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 몇시야?"


    경수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늦잠을 잔 것 같아 안방을 향해 소리쳐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경수의 어머니도 늦잠을 자고 있었으니까 아무 대답이 없었던 것이다. 


    "몇 시지?"


    경수가 머리맡에 둔 갤럭시노트5를 켜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엄마야! 완전 지각이다!"


    등교 시간인 8시 30분에서 고작 1분 남은 8시 29분이었다. 


    경수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천 미터의 거리였다. 


    설령 경수가 천 미터를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우사인 볼트의 세계 신기록인 9.58초로 뛴다고 해도 8시 30분 안에 교문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희망이 있다면 교문을 지키는 주임 선생님이 지각생이 많으면 3분 쯤 늦는 것은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경수가 불이나게 교복으로 갈아입고 보니 이미 8시 30분이었다.   


    경수는 머리도 빗지 않은 채 가방을 매고 후닥닥 방을 나서 급히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대문을 열고 나와 학교를 향해 젖먹던 힘을 다해 달려가며 생각했다.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33분 전에 교문에 도착하면 주임 선생님이 눈감아 주실 거야.'


    보통 월요일은 지각생이 많은 편이라 8시 33분까지만 가도 무사히 교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육상 선수도 아닌 경수의 발로는 천 미터를 3분 이내에 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이다. 


    아니나 다를까. 


    천 미터에서 절반은 커녕 3분의 1도 못 가서 경수는 숨이 차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3백여 미터를 젖먹던 힘을 다해 뛰었더니 벌써 숨이 차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숨이 차서 헉헉거리던 경수의 시야에 빈차로 표시된 택시 하나가 들어왔다. 


    신호등에 걸려 멈춘 택시였다. 


    순간 경수는 손뼉을 치며 생각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 33분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경수는 곧바로 택시를 불렀다. 


    "택시!"


    택시 쪽으로 재빨리 뛰어간 경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빈차로 표시된 택시에 웬 예쁜 여학생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택시를 탈 수 없어 깜짝 놀란 것이 아니라 택시에 탄 여학생이 너무나도 예뻐 깜짝 놀란 것이다.


    마치 만화속 여주인공처럼 완벽한 미모였다. 


    경수는 속으로 감탄했다. 


    '와! 완전 외계인급 미모다!'


    외계인급이란 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성적이 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 별명이 외계인이었던 메이저 리그 명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별명에서 유래한 말이었다. 


    정말인지 이 여학생은 외계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예뻤다.


    놀라운 사실은 여학생이 경수의 학교 교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명찰을 보니 경수의 같은 학년인 고3이었다. 


    '우리 학교 고삼중에 이렇게 예쁜 여학생이 있었나?'


    이때 신호등이 바뀌어 택시가 출발하려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학생이 경수를 가리키며 말하는 것이었다. 


    "저랑 같은 학교니 태워주세요."


    그리고는 경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서 타."


    이렇게 외계인처럼 말도 안 되게 예쁜 여학생의 호의를 어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경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잽싸게 앞자리에 탔다. 


    "고마워."


    "고맙긴, 같은 학교인데..."


    "근데, 처음 보는데, 이름이 뭐니?"


    "당연히 처음 보겠지. 난 오늘 전학왔는데......"


    여학생은 이 말을 하고서야 이름을 말했다. 


    "연희야, 이연희."


    이연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서 대뜸 물었다. 


    "니 이름은 뭐니?"


    경수는 이연희가 자신의 이름을 물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해 더듬거렸다.  


    "겨, 경수, 김경수."


    어느새 택시가 교문 앞에 서버리자 이연희는 오천원 짜리 한 장을 택시 기사에게 내밀며 말했다. 


    "거스름 돈은 필요없어요."


    그리고는 경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경수, 나중에 또 보자."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이연희는 택시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경수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만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게 예쁜 그녀가 자신에게 또 보자는 말까지 하다니! 


    이때 택시 기사가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내려?"


    이때서야 경수가 정신을 차리고 택시에서 나왔을 때 이연희는 벌써 교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행히 주임 선생님은 이연희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통과시켜 주고 있었다. 


    아직 8시 33분이 안 된 모양이었다. 


    경수가 안도하며 재빨리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주임 선생님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경수를 불렀다. 


    "김경수, 너! 이리와봐!"


    다른 학생들은 통과시키주고 경수만 부른 것이다. 


    '왜 나만 잡으시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며 경수는 주임 선생님 쪽으로 다가갔다.


    주임 선생님이 경수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 김경수, 너, 머리가 그게 뭐냐? 자다가 일어난 사람 같잖아!"


    주임 선생님은 지각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수의 머리를 나무라기 위해 부른 모양이었다.


    주임 선생님의 말을 듣자 경수는 핸드폰으로 자신의 머리를 비추어보았다. 


    자다가 일어난 사람 같다는 주임 선생님의 말 그대로였다. 


    머리를 빗지 않았더니 꼭 더벅머리 같았다.


    '내 머리 꼬라지를 보고 연희가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때 주임 선생님이 다짜고짜 물었다. 


    "너, 이연희하고 아는 사이냐?"


    경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택시 합승했을 뿐인데요."


    주임 선생님은 장난스럽게 경수의 귀를 잡으며 캐물었다. 


    "근데, 오늘 전학온 이연희 이름은 어떻게 알아?"


     경수는 머리를 글쩍이며 말했다. 


     "처음 봐서 물어봤는데 가르쳐줬어요."


     주임 선생님이 경고하듯 말했다. 


     "너, 딴 생각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네..."


     주임 선생님은 경수가 너무도 예쁜 이연희에게 마음을 사로잡혀 공부를 못할까봐 걱정된 모양이었다. 


     이때서야 주임 선생님은 가도 좋다는 듯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가봐."


교문을 통과한 경수는 헐떡거리며 계단을 뛰어 4층으로 올라갔다. 


   천만다행으로 복도에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니 아직 담임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 


   경수가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수, 너 자다가 일어났냐?"


   "산에서 내려왔냐?"


   청산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남녀 합반이었다.


   더벅머리가 된 경수의 머리를 보자 여학생들이 킥킥 웃었다. 


   "너 파마했냐?"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기 전에 자리에 앉아야 혼나는 것을 면할 수 있어 남학생, 여학생들이 동시에 놀려대는 소리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 


   빈 자리를 찾아보니 복도 쪽 맨 뒤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 자리는 학생들이 가장 앉기 싫어하는 자리라 비어 있었던 것이다. 


   경수는 재빨리 복도 쪽 맨 뒷자리에 앉은 후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제 살았다.'


   경수의 반은 먼저 온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되어 있었는데, 경수가 제일 늦게 와서 복도 쪽 맨 뒷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경수가 자리에 앉은 것과 거의 동시에 경수 앞에 앉은 우석이가 머리를 복도 창문 밖으로 내밀더니 소리쳤다.


   "야! 선생님이 전학 온 여학생을 데려오는 모양인데, 엄청 예쁘다! 아이돌 뺨치는데!"


   순간 경수는 복도 밖을 내다보지도 않고 이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연희인가보네."


   경수는 우석이가 말하는 전학온 여학생이 연희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만화 주인공같은 연희의 미모는 아이돌 뺨친다는 말로도 턱없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연희 이외에 누가 아이돌 뺨친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겠는가!  


   머리를 복도 창문 밖으로 내밀다 담임 선생님께 걸리면 혼나기 때문에 경수는 정말 연희인지 궁금했지만, 연희가 담임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우석이 재빨리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를 부렸다. 


   "야, 경수, 자리 좀 바꿔주라!"


   경수는 우석의 말을 못 들은 척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생각했다. 


   '이 건달 녀석이 연희 옆 자리에 앉게 할 수는 없지.'


   누가 와도 비켜줄 마음이 없었지만, 우석은 툭하면 싸우는 등의 말썽을 피우는 녀석이라 더욱 더 자리를 양보할 수 없었다. 


   "너 귀먹었냐? 자리 좀 바꿔 달라니까!"


   우석은 경수가 못 들은 척하자 이번에는 옆 자리에 앉은 미영이에게 말했다. 


   "야, 너 경수 옆자리로 가라. 내가 천원 줄께."


   자존심 문제였다. 


   미영이는 화를 내며 우석에게 말했다. 


   "너, 선생님한테 이른다!"


   먼저 온 사람이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 있었지만, 여학생은 남학생과 짝이 되어야 했고, 남학생은 여학생과 짝이 되어야 했다. 


   우석은 경수보다 만만해 보이는 미영에게 때마침 지갑에 있던 천원 짜리를 내밀며 자리를 바꿔달라 했지만, 오히려 미영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바로 이때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우석은 이제 자리를 바꿀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어 경수를 노려보며 소근거렸다. 


   "너, 끝나고 남아."


   우석은 미영보다 경수가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이때 담임 선생님이 경수를 보며 말했다. 


   "경수야, 니 옆자리 빈자리지?"


   경수는 속으로 희희락락해 대답했다.


   "네, 빈자리예요."


   이때 우석이 경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경수, 지각해서 여기 앉은 거예요."


   담임 선생님은 우석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복도를 향해 말했다. 


   "연희야, 어서 들어와라."


   경수의 예상대로였다. 


   우석이 말하는 아이돌 뺨치는 전학 온 여학생은 연희였던 것이다. 


   이윽고 연희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교실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와! 진짜 아이돌 뺨치는 미모네."


   "우와! 아이돌이 뭐야, 미코도 뺨치겠다."


   남학생들끼리 떠드는 가운데, 여학생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경수의 귀에 들려왔다. 


   "근데, 쟤는 얼굴이 백인처럼 하얂네. 혹시, 쟤 혼혈애 아니야?"


   "어, 진짜, 혼혈앤가보다."


   그러고 보니, 연희는 정말 백인처럼 피부가 눈처럼 하얬다.


   담임 선생님이 경수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연희에게 말했다. 


   "자, 저 빈자리에 앉거라. 곧 보충 수업이니, 인사는 수업 다 끝나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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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