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여자가 어째서 군대에 간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기다리지 못하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여주인공이 군대에 간 애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부자에게 시집간 것은 돈이나 명예가 탐나서나 애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기다리는 애인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군대에 간 애인이 부상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자 애인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여 자신에게 청혼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 것이지요.

 

 아마도 그녀는 이미 임신했기 때문에 애인의 버림을 받은 미혼모가 되면 남자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평생 혼자살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부상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는 애인을 기다리지 못했던 것이 아닐지요.

 어쩌면 그녀가 정말 두려워 한 것은 애인의 변심이 아니라 애인의 죽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녀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기다리지 못하여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것이지요.

 즉, 애인을 사랑하지 않아서 기다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인의 돌아옴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여자의 마음이란 사랑의 확신이 없어지면 애인을 사랑한다고 해도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지요.
 아마도 여자에게는 애인에게 받았던 사랑이 뜨거웠을수록 애인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 것입니다.
 달콤한 초콜릿을 자주 먹으면 중독이 되어 초콜릿을 먹지 못하면 견딜 수 없듯이 애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다가 헤어지게 되면 그 허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요.
 
 이처럼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낸 여주인공은 그동안 애인의 편지를 통해 애인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애인을 기다렸지만, 편지마저 오지 않자 사랑의 확신마저 무너지니 혼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애인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감동을 받은 장면은 남자가 애인에게 버림받은 슬픈 장면이 아니라 남자가 자신을 버린 애인을 잊고 새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남자가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온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영화의 여주인공인 카트리느 드뇌브도 아름다웠지만 남자주인공의 새 애인도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과거에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현재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남자주인공이 떠난 애인을 잊고 새 출발을 한 것은 떠난 애인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 애인을 사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이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쉘부르의 우산'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떠났다고 해도 새로운 애인을 만나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시한 영화가 아닐지요.

 이 영화는 사랑이란 이루어지지 못한 과거의 사랑보다 이루어진 현재의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군요.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