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5 - 평강공주의 결심


 태자는 밤늦도록 고상과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검술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고상의 인격이 어떤지 결혼관이 어떤지 떠보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러던 중에 태자는 평원왕이 언급했던 오자와 공주의 이야기가 생각나자, 고상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오자가 위나라를 떠난 이유를 아는가?"
 "소인은 오자가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한 후에 무후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자가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숙좌의 간계 때문이 아닐지요."
 "그런가?"
 
 태자는 고상의 대답이 예상과 다르자 혼자 생각했습니다.
 '고상,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오기가 어째서 공주와 결혼하기를 거부했느냐인데, 자네의 대답은 나의 의도와는 다르군.'
 고상은 태자가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태자가 의도하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태자께서 무슨 의도로 오자의 이야기를 하기는걸까? 설마... 나에게 평강공주를?'
 고상은 자신이 오늘 평강공주를 만난 것과 태자가 지금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쩌면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습니다.
 '설마... 태자께서 나를 평강공주의 배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실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느닷없이 오자가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한 이유를 물으시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자 고상은 태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오자가 공주와 결혼을 거절한 이유는 오자가 무후와 공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하하하, 맞는 말일세.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 누이 평강공주가 생각났기 때문이네. 내 누이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 아바마마께서는 나에게 평강공주의 혼인문제를 맡기셨는데, 나는 자신이 없네."

 고상은 태자에게 평강공주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심성이 곱고 효성이 지극하다고 들었습니다. 심려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공주를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남자도 많지 않은가? 내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그것이 문제일세."
 
 고상은 태자가 자신에게 평강공주의 혼인문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하자,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서 태자에게 말했습니다.
 "태자님! 신, 고상 비록 부족한 점이 많으나 만약 공주님의 배필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저의 목숨을 바쳐 공주님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태자는 고상이 평강공주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맹세를 하자, 조심스럽게 말했지요.
 
 "대장부의 말은 중천금이라고 하지만, 평강공주는 아바마마께 천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만약 평강공주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이는 폐하의 근심이 될 것이니 어찌 폐하의 충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정말 평강공주를 행복하게 만들 자신이 있는가?"
 
 고상은 태자가 자신에게 평강공주를 맡길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제가 어찌 폐하의 근심을 모르겠습니까? 저 또한 시집간 누이가 있어,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어떤 근심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태자님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저의 미천한 목숨을 바쳐 공주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태자는 고상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기뻐하면서 말했지요.
 "내가 그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남자가 결혼 전에 하는 맹세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소? 그대의 폐하에 대한 충성심이나 나에 대한 충성심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내 누이 평강공주에 대한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요."
 "어찌 제가 폐하의 은혜와 태자님의 기대와 공주님의 사랑을 져버리겠습니까? 만약 제가 태자님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신의 불충을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태자는 고상의 충성 맹세에 흡족하여 말했습니다.
 "내 그대를 믿어보겠소." 


 한편 평강공주는 월화의 방에서 식사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낭군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3년 전, 평강공주가 평원왕에게 바보 온달에 대해서 물어 보았을 때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아바마마, 온달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온달이 누구냐? 나는 들어 본 기억도 없구나."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었던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말을 듣자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저를 온달님께 시집보내실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공주야, 그게 도데체 무슨 소리냐? 나는 온달이라는 자의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고, 너를 누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하지만..." 

 평강공주를 가까이서 모시는 시녀 한 명이 평원왕이 평강공주에게 농담으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나서 평원왕에게 말했습니다.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공주님께서는 어리실 적에 폐하께서 농담으로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믿고 계신 것이 아닐지요."
 평원왕은 시녀가 지난 이야기를 하자 기억이 나서 크게 웃으면서 말했지요.

 "평강아, 네 어찌 이 아비가 농으로 한 말을 지금까지 믿고 있는게냐? 하하하..." 
 바보 온달이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평강공주는 그것이 농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아니야, 그럴리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이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평강공주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지요.
 '낭군님,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말인지요? 저는 이제 어떻하지요?'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이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 아니라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평강공주는 한순간도 바보 온달을 잊어본 적이 없었지요.

 아버지에게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 잊으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잊으려고 노력해도 잊혀지지 않자 평강공주는 평원왕에게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 줄 것을 설득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3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4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