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사랑 이야기는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중에 하나지만, 최근들어 전설처럼 해석되면서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희석되는 경향이 있어 소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를 쓰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이유 1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평강공주라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총애하여 거의 매일 평강공주를 찾아갔지요.
 하지만 국무가 바빠서 미쳐 평강공주를 보러 가지 못한 날도 있었지요.
 철없는 평강공주는 아버지인 평원왕이 하루라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울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을 때마다 울면서 심통을 부렸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를 몹시 사랑하였지만, 왕으로 바쁠 때가 많아 평강공주를 매일 볼 수 없었습니다.
 평강공주가 자주 운다는 이야기를 시녀로부터 들은 평원왕은 평강공주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지요.
 "평강아, 너는 어찌 공주답지 못하게 자주 우느냐. 네가 잘 우니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허허..."

 바보 온달은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의 어느 마을에 사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온달은 소년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해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지요.
 하지만 나라에 기근이 들어 동네 사람들의 형편이 나빠지자 동냥하여도 음식을 충분히 얻을 수 없게 되자 어린 온달은 울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구걸했습니다.
 사람들은 온달이 남자답지 않게 운다고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는데, 평원왕은 우연히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신하로부터 들은 것이지요.

 평원왕은 평강공주가 울면 바보 온달의 이야기가 생각나 평강공주에게 농담을 했는데, 평강공주는 아버지가 좋지 않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껴 울음을 그치게 되었습니다.
 평원왕은 자신의 농담이 효과를 보자 평강공주가 울때 마다 평강공주에게 말했지요.
 "네가 잘 우니 너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 되겠다."
 평원왕의 농담은 효과가 있어 평강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귀가 따거울 정도로 바보 온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평강공주는 아버지나 오빠 이외의 남자는 모르기 때문에 바보 온달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지요.
 어린 평강공주는 시녀들에게 물었습니다.
 "바보 온달이 누구냐?"
 "저희가 듣기로는 온달이라는 소년은 아버지를 잃고 구걸하여 어머니를 혼자서 봉양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음식을 주지 않으면 울면서 애원한다고 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우는 모습을 보면 동네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음식을 주지만, 우는 모습이 바보같아 동네 사람들이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어린 평강공주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혼자서 동냥을 하면서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말을 듣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소년이 아버지없이 어머니를 돌보다니... 아버지는 온달의 지극한 효성을 보고 나를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하기는 것일까?'
 어린 평강공주는 평원왕의 말이 농담인지 몰라 평원왕이 정말 자신을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결심을 한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바보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지게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정말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평강공주는 10살이 넘자 철이 들어 더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철이 든 평강공주는 고구려의 역사를 배우면서 고구려가 얼마나 위험한 적들에 둘러쌓였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평강공주는 말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워두면 언젠가는 나라를 위해서 사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신궁 동명성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평강공주의 활쏘기 실력은 나날이 늘어 일류 궁수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활쏘기에 능해진 평강공주는 검술도 배웠는데, 아버지인 평원왕은 공주가 검술을 배우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겨 검술에 능한 오빠들에게 몰래 배웠습니다.
 노력한 끝에 머지않아 평강공주의 검술은 오빠들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린 평강공주도 어느새 어엿한 숙녀가 되었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싶은 평강공주는 평양성을 여기저기 돌아 다니곤 하였지요.
 돌아다니던 중 어느 마을에 호랑이가 출몰하여 사람들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백성들을 사랑했던 평강공주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 이 호랑이를 죽여 백성들의 근심을 제거하겠다.'
 평강공주는 화살통에 화살을 가득 담아 호랑이가 나온다는 산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평강공주를 사모했던 상부의 고씨는 평강공주의 뒤를 몰래 밟았지요.
 고씨는 검술에 뛰었났는데, 평강공주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고씨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눈치채고 몰래 숨었다가 나타나 따라온 이유를 물었지요.
 "왜 나를 따라오는 것이오?"
 "공주는 만인지상인데, 어찌 혼자서 산에 오셨오? 이곳은 호랑이가 출몰하는 산입니다. 공주님께서 모르시는 것 같아 제가 공주님의 뒤를 쫒았습니다."
 "나는 호랑이를 잡아 이 백성들의 근심을 없앨 작정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마세요."

 고씨가 평강공주를 말렸지요.
 "공주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런 일은 병사들을 시키세요."
 "병사들은 활쏘기에 능하지 못한데, 어찌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겠소? 괜히 병사들만 다칠 뿐이오."
 "하지만 공주님, 어찌 금지옥엽 공주님이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활쏘기에 능하니 호랑이를 직접 잡을 수 있을 것이오."
 "하오나... 공주님..."
 "겁이 나면 당신이나 돌아 가세요."
 "아닙니다. 공주님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저의 목숨을 걸고 공주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평강공주는 화살통에 화살을 잔뜩 넣은 후에 옷에 예리한 단도 두개를 숨기고 호랑이를 찾아 나섰지요.
 산속에서 호랑이를 본 공주는 재빨리 활을 쏘아 호랑이의 머리를 맞추었습니다.
 "명중했어요. 공주님."
 평강공주의 첫번째 화살은 호랑이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했습니다.
 공주는 이어 2발을 더 쏘아 호랑이의 머리에 쏘아 명중시켰지요.
 세발의 화살을 맞은 호랑이는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고씨는 재빨리 칼로 호랑이를 찔러 죽었는지 확인했지요.
 고씨는 평원왕이 평강공주와 맺어주려고 이미 마음먹은 사람이었습니다.
 고씨는 평강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평강공주의 마음에는 이미 바보 온달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세월이 흘러 평강공주도 어느새 16살이 되었습니다.
 당시 여자들은 16살이 되면 시집갈 나이였기 때문에 평원왕은 상부의 고씨의 아들에게 평강공주를 시집보내기로 결심하고 평강공주를 불러 자신의 뜻을 알렸지요.
 "공주야,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상부의 고씨 아들은 인품이 뛰어나고 천성이 바르기 때문에 너와 잘 어울일 것이다. 내 이미 뜻을 정했으니 나의 뜻에 따르거라."
 바보 온달을 자신과 맺어주겠다는 평원왕의 농담을 진심으로 믿고 자란 평강공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 아바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온달님을 저의 낭군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뭐라고? 네가 제 정신인게냐?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단 말이냐?"
 "아바마마께서는 소녀가 어릴 적에 울면, 저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낼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평원왕은 오래 전에 한 말이라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평강공주가 말을 듣고 기억이 나자 크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하하... 그건 내가 너에게 농담으로 한 말인 줄 몰랐느냐?"
 "소녀... 몰랐습니다."
 "내가 어찌 공주인 너를 그런 하챦은 자에게 보내겠느냐. 농담은 잊어버리고 내 말대로 하거라."
 "아바마마, 소녀 오래전에 온달님께로 마음을 정하였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지금 진심으로 한 말이냐?"
 바보 온달을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으로 생각했던 평강공주의 마음 속에는 온달이라는 이름이 깊이 새겨졌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바마마, 소녀 아바마마의 뜻을 감히 받들 수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미 저를 온달에게 맺어 주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허허... 공주야, 나의 농담을 정말 믿었다는 말이냐?"
 "농담이라니요. 결혼은 중대사인데, 어찌 일국의 군주가 농담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군자는 식언하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이 나라 백성들의 아버지이신 아바마마가 식언을 하실 수 있습니까?"

 평원왕은 공주가 자신의 농담을 진담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어이가 없었습니다.
 "공주야. 내가 제 정신이 아닌게냐? 어찌 말도 안되는 말로 이 아비를 설득하려고 하느냐?"
 "저는 온달님께 이미 마음을 바쳤습니다. 제 마음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아바마마... 부디 통촉하여 주서소."
 "네가 제 정신이 아니로구나. 어찌 미천한 백성을 공주인 네가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아바마마, 소녀의 마음 이미 정했으니 저의 마음을 헤아려 주옵소서."
 "듣기 싫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면 너를 딸로 여기기 않을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나와 부녀의 인연을 끊던지... 바보 온달에게 시집가던지... 네가 알아서 해라."

 평원왕은 진노하였지만, 이 정도로 말했으니 평강공주가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온달에게 시집갈 것을 결심한 평강공주는 어머니인 왕후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고 작별인사를 드렸지요.
 욍후는 공주의 말에 깜작 놀라 울면서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자신이 어떻게 바보 온달을 낭군으로 받아들였는지 왕후에게 말했지요.
 "어머니, 제가 비록 아바마마의 뜻을 오해하여 온달님을 낭군으로 생각하고 살았지만, 여자의 마음이란 한번 정을 주면 그 정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 허락하여 주소서."

 왕후는 며칠에 걸쳐 평강공주를 설득했습니다.
 왕후는 평강공주가 말을 듣지 않자 화가 나서 왕궁을 떠나면 모녀의 인연을 끊겠다고 말했지만, 평강공주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요.
 이렇게 되자 왕후는 평강공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강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세서 한번 한다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왕후는 더이상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평강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내 뜻이 그렇다면 할 수 없구나. 내가 예물을 줄 테니 그것을 팔아 살림을 꾸려라."
 평강공주는 어머니가 주시는 예물을 받은 후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 이 불효녀를 용서해주세요."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언젠가는 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릴 것이니 희망을 가지거라."
 
 평강공주는 어머니께 작별인사를 드렸습니다.
 왕후는 딸이 쉽게 바보 온달을 찾을 수 있게 시종에게 공주를 마차를 태워 온달이 사는 마을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했지요.
 평강공주는 떠나기 전에 오빠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오빠들을 만나면 자신을 막을지로 모른다고 생각하여 오빠들이 사는 곳을 향하여 인사를 한 후에 왕궁을 벗어났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평강공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온달의 거처를 물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귀한 집의 딸처럼 보이는 소녀가 바보 온달을 찾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하인을 구하는가 싶어 아무 생각없이 온달의 거처를 공주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바보 온달의 집을 찾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이 땔감을 찾으러 산에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갔는데, 평강공주는 땔갑을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던 바보 온달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평강공주는 땔감을 등에 짊어진 바보 온달을 보자 그가 바보 온달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말했습니다.

 "온달님이신가요?"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평강공주예요.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예요."
 "뭐요? 평강공주? 공주라고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공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공주가 한가하게 산에 올라올 리도 없고, 자신과 같은 평민에게 '당신의 아내될 사람'이라고 말할 리는 더 더욱 없기 때문이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바보인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보세요,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사람들은 나를 '바보 온달'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이 공주라는 것을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는 평강공주가 맞아요. 저는 당신에게 시집오려고 이 곳까지 찾아왔어요."
 
 평강공주는 평원왕이 자신을 바보 온달과 맺어주겠다는 농담을 진심으로 믿을 정도로 고지식한 여자였기 때문에 바보 온달을 만나자 마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밝혔지만,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요.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의 표정이 진지하여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가 아니라면.... 여우? 천년 묵은 여우?'
 동내 사람들이 바보 온달을 놀리고 겁주기 위해서 산에는 천년 묵은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변장한 후에 남자를 홀려 잡아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보 온달은 평강공주가 아름다운 것을 보자 천년 묵은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지요.
 

 
                                                                                                                                     (계속)

Posted by labyrint