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4  -  태자 대원의 계획

  한 편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태자 대원은 미소를 띠운 채 생각했습니다.
 '고상이 여태까지 오지 않는 것을 보니 평강을 만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겠지.'

 오늘 평강강주와 고상이 만난 것은 모든 것이 태자의 계획이었습니다.
 태자가 칼을 놓힌 후에 숨어있던 평강공주의 그림자를 본 것이지요.
 태자는 숨어있는 사람이 평강공주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곳은 왕자들이 검술을 연마하는 곳이라 왕자들이 아니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왕자들이 숨어서 검술 대련을 구경할리는 없을 것이고, 평강공주가 아니라면 도착하기도 전에 궁전을 지키는 호위군사들에게 잡혔을 것입니다.
 숨어있는 사람이 평강공주일 것이라고 확신한 태자는 일부러 칼을 줍지 않고 떠난 후에 고상에게 칼을 두고 왔으니 주서 달라고 말한 것이지요.
 검술에 빠진 평강공주는 틀림없이 태자의 칼로 검술을 연마할 것이고, 고상은 태자의 칼을 태자에게 돌려주는 임무를 맡았으니 평강공주와 고상은 서로 만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처럼 태자가 고상이 평강공주와 만나게 만든 이유는 평원왕이 상부의 고씨의 아들을 평강공주의 배필로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

 평원왕이 태자를 불러 말했습니다.
 "평강도 이제 16살이 되었으니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아비로서 딸의 배필을 찾아주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짐은 상부의 고씨의 아들 고상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고상은 병법과 무예에 모두 뛰어난 장군일 뿐만 아니라 저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니 저도 찬성합니다."
 "남녀간의 일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고상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평강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짐은 너에게 평강의 혼사 문제를 맡기려고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제가 고상과 평강의 만남을 주선하겠습니다."
 
 평원왕은 태자가 아직 남녀의 사랑이 어떤지 모르는 것 같아서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오자가 어째서 위나라를 떠났는지 아느냐?"
 "오자가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했기 때문이 아닌지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자에게 결혼을 거절당했던 공주가 오자를 미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오기를 미워했을 것이고, 무후에게 오자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했을 것이다. 무후는 딸의 말을 듣고 오자를 예전처럼 믿을 수 없었을 것이고, 오자는 무후가 자신을 대하는 낯이 예전같지 않음을 알고 떠났을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느냐?"
 
 태자는 평원왕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지요.
 '아바마마의 뜻은 고상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되, 평강에게는 미리 말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평원왕이 뜻하는 말을 알아들은 태자가 말했습니다.
 
 "고상의 생각이 어떤지 알기 전까지는 평강에게 이 혼사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고상이 평강이 마음에 없다면,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평강이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제가 평강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평강은 어렸을 때부터 제 말이나 아바마마의 뜻에 잘 따랐으니 제가 말하면 아바마마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효녀나 효자도 혼인 문제는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
 "소자, 평강이 고상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추친하지 않겠습니다."
 "혼사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상의 마음이 상해서도 안되고, 평강의 마음이 상해서도 안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소자, 아바마마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태자는 그동안 어떻게 하면 평강과 고상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줄 수 있을지 고심하였는데, 평강이 자신의 발로 찾아오자 태자는 일부러 칼을 두고 떠나 평강과 고상이 만나도록 만든 것이지요.

 태자는 고상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요.
 이 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태자님, 고장군님이 오셨습니다."
 "들라 이르라."
 
 고상은 태자의 칼을 들고 태자의 처소에 들어갔습니다.
 태자는 칼을 든 고상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태자는 고상이 평강공주에게 반해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르는 척하면서 말했지요.
 "왜 이리 늦었나? 내 그대를 기다리느라 지루했다. 자, 벌주를 받게."
 
 고상은 태자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잔을 들어, 태자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불만이라도 있는가?"
 "그런게 아니오라... 소인이... 우연히 만난 공주님께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태자는 자신의 계획대로 고상이 평강공주를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요.
 "평강을? 평강을 어떻게 만났단 말이냐?"
 "공주님께서는 아마도 제가 태자님과 대련할 때 숨어서 보신 것 같습니다. 제가 태자님의 검을 주으려고 가보니, 공주님께서는 태자님의 칼을 들고 저의 검법을 흉내를 내면서 검술을 연마하고 계셨습니다."
 "하하하... 평강이 몰래 우리가 대련하는 장면을 보았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공주에게 무슨 무례를 범했단 말이냐?"
 "제가 공주님을 시녀로 오인하여 누구냐고..."
 "하하하...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 평강공주가 내 칼을 들고 있었으니, 너는 당연히 내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겠느냐? 하하하..."

 고상은 평강공주가 자신에게 오늘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을 기억했지만, 자신은 태자의 심부름을 했을 뿐이니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태자에게 사실대로 다 말한 것이지요.
 태자가 웃자 고상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자신이 오늘 일을 태자에게 말한 것을 평강공주가 알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태자에게 말했습니다.

 "태자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태자는 고상이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말하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공주님께서는 제가 공주님을 뵌 것을 없는 일로 해달라고 하셨지만, 저는 태자님께 거짓말을 아뢰올 수 없어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이 아시면 역정을 내실까 두렵습니다. 하오니..."
 "말하지 않을테니 걱정말게."
 태자는 고상의 표정을 보니,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평강공주와 고상이 만난 것은 태자의 계획이었지만, 고상이 평강공주에게 무례를 범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군. 이제 어쩐다? 좋은 생각이 있다.'
 태자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상에게 말했습니다.

 "내 그대에게 청이 있네."
 "태자님께서 소인에게 청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소인에게 하명만 내려주시면, 목숨을 걸고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내 어찌 위험한 부탁을 하겠나? 앞으로 매일 나의 검술 연마를 도와주게."
 "소인, 부족하지만 태자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태자는 평강이 고상과 다시 만나게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글은 연재소설입니다. 1~3 을 보시지 않으신 분은 링크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평원왕이 태자에게 예를 든 오자는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를 말함)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3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4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