받는 것이오니,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아니다. 나를 위해서라도 전하의 승은을 받아야 하느니라. 민씨가 복순으로 말미암에 중전에 복위했듯이 나 또한 너로 말미암아 중전에 복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오나, 소녀가 어찌......"
"내가 시키는데로만 한다면, 틀림없이 전하의 승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시키는데로 하겠느냐?"
"소녀, 마마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고육지책이란 말을 들어 보았느냐?"
시향은 고육지책이라는 말을 듣자 겁이 나서 오금이 저렸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옵니까?"
"맞다. 오나라의 장수 황개는 고육지책으로 조조를 속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지. 너 또한 고육지책으로 민씨를 속여 없애고자 한다."
"소녀에게 계책을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세자는 어질어 정이 많다. 너는 예전에 세자의 시중을 든 적이 있으니, 내가 세자의 면전에서 너에게 심한 곤장을 가한다면, 세자는 너를 궁휼하게 여겨 너를 구해달라 민씨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민씨는 정이 많은 여인이니, 심하게 곤장을 맞은 너를 보면 궁휼이 여겨 거둘 것이다. 허면, 네가 민씨를 해칠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
시향은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겁이 나는게냐?"
"그런 것이 아니오라......"
옥정은 시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시향아, 내 말을 잘 듣거라. 너는 이제 18살로 피어나는 꽃봉우리처럼 아름다우니, 복순처럼 전하의 눈에 뜨인다면, 전하의 승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너는 전하의 승은을 입고, 나는 중전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시향은 긴 한숨을 쉰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 마마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적군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을 속이라는 병서의 말처럼 민씨를 속이려면, 이 일은 너와 나만의 비밀이여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알겠사옵니다."
"허면, 마음을 굳게 먹고 각오를 단단히 하거라."
"마마를 위해서라면, 소녀, 백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오니,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옥정은 시향에게 눈짓을 한 후에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게 아무도 없느냐?"
궁인들이 옥정의 처소에 몰려오자 시향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이년은 중전의 첩자이니라. 가서 형틀을 가져 오너라. 이년을 이실직고하게 만들 것이다."
옥정의 궁인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시향을 구하려고 하였지만 옥정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노려보며 호통쳤다.
"너희들도 영숙과 한통속인게냐?"
"그러한 것이 아니오라, 영숙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듣기 싫다. 누구든 영숙의 편을 드는 자는 영숙의 한통속으로 여길 것이다. 알겠느냐?"
옥정의 궁인들은 어쩔 수 없이 시향을 형틀에 묶은 후에 형장을 가했다. 옥정의 심복 궁인 영숙은 시향과 친자매처럼 친한 사이라 동궁으로 달려가 세자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세자는 영숙을 구하기 위해 취선당으로 달려왔지만, 옥정은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영숙에게 계속 형장을 가했다. 세자는 시향을 구하기 위해 황급히 인현왕후의 처소로 달려갔다. 인현왕후는 세자의 말을 듣자 혀를 차며 말했다.
"옥정이 자신의 심복 궁인에게 형장을 가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듯 하구나. 인명은 소중하니, 내가 가서 구해야 되겠구나."
인현왕후는 취선당으로 가서 시향을 구하였다. 가혹한 형장에 맞은 시향은 초죽음이 되었다. 인현왕후는 시향을 긍휼이 여겨 정성껏 치료해준 후에 내전의 궁인으로 거두었다.
숙종의 누이동생 명안공주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허약하였던 명안공주는 시아버지 오두인이 숙종의 명으로 모진 고신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 마음에 병이 생겨 몸이 쇠약해졌는데, 인현왕후가 복위한 후에 일시적으로 몸이 회복되었지만, 다시 몸이 나빠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숙종은 명안공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자 몹시 애통해하며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였다.
"온희야(명안공주의 이름), 어찌 나를 두고 네가 먼저 떠난 것이냐? 어찌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이냐? 미안하구나! 오라비가 되어 어린 시절부터 몸이 허약했던 너를 잘 보살펴주기는 커녕, 너의 시아버지를 해쳐 천후의 한이 되게 하였으니, 구천에 계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무슨 낯으로 뵐 수 있겠느냐? 너에게 참으로 미안하구나! 이 못난 오라비를 부디 용서하거라!"
인현왕후는 명안공주와 친자매보다 정분이 두터웠었다. 그러한 명안공주가 세상을 떠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폐출되었을 때 통곡하며 울던 명안공주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대성통곡하며 울고 싶었지만, 누이동생을 잃어 비탄에 잠긴 숙종을 더 슬프게 만들까 입을 막은 채 소리없이 흐느꼈다.
명안공주가 세상을 떠난 얼마후에 숙안공주가 세상을 떠났다. 숙안공주는 올해로 62살로 연로하여 세상을 떠난 것이다. 숙종은 장희빈의 무리들이 모함하는 말만 듣고 숙안공주의 아들 홍치상을 사사하였기 때문에 항상 숙안공주에게 죄책감을 느꼈는데, 숙안공주가 세상을 떠나자 몹시 슬퍼하며 대성통곡하였다.
명안공주가 세상을 떠난데 이어 자신을 친딸처럼 아껴주었던 숙안공주까지 세상을 떠나자 인현왕후는 몹시 상심하여 건강이 크게 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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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글 : 배달민족 치우천황 20화 (신재하 작가의 역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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