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3 - 평강공주의 수라상


 평강공주는 고상의 무례에 화가 난 상태로 처소로 돌아왔습니다.
 공주의 시녀들 중에 월화라는 시녀가 있었는데, 월화는 평강공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시녀였기 때문에 평강공주가 화난 모습으로 돌아오자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공주님께서는 어떤 일로 역정을 내시는지요?"

 평강공주는 항상 아버지인 평원왕과 오빠들의 사랑을 받았고 궁전을 왕래하는 귀족들이나 대신들조차 평강공주를 깍듯이 대했는데, 고상의 무례한 행동을 생각하니 비록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해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가 월화에게 말했습니다.
 
 "내 오늘 참으로 황망한 일을 경험하였다. 고상이라는 자가..."
 "그 자가 감히 공주님께 무례를 범했습니까? 제가 왕후님께 아뢰어 혼을 내줄까요?"
 "아니다, 내가 보니 큰 오라버니와 친한 것 같더구나. 큰 오라버니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참아야 되지 않겠느냐. 게다가..."
 "게다가 무엇이옵니까?"
 "검술이 뛰어나니 아마도 쓸모는 있을 것 같구나."

 평강공주는 이 말을 한 후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초나라 장왕의 일화를 아느냐? 중국 춘추시대에 초나라 장왕은 자신의 후궁에게 무례를 범한 자를 살려주었는데, 훗날 그 자가 장왕이 위기에 빠졌을 때 장왕의 목숨을 구했다. 나도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구나."
 
 월화는 평강공주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눈치채자 박수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그 자에게 검술을 배우면 되겠군요."
 평강공주는 월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를 내면서 말했지요.
 "남녀가 유별하거늘 네 어찌 그리 입이 가벼우냐?"

 월화는 평강공주의 기분을 풀려고 하다가 오히려 평강공주를 화나게 만들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공주님, 소녀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실 평강공주가 화를 낸 것은 월화가 자신의 의중을 꾀뚫어 보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화를 낸 척한 것어있지요.

 평강공주는 월화가 무릎을 끓고 사죄를 하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그만 일어나거라.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내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으니, 네가 나를 이해하거라."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 잘 울기는 했어도 화를 낸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월화는 혹시라도 크게 혼날까봐 두려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월화는 여전히 두려운 생각이 들어 울먹이는 표정으로 평강공주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소녀... 입단속...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평강공주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화난 척 한 것이기 때문에 입단속을 잘하겠다는 월화의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었지요.
 월화는 평강공주가 웃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어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공주님, 진지드셨는지요?"

 
 평강공주는 저녁에 왕자들의 검술을 가르치는 검객을 만나러 갔다 오빠들이 몰래 검술을 연마하는 곳에 가서 구경하느라 저녁을 먹지 못했지요.
 검술 연습이 끝나면 오랜만에 큰 오빠인 태자와 식사를 할까 생각했는데, 고상이라는 자가 함께 있어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큰 오빠와의 식사 계획이 고상 때문에 무산이 되었다는 생각에 평강공주는 고상이 이래저래 미운 생각이 들어 화가 났던 것이지요.

 "아직..."
 평강공주는 밤이 되도록 식사를 하지 못해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없었지요.
 월화는 평강공주가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공주님의 수라상을 차려오겠습니다."
 "아니다. 그냥 시녀들이 먹는 상으로 가져와라."

 월화는 평강공주가 어째서 시녀들이 먹는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는지 알고 있지요.
 월화가 만약 공주의 수라상을 차려오면, 시녀들은 어째서 평강공주가 여태까지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할테고 시녀들의 입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왕후가 평강공주가 시녀들이 먹는 음식을 먹은 것을 알면 큰 일 날 수 있어 월화가 말했습니다.

 "공주님, 제가 어찌..."
 "네가 먹으면 되지 않느냐?"
 월화는 평강공주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눈치채자 큰 소리로 말했지요.
 "아... 공주님, 제가 일을 많이 해서 배가 고파서...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월화가 진수성찬을 차려 자신의 방으로 가져가려고 하자, 시녀들이 물었습니다.
 "넌 아까 식사했으면서... 이게 뭐냐? 공주님의 수라상과 다를바 없구나."
 "임신이라도 했느냐? 아니면 배에 식충이라도 들은 게냐?"
 월화는 눈치가 아주 빨라 평강공주의 총애를 받아 시녀들의 질투를 받았는데, 흠잡힐 일을 하자 시녀들이 월화에게 시비를 걸었지요.
 
 "그게 무슨 경망스러운 말이냐?"
 몹시 배고팠던 평강공주는 월화의 방에서 수라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녀들이 말을 함부러 하자 참지 못하고 나와 화난 표정으로 시녀들을 꾸짖었습니다.
 "공주님, 소녀들을 용서해 주소서. 저희는..."

 시녀들은 월화가 든 상이 평강공주를 위한 것임을 깨닫고 어쩔 줄 몰라 두려움에 떨었지요.
 평강공주는 시녀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떨자,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했습니다.
 "그만 물러가거라. 나는 월화에게 조용히 할 말이 있다."
 시녀들은 평강공주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도망치듯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요.

 월화는 상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평강공주의 수라상을 차렸습니다.
 상에는 평강공주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었지요.
 밤늦도록 식사를 하지 못한 평강공주는 몹시 배가 고팠지만, 공주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식사를 서두르지 않고 말했습니다.
 
 "어서 들거라. 나는 네가 식사할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
 "송구합니다... 그럼..."
 월화는 자신이 이 음식들을 먹은 것으로 하려고 떡을 조금 먹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눈치가 빠른 월화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은 후에 식사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평강공주는 식사를 하면서도 검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보니 고상의 검술은 분명히 큰 오라버니보다 훨씬 위였다. 내가 그와 대련할 수 있다면, 검술이 많이 늘텐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큰 오라버니를 이길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겠구나. 검술이란 대련 상대가 없으면 한계가 있는 것이군. 어떻하지?' 
 
 평강공주는 자신의 검술이 그동안 큰 진전이 없이 제자리 걸음을 한 이유가 실전 상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어떻게 하면 실전 상대를 구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