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

근초고왕 35화 조정우 역사소설 수정판

labyrint 2011. 4. 30. 06:00

 

 

 

 근초고왕 35화

 
 근초고왕 35화 수정판에서는 용성으로 돌아간 모용황의 이야기를 추가하고, 고구려 태자 구부가 태왕 사유에게 태후와 왕후를 대신하여 볼모가 될 것을 청하는 내용을 제외하여 36화로 넘겨 하나로 연결시켰습니다.

 

 

 패잔병을 수습하여 용성에 도착한 모용황은 분한 마음에 전쟁으로 인해 쌓인 노독도 풀지 않은 채 대전회의를 소집하였다. 양유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무릇 전쟁에서 이기려면, 아군의 강점으로 적군의 허점을 찔려야 하온데, 이번 전쟁에서 아군은 강점은 살리지 못하였고, 적군에게 허점을 찔렸으니, 패하였던 것이옵니다."

 모용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군의 강점은 무엇이고, 부여군의 허점은 무엇인고?"

 "아군의 강점은 병력과 병장기가 부여군과 비교조차 아니될 정도로 우세하다는 것이옵니다. 연은 기병과 궁수가 십만에 이를 뿐만 아니라 전차가 수천에 이르니, 이를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능히 이길 수 있을 것이옵니다."

 모용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유의 말이 이어졌다.
 "아군의 허점은 부여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이옵니다. 부여군보다 병력이 두배나 많은 아군이 패한 것은 부여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하여 지형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온데, 우리 연에는 수만의 부여인들이 있으니, 이들 중에 부여의 지리를 잘 아는 자를 선별하여 척후병으로 기용한다면, 능히 부여를 이길 수 있을 것이옵니다. 또한 부여는 해군이 빈약하오니, 해군을 이용하여 부여군의 허점을 찌른다면, 부여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모용황은 양유의 식견에 감탄하였다.
 
"과연 그렇다. 내, 그대에게 부여 정벌을 맡길 터이니, 지금부터 준비하라."

 
 대전회의를 마친 모용황은 왕궁에 있는 한 여인의 처소에 발걸음을 하였다. 
 "그간 별일 없었소?"
 여인은 서른살 쯤 되어 보였지만, 누구라도 첫눈에 반할 정도로 대단히 아름다웠다. 백옥처럼 하얗고 비단처럼 고운 피부,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조각한 듯한 콧날, 앵두처럼 붉은 입술...... 그녀는 한숨을 내쉰 후 담담하게 말했다.
 "고국이 보고 싶은 것 이외에 신첩에게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나이까?"
 그녀는 3년전, 연군의 고구려 침입 때 잡혀간 주왕후였다. 

 3년전, 연의 모용황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했다. 연이 고구려의 도성 환도성으로 오는 진로는 북쪽 길과 남쪽 길 두 길이 있는데, 북쪽 길은 넓고 평탄하지만, 남쪽 길은 좁고 험난하다. 사유는 연군이 반드시 북쪽 길로 올 것이라 판단하여 북쪽 길은 고무에게 정병 5만을 주어 지키게 하고, 남쪽 길은 자신이 정병 5천과 약졸 5천으로 지킬 생각이었다. 사유는 대전회의를 소집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왕제 고무는 찬성했다.

 "남쪽 길은 지세가 좁고 험난하여 정병 5천이면 10만 대군이 온다 하여도 능히 막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만약 연군이 남쪽 길로 온다면, 소제가 신속히 기병 2만을 보내 구원하겠나이다."

 대가 아불화도는 반대했다.

 "폐하, 모용황에게는 양유, 모용한, 한수처럼 지략이 뛰어난 장수들이 많사오니, 남쪽 길의 방비를 소흘히 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북쪽 길에 있는 기병이 남쪽 길로 오려면 한나절이 걸릴 터인데, 구원군을 보낸다 한들 연이 대군을 보낸다면 정병 5천으로 구원군이 올때까지 버틸 수 있겠나이까?"

 고무는 아불화도의 의견을 듣자 숙고한 후에 말했다.

 "일단 척후병을 파견하여 연군의 행로를 살펴본 연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한편 5만 5천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한 연의 모용황은 고구려가 남쪽의 길이 험한 것을 방패삼아 방비를 소흘히 할 것이니, 그 허점을 노리자는 모용한의 계책을 따랐다. 모용황의 이복형인 모용한은 용맹과 지략을 갖춘 명장으로 중원을 도모하려면 고구려를 먼저 꺽어야된다고 말하여 모용황이 고구려를 침략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모사 양유가 모용황에게 아뢰었다.

 "고구려에는 아불화도라는 용맹과 지략을 갖춘 명장이 있사오니, 사유는 필시 아불화도의 말을 듣고 척후병을 보내 아군의 행로를 살피게 할 것이옵니다. 척후병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북쪽 길로는 수많은 깃발을 휘날려 대군이 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남쪽 길로는 보병을 선봉에 앞세우고, 멀리서 기병이 보병을 뒤따르게 하고 어두운 밤에만 진군토록 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모용황은 양유의 계책에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참으로 좋은 계책이다. 기병이 멀리서 보병을 뒤따르게 한다면, 능히 척후병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허면, 누가 북쪽 길로 가겠느냐?"

 장사 왕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소장이 허장성세로 고구려의 눈을 속이겠나이다."

 "좋다. 허면, 남쪽 길은 누가 선봉에 서겠느냐?"

 모용한과 모용평이 거의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소제가 선봉에 서겠나이다."

 "소자를 선봉에 세워 주시옵소서."

 모용황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각각 5천씩 주겠다. 합력하여 선봉을 지휘하라."

 왕우는 1만 5천의 병력을 이끌고 북쪽 길로 진군했다. 왕우는 양유의 계책대로 수많은 깃발들을 휘날리게 하여 대군이 진군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모용한과 모용패는 각각 보병 5천을 이끌고 선봉에 서서 남쪽 길로 진군했다. 모용황은 고구려 척후병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기병 3만기를 어두운 밤에만 진군토록했다. 고구려의 척후병들은 본 대로 사유에게 보고했다.

 "수만 쯤 되어 보이는 연의 보병이 북쪽 길로 진군하고 있사옵니다."

 "1만 쯤 되어 보이는 연의 보병이 남쪽 길로 진군하고 있사옵니다."

 

 척후병들의 보고를 들은 사유는 고무에게 명했다.

 "내 너에게 정병 5만을 줄터이니, 북쪽 길로 오는 연군을 섬멸토록 하라!"

 아불화도가 앞으로 나서며 사유에게 아뢰었다.

 "성동격서의 전술일 수도 있으니, 남쪽 길도 방비를 소흘하면 아니 될 것이옵니다."

 사유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이미 결정하였으니, 경은 짐의 작전에 따르라."

 아불화도는 사유의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유는 고무에게 정병 5만을 주어 북쪽 길을 지키도록 하고, 자신은 아불화도와 함께 정병 5천과 약졸 5천으로 남쪽 길을 지켰다. 아불화도가 사유에게 말했다.

 "약졸 5천은 오합지졸이라 전투에 별 도움이 못되오니, 소신에게 정병 5천을 주소서. 폐하께서는 약졸로 하여금 후방에 수만의 깃발을 꽂아 허장성세를 펼치소서. 하오면 적군이 아군을 업신 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사유는 아불화도의 계책대로 아불화도에게 정병 5천을 주고, 자신은 약졸 5천을 이끌고 후방에서 허장성세를 펼쳤다. 아불화도는 숲이 빼곡한 좁은 지형에 병사들을 매복시킨 후에 연군을 기다렸다. 모용한과 모용패가 이끄는 연의 선봉군이 매복한 장소로 다가오자, 아불화도는 깃발을 올리며 명을 내렸다.

 "공격하라!"

 모용한과 모용패가 이끄는 연의 선봉군은 고구려군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했지만, 곧 모용황이 이끄는 3만 기병이 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용맹하게 싸웠다. 아불화도는 순식간에 수십명의 연군을 베어 연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한창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멀리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병이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모용황이 3만 기병을 이끌고 당도한 것이다. 아불화도는 패배를 직감하였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용맹하게 싸웠다. 사유는 허장성세가 무용지물이라고 판단하여 약졸 5천을 이끌고 아불화도를 구원했다. 모용황은 후방에 있는 수만의 깃발이 마음에 걸려 렸는데, 사유가 겨우 약졸 5천을 이끌고 오자 허장성세임을 간파하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고구려군의 허장성세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으니, 이제 무엇을 꺼리겠느냐?"

 아불화도는 사유가 자신의 계책을 따르지 않아 허장성세가 탄로나자 크게 탄식했다.

 "폐하, 약졸은 어차피 도움이 못되온데, 어찌 구원하러 오셨나이까? 아군의 허장성세가 드러났으니, 패배를 면하기 힘들 것이옵니다. 여기는 소신에게 맡기시고, 속히 기병을 이끌고 환도성으로 퇴각하소서."

 사유는 자신이 경솔했음을 깨달았지만, 이제와서는 어쩔 수 없었다. 사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네. 허나, 이제와서 어찌 하겠느냐? 힘을 다하여 싸우면 막을 수 있을 것이네. 내, 고무에게 속히 응원군을 보내라는 전령을 보냈으니, 어떻게든 하루만 버티어보세."

 "소신, 오늘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우겠나이다."

 아불화도는 우뢰같은 고함을 지르며 싸웠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자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라!"

 고구려군은 이미 많은 사상자를 내어 1만이 채 안되었으나 아불화도의 용맹한 모습에 사기가 크게 올라 4만의 연군이 고전하였다. 모용황은 아불화도의 용맹에 감탄하며 장수들에게 물었다.

 "아불화도의 용맹에 4배나 많은 아군이 밀리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장사 선우량이 앞으로 나와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소신 선우량,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폐하의 하해같은 은혜를 갑고자 하나이다."

 선우량은 수백기를 이끌고 고구려군을 향해 돌진했다. 죽음을 각오한 선우량의 돌진에 고구려군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모용황은 이 틈을 타서 총공격을 명하였다. 전열이 흐트러진 고구려군은 연의 총공격에 힘없이 무너졌다. 아불화도가 사유에게 말했다.

 "폐하, 속히 기병을 이끌고 환도성으로 퇴각하소서. 여기는 소장이 막겠나이다."

 사유는 크게 탄식했다.

 "오호라, 아불화도여! 모든 것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아니한 짐의 탓이로도다! 천지신명의 가호를 비네. 부디, 살아야 하네."

 아불화도는 다급하게 말했다.

 "소신, 폐하의 하해같은 은혜를 입어 죽어도 여한이 없사오니, 지체하지 말고 떠나소서."

 사유는 눈물을 머금으며 수백기의 호위병을 이끌고 떠났다. 아불화도는 죽기를 각오하고 용맹하게 싸웠으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연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불화도는 이미 온 몸이 피로 물들었다. 연장 한수와 모여니가 양쪽에서 아불화도를 협공했다. 아불화도는 오른속에 창을 왼손에 검을 들고 싸우다 한수의 창에 오른쪽 어깨를 찔렸다. 정신이 어지러워지고 오른손의 힘이 빠져 창을 놓쳤다. 아불화도는 죽음을 직감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이 아불화도가 오늘 여기서 오랑케에게 죽는구나! 이 몸 하나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나라의 사직이 걱정되는구나! 하늘이시여! 부디, 이 나라의 사직을 지켜주소서!"

 이 틈을 타서 한수가 아불화도의 목을 베었다. 아불화도가 죽자 고구려군은 사기가 땅에 떨어져 힘없이 무너졌다.

 

 한편 사유는 기병 수백기를 이끌고 퇴각했지만, 연군의 집요한 추격에 대부분을 잃어 필기단마로 달려 환도성에 도착했다. 환도성에는 수천의 보병과 수백의 기병 밖에 없었다. 사유는 환도성이 포위되면 퇴로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지형이 험준한 단웅곡으로 퇴각할 것을 결심했다. 태후 주씨와 왕후 주씨는 위급한 상황을 듣고 사유를 찾아왔다. 사유가 태후 주씨에게 말했다.

 "어마마마, 곧 연의 대군이 환도성으로 올 것이니, 단웅곡으로 퇴각하고자 하나이다. 속히 채비하소서."

 사유는 수백기의 기병을 이끌고 태후와 왕후를 데리고 환도성을 떠났다. 태후와 왕후는 말을 타지 못해 마차에 탔는데, 이로 인하여 지체되었다.

 연의 수만 대군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오자 환도성은 힘없이 무너졌다. 사유가 이미 환도성을 떠났음을 알게 된 모용황은 모여니에게 기병 오천기를 주어 추격토록하였다. 추격해오는 연군과의 간격이 좁혀지자 태후는 마차를 세운 후 사유에게 말했다.

 "폐하, 우리로 인하여 폐하께 누를 끼칠 수 없소. 폐하는 무엇보다 종묘사직을 지켜야 할 것이오. 우리는 산에 숨을 터이니, 폐하는 병사들을 데리고 속히 떠나시오."

 사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자가 어찌 어마마마를 두고 떠날 수 있겠나이까?"

 태후는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들고 호통쳤다.

 "떠나시오. 떠나지 아니하면, 이 어미는 자결할 것이오."

 사유가 머뭇거리자 왕후가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어마마마는 신첩에게 맡기시고, 속히 떠나소서."

 사유는 눈물을 글썽이며 태후와 왕후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어마마마, 부디, 옥체 강녕하소서. 왕후, 이승에서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저승에서라도 다시 만나기 바라오. 부디, 강녕하시오."

 사유는 눈물을 머금으며 기병 수백기를 이끌고 떠났다. 태후와 왕후는 사유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왕후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마마마, 연군이 곧 당도할 것이니, 속히 떠나야 되겠사옵니다."

 태후와 왕후는 마차를 버려둔 채 수십명의 여자 호위병들과 함께 산속으로 도망쳤다.

 모여니는 버려진 마차를 보고 병사들을 풀어 산속에 숨어 있던 태후와 왕후를 찾았다. 여자 호위병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고 했으나 태후는 그녀들을 살리기 위해 항복할 것을 지시했다.

 "항복하겠다. 허니, 나의 호위병들을 죽이지 말거라."

 모여니는 병사들에게 명했다.

 "두분 마마를 잘 모시거라."

 

 모여니는 척후병을 불러 사유의 행방을 물었다.

 "고구려왕은 어디로 갔느냐?"

 "단웅곡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였사옵니다."

 모여니는 수천의 기병을 이끌고 단웅곡으로 향했다. 사유의 호위대장은 고밀이었는데, 고구려에서 용맹함에 있어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고밀은 단웅곡으로 들어오는 산길에 수백의 병사들을 매복시켰다. 모여니가 이끄는 연의 기병이 매복한 장소로 다가오자 우뢰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돌격하라!"

 고밀은 창을 꼬나잡고서 말을 몰아 연군을 향해 돌진했다. 고밀이 창을 휘두를 때마다 연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고밀의 용맹함을 보자 고구려군은 사기가 크게 올라 분전했다. 고밀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수백명의 연군을 베었다. 고밀의 용맹에 연군은 전열이 흐트러졌다.

 모여니는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퇴각 명을 내렸다. 연군이 물러가자, 고밀은 단웅곡에 숨어 있는 백성들을 병사들로 위장하여 허장성세로 모여니의 눈을 속였다. 모여니는 구원군이 당도한 줄 알고 주저하였다. 모여니가 주저하는 동안에 대형 염모가 수천의 결사대를 이끌고 단웅곡으로 들어왔다.

 얼마 후 모용황이 수만의 대군을 이끌고 당도하였다. 모용황은 수만의 병력으로 단웅곡을 공격했으나, 고밀의 용맹과 좁은 단웅곡의 지형을 이용한 염모의 지략에 번번히 패하였다.

 

 한편 북쪽 길로 진군했던 왕우가 이끄는 연군은 고무에게 참패하여 전멸당했다. 이에 모용황은 사신을 보내 사유에게 항복할 것을 권유했지만, 사유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수가 모용황에게 말했다.

 "고무가 5만 대군을 이끌고 온다면,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 터이니 퇴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나이다."

 모용황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고무가 저 용맹무쌍한 고밀과 함께 아군을 추격한다면 어찌 하겠느냐?"

 "이미 사유의 어머니인 태후와 왕비를 볼모로 잡고 있으니, 사유의 아비 미천왕의 시신을 파내어 간다면, 사유는 감히 아군을 추격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모용황은 한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병사들에게 미천왕의 무덤을 팔 것을 명했다. 무덤을 파보니, 무덤 안에는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었다. 모용황은 미천왕의 시신과 보물을 함께 꺼낼 것을 명했다. 모용황은 떠나기 전에 환도성의 성벽을 허문 후 성안에 불을 질렀다. 불길이 치솟자 모용황은 5만에 이르는 환도성의 백성들을 포로로 사로잡아 퇴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