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2 - 검술을 연마하는 평강공주


  어느새 2년이 흘렀습니다.
 10살이 된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가 얼마나 위험한 적들에 둘러쌓였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철이 든 평강공주는 역사와 병법을 열심히 배웠고, 13살이 되자 말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신궁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평강공주의 활쏘기 실력은 나날이 늘어 15살이 되었을 때는 일류 궁수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검술도 배웠는데, 노력한 끝에 머지않아 평강공주의 검술은 오빠들과 비슷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지요.
 궁중에는 왕자들의 검술을 지도하는 뛰어난 검객이 있었는데, 평강공주는 13살 때부터 이 검객에서 검술을 몰래 배웠기 때문에 정식으로 배운지 1년 만에 오빠들과 대등한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16살이 된 평강공주는 평범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평강공주에게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꿈은 바보 온달을 고구려의 최고의 용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남자로 착각하고 있는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신분제도로 봤을 때 바보 온달이 왕족들이나 귀족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깊은 뜻이 있어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지난 수년간 병법, 말타기, 활쏘기, 검술 등을 열심히 배운 것도 바보 온달을 가르칠 마음으로 배운 것이지요.
 자신이 오빠들을 능가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면, 바보 온달을 가르쳐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스승을 초청해서 가르치면 되지만, 공주는 자신이 직접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지요.

 평강공주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인 평원왕이 사냥을 가면 따라가고 싶었지만, 말을 타지 못해 그럴 수 없었지만, 이제 말타기에 능해진 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사냥을 가면 따라갈 수 있었지요.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평강공주는 검술에 능한 사람이 되어 바보 온달에게 검술을 가르치면서 항상 함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강공주는 열심히 검술을 연마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오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평강공주는 검술에 진전이 없자 답답한 마음이 들어 자신의 검술을 지도하는 검객을 만나서 물었습니다.
 "사부님, 어째서 제 검술에 진전이 없는 것이지요?"
 검객은 왕자들의 정식 사부는 아니었지만, 왕자들은 그를 존경하여 사부님이라고 불렀고 평강공주도 그를 사부님이라고 불렀지요.

 "진전이 없다니요? 공주님의 검술은 놀랄만큼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왕자님들이 검술을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모르실 겁니다. 왕자님들께서는 조용한 곳에서 검술을 연마하셔 공주님께서 보시기에는 별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실 수도 있지만..."

 평강공주는 검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물었습니다.
 "거기가 어디지요?"
 "그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우연히 찾은 것처럼 할테니까요."
 "왕자님들의 정원에서 500보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고마워요. 말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평강공주는 오빠들이 몰래 검술을 연마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연습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평강공주는 칼이 부딛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마침 어두운 밤이라 공주는 몰래 숨어서 칼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습니다.
 두 명이서 칼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어두운 밤이라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었지요.

 평강공주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았지만,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한 사람이 칼을 놓쳤는데, 검술에서 칼을 놓히는 사람이 패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강공주는 승부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고상, 너의 검술은 정말 내가 따를 수 없겠구나."
 "태자님께서 사정을 봐주시지 않으셨다면 소인이 이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겸양할 필요없네. 나는 자네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을 잘 아네." 

 평강공주는 앞선 목소리의 주인공이 태자이자 큰 오빠인 대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큰 오빠 대원과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누구지? 큰 오라버니가 고상이라고 불렀는데...' 
 평강공주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태자 대원과 고상이라는 남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타자 대원은 자신이 놓힌 칼을 줍지 않고 떠났기 때문에 땅에는 칼이 떨어져 있었지요.
 평강공주는 태자 대원이 땅에 떨어뜨린 칼을 주서 둘이 싸우는 장면을 상기하면서 고상이라는 자가 사용한 검법을 흉내내어 검술을 연습했습니다.

 이 때 고상이라는 자가 평강공주가 검술을 연습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 데, 고상은 태자 대원을 배웅한 후에 돌아와 태자가 떨어뜨린 칼을 주서 태자에게 돌려주려고 온 것이지요.

 
 평강공주는 이미 16살로 절세의 미녀였던 왕후인 어머님을 닮아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이였습니다.
 평강공주가 검술을 하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하강하여 춤을 추는 모습이었지요.
 고상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에 넉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쳐다보았습니다.
 검술 연마에 빠진 평강공주는 처음에는 고상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검법을 연습하는 중에 우연히 눈이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누구냐?"
 "당신은?"
 평강공주는 고상이라는 자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는 사실에 어의가 없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당신은?'이라고 묻자 기가 막혔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네가 감히 나에게 누구냐고 묻느냐?"
 
 고상은 평강공주가 공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 말했지요.
 "나는 상부 고씨의 아들 고상이요. 당신이야 말로 누구시오?"
 "상부 고씨의 아들이라고? 상부의 아들이던 하부의 아들이던 네 어찌 나에게 이리도 무례할 수 있느냐?"
 
 평강공주는 만인지상의 공주였기 때문에 아버지와 친척들과 오빠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누구냐?'고 말 한 적이 없었습니다.
 궁에 있는 사람들 중에 공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고상은 평강공주의 무예가 뛰어난 것을 보고 왕후의 호위 시녀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공주의 검법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공주가 밤에 검술을 연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고상은 호위 시녀가 왕이나 왕후의 총애를 믿고 거만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단정하여 평강공주에게 '당신이야 말로 누구시오?'라고 물었는데, 이 여인이 '상부의 아들이던 하부의 아들이던'이라고 말하자 불쾌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평강공주의 모습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요.

 '대단히 아름다운 것을 보니 왕의 총애를 입는 시녀일 것이다. 비록 시녀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겠구나.'

 평강공주는 고상이 자신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자,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귀머거리인게냐? 아니면 갑자기 벙어리가 되었느냐? 어찌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게냐?"
 고상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는 태자님의 칼을 찾으러 왔는데, 그대가 태자님의 칼을 들고 있어..."
 "오라버님은 어디계시냐? 내 오라버님께 말해 너를 단단히 혼내야 겠구나."

 고상은 평강공주가 '오라버니'라고 말하자 이제서야 그녀가 평강공주임을 알게 되어 당황하면서 예를 갖춘 후에 말했습니다.
 "평강공주님이십니까?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공주님이신 줄 알지 못했습니다."
 고상은 대원에게 평강공주가 16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단한 미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원왕의 딸 중 시집가지 않는 공주가 없었기 때문에 공주가 '오라버니'라고 말하자 그녀가 평강공주임을 깨달았지요.

 평강공주는 고상이 예를 갖춘 후에 사과하자 화가 풀려 말했습니다.
 "몰라서 한 일이니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만 가봐라."
 "태자님의 칼은..."
 
 평강공주는 고상에게 칼을 던진 후에 말했습니다.
 "오라버님께 나를 여기서 본 일을 말하지 말거라. 알겠냐? 그럼 나도 오늘 너의 무례를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공주님, 심려하지 마십시오."
 평강공주는 고상을 쳐다보지도 않고 휙, 가버렸습니다.
 

                                                                                                                       (계속)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1 

Posted by laby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