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 어린 평강공주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평강공주라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이제 7살이 된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기쁨 자체였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귀여운 딸을 쳐다보는 것은 모든 아버지의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원왕은 어린 평강공주를 총애하여 거의 매일 평강공주를 찾아갔지요.

 하지만 국무가 바빠서 미쳐 평강공주를 보러 가지 못한 날도 있었는데, 철없는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하루라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울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을 때마다 울면서 심통을 부렸지요.

 시녀들은 평강공주가 울면 좋은 말로 달랬지만, 평강공주는 그럴수록 더 크게 울었습니다.
 평강공주의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으면 어머니인 왕후가 찾아와 평강공주를 달랬지만,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올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평원왕은 바쁜 용무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가 너무 울면 혹시라도 아프게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몹시 사랑하였지만, 왕으로 바쁠 때가 많아 평강공주를 매일 볼 수 없었지요.
 이러한 아버지의 마음은 모르고 울기만 하는 평강공주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지요.
 "평강아, 너는 어찌 공주답지 못하게 자주 우느냐. 네가 잘 우니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허허..."


 바보 온달은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의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온달은 소년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해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지요.
 하지만 나라에 기근이 들어 동네 사람들의 형편이 나빠지자 동냥하여도 음식을 충분히 얻을 수 없게 되어 어린 온달은 울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했습니다.
 사람들은 온달이 남자답지 않게 운다고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는데, 평원왕은 우연히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신하로부터 들은 것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가 울자 잘 운다는 바보 온달의 이야기가 생각나 평강공주에게 농담을 했는데,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좋지 않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울음을 그치게 되었습니다.
 평원왕은 자신의 농담이 효과를 보자 평강공주가 울 때 마다 평강공주에게 말했지요.
 "네가 잘 우니 너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평원왕의 농담은 효과가 있어 평강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평강공주는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평원왕의 말을 믿게 되었고,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은 평강공주의 마음속에 깊이 남게 되었지요.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거울 정도로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들은 어린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시녀들에게 물었습니다.
 "바보 온달이 누구냐?"
 "저희가 듣기로는 온달이라는 소년은 아버지를 잃고 구걸하여 어머니를 혼자서 봉양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음식을 주지 않으면 울면서 애원한다고 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우는 모습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음식을 주지만, 우는 모습이 바보같아 동네 사람들이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어린 평강공주는 아버지를 잃은 바보 온달이 혼자서 동냥을 하면서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말을 듣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소년이 아버지없이 어머니를 돌보다니... 아버지는 온달의 지극한 효성을 보고 나를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하기는 것일까?'

 어린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말이 농담인지 몰라 평원왕이 정말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결심을 한 줄 알았습니다.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한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지게 되었지요.

 어린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정말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바보 온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남자 시종들을 보면 바보 온달이 어떤 시종을 닮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시종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 보았지요.
 때로는 뚱뚱한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훌쭉한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잘생긴 시종을 보면서, 때로는 못생긴 시종을 보면서, '저렇게 생겼을까?' 상상하곤 했지요.


 평강공주가 8살이 되자, 평강공주는 그림 그리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배우기 시작한 평강공주는 종이에 바보 온달의 얼굴을 상상하여 그리곤 하였습니다.
 시종들의 얼굴을 조합하면서 상상하여 그렸지요.
 
 바보 온달 그리기에 재미를 붙인 평강공주는 이제 아버지 평원왕이 찾아오지 않아도 전혀 울지 않았지요.
 어느 날 평원왕이 평강공주의 처소에 들어오니, 평강공주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초상화 그리는 것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평원왕은 신기하게 생각하여 시녀들에게 물었지요.

 "평강공주가 어찌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냐? 누가 평강공주에게 초상화 그리는 것을 가르쳐 주었느냐?"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공주님이 아마도 벽에 걸려있는 시조님의 초상화를 보고 흉내 내시는 것이 아닐지요."

 공주의 방에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공주는 초상화 그리는 것을 배우지 않았지만,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보고 바보 온달을 그려 본 것이지요.
 그리 잘 그린 것은 아니지만, 공주가 그림 그리기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고 초상화를 그리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꾀 잘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평원왕은 기특한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를 그린 것이냐?"
 평강공주는 이제 겨우 8살이었지만, 여자의 부끄러움을 타고 났기 때문에 자신이 바보 온달을 그린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지요.
 "소녀, 시종 중에 하나를 그려 보았아 옵니다."

 평강공주는 이제 더이상 철없는 울보가 아니었습니다.
 평원왕은 울기만 하던 철없던 평강공주가 더이상 울지 않고 배운 적도 없는 초상화까지 그리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한 때는 7살이나 된 평강공주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우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공주가 배우지도 않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보자 이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의젓해지자 평원왕은 평강공주에게 더이상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평원왕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말을 들은 평강공주의 마음속에는 이미 바보 온달이 새겨져 있었지요.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 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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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