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극이 사극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labyrint 2010. 6. 26. 06:30

 최근의 사극을 보면 사극이 사극같지 않고 전설극이나 무협극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연성없는 줄거리는 고대소설을 연상시키고, 혼자서 수십 수백병을 상대하고도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는 모습은 무협극을 연상시키지요.
 특히 선덕여왕과 동이는 역사적인 문헌도 보지 않았는지 이미 죽었어야 할 사람이 버젓이 등장하고, 죽지 않은 사람이 유령처럼 계속 출현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도 죽은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주요 인물이 아닙니다. 근데, 선덕여왕과 동이는 주요 인물이 죽었다고 기록된 시점에서 계속 출현하거나 죽지 않았는데 죽이는 경우가 나와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지요.
 사극이라면 죽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산 사람이 죽는 터무니없는 허구는 지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사극의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사극에 무협극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주몽이나 바람의 나라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주몽'이나 '바람의 나라'를 보면 사극이 아니라 무협극을 보는 기분입니다.
 역사적인 근거도 미약하고 황당한 내용이 많지요.
 혼자서 수십 명을 여유있게 상대하는 장면은 무협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바람의 나라'에 무휼이 독약에 대한 인체실험을 당하는 장면은 정통 무협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독제를 연상시키지요.
 죽기 직전에 있던 사람이 해독제를 먹으면 멀쩡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무협극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인데, 이제 사극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어린이들이 보면서 옛날에는 정말 의술이 발달해서 약효가 엄청한 해독제가 있었다고 믿지 않을지요.
 
 스토리 전개 과정도 사극이라기 보다는 무협극에 가깝습니다.
 '바람의 아들'에서 대소왕이 태무신검을 가진자가 천하를 호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천도룡기에서 도룡도를 손에 넣으면 천하를 호령할 것이라는 스토리를 연상시킵니다.
 주몽을 보면 해모수가 장님이 되어 감옥에서 주몽을 만나게 되는 장면은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소림사에 감금된 사손을 만나는 장면을 연상시키지요.
 '주몽' 이나 '바람의 아들'의 스토리를 쓴 작가는 무협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사극에 무협 드라마적인 요소가 나오는 것은 작품성보다는 시청률에 집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극에 무협극적인 요소가 나온다면 처음에는 반응이 좋을지 모르지만 자주 보면 식상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더 황당한 무협극적인 요소가 나올 것이고 결국에는 무협 사극이 되겠지요.
 '주몽'이나 '바람의 나라'같은 역사적 실제성이 적은 사극은 이제 무협 사극으로 분류해야 할 것입니다.


 사극이 사극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숙종이 전설상으로 잠행을 했다는 식의 전설을 드라마로 만든 이야기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무협 사극처럼 혼자서 수십명을 가볍게 상대하는 장면도 자주 나옵니다.
 이처럼 사극이 사극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준비성없이 사극을 만들었거나 지나치게 시청률에 연연하여 볼 거리만 만드는데 주력했기 때문이 아닐지요. 
 아무리 사극에 허구가 첨가될 수 있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장면을 첨가하는 것은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